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것이 징역 살다온 전과자다”라고 큰 소리로 말해 명예훼손죄 유죄
1) 피고인 A과 피해자 B는 이웃 주민으로 여러 가지 문제로 갈등관계에 있었고, 이 사건 당일에도 피고인 A은 피해자 B의 집 뒷길에서 피해자 B와 말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피고인 A의 남편 C 및 D이 듣는 가운데 피해자 B에게 ‘저것이 징역 살다온 전과자다‘ 등이라고 큰소리로 말하였다.
2) 피고인 A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앞에서도 ‘피해자 B는 아주 질이 나쁜 전과자’라고 큰 소리로 수회 소리치기도 하였다. 피해자 B가 사는 곳은 피해자 B, D과 같은 성씨를 가진 집성촌으로 피해자에게 전과가 있음에도 D은 ‘피고인 A으로부터 피해자 B가 전과자라는 사실을 처음 들었다’고 진술하여 피해자 B와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D과 피해자 A의 친분 정도나 적시된 사실이 피해자의 공개하기 꺼려지는 개인사에 관한 것으로 주변에 회자될 가능성이 큰 내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D이 피해자와 친척 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파가능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고(피해자 B와 D 사이의 촌수나 구체적 친밀관계가 밝혀진 바도 없다), 오히려 피고인 A은 피해자 B와의 싸움 과정에서 단지 피해자 B를 모욕 내지 비방하기 위하여 공개된 장소에서 큰 소리로 말하여 다른 마을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였던 것으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 A의 위 발언은 공연성이 인정된다(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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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친밀하여 전파가능성이 낮다고 봐 명예훼손죄 무죄
1) 피고인 A은 B게 피해자 C에 관하여 “신랑하고 이혼했는데, 아들이 하나가 장애인이래 그런데 D이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돈 갖다 바치는 거지, 그런데 이년이“라고 말하였다.
2) B가 피고인 A과 초등학교 동창으로 친한점, 피해자 C를 전혀 알지 못하였고, 통화상대방이 누구인지 질문하자 피고인 A이 이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위 발언을 하였고, 위 발언을 들은 장소는 피고인 A의 사무실로서 B 외에 다른 사람이 없었다.
3) 피고인 A이 사무실에서 이 사건 발언을 할 당시에 B만 있었는데, 이는 공연성이 부정될 유력한 사정이므로, 피고인 A의 발언이 전파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피고인 A과 B의 친밀 관계를 고려하면 비밀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기 때문에 공연성을 인정하려면 그러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수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피고인 A의 발언이 특정 소수 앞에서 한 것인데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고도의 가능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가려야 한다(대법원 2020. 12. 30. 선고 2015도12933 판결).
⇒ 대법원은 무죄취지로 판단하여 유죄를 인정한 2심을 파기ㆍ환송하였다.
3. ‘유흥업소를 운영하였다’ 징계 요구, ‘유흥을 즐기고 유흥업소 종사다’ 서명받은 사례
1) 징계내용을 알리고, ‘유흥’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알린 사안
<A에게 징계내용을 알린부분> 피고인들이 ‘피해자가 유흥업소를 운영하였다’라는 징계 내용으로 피해자를 징계하였으니 피해자의 골프장 출입을 금지시켜 달라는 내용의 요청서를 골프장 운영 회사 담당자A를 통하여 회사에 제출하였다. <동료 여러 명에게 허위사실을 알린부분> 피고인들이 ‘피해자가 유흥을 즐기고 유흥업소 종사자다’라는 허위사실을 적시한 서명자료를 만들어 동료 여러 명에게 서명하게 하면서 허위사실을 알렸다.
2) A에게 징계내용을 알린부분에 대한 판단
2심은 피고인들과 피해자는 골프장의 경기도우미(캐디)인데 경기도우미들은 자율규정을 위반한 경기도우미에 대한 징계를 스스로 결정한 후 골프장 운영 회사의 접수 직원에게 전달하고, 위 회사는 내부의 검토․보고를 거쳐 출입금지조치를 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피해자에 대한 출입금지처분을 요청하기 위하여 그 담당자에게 요청서를 제출한 것이어서 담당자를 통하여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보아 공연성을 부정하였고(무죄로 판단), 대법원은 이를 수긍하였다.
3) 동료 여러 명에게 허위사실을 알린부분에 대한 판단
2심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해당하고, 설령 그 내용이 동료들 사이에 만연한 소문이었다고 하더라도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하였고,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다(대법원 2020. 12. 30. 선고 2015도15619 판결).
4. 판결문을 배포하여 명예훼손이 문제된 사례
1) 판결문을 배포
피해자 A은 B 조합(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 한다)의 발기인이자 금융자문 제공자로서 이 사건 조합의 자금 20억 원을 업무상 보관하던 중 2016. 7. 7.부터 2016. 11. 30.까지 35회에 걸쳐 합계 11억 4,908만 원을 횡령하여 2017. 8. 17. 전주지방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 한다) 위반(횡령)죄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받은 사실이 있다.
피고인 C은 2017. 9. 5. 10:40경 식당 출입구에서 임시총회에 참석하는 이 사건 조합의 조합원 60여 명에게 “이거 보아라, A이 D 사장이랑 같이 회삿돈을 다 해먹었다.”라고 말하면서(이 사건 발언) 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사건의 판결문 사본(횡령 사건 판결서)을 배포하였다.
2) 피해자 A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
피고인 C이 이 사건 발언과 횡령 사건 판결서 배포를 통해 피해자 A에 대해 적시한 사실 중 중요한 부분은 ‘피해자 A이 이 사건 조합의 재산을 횡령하여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것인데, 이는 객관적인 사실과 합치된다.
이 사건 조합의 발기인에 불과한 피해자 A이 수개월에 걸쳐 11억 원이 넘는 조합 재산을 횡령하였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조합의 재산관리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고 조합 이사장인 D이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것이 아닌지를 의심케 하므로, 위 사실은 조합원들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피고인 C은 조합원들에게 피해자 A의 횡령 사실을 알리고 D의 조합 재산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묻기 위해 임시총회 개최를 앞두고 조합원들만을 상대로 하여 피해자 A의 횡령 사실을 알렸다. 피고인 C이 ‘해먹었다’와 같은 속된 표현을 사용하였다거나 횡령 사건 판결서에 피해자 A의 인적사항과 처벌전력이 기재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 C에게 피해자 A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피고인 C의 피해자 A에 대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행위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310조에 따라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
3) 피해자 D에 대한 명예훼손 부분에 관하여
이 사건 발언을 통해 피해자 D에 대해 적시한 사실(피해자 D이 A의 횡령 범행에 가담하였다는 취지)이 허위이다.
피해자 D은 이 사건 조합의 총회나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자신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던 E 회사에 이 사건 자산 양도ㆍ양수계약에 따른 자산양수 대금 14억 원 외에 6억 원을 추가로 지급하였는데,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피해자 D의 이 사건 조합 재산 관리자로서의 임무 위배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
피해자 D의 업무상횡령 혐의에 대하여 검사의 혐의없음 처분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위 혐의 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서 이를 인정할 추가적인 사정을 찾을 수 없다.
형법 제307조 제2항에서 정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증명책임 및 유죄의 인정에 필요한 증명의 정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대법원 2020. 8. 13. 선고 2019도13404 판결).
5. 빨갱이(공산주의자), 북한의 간첩 내지 스파이 표현
1) 피해자 B가 “빨갱이”(공산주의자)나 북한의 간첩 내지 스파이가 아니고, 그렇게 볼 만한 발언이나 활동을 한 사실이 없음에도, A는 “spy of North Korea”라고 기재된 플래카드를 들고 서있었고, “대통령뿐만 아니라 청와대가 빨갱이 소굴이 되어 있고, 빨갱이 운동권들이 다 줄줄이 모여 있고”, “OO 너의 궁극적인 실체는 ㅁㅁ하고 △△하고 같이 벌써 수십 년간 저 북괴의 간첩 노릇을 해 왔잖아. 이거 모르는 국민 누가 있어?”라고 하였다.
2)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빨갱이”(공산주의자)라는 부분
“빨갱이”는 공산주의를 믿거나 주장하는 사람인 ‘공산주의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어느 한 개인이 공산주의자인지 여부는 그 개념의 속성상 생각에 대한 평가일 수밖에 없고, 공산주의자로서의 객관적ㆍ구체적 징표가 존재하는 것도 아닌 이상, 구체적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공산주의자’는 북한과 연관지어 사용되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개인마다 정치적 이념에 따른 견해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원리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지 않는 한 북한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이 북한과 연관지어 사용되더라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인 사정에 대한 언급이 없는 이상, 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라고 쉽사리 단정할 수 없다.
‘공산주의자’가 갖는 사회적 의미와 다양성을 고려할 때, ‘공산주의자’가 일반적으로 북한과 연관 지어 해석된다는 사정만으로 “빨갱이”라는 표현 그 자체를 허위ㆍ진실 여부를 가릴 수 있을 정도로 확정적 의미를 갖는 ‘사실의 적시’라고 볼 수 없다.
나) 간첩 내지 “spy of North Korea” 부분
대한민국에서 북한과 대치되고 있는 상황으로 ‘간첩’이라는 용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수사학적, 비유적 표현으로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국가ㆍ반사회적 세력’과 같은 의미부터 ‘북한에 우호적인 사람’ 등에 이르기까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확장, 변용되어 왔다. 이 말에 느끼는 감정이나 감수성은 가변적이므로, ‘간첩’의 의미를 하나의 뜻으로 단정하거나 객관적으로 확정하기는 어려워 단순한 의견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다.
간첩이 갖는 다양성을 고려할 때 “spy of North Korea”, ‘북괴의 간첩’이라는 표현이 그 자체만으로 허위ㆍ진실 여부를 가릴 수 있을 정도로 확정적 의미를 갖는 ‘사실의 적시’리고 볼 수 없다.
6. ‘성추행 사건 보고한 사실 없다’는 명예훼손 아냐
1) 회의자리에서 억울하다는 취지로 말한 사안
작업장의 책임자인 피고인이 갑으로부터 작업장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 보고받은 사실이 있음에도, 직원 5명이 있는 회의 자리에서 상급자로부터 경과보고를 요구받으면서 과태료 처분에 관한 책임을 추궁받자 이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갑은 성추행 사건에 대해 애초에 보고한 사실이 없다. 그런데도 이를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과태료 처분을 받는 것은 억울하다.’는 취지로 발언하였다.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갑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되었다.
2) 사실의 적시, 고의 부정
피고인이 발언을 하게 된 경위는 상급자인 공소외 2로부터 경과보고를 요구받으면서 과태료 처분에 관한 책임을 추궁받자 이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공소외 1과 관련한 언급을 하게 된 것임을 알 수 있는바, 그 발설의 내용과 경위ㆍ동기 및 상황에 비추어 피고인이 공소외 1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고의를 가지고 그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기보다는 공소외 2의 질문에 대하여 피고인 자신의 책임에 대한 변명을 겸하여 단순한 확인 취지의 답변을 소극적으로 하는 과정에서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게 된 상황이 억울하다.’는 취지의 주관적 심경이나 감정을 표출하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므로, 이와 같은 대답을 명예훼손죄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라고 단정할 수 없다.
형법 제307조의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 요소로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고의를 가지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데 충분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를 할 것이 요구되는데, 위와 같이 회의 자리에서 상급자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하며 질문을 받게 되자 이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듯한 사실을 발설하게 된 것이라면, 그 발설 내용과 경위·동기 및 상황 등에 비추어 명예훼손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고, 또한 질문에 대하여 단순한 확인 취지의 답변을 소극적으로 한 것에 불과하다면 이를 명예훼손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라고 단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도1774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