주거침입죄, 판례변경 중심으로

1. 주거침입죄의 의미

형법은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319조 제1항)라고 규정하고 있고, 미수범을 처벌하고 있다(제322조).

주거침입죄는 2021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로 판례가 변경되었고 다수의 판결이 축적는데, 변경된 판례를 바탕으로 새롭게 기술하도록 한다.

 

2.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

가. 사실상 주거의 평온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사적 생활관계에 있어서 사실상 누리고 있는 주거의 평온, 즉 ‘사실상 주거의 평온으로서, 주거를 점유할 법적 권한이 없더라도 사실상의 권한이 있는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적 지배ㆍ관리관계가 평온하게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 외부인이 무단으로 주거에 출입하게 되면 이러한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 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보호법익은 주거를 점유하는 사실상태를 바탕으로 발생하는 것으로서 사실적 성질을 가진다.

나. 공동주거의 경우 주거의 평온(판례변경)

  가) 한편 공동주거의 경우에는 여러 사람이 하나의 생활공간에서 거주하는 성질에 비추어 공동거주자 각자는 다른 거주자와의 관계로 인하여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이 일정 부분 제약될 수밖에 없고, 공동거주자는 공동주거관계를 형성하면서 이러한 사정을 서로 용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나) 부재중인 일부 공동거주자에 대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도 이러한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의 내용과 성질, 공동주거관계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공동거주자 개개인은 각자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누릴 수 있으므로 어느 거주자가 부재중이라고 하더라도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들어가거나 그 거주자가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에 들어간 경우에는 그 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공동거주자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들어갔다면, 설령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더라도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인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깨트렸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3. 주거침입죄 성립요건

주거침입죄는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선박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을 침입하는 것을 성립요건으로 한다.

가.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선박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

  1) 사람의 주거의 범위 – 엘리베이터, 공용 계단, 복도 등

    주거침입죄에 있어서 주거라 함은 단순히 가옥 자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원 등 위요지를 포함하는 것인바, 다가구용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ㆍ연립주택ㆍ아파트 등 공동주택 안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엘리베이터, 계단과 복도는 주거로 사용하는 각 가구 또는 세대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서 그 거주자들에 의하여 일상생활에서 감시ㆍ관리가 예정되어 있고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이므로, 다가구용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ㆍ연립주택ㆍ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내부에 있는 엘리베이터, 공용 계단복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사람의 주거’에 해당하고, 위 장소에 거주자의 명시적, 묵시적 의사에 반하여 침입하는 행위는 주거침입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4335 판결).

<판례1> 피고인이 강간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따라 피해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내부의 엘리베이터에 탄 다음 그 안에서 폭행을 가하여 반항을 억압한 후 계단으로 끌고 가 피해자를 강간하고 상해를 입힌 사안에서, 피고인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처벌법 )제5조 제1항에 정한 주거침입범의 신분을 가지게 되었다.

⇒ 대법원은 주거침입을 인정하지 않고 형법 제301조 강간상해죄(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만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 주거침입하여 강간하여 상해를 입혔다면 현재 시행중인 성폭력처벌법 제8조의 강간등상해죄가 성립된다(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판례2> 아파트 주거침입 인정, 상가 건조물침입 부정 

가) 아파트 계단, 주거침입 인정 사례

피고인이 피해자의 주거지인 아파트 1층 계단을 오르는 피해자의 뒤에서 갑자기 피해자의 교복 치마 안으로 손을 넣어 피해자의 음부와 허벅지를 만졌다.

① 아파트의 공동현관 내 계단 또는 엘리베이터 앞 부분은 거주자가 아닌 외부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허용되는 공간이 아니고 각 세대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서 거주자들의 사실상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장소에 해당하고, ② 아파트의 공동현관에 설치된 CCTV는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ㆍ감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주거침입강제추행)죄를 인정하였다.

나) 상가 엘리베이터 앞, 건조물침입 부정 사례

피고인이 피해자를 뒤따라 상가 1층에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피해자의 뒤에서 갑자기 피해자의 교복 치마 안으로 손을 넣어 피해자의 음부를 만졌다.

①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되는 상가 건물 1층의 열려져 있는 출입문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고, 출입 당시 모습 등에 비춰 상가 관리자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고, ② 상가 1층에 설치된 CCTV는 건물의 일반적인 관리를 위한 것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ㆍ감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 대법원은 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주거침입강제추행)죄를 부정(건조물침입을 부정)하였지만 강제추행죄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2) 점유하는 방실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용중인 공중화장실의 용변칸에 노크하여 남편으로 오인한 피해자가 용변칸 문을 열자 강간할 의도로 용변칸에 들어간 것이라면 피해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이를 승낙하였다고 볼 수 없어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도1256 판결).

나. 침입의 범위

1) 침입의 의미(판례변경)

  가)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하여야 하므로, 침입이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대체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겠지만,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를 평가할 때 고려할 요소 중 하나이지만 주된 평가 요소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가 아니라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2) 거주자의 의사

  가) 명시적, 묵시적 의사

  타인의 주거에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들어가는 경우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며 이 때 거주자의 의사라 함은 명시적인 경우뿐만 아니라 묵시적인 경우도 포함되고 주변사정에 따라서는 거주자의 반대의사가 추정될 수도 있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도1256 판결).

<판례>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용중인 공중화장실의 용변칸에 노크하여 남편으로 오인한 피해자가 용변칸 문을 열자 강간할 의도로 용변칸에 들어간 것이라면 피해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이를 승낙하였다고 볼 수 없어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

  나) 침입행위는 사실상 평온상태 침입 여부에 따라 판단(판례변경)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가 아니라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인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가 아니라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인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1도7087 판결).

<판례> 노조의 대형마트 피켓시위

피고인들이 공동하여 시청에 이르러 150여 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위 건물 안으로 들어가 1층 로비 바닥에 앉아 구호를 외치며 소란을 피움으로써 시청 건물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건조물에 침입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관리자의 의사를 주된 근거로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되어 개방된 시청사 로비에 관리자의 출입 제한이나 제지가 없는 상태에서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간 이상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김천시청 1층 로비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으므로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3) 범죄 목적으로 영업장소에 출입(판례변경)

  가)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으로 침입에 해당하려면

   행위자가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으나 범죄나 불법행위 등(이하 ‘범죄 등’이라 한다)을 목적으로 한 출입이거나 거주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행위자의 출입행위가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려면, 출입하려는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ㆍ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ㆍ관리 방식과 상태, 행위자의 출입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행위자의 출입 당시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평가되어야 한다. 이때 거주자의 의사도 고려되지만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ㆍ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ㆍ관리 방식과 상태 등 출입 당시 상황에 따라 그 정도는 달리 평가될 수 있다.

  나) 음식점 출입 이후 범죄 목적이 있더라도 주거침입죄는 불성립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행위자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음식점에 출입하였거나 영업주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출입 당시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방법으로 음식점에 들어갔다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초원복집 사건으로 유명한 대법원 1997. 3. 28. 선고 95도2674 판결의 법리를 변경하였다.

<변경 전 판례> 초원복집 사건

[1]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이라 하더라도, 영업주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들어간 것이라면 주거침입죄가 성립되는바, 기관장들의 조찬모임에서의 대화내용을 도청하기 위한 도청장치를 설치할 목적으로 손님을 가장하여 그 조찬모임 장소인 음식점에 들어간 경우에는 영업주가 그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하므로, 그와 같은 행위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2] 타인의 주거에 침입한 행위가 비록 불법선거운동을 적발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타인의 주거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는 행위는 그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을 결하는 것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1997. 3. 28. 선고 95도2674 판결).

<판례1> 영업주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하여 음식점에 출입한 사례(판례변경)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갑, 을이 운영하는 각 음식점에서 인터넷 언론사 기자 병을 만나 식사를 대접하면서 병이 부적절한 요구를 하는 장면 등을 확보할 목적으로 녹음ㆍ녹화장치를 설치하거나 장치의 작동 여부 확인 및 이를 제거하기 위하여 각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감으로써 갑, 을의 주거에 침입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되었다.

피고인들은 병을 만나 식사하기에 앞서 병과의 대화 내용과 장면을 녹음·녹화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각 음식점 영업주로부터 승낙을 받아 각 음식점의 방실에 미리 들어간 다음 녹음ㆍ녹화장치를 설치하고 그 작동 여부를 확인하거나 병과의 식사를 마친 후 이를 제거하였는데, 피고인들이 각 음식점 영업주로부터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각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간 이상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어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설령 다른 손님인 병과의 대화 내용과 장면을 녹음ㆍ녹화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거나 장치의 작동 여부 확인 및 이를 제거할 목적으로 각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간 것이어서 음식점 영업주가 이러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피고인들의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각 음식점의 방실에 출입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어 피고인들에게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판2> 무인매장에 절도 목적 출입, 건조물침입 아냐

무인 매장에 이르러 B는 매장 밖에서 차를 타고 대기하고, 피고인은 잠겨 있지 않은 문을 열고 들어가 무인계산기를 분리하여 현금을 가지고 갔다.

일반인의 출입이 상시 허용된 무인 매장에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간 사실을 알 수 있고, 달리 건물 관리자들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을 전제로 야간건조물침입절도 및 각「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판례3> 임차임이 영업중단 고지하며 열쇠를 교부, 임대인이 임차인 물건을 임의로 철거한 사례

A가 임차하여 카페(이 사건 점포)를 운영하다 피고인에게 영업중단 사실을 고지하면서 이 사건 점포의 열쇠를 교부하였고, 피고인이 이 사건 점포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그곳에 있던 공소외인 소유 집기 등을 임의로 철거하였다.

이 사건 점포의 관리자인 공소외인은 피고인에게 이 사건 점포의 열쇠를 교부함으로써 출입을 승낙하였고, 피고인이 이러한 관리자의 승낙 아래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이 사건 점포에 들어간 이상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이 사건 점포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피고인이 공소외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 사건 점포에 있던 집기 등을 철거할 목적으로 이 사건 점포에 들어간 것이어서 공소외인이 이러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피고인의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이 사건 점포에 출입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

⇒ 다만, 임차인의 집기를 철거하여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

4) 공동주거의 주거에 일방의 동의로 출입(판례변경)

외부인이 공동거주자의 일부가 부재중에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판례> 배우자 있는 사람과의 혼외 성관계 목적으로 다른 배우자가 부재중인 주거에 출입한 사례

피고인이 갑의 부재중에 갑의 처(처) 을과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을이 열어 준 현관 출입문을 통하여 갑과 을이 공동으로 거주하는 아파트에 3회에 걸쳐 들어갔다.

피고인이 을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갔으므로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간 것이 아니어서 주거에 침입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설령 피고인의 주거 출입이 부재중인 갑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되더라도 그것이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5) 출입이 통제된 장소에 승낙 받고 출입

관리자에 의해 출입이 통제되는 건조물에 관리자의 승낙을 받아 건조물에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이러한 승낙의 의사표시에 기망이나 착오 등의 하자가 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법 제319조 제1항에서 정한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러한 경우 관리자의 현실적인 승낙이 있었으므로 가정적ㆍ추정적 의사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

단순히 승낙의 동기에 착오가 있다고 해서 승낙의 유효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관리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사정이 있더라도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관리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건조물에 들어간 경우에는 출입 당시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으로 건조물에 들어간 것이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

피고인들은 접견신청인으로서 서울구치소의 관리자인 서울구치소장으로부터 구치소에 대한 출입관리를 위탁받은 교도관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서울구치소 내 민원실과 접견실에 들어갔으므로,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으로 서울구치소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8도15213 판결).

<판례> 피고인들은 서울구치소에 수용 중인 사람을 취재하고자 서울구치소장의 허가 없이 접견내용을 촬영ㆍ녹음할 목적으로 명함지갑 모양으로 제작된 녹음ㆍ녹화장비를 몰래 소지하고 서울구치소에 들어갔다. 서울구치소장이나 교도관이 이러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피고인들이 이를 소지한 채 서울구치소에 출입하는 것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은 승낙의 동기가 착오가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아 피고인들이 서울구치소장이나 교도관의 의사에 반하여 구치소에 출입하거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으로 서울구치소 내 민원실이나 접견실에 침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 녹음ㆍ녹화 등을 할 수 있는 전자장비가 교정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금지물품에 해당하여 반입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면 교도관은 교정시설 등의 출입자와 반출·반입 물품을 검사·단속해야 할 일반적인 직무상 권한과 의무가 있다. 수용자가 아닌 사람이 위와 같은 금지물품을 교정시설 내로 반입하였다면 교도관의 검사·단속을 피하여 단순히 금지규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한 것일 뿐 이로써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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