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 침해 트로트 가수 막걸리 사건

1. 트로트 가수와 막걸리 회사의 모델출연계약 및 분쟁

가. B의 ‘D 막걸리’ 판매 등

  1) B(농업회사법인으로 농산물을 가공한 주류 제조, 가공, 판매)는 2020. 1. 28. 보통의 글씨체로 표시한 ‘D’이라는 표장(이하 ‘이 사건 출원상표’라 한다)에 대하여 상표출원을 하였다.

※ B는 2021. 4. 19.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연예인의 예명 “D”(이하 ‘이 사건 표지’라 한다)과 동일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출원상표에 대하여 등록거절결정을 받았다.

  2) B는 2020. 4. 1. 원고[‘D’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가수] 및 원고의 전속매니지먼트 회사인 주식회사 E와 사이에, 원고가 ‘D 막걸리’의 광고 및 홍보에 출연하기로 하는 내용의 모델출연계약(이하 ‘이 사건 모델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모델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원고와 B 사이의 분쟁 경과

  1) C(B의 사내이사로 회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하면서 B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람)은 2021. 3.경부터 원고의 어머니인 F과 만나서 이 사건 출원상표의 등록에 대한 원고의 승낙 여부 및 그 상표의 사용료, 이 사건 막걸리 판매로 인한 수익분배 등에 관하여 협의하였으나, 2021. 4.경 그 협의가 중단되었고 2021. 6.경에는 최종적으로 그 협의가 결렬되었다.

  2) B는 2021. 7. 22.경 ‘2021. 4.경까지 원고 측과 이 사건 모델계약의 재계약 및 상표등록에 관하여 협의하였으나, 원고 측이 거액을 요구하여 그 협의가 결렬되었다. 이 사건 막걸리 불매운동 등으로 인하여 B와 그 대리점들이 존폐 위기에 처해 있다.’는 취지의 입장문(이하 ‘이 사건 입장문’이라 한다)을 작성하여 ○○일보 등 언론사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전송하였고, 그 무렵 위 입장문의 내용을 기초로 한 여러 기사가 보도되었다.

  3) C은 2022. 11. 29. ‘원고 측이 이 사건 모델계약의 재계약을 위하여 거액을 요구한 사실이 없음에도 거액을 요구하였다는 취지의 허위사실 등이 기재되어 있는 이 사건 입장문을 유포하였다.’는 내용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죄로 공소제기 되어 현재 재판 계속 중이고, B는 이 사건 소송 계속 중인 2023. 2. 14.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다.

 

2. 원고의 주장

원고는 데뷔 당시부터 이 사건 표지를 예명으로 사용하여 가수로 활동하였고, 인기와 명성을 얻기까지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였다. 이 사건 표지는 원고의 가수활동 등에 관한 영업표지로 널리 알려져 명성, 신용, 경제적 가치, 고객흡인력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피고는 모델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이 사건 표지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 .

이에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부정경쟁행위의 금지 및 이를 조성한 물건의 폐기를 구함과 동시에 위 금지 의무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간접강제를 구한다.

 

3.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이 사건 표지의 주지성

1) 관련 법리

  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ㆍ상호ㆍ표장 기타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와 동일하거나 이와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을 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는 국내의 전역 또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거래자 또는 수요자들이 그것을 통하여 특정의 영업을 다른 영업으로부터 구별하여 널리 인식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인지 여부는 그 사용의 기간, 방법, 태양, 사용량, 거래범위 등과 거래의 실정 및 사회통념상 객관적으로 널리 알려졌는지 여부가 일응의 기준이 된다(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1다9822 판결 등 참조).

  한편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에 의한 금지청구를 인정할 것인지의 판단은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6. 25. 선고 2009다22037 판결 등 참조).

  나) 직업가수가 영리의 목적으로 행하는 방송ㆍ공연 등의 활동은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정하는 ‘영업상의 활동’에 해당하고, TV, 유튜브(youtube.com) 등 일반 대중이 접하는 매체를 통하여 방송ㆍ공연 등의 활동을 하면서 사용하는 ‘가수의 성명(예명)’이 일반인들에게 장기간 계속적․독점적으로 사용되거나 지속적인 방송 출연 등에 의하여 그 가수의 속성이 갖는 차별적인 특징이 그 가수가 가지는 고객흡인력 때문에 일반인들 대부분에게 해당 가수를 인식시킬 정도로 현저하게 개별화되고 우월적 지위를 취득한 경우, 이러한 가수의 성명(예명)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영업표지’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2) 판단

  원고가 ①TV조선의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이 사건 프로그램’이라 한다)에 출연하여 상당한 인기를 얻었는데, 원고는 위 프로그램에서 결승까지 진출하였고, ② 이 사건 프로그램에서 부른 ‘K’ 곡은 각종 음원 차트에서상위권을 기록하였고, ③ 2020. 2.경부터 2020. 12.경까지 이 사건 프로그램 이외에도 유명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수의 방송에 출연하였고, 그와 같은 활발한 활동과 인기를 바탕으로 약 27편의 광고에 출연하는 등 원고가 예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 사건 표지는 2020년경 원고의 방송ㆍ공연 등 가수활동에 관한 영업 표지로서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었고, 이러한 주지성은 이 사건 변론종결일까지도 유지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영업표지의 혼동가능성

 1) 관련 법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에서 정하는 ‘타인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을 하게 한다’는 것은 영업표지 자체가 동일하다고 오인하게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영업표지와 동일 또는 유사한 표지를 사용함으로써 일반수요자나 거래자로 하여금 당해 영업표지의 주체와 동일ㆍ유사한 표지의 사용자간에 자본, 조직 등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잘못 믿게 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그리고 그와 같이 타인의 영업표지와 혼동을 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영업표지의 주지성, 식별력의 정도, 표지의 유사 정도, 영업 실태, 고객층의 중복 등으로 인한 경업ㆍ경합관계의 존부 그리고 모방자의 악의(사용의도) 유무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다4899 판결 등 참조).

 2) 판단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이 사건 표지를 이 사건 막걸리 제품 및 그 선전광고물 등에 사용함으로써 일반수요자나 거래자가 원고와 피고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혼동하게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원고가 이 사건 프로그램에서 부른 ‘J’이 크게 화제가 되어 원고는 여러 막걸리 업체로부터 광고모델 등의 제안을 받은 점, 이 사건 막걸리가 출시된 2020년의 피고 매출액은 약 50억 1,000만이었는데 이는 2019년 대비 4,245%가 증가된 것인 점(피고의 2019년 매출액은 1억 1,542만 원이었다), 이 사건 막걸리는 ‘2020 소비자가 뽑은 올해의 브랜드 대상’을 비롯한 여러 상을 수상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표지는 막걸리 분야에서 상당히 강한 식별력과 고객흡인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② 연예인의 이름과 사진 등을 상품이나 광고 등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연예인이나 소속사로부터 허락을 받거나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산업분야의 상거래 관행이다(대법원 2020. 3. 26.자 2019마6525 결정 등 참조). 실제로 피고는 원고와 이 사건 모델계약을 체결하고 원고에게 일정한 대가를 지급한 후, 1년 이상 원고 및 이 사건 표지를 이용하여 광고하면서 이 사건 막걸리를 제조ㆍ판매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가 이 사건 표지를 막걸리 제품에 계속 사용하는 경우, 일반수요자나 거래자는 피고가 이 사건 표지의 사용에 관하여 원고로부터 허락을 받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등의 특정한 영업상 또는 계약상 관계가 존재한다고 오인할 수 있다.

   ③ C은 언론을 통하여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었는데 우연히 원고가 부른 “J”을 보게 됐다. 원고의 본명이 ’D‘이어서 막걸리와 매치가 잘 된다 싶어 이름 그대로를 썼고 모델로 발탁했다.’라고 밝히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가 이 사건 표지와는 무관하게 이 사건 출원상표를 독자적으로 개발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④ 피고는 원고의 가수로서의 방송ㆍ공연업과 피고의 탁주 제조ㆍ판매업 사이에 관련성이 없고, 고객층이 중복되지도 않아 혼동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정하는 영업주체의 혼동에는 주체의 동일성에 관한 협의의 혼동은 물론 양자 사이에 거래상․경제상 또는 조직상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광의의 혼동 또는 후원관계의 혼동도 포함될 뿐만 아니라, 현실의 혼동에 한하지 않고 혼동의 위험이 있는 경우까지도 포함된다. 오늘날 연예인들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제품을 판매하는 등 방송ㆍ연예활동 이외의 사업에도 다양하게 진출하는 경향을 보이는바, 연예인의 성명ㆍ예명 등을 특정 사업에 사용하는 경우 그 영업의 출처에 관한 오인ㆍ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영업이 서로 유사하지 않기 때문에 혼동가능성이 없다는 취지의 피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부정경쟁행위의 금지 및 폐기청구에 대한 판단

피고는 국내에 널리 인식된 이 사건 표지를 이 사건 막걸리 제품 및 그 선전광고물 등에 사용함으로써 일반수요자나 거래자가 원고와 피고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 제1항,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표지의 사용행위로 인하여 영업상의 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는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표지가 표시된 막걸리 제품을 생산, 양도, 대여, 수입하거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양도 또는 대여를 위한 전시를 포함한다)을 하여서는 아니 되고, 이 사건 표지를 막걸리 제품의 포장 및 선전광고물에 표시하여서는 아
니 되며, 피고의 사무소, 공장, 창고, 영업소, 매장에 진열ㆍ전시ㆍ보관 중인 이 사건 표지가 표시된 막걸리 제품의 완제품 및 반제품(완성품의 구조를 구비하고 있는 것으로 아직 완성에 이르지 아니한 물건)에서 이 사건 표지를 제거할 의무를 부담한다.

 

5. 간접강제 청구에 대한 판단

가. 원고는 부정경쟁행위 금지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위반행위 1건당 1,000만 원씩의 지급을 구한다.

나. 부대체적 채무인 부작위채무에 대한 강제집행은 간접강제만 가능하고, 간접강제 결정은 판결절차에서 먼저 집행권원이 성립한 후에 채권자의 별도의 신청에 따라 채무자에 대한 필요적 심문을 거쳐 채무를 불이행하는 때에 일정한 배상을 하도록 명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부작위채무에 관한 집행권원 성립을 위한 판결절차에서 장차 채무자가 그 채무를 불이행할 경우에 대비하여 간접강제를 하는 것은 부작위채무에 관한 소송절차의 변론종결 당시에서 보아 부작위채무를 명하는 집행권원이 성립하더라도 채무자가 이를 단기간 내에 위반할 개연성이 있고, 또한 그 판결절차에서 민사집행법 제261조에 의하여 명할 적정한 배상액을 산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1다31225 판결 등 참조).

다. 살피건대, 피고가 이 사건 모델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계속하여 이 사건 표지를 사용하고 있는 점, 피고가 이 사건 표지와 동일ㆍ유사한 이 사건 출원상표에 관하여 상표출원을 하였다는 점 등의 사정이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에게 부정경쟁행위의 금지라는 부작위채무를 명하는 위 집행권원이 성립하더라도 피고가 이를 단기간 내에 위반할 개연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나아가 그 위반으로 인한 적정한 배상액을 산정할 근거도 부족하므로, 원고의 위 간접강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