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용팔이 폰팔이
대한민국에는 3팔이가 있다. 용팔이, 폰팔이, 차팔이가 있다. 이들 용어는 신조어라고 말하기에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고,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지고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가 있는 특징이 있다.
용팔이는 용산전자상가의 전자제품 등을 파는 사람들이 방문한 손님에게 과도한 비용을 부과하는 등 양심상실 시대를 선도적으로 실천하는 자를 일컫는 신조어이다. 인터넷 거래 증가 등으로 현재 용산전자상가가 몰락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용산전자상가의 판매자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상가의 몰락에 대해 아쉬워 하지 않는 느낌이다.
폰팔이는 전국의 휴대폰 대리점이 방문한 손님이나 길가다 붙잡힌 사람들에게 휴대폰 구매와 바가지 요금제 가입 등을 유도한 자를 지칭하는 신조어이다. 폰팔이는 용팔이를 능가하는 비양심과 바가지를 당당하게 실천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차팔이는 중고차 딜러가 중고차 가격 후려치기와 대출, 할부 강제 등 악명을 떨치면서 등장한 신조어이다. 덕분에 2020년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 발표에 사람들이 현대차를 지지하는 기이한 일까지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양심적인 용산전자상가의 전자제품 판매자, 휴대폰 판매자, 중고차 딜러들도 많다. 색안경끼고 이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이유는 없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법원 까지 간 용팔이, 폰팔이가 모욕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판단은 있으나 공식적으로 차팔이 판례는 없다.
관련 내용 명예훼손죄 성립요건(의미, 공연성, 사실적시, 고의 사례) 명예훼손 공연성 전파가능성 일대일 대화 험담 소문확인 처벌 모욕죄 사례(의미, 공연성, “씨발” 욕설, 시각적 표현, 혐오 표현, 정당행위) 관련 내용 더 보기 |
2. 모욕죄
가. 모욕적 표현과 고의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형법 제311조),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고, 여기에서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언어와 거동 등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나 피해자의 주관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객관적 의미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표현이 다의적이거나 의미가 확정되지 않은 신조어인 경우 피고인이 그러한 표현을 한 경위 및 동기, 피고인의 의도, 표현의 구체적인 내용과 맥락 등을 고려하여, 그 용어의 의미를 확정한 후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모욕의 고의는 공연히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다는 사실을 인식 내지 용인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목적이나 의도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나. 모욕적 표현과 위법성 조각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어떤 글이 모욕적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도 그 글이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사실을 전제로 하여 그 사실관계나 이를 둘러싼 문제에 관한 자신의 판단과 피해자의 태도 등이 합당한가 하는 데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자신의 판단과 의견이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이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그리고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인터넷 게시판 등의 공간에서 작성된 단문의 글에 모욕적 표현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그 글이 동조하는 다른 의견들과 연속적ㆍ전체적인 측면에서 볼 때, 그 내용이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사정에 기초하여 관련 사안에 대한 자신의 판단 내지 피해자의 태도 등이 합당한가 하는 데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거나 압축하여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 그 표현도 주로 피해자의 행위에 대한 것으로서 지나치게 악의적이지 않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글을 작성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한다.
3. 용팔이 모욕죄 무죄
가. 용팔이 글 게시
피고인은 2021. 2. 15. 13:17경 피고인이 사용하는 ‘D’ 계정으로 E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여 피해자 F가 운영하는 위 E 내 ‘생명컴퓨터’의 ‘ASRock B560 PRO4 에즈윈 인텔 오버용 중급 신규 메인보드 ATX규격 최신버전’이라는 제목의 판매 게시글의 ’묻고 답하기 란‘에 “이자가… 용팔이의 정점….!!”라는 내용의 글을 작성하였다.
나. 1심 “이자가 용팔이의 정점” 모욕죄 유죄, 벌금 50만 원 선고
피해자는 인터넷 쇼핑몰에 ‘ASRock B560 PRO4’(이하 ‘이 사건 제품’이라 한다)를 40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게시한 사실, 위 사이트의 ‘묻고답하기’란에는 “40만 원??? ㅋㅋㅋㅋㅋㅋ 그냥 품절을 해놓으시지”라는 글이 등록되었고, 이어 피고인이 “이자가… 용팔이의 정점….!!”라는 글을 올린 사실이 인정되고, 이 사건 제품은 이 사건 당시 일시 품절된 상태로, 통상 판매가는 위 가격의 절반 이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이 사건 제품의 품절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려 하거나 실제 상품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의심하면서 글을 올린 것으로는 보인다.
그러나 ① ‘용팔이’란 표현은 전자기기 판매업자를 비하하는 용어이고, “이자가 용팔이의 정점”이라는 말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며, ② 피고인은 피해자의 행위를 비판하기 위한 정상적인 표현을 전혀 쓰지 아니한 채 오로지 경멸적 용어만 사용하였고, ③ 피고인이 사용한 표현을 가리켜 ‘지나치게 악의적이지 않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모욕죄에 해당하고, 이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
다. 2심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나 위법성 조각, 1심 파기 무죄 선고
1) 모욕적 표현 해당 여부 및 고의 인정 여부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은 ‘용팔이’가 전자기기 판매업자들의 독과점, 시세조종, 허위물품 판매 등을 지적하는 맥락에서 사용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점, 피고인은 피해자의 허위물품 판매를 의심하면서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한 점, 위 표현의 구체적인 내용과 의미, 사용 경위, 맥락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게시글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인 표현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모욕의 고의 또한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2) 정당행위 주장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게시글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피고인이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한 ‘묻고 답하기’란은 소비자들이 판매자에게 구매하려는 상품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는 장으로서 상품에 대한 것이라면 그 표현의 자유는 비교적 폭넓게 보장되어야 한다.
나) ➀ 이 사건 상품은 품절된 상태였으나 피해자는 이 사건 상품을 즉시 판매할 수 있는 것처럼 판매 게시글을 올리면서 이 사건 상품의 판매가를 통상적인 판매가보다 매우 높은 가격으로 정하였던 점, ➁ 이 사건 게시글 작성 이전에 ‘40만원???ㅋㅋㅋ ㅋㅋㅋ 그냥 품절을 해놓으시지’라는 글이 작성되어 있었던 점, ➂ 이 사건 게시글 작성 이후에도 ‘카카 40이래. 양심좀 챙기죠 하나만 걸려라 이건가?’, ‘진짜 궁금한데요 팔리긴 팔려요?? 상품은 40만원 갑아치 하나여??? 15만원짜리보다 방열판이 10개정도 더 달려있나여??’, ‘40 선 넘네…..’ 등의 글이 작성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게시글은 즉시 판매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품을 이용하여 폭리를 취하려는 피해자의 의도를 비판하는 내용으로서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타당성 있는 사정에 기초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의 위와 같은 의도를 비판하는 다수의 다른 게시글과 같은 견지에서 피해자의 위와 같은 행태를 비판하는 의견을 압축하여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 나아가, 피고인의 게시 횟수가 1회에 지나지 않고, ‘용팔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 외에는 다른 욕설이나 비방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그 표현도 지나치게 악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
라. 대법원, 상고기각(무죄 확정)
대법원은 2023. 9. 27. “이자가 용팔이의 정점” 표현이 정당행위로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2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하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4. 폰팔이 모욕죄 무죄
가. “핸드폰 팔이”라고 말해
피고인은 방송하면서 B에 대해 “OO가 전직이 핸드폰 팔이였어 중고차만 하면 그랜드 슬램 달성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아쉽습니다.”라는 말을 하였다.
나. 법원의 판단
1) 1심은 “피고인이 B에 대하여 ‘핸드폰 팔이’라고 말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휴대폰 판매업자를 무례하고 저속하게 표현한 것에 불과하고, 객관적으로 B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인 언사라고 보기에 부족하며, 달리 피고인이 위 일시에 B을 모욕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그러나 피고인이 다른 일시에 피해자를 ‘핸드폰 팔이’ 또는 ‘폰팔이’라고 표현한 것은, 위와 같은 표현이 다른 욕설이나 모욕적인 표현과 합쳐져서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었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 “핸드폰 팔이” 표현 자체는 모욕적 표현이라고 보기 어려우나, “사기꾼 새끼”, “먹튀하려고 작정한 애”, “부부공갈단” 등의 다른 모욕적 표현과 결합하는 “핸드폰 팔이” 표현은 모욕적 표현이 된다.
2) 2심은 202. 4. 14.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대법원은 2023. 2. 2.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 위 사안은 폰팔이 외 다른 표현의 모욕죄 여부가 문제되었고, “핸드폰팔이” 표현은 무죄가 되었지만 “사기꾼 새끼”, “먹튀하려고 작정한 애”, “부부공갈단”과 함께 표현된 “핸드폰 팔이” 표현은 전체적으로 모욕죄로 인정한 2심을 확정하였다.
위 대법원 판례는 ‘유튜브 개 얼굴 합성’해도 모욕죄가 안된다고 하였다(아래 “모욕죄 사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