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 당일 연인의 집에 들어간 행위는 주거침입

1. 다툼 당일 연인 집 들어가 기소

피고인은직장동료인 피해자 C의 집에 이르러, 시정되지 않은 출입문을 열고 안방까지 들어가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하여 기소되었다.

 

2. 1심은 벌금 30만 원 선고

1심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를 주거침입죄로 인정하고 벌금 30만 원을 선고하였다.

 

3. 2심도 주거침입 인정

가.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시정되지 않은 출입문을 통하여 피해자의 주거에 들어간 사실은 있으나, 피고인은 연인 관계에 있던 피해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침입한 것은 아니고, 기존의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하며, 피고인에게는 위법성의 인식도 없었으므로, 형법 제16조, 제20조, 제24조에 의하여 피고인을 벌할 수 없는바,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피고인에 대하여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30만 원)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나.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가) 주거침입죄는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으로, 주거에 들어간 행위가 거주자나 관리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함에도 불구하고 감행된 것이라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도2595 판결 참조).

  나)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다) 형법 제16조는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범죄가 성립하지만 자신의 특수한 사정에 비추어 법령에 따라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러한 인식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이때 정당한 이유는 행위자에게 자기 행위의 위법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 자신의 지적 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더라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위법성의 인식에 필요한 노력의 정도는 구체적인 행위정황과 행위자 개인의 인식능력 그리고 행위자가 속한 사회집단에 따라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4도12773 판결 참조).

 2) 판단

  가)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6. 3.경 직장동료로 처음 만난 후 연인 관계로 발전하였고, 이 사건 무렵에는 회사 사무실, 각자의 주거지 등지에서 수시로 만나 활발히 교제하는 한편 결혼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깊은 관계였으며, 교제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초대로 피해자가 피고인의 주거지에 방문하여 식사를 하기도 하거나 반대로 피해자의 초대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주거지에 방문하여 식사를 하는 등 서로의 주거지에 방문하는 것이 익숙한 사이였고, 이 사건 당일에도 피고인은 직장에서 피해자와 잠시 다툰 후 피해자와 대화하고자 피해자의 주거지에 방문하였으나 피해자가 집에 없어서 주거지 안에서 피해자를 기다릴 생각으로 위 주거지에 들어간 것임은 인정된다.

  나) 그러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위와 같이 피고인이 연인 사이인 피해자와 대화를 하기 위해 잠시 피해자의 주거지에 들어간 것일 뿐 다른 의도나 목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주거지 무단출입에 대하여 피해자의 묵시적·추정적 승낙 또는 양해가 있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 피고인과 피해자의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의 진술 내용 등을 종합하면, 평소 피고인과 피해자는 연인 사이로서 서로의 주거지에 종종 왕래하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당일까지 주인이 없는 경우에도 그 명시적인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주거지에 임의로 들어간 적은 없었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동거하거나 장소적 생활공간을 공동으로 함으로써 사실상 각자의 주거지를 자기 집 드나들 듯이 출입하거나 주인이 없는 집에 무단으로 들어가는 것을 사전에 포괄적으로 허락하는 등의 관계에까지 이르지는 아니하였음을 알 수 있다. ㉡ 더구나 피고인과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오전에 다툼을 벌였고, 이후 피해자는 피고인이 보낸 문자메시지에 응답을 하지 않는 등 다음 날 직장 사무실에서 피고인을 다시 만날 때까지 피고인의 대화 요구에 일체 응하지 아니하는 방식으로 피고인과의 다툼에 대응할 생각이었던 점, 피해자는 집에 돌아왔다가, 피해자의 집에 침입하여 안방에서 누워 자고 있는 피고인을 발견하고 아무런 말도 못한 채 바로 집에서 나와 몸을 숨겼고, 당시 피고인은 안방에서 자다가 집에 들어오는 피해자를 보고도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안방에 더 있었고, 그로부터 시간이 다소 흐른 후 피해자에게 연락을 시도하는 등의 행동조차 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집에서 나와 귀가한 점 등 피해자와 피고인의 범행 전후의 행동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피해자로서는 다툼을 벌인 당일 오후에 자신이 없는 틈을 타 피고인이 주거지에 침입하여 그곳에서 술을 꺼내 마시고 안방에서 잠을 자면서 피해자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러한 행동에 대하여 피해자가 동의를 하였을 것으로 추측되지도 않는다.

  다) 또한, ㉠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와 원활하게 연락이 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미리 집을 방문하겠다고 통지하거나 그에 대하여 승낙을 구하려고 시도한 흔적이 보이지 않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는 순간에도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집에 들어가도 되는지 묻거나 피해자의 행방, 출입문에 시정장치가 되어 있지 않은 이유 등에 관하여 확인하는 등의 행위를 한 바 없는 점, ㉡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에서 누워 잔 것으로 보아 피해자의 신변이 걱정되어 찾아간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그 밖에 당시 피고인이 반드시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를 만나야 했다거나 피해자가 부재 중인 집에서 따로 할 일이 있어서 긴급히 들어가야만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그 동기·목적의 정당성, 수단·방법의 상당성,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라) 한편,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이 사건 범행 전후의 정황과 피고인의 지적수준, 인식능력 그리고 피고인이 속한 사회집단 등 제반 사정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당시 자신의 지적 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음에도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비록 피고인이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마)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피고인은 동종 전과 및 최근 15년간 집행유예 이상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원심에서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한편,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없는 틈을 타 시정되지 않은 출입문으로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하고, 그곳에서 술을 먹거나 잠을 자는 등으로 피해자의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을 침해한 것으로 그 죄질과 범정이 가볍지 아니한 점, 피고인은 진지한 반성이 부족한 점 등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 있고,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 조건들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은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이고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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