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사과 공개사과 강제여부

1. 사과의 의미

사과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빎”을 의미하고, 용서는  “지은 죄나 잘못한 일에 대하여 꾸짖거나 벌하지 아니하고 덮어 줌”을 의미한다.

사건이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와 가해자에게 사과와 용서는 큰 의미를 지닌다.

가해자의 사과는 피해자에게 피해회복과 이를 통한 사회복귀를 용이하게 해준다.

가해자는 사과를 통해 잘못된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방법과 피해를 회복하는 방법을 배우나 자칫 잘못하면 이를 인정하기 힘든(할 수 없는) 가해자에게 사과를 강제하며 사과를 통한 굴욕을 안겨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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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내봉사에 서면사과 포함 여부

학급교체로 가해학생을 격리, 교육 내용의 변경 없어

 

2. 서면사과 강제 여부

가. 학생에 대한 교내봉사 처분에 교사에게 서면사과 편지 작성 포함 안돼

대법원은 법령상 명문의 규정이 없는 징계처분의 범위를 넓혀 해석할 수 없으므로 학생의 본심에 반하여 사죄의 의사표시를 강제하는 ‘사과편지작성’을 ‘학교 내 봉사’의 내용에 당연히 포함될 수 없다고 하였다.

나.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규정이 헌법 위반인지

헌법재판소는 과거 사죄광고나 사과문 게재를 명하는 규정에 대하여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 침해를 인정하였다.

서면사과 규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 2023. 2. 23. 2019헌바93 결정은 “가해학생의 선도와 피해학생의 피해회복 및 정상적인 교육관계회복을 위한 특별한 교육적 조치로 보아 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구 학교폭력예방법’이라 한다) 제17조 제1항 제1호(서면사과)가 가해학생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1)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은 가해학생에게 자신의 의사나 신념에 반하여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윤리적 판단의 형성을 강요하고 이를 서면으로 표명할 것을 강제하므로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 또한, 사과의 의사를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위한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도 제한하므로, 인격권 제한도 인정된다.

  2)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은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에게 서면으로 사과하도록 함으로써 가해학생에게는 자신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피해학생에게는 가해학생의 사과를 통한 피해회복과 정상적인 학교생활로의 복귀를 돕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또한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은 가해학생의 선도ㆍ교육 및 피해학생의 피해회복을 통한 학교폭력 문제해결에 기여하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3) 학교폭력은 개인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가정, 학교, 사회, 경제적 요인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아직 신체적․정신적 발달과정에 있는 학생들의 학교폭력 문제를 온전히 사법적인 처벌이나 징계라는 응보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하게 된다면, 자칫 가해학생을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범죄자 또는 문제 학생으로만 인식하게 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가해학생도 성장과정에 있는 학생으로서 학교와 사회가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교육해야 할 책임이 있으므로, 학교폭력 문제는 다른 폭력행위와 달리 특별한 교육과 취급을 필요로 하는 문제행동으로 보아야 하고, 피해학생의 보호뿐만 아니라 가해학생의 선도와 교육이라는 관점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4) 학교폭력의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은 모두 학교라는 동일한 공간에서 생활하므로, 가해학생의 반성과 사과 없이는 피해학생의 진정한 피해회복과 학교폭력의 재발 방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에 따른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조치는 단순히 의사에 반한 사과명령의 강제나 강요가 아니라, 학교폭력 이후 피해학생의 피해회복과 정상적인 교우관계회복을 위한 특별한 교육적 조치로 볼 수 있다. 교육과 대화를 통한 반성과 용서, 이를 통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관계회복이라는 일련의 교육적인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5) 가해학생은 서면이라는 형식을 통하여 사과함으로써 자신의 잘못된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방법과 피해학생의 피해를 회복하는 방법을 배운다. 또한, 이러한 교육적 조치를 통하여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다.

  6) 구 학교폭력예방법에서는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조치에 대하여는 다른 조치들과 달리 불이행 시 다른 조치를 추가로 요청하는 등 이를 강제하는 수단을 두지 않았고(제17조 제11항), 서면이라는 사과의 형식을 요구한 것 외에는 그 내용에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았는데, 이는 가해학생이 교사와 학부모 등의 지도 아래 특별한 내용에 대한 강제 없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과 사과의 기회를 갖는 교육적 조치로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7) 물론 가해학생은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조치를 받게 되면 그 조치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 상급학교 진학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학교폭력 사실이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한 불이익이다. 또한 자치위원회는 가해학생과 그 보호자에게 적정한 의견진술 기회 등 절차적 기회를 제공한 뒤에만 서면사과 조치를 내릴 수 있고, 이에 불복하는 가해학생과 그 보호자는 소속 학교에 따라 행정소송이나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다툴 수도 있다.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은 학교폭력이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가해학생에게 요구되는 사과이므로, 가해학생의 양심이나 인격권에 지나친 제약을 가져온다고 보기 어렵다.

  8) 이에 대하여 서면사과 외에도 경고나 주의 또는 권고적인 방식으로도 충분히 동일한 교육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장시간 머무는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학교폭력 문제가 가해학생의 반성과 사과 없이 단순히 가해학생에 대한 주의나 경고, 권고만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해학생이 자신의 잘못된 행위를 반성하고 이를 피해학생에게 사과함으로써 잘못된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은, 단순히 학교폭력에 대한 주의나 경고 또는 권고적인 조치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교육적 조치이다.

  9)결국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은 학교폭력 사실이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피해학생의 피해회복과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인정되는 것이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10)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조치는 가해학생이 사회 규범과 도덕에 대한 인식을 정립할 수 있는 교육적인 조치로서 피해학생의 피해회복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피해학생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보장하고,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교우관계를 회복시켜 학교폭력 이후에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 정상적인 학교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따라서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에 의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피해학생의 보호나 가해학생의 선도ㆍ교육, 교우관계 및 학교공동체의 회복이라는 공익은 중요하다.

  11) 한편,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에 의하여 가해학생은 피해학생에게 서면사과를 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나, 서면의 형식으로 사과하는 것 외에 사과의 내용에 대하여는 가해학생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있고, 이를 불이행하더라도 추가적인 조치나 불이익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에 의하여 가해학생의 양심의 자유나 인격권이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보기 어렵다.

  12) 결국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제한되는 사익에 비하여 더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서면사과 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위헌 의견) : 소수의견

이 사건 서면사과 조항은 피해학생의 피해를 회복하고 가해학생의 선도ㆍ교육을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사과한다’는 행위는 내심의 윤리적 판단·감정 내지 의사의 표현이므로, 외부에서 강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아직 성장과정에 있는 학생이라 하더라도 의사에 반한 윤리적 판단이나 감정을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학생들의 인격과 양심의 형성에 왜곡을 초래하고, 그 제한 정도가 성인들의 것보다 작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서면사과는 가해학생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거나 반성 없이 사과하는 경우 가해학생의 선도와 교육에 기여한다고 보기 어렵고, 가해학생의 불성실한 사과는 오히려 2차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분쟁해결의 측면에서도 가해학생 측이나 피해학생 측 모두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 그 효과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해학생의 반성과 사과가 중요하고 이를 위한 교육적 조치가 필요하지만, 가해학생의 반성과 사과는 일방적인 강요나 징계를 통하여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학교폭력을 해결해 나가는 교육적인 과정에서 교사나 학부모의 조언, 교육, 지도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교육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피해학생의 피해회복이나 분쟁해결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만약 가해학생에게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이나 잘못된 행위임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면,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과 같은 사과의 강제가 아니라 주의나 경고 등의 조치로도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피해학생에 대한 사과를 위한 교사의 적절한 개입과 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면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를 권고적 조치로 규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가해학생에게 서면사과를 강제하는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은 가해학생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한다.

심판대상조항

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2012. 3. 21. 법률 제11388호로 개정되고, 2019. 8. 20. 법률 제164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① 자치위원회는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ㆍ교육을 위하여 가해학생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수 개의 조치를 병과하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할 것을 학교의 장에게 요청하여야 하며, 각 조치별 적용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다만, 퇴학처분은 의무교육과정에 있는 가해학생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1.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3. 공개사과 강제 여부

가.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공개사과문 게재 명령 근거 규정 여부

  1) 고등교육법 제13조 제1항은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하면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징계의 종류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공개사과문 게재 명령을 징계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 사건 상벌규정은 징계의 종류를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처분 중 고등교육법 및 이 사건 상벌규정에 근거가 없는 이 사건 공개사과명령은 법률과 학칙에 위반하여 무효이다. 

  2) 대학교 성희롱・성폭력 방지 및 처리에 관한 규정 제20조 제4호, 제21조 제3항은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징계가 의결된 가해자에 대하여 ‘비공개 사과문, 반성문 및 각서’의 조치를 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 위원장의 조치에 관한 규정일 뿐, 고등교육법 및 학칙에 따라 학교의 장이 행하는 징계의 근거규정이 아니다. 

나. 공개사과문 게재 명령은 양심의 자유 침해

공개사과명령은 비행을 저질렀다고 믿지 않는 피징계자에게 비행을 자인할 것을 강요하고(따라서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될 수 있음), 스스로 인정하거나 형성하지 아니한 윤리적・도의적 판단을 외부에 표시할 것을 강제하는 것으로서, 침묵의 자유의 파생인 양심에 반하는 행위의 강제금지에 저촉되는 것이며, 따라서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정신적 기본권의 하나인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나아가서 비록 공개사과문 게재 명령이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하고 가해자인 피징계자의 반성을 촉구하기 위한 교육적 목적에 기한 것으로서,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피징계자의 양심의 왜곡・굴절 내지 이중인격형성을 강요하는 것으로서 양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정도가 매우 크고, 공개 사과문 게재 명령이 아니더라도 피징계자가 징계를 받았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공표함으로써 피징계자의 양심의 자유를 덜 제한하면서도 피징계자에 대한 반성의 촉구와 피해자의 피해 회복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을 충분히 상정할 수 있으므로, 최소침해의 원칙에 어긋난다.

따라서 자신의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믿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잘못을 반성하거나 피해자에게 사과할 뜻이 전혀 없는 피징계자에 대한 이 사건 공개사과명령은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여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학생에 대한 징계의 요건 및 한계를 규정하고 있는 고등교육법 제13조 제1항 소정의 ‘교육상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징계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