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양심의 자유의 의의
가. 넓은 의미의 양심의 자유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양심의 자유를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는바, 여기서 말하는 양심이란 세계관・인생관・주의・신조 등은 물론 이에 이르지 아니하여도 보다 널리 개인의 인격형성에 관계되는 내심에 있어서의 가치적・윤리적 판단도 포함된다. 그러므로 양심의 자유에는 널리 사물의 시시비비나 선악과 같은 윤리적 판단에 국가가 개입해서는 아니되는 내심적 자유는 물론, 이와 같은 윤리적 판단을 국가권력에 의하여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받지 아니할 자유까지 포괄한다(헌재 1998. 7. 16. 96헌바35 결).
나. 좁은 의미의 양심의 자유
헌법 제19조에서 보호하는 양심은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을 추구하는 가치적․도덕적 마음가짐으로, 개인의 소신에 따른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그 형성과 변경에 외부적 개입과 억압에 의한 강요가 있어서는 아니되는 인간의 윤리적 내심영역이다. 따라서 단순한 사실관계의 확인과 같이 가치적․윤리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경우는 물론, 법률해석에 관하여 여러 견해가 갈리는 경우처럼 다소의 가치관련성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인격형성과는 관계가 없는 사사로운 사유나 의견 등은 그 보호대상이 아니다(헌재 2002. 1. 31. 2001헌바43 결정).
다. 양심의 자유의 의미 및 양심형성・실현의 자유
헌법은 제19조에서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하여 양심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이다.
즉, ‘양심상의 결정’이란 선과 악의 기준에 따른 모든 진지한 윤리적 결정으로서 구체적인 상황에서 개인이 이러한 결정을 자신을 구속하고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양심상의 심각한 갈등이 없이는 그에 반하여 행동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또한 ‘양심의 자유’가 보장하고자 하는 ‘양심’은 민주적 다수의 사고나 가치관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현상으로서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양심은 그 대상이나 내용 또는 동기에 의하여 판단될 수 없고, 양심상의 결정이 이성적․합리적인지, 타당한지 또는 법질서나 사회규범, 도덕률과 일치하는지 여부는 양심의 존재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민주적 다수는 법과 사회의 질서를 그들의 정치적 의사와 도덕적 기준에 따라 형성하기 때문에, 국가의 법질서나 사회의 도덕률과 갈등을 일으키는 양심은 현실적으로 이러한 법질서나 도덕률에서 벗어나려는 소수의 양심이다.
그러므로 양심상 결정이 어떠한 종교관․세계관 또는 그 밖의 가치체계에 기초하고 있는지와 관계없이, 모든 내용의 양심상 결정이 양심의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어야 한다.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는 크게 양심형성의 내부영역과 이를 실현하는 외부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으므로, 그 구체적인 보장내용에 있어서도 내심의 자유인 ‘양심형성의 자유’와 양심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하는 ‘양심실현의 자유’로 구분된다.
양심형성의 자유란 외부로부터의 부당한 간섭이나 강제를 받지 않고 개인의 내심영역에서 양심을 형성하고 양심상의 결정을 내리는 자유를 말하고, 양심실현의 자유란 형성된 양심을 외부로 표명하고 양심에 따라 삶을 형성할 자유, 구체적으로는 양심을 표명하거나 또는 양심을 표명하도록 강요받지 아니할 자유(양심표명의 자유),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받지 아니할 자유(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 양심에 따른 행동을 할 자유(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를 모두 포함한다.
양심의 자유 중 양심형성의 자유는 내심에 머무르는 한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기본권인 반면, 양심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권리인 양심실현의 자유는 법질서에 위배되거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인 자유이다(헌재 2011. 8. 30. 2008헌가22등).
학교폭력 관련 내용 |
2. 인격권, 양심의 자유 침해 사례
가.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조항
헌법재판소 2023. 2. 23. 2019헌바93 결정은,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조항에 따른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조치는 단순히 의사에 반한 사과명령의 강제나 강요가 아니라, 학교폭력 이후 피해학생의 피해회복과 정상적인 교우관계회복을 위한 특별한 교육적 조치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라고 하였다.
또한 서면사과조항에 의하여 가해학생은 피해학생에게 서면사과를 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나, 서면의 형식으로 사과하는 것 외에 사과의 내용에 대하여는 가해학생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있고, 이를 불이행하더라도 추가적인 조치나 불이익이 없어 서면사과 조항이 가해학생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합헌).
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에 사죄광고 포함
헌법재판소 1991. 4. 1. 89헌마160 결정은, 『민법 제764조가 사죄광고를 포함하는 취지라면 그에 의한 기본권제한에 있어서 그 선택된 수단이 목적에 적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정도 또한 과잉하여 비례의 원칙이 정한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정당화될 수 없는 것으로서 헌법 제19조에 위반되는 동시에 헌법상 보장되는 인격권의 침해에 이르게 된다.』라고 하여 민법 제764조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에 사죄광고를 포함시키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였다(한정 위헌).
다. 법위반사실의 공표
헌법재판소 2002. 1. 31. 2001헌바43 결정은, “법위반사실의 공표”를 명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7조는 『소비자보호를 위한 이러한 보호적, 경고적, 예방적 형태의 공표조치를 넘어서 형사재판이 개시되기도 전에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처분에 의하여 무조건적으로 법위반을 단정, 그 피의사실을 널리 공표토록 한다면 이는 지나치게 광범위한 조치로서 앞서 본 입법목적에 반드시 부합하는 적합한 수단이라고 하기 어렵다.』라고 하여 행위자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 및 명예권을 침해하고, 법원의 유무죄에 대한 판단이 가려지지 아니하였는데도 관련 행위자를 유죄로 추정하는 불이익한 처분이 되어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하였다(위헌).
다만 법률판단의 문제는 개인의 인격형성과는 무관하여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라. 방송사업자에게 사과방송 명령
헌법재판소 2012. 8. 23. 2009헌가27는, 방송사업자에게 사과방송을 명할 수 있도록 한 방송법 제100조 제1항 제1호에 대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는 사과여부 및 사과의 구체적인 내용이 방송통신위원회라는 행정기관에 의해 결정됨에도 불구하고 마치 방송사업자 스스로의 결정에 의한 사과인 것처럼 그 이름으로 대외적으로 표명되고, 이는 시청자 등 국민들로 하여금 방송사업자가 객관성이나 공정성 등을 저버린 방송을 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생각하게 만듦으로써 방송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방송사업자의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를 저하시키고 법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저해한다.』고 하여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하였다(위헌).
마. 언론사에 사과문 게재 명령
헌법재판소 2015. 7. 30. 2013헌가8 결정은, 사과문을 게재 명령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제8조의3 제3항에 대해 『해당 언론사의 이름으로 대외적으로 표명되도록 하며, 그 결과 독자들로 하여금 해당 언론사가 선거와 관련하여 객관성과 공정성을 저버린 보도를 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생각하게 만듦으로써, 언론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언론사의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를 저하시키고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저해한다.』고 하여 언론사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하였다(위헌).
바. 학교 내 봉사에 교사에 대한 사과편지 작성 조치
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2두39185 판결은 『 법령상 명문의 규정이 없는 징계처분의 효력을 긍정함에 있어서는 그 처분 내용의 자발적 수용성, 교육적・인격적 측면의 유익성, 헌법적 가치와의 정합성 등을 종합하여 엄격히 해석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학생의 본심에 반하여 사죄의 의사표시를 강제하는 ‘사과편지작성’이 언제나 그 작성자의 심성에 유익할 것이라거나 교육의 목적에 부합할 것이라고 추단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라고 하여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31조 제1항 제1호의 ‘학교 내 봉사’에 ‘교사에 대한 사과편지작성’이 당연히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사. 범죄행위에 대한 말, 글 공개적 발표하라는 사회봉사 명령
대법원 2008. 4. 11. 선고 2007도8373 판결은, 『피고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범죄행위와 관련하여 어떤 말이나 글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라는 사회봉사를 명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피고인의 명예나 인격에 대한 심각하고 중대한 침해를 초래할 수 있고, 그 말이나 글이 어떤 의미나 내용이어야 하는 것인지 쉽게 이해할 수 없어 집행 과정에서 그 의미나 내용에 관한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으며, 유죄로 인정된 범죄행위를 뉘우치거나 그 범죄행위를 공개하는 취지의 말이나 글을 발표하도록 하는 취지의 것으로도 해석될 가능성이 적지 않으므로 이러한 사회봉사명령은 위법하다.』고 하였다.
아. 사회봉사명령 대상자에게 범죄행위로 인한 손해회복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 명령
대법원 2020. 11. 5. 선고 2017도18291 판결은, 『 사회봉사명령ㆍ수강명령 대상자에 대한 특별준수사항은 보호관찰 대상자에 대한 것과 같을 수 없고, 따라서 보호관찰 대상자에 대한 특별준수사항을 사회봉사명령ㆍ수강명령 대상자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보호관찰법 제32조 제3항이 보호관찰 대상자에게 과할 수 있는 특별준수사항으로 정한 “범죄행위로 인한 손해를 회복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제4호)” 등 같은 항 제1호부터 제9호까지의 사항은 보호관찰 대상자에 한해 부과할 수 있을 뿐, 사회봉사명령ㆍ수강명령 대상자에 대해서는 부과할 수 없다.』라고 하여 사회봉사명령 대상자에게 ‘범죄행위로 인한 손해를 회복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 부과를 할 수 없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