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앞 가방을 절취하여 기소유예처분

헌법재판소 2023. 2. 23. 2021헌마1052 결정은,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라고 하였다.

주차장 앞 가방을 피해자의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서 절취, 기소유예처분

헌법재판소 2023. 2. 23. 2021헌마1052 결정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1. 8. 13.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광주지방검찰청 해남지청 2021년 형제1954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1. 5. 9. 07:10경 ○○도 ○○군 ○○로 ○○교회 주차장 앞길에서 피해자 이□□(이하 ‘피해자’라 한다) 소유의 가방 2개, 아이스박스 1개(이하 ‘이 사건 가방 등’이라 한다)를 피해자의 관리가 소홀한 틈을 이용하여 (차량번호 생략) 차량(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에 싣고 가는 방법으로 가지고 가 절취하였다.」

나. 청구인은 2021. 9. 2.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단

가. 인정사실

이 사건 수사기록 등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1) 피해자는 2021. 5. 9. 이 사건 가방 등을 절취당하였다며 경찰에 신고하였는데, 그 신고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2021. 5. 9. 07:00경 ○○도 ○○군 ○○로 소재 ○○교회 앞 버스정류장(이하 ‘이 사건 정류장’이라 한다)에서 이 사건 가방 등을 내려놓은 채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 사건 가방 등이 모두 사라졌다.

(나) 이후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보니, 그곳에 이 사건 가방 등이 놓여있었고 그 안에 있던 물품들 중 사라진 것은 없었다. 위 터미널에서 근무하는 청소 직원(이하 ‘청소 직원’이라 한다)에게 물어보니, ‘파란색 화물차에서 2명의 사람이 내리면서 이 사건 가방 등도 내려놓았는데, 그 중 노인으로 보이는 허리가 구부정한 사람은 위 차량에 다시 타지 않았고 이 사건 가방 등을 그대로 둔 채 매표소 쪽으로 이동하였다. 버스표를 사러간 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돌아오지 않았고, 이 사건 가방 등을 분실할까봐 걱정되어 터미널 곳곳을 확인해 보았지만 결국 그 노인을 찾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2) 경찰은 피해자가 언급한 파란색 화물차가 조○○, 김○○의 작업차량인 이 사건 차량임을 확인하고, 위 두 사람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였다.

(가) 조○○는 수사과정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1) 이 사건 차량을 탑승하기로 한 장소인 ○○교회 앞에 도착하자, 80대 노인으로 보이는 청구인이 홀로 이 사건 가방 등 앞에 서 있었다. 청구인에게 다가가 목적지를 묻자 ○○시외버스터미널이라고 하여 호의동승을 제안하였다. 김○○이 운행하는 이 사건 차량이 도착하자, 청구인을 이 사건 차량에 태웠고 짐칸에 이 사건 가방 등도 실었다.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이 사건 가방 등을 내려준 뒤 청구인과는 헤어졌고, 이 사건 차량에 다시 탑승하여 작업장소로 이동하였다.

2) 청구인에게 이 사건 가방 등이 청구인의 물건인지 물어본 적은 없지만, 청구인 앞에 놓여 있었기에 당연히 청구인의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청구인도 ‘이 사건 가방 등을 실어달라’거나 ‘자신의 물건을 실어줘서 고맙다’는 등의 말을 함으로써 자신의 물건인 척 했다고 생각한다.

(나) 김○○은 수사과정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1) 이 사건 차량을 운행하여 ○○교회 앞에 도착하자, 조○○가 ‘나이 든 할아버지가 짐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 태워주자’고 하였고, 조○○가 이 사건 가방 등을 짐칸에 싣는 것을 목격하였다. 이후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청구인을 내려주었고, 조○○가 이 사건 가방 등을 내려놓은 뒤 다시 탑승하자 함께 작업장소로 이동하였다.

2) 청구인은 자신이 ○○리 마을의 노인회장이고 광주에 갈 일이 있으니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려달라는 말을 하였다. 당시 이 사건 가방 등에 대하여 청구인의 물건인지 물어본 사실은 없지만,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청구인이 조○○와 함께 이 사건 가방 등을 이 사건 차량에 싣는 모습을 보기도 하였다.

(3) 청구인은 1938년생으로, 이 사건 정류장이 위치한 ○○도 ○○군 ○○면 ○○리 마을의 노인회장이다. 청구인은 수사과정에서, ‘2021. 5. 9. 07:10경 홀로 이 사건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처음 보는 남성이 다가와 ○○시외버스터미널까지 태워준다고 하여 이 사건 차량에 탑승하였고, 자신을 태워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였을 뿐 이 사건 가방 등을 실어달라거나 물건을 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하였다.

(4) ○○시외버스터미널에 설치된 폐쇄회로 텔레비전(Closed Circuit Television, CCTV) 영상을 살펴보면, 이 사건 차량이 정차한 뒤 청구인이 내리는 모습, 조○○가 이 사건 가방 등을 바닥에 내려놓는 모습, 조○○가 다시 탑승하자 이 사건 차량이 다시 출발하는 모습, 이후 청구인이 위 터미널 건물에 있는 편의점으로 들어가는 모습, 이 사건 가방 등은 조○○가 내려놓은 장소에 그대로 놓여 있는 모습 등이 촬영되어 있다.

나. 구체적 판단

(1) 이 사건 기록상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청구인이 ‘이 사건 가방을 실어달라’거나 ‘자신의 물건을 실어줘서 고맙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는 조○○의 진술과, 청구인이 조○○와 함께 이 사건 가방 등을 이 사건 차량에 싣는 모습을 보았다는 김○○의 진술이 있다.

(2)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조○○와 김○○의 위 각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고, 그 밖에 피의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조○○와 김○○의 위 각 진술에 의하면, 결국 청구인은 이 사건 가방 등이 청구인의 소유인 것처럼 행세함으로써 조○○와 김○○을 기망하여 이 사건 차량에 싣고 가게 하는 방법으로 절취하였다는 것인데, 호의동승의 과정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을 절취행위에 관여시킨다거나 휴대하기 어려운 절취품을 자신의 주거지 등이 아닌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시키는 행동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또한 청구인은 ○○시외버스터미널에 하차한 뒤 조○○가 내려놓은 이 사건 가방 등을 그대로 둔 채 곧장 위 터미널 건물에 있는 편의점으로 향해 갔는데, 이러한 청구인의 행동 역시 이 사건 가방 등이 청구인의 물건이라고 생각한 제3자인 청소 직원이 보기에도 이례적인 것이었다.

청구인은 이 사건 가방 등을 조○○가 내려놓은 장소에 그대로 두고 가버렸기 때문에 피해자가 이를 다시 발견하였을 때까지 그곳에 놓여 있었고, 그 안에 있던 물품들 중 사라진 것 또한 없었다. 뿐만 아니라 청구인은 조○○와 김○○에게 자신이 ○○리 마을의 노인회장이라고 말함으로써 신분을 밝혔는데, 이는 조○○와 김○○을 기망하여 이 사건 가방 등을 절취하려는 사람의 행동으로는 보기 어렵다.

(3) 오히려, 조○○가 이 사건 정류장에 도착하였을 때 청구인만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앞에 이 사건 가방 등이 놓여있었던 사실, 조○○가 김○○에게 ‘나이 든 할아버지가 짐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 태워주자’고 말한 사실, 조○○는 이 사건 가방 등을 이 사건 차량에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청구인의 물건인지 물어보지 않은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조○○는 이 사건 가방 등이 누구의 물건인지에 관하여 청구인으로부터 명확한 진술을 듣지 않았음에도 이 사건 가방 등을 청구인의 물건으로 오인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청구인의 입장에서 보면, 청구인은 조○○가 이 사건 가방 등을 이 사건 차량에 싣고 내리는 행위를 인지하지 못하였거나, 인지하였더라도 이 사건 가방 등이 조○○와 김○○의 물건이어서 자신들의 사정 때문에 그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이라고 오인하였을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다. 소결

결국 이 사건 기록만으로는 청구인이 이 사건 가방 등을 절취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피청구인은 이와 관련된 보강수사를 하지 아니한 채 절도 혐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 이르렀다.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