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시스템 구축 위탁용역비는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액공제 대상아냐

1. 위탁용역비 세액공제 거부 취소소송

원고는 금융투자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연구개발 전담부서를 보유한 ○○○○ 주식회사(이하 ‘○○○○’라 한다)등 다수의 수탁업체(이하 ‘이 사건 수탁업체들’이라 한다)와 사이에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고객 편의성 제고,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 업무 효율성 향상 및 시스템 속도·안정성 개선 등을 위한 차세대 전산시스템(이하 ‘이 사건 시스템’이라 한다) 구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위 수탁업체들에게 위탁용역비 등으로 합계 14,422,355,643원(2011년 2,713,830,600원, 2012년 11,708,525,043원, 이하 ‘이 사건 비용’이라 한다)을 지출하였다.

원고는 2015. 1. 27. 이 사건 비용에 구 조세특례제한법(2013. 1. 1. 법률 제1161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0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연구·인력개발비(이하 ‘연구개발비’라 한다) 세액공제(같은 법 제9조 제2항, 제5항에 의한 연구개발비를 세액공제하는 것으로서 이하 ‘이 사건 세액공제’라 한다)를 적용하여, 피고에게 2011 사업연도 법인세 83,550,023원, 2012 사업연도 법인세 3,457,839,443원의 감액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하였다.

피고는 2015. 3. 20.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 등 시스템 개발을 위한 위탁비용’을 연구개발비에서 제외하는 구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2013. 2. 15. 대통령령 제243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별표 6] 제1호 (나)목 1)의 괄호규정(이하 ‘이 사건 예외규정’이라 한다)에 따라 이 사건 비용은 이 사건 세액공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원고의 경정 청구를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2015. 4. 14.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하였으나 2018. 7. 24. 기각되었다.

 

2. 위탁용역비 세액공제 대상인가

가. 법원은 위탁용역비 세액공제 대상 아니라 판단

법원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는 회사가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을 위하여 지출한 위탁용역비는 ① 조세특례제한법상 ‘연구·인력개발비’에 해당하지 않고 ② 세액공제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법인세를 감액할 수 없다고 하였다.

나. 위탁용역비 세액공제 여부 판단

 1)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시스템 개발은 기존에 수행하던 업무의 한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투자상품이나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고객의 투자환경 및 원고의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으로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비용은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10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연구개발비로서 이 사건 세액공제의 대상이 된다.

  이 사건 예외규정은 자산의 취득행위에 불과한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이하 ‘ERP 시스템’이라 한다) 및 그와 유사한 시스템 개발의 위탁비용을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금융회사의 핵심 업무와 서비스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이 사건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지출한 이 사건 비용에 대하여는 이 사건 예외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2) 판단

 가) 이 사건 시스템 개발이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인지 여부

  과세처분 취소소송에서 비과세요건이나 공제요건 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자에게 있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두7830 판결,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7두4049 판결 등 참조),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시스템 개발이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1) 이 사건 시스템의 수행 기능들을 보면, 이 사건 시스템은 이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개별적인 솔루션(비즈니스 또는 고객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조합)이 개발되어 있는 상태에서, 적된 경험을 이용하여 원고의 구체적인 요구사항과 실정에 맞추어 개별 솔루션들을 조합하고 연계하는 과정[이른바 Customizing(커스터마이징)]을 통해 만들어 진 결과물로 보일 뿐,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진전 내지 과학적 또는 기술적 불확실성의 체계적인 해소를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 이미 개발되어 있는 기존 솔루션의 응용이나 개선이 항상 확실히 성공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으나 위 솔루션들의 성능, 수준, 활용가능성 등에 비추어 그에 기초한 최적화된 시스템의 개발이 과학적 또는 기술적 불확실성의 체계적인 해소를 위한 연구개발이라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다수의 금융회사가 비슷한 시기에 ○○○○ 등에 개발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시스템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였는데, 이 사건 시스템은 수행하는 기능이나 역할의 측면에서 다른 금융회사 등이 구축한 차세대 시스템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또한 원고가 이 사건 시스템 개발과 관련하여 체결한 용역계약에 따라 이 사건 수탁업체들은 특정한 용역기간 내에 산출물을 작성하여 검수 확인을 받아야 하고 그 기간 내에 용역을 완료하지 못하였을 경우 배상하여야 할 지체상금 등이 정해져 있었던 점, 원고가 2011년 1월경 이 사건 시스템의 개발 계획을 마련할 당시 구축 기간(29개월), 소요 예산, 추진 과제 및 상세 일정 등이 확정되어 있었고, 2012. 9. 1. ○○○○와 체결한 컨설팅 용역계약에 의하면 2013. 5. 20.까지 이 사건 시스템을 구축하여 가동하기로 되어 있으며, 그 계획과 같이 2013년 5월 이 사건 시스템이 구현되어 가동되었던 점 등에 비추어, 원고나 이 사건 수탁업체들의 입장에서 개발의 전면적인 실패 또는 포기 가능성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시스템의 개발은 실패의 위험이나 비효율을 감수한 활동을 전제로 하는 연구개발비 세액공제제도의 근본 취지에 맞지 않다.

   (3) 원고가 ○○○○ 등 이 사건 수탁업체들과 체결한 용역계약은 그 수탁사가 기술적·경험적으로 제공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하여 이를 약정한 공급기한 내에 원고에게 공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연구개발이라는 ‘하는 채무’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 아니라 물품(시스템)공급이라는 ‘주는 채무’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므로, 그 위탁비용 중 연구개발에 투입된 비용을 상정하기가 쉽지 않고, 일부 비용이 그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특정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예외규정의 적용 여부

   (1)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9조 제2항 제1호는 ‘연구·인력개발에 필요한 비용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용’을 연구개발비로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에 따라 구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8조 제1항 [별표 6]은 ‘위탁 및 공동연구개발’에 관한 제1호 (나)목에 이 사건 예외규정을 두어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 등 시스템 개발을 위한 위탁비용’을 연구개발비에서 제외하고 있다.

   (2) 이 사건 예외규정의 문언과 체계, 그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예외규정의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 등 시스템’이란 ERP 시스템은 물론 와 유사하게 기업의 업무 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한 범용화된 시스템이 포함된다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가) 이 사건 예외규정이 도입되기 이전에는 금융보험업을 영위하는 법인의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에 대한 연구개발비 세액공제를 인정하는 과세관청의 유권해석 사례가 있었으나, 2009년경부터 금융보험업 이외의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에 대하여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가 연구개발비 세액공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이 나오기 시작하였고, 2010. 2. 18. 대통령령 제22037호로 개정된 구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은 이 사건 예외규정을 도입하여 모든 업종의 ‘전사적 기업자원관리설비 등 시스템 개발을 위한 위탁비용’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하였다. 국세청이 발간한 ‘개정세법 해설’에 의하면 위 개정 취지는 ‘ERP 등 시스템개발 위탁비용의 제외 명문화’이고,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2010년 세제개편 주요내용’에 의하면 ‘ERP 도입비용에 대하여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실무상으로는 위탁 R&D 비용의 일종으로 해석하여 운용해 왔으나, ERP 도입비용은 소프트웨어 구입비용의 일종인 단순 자산취득비용으로서 R&D 비용으로 보기 곤란하고, ERP 위탁비용은 생산성향상투자세액공제(2010. 12. 27. 법률 제104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24조 제1항 제4호)의 적용 대상이므로 R&D 세액공제 대상으로 보는 경우 중복지원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이를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나) 2000. 12. 29. 법률 제6297호로 개정된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24조 제1항은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제4호), 전자상거래설비(제5호)를, 2002. 12. 11. 법률 제6762호로 개정된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24조 제1항은 공급망관리 시스템설비(제6호), 고객관계관리 시스템설비(제7호)를 각 세액공제의 대상이 되는 생산성향상시설로 추가하였는데, 위 법률 제6762호의 개정 취지는 ‘ERP(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와 유사한 정보화 시스템인 SCM(공급망관리 시스템설비), CRM(고객관계관리 시스템설비)을 동일하게 세제지원하여 생산성 및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함’이었다. 2010. 12. 27. 법률 제104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24조는 생산성향상시설로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제4호), 전자상거래설비(제5호), 공급망관리 시스템설비(제6호), 고객관계관리 시스템설비(제7호), 구매·주문관리·수송·생산·창고운영·재고관리·유통망 등 물류 프로세스를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효율화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컴퓨터와 그 주변기기, 소프트웨어, 통신설비, 그 밖의 유형·무형의 설비로서 감가상각 기간이 2년 이상인 설비(제8호), 내국인이 고용하고 있는 임원 또는 사용인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을 체계화하고 공유하기 위한 지식관리시스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스템(제9호) 등에 투자하는 경우에 대한 세액공제를 규정하고 있었는데, 2010. 12. 27. 법률 제10406호로 개정되면서 제4호와 제5호가 삭제되었다. 위 개정 취지는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 및 전자상거래설비는 2001년 지원대상에 포함된 이래 금융·유통·제조업 등에 상용화된 설비이므로 그 세제 지원 목적이 달성되어 지원을 중단’하였다는 것이다.

    (다) 협의의 ERP인 구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이 정한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 외에 공급망관리, 고객관계관리, 제품정보관리 등의 기능과 솔루션이 더해진 ‘확장형 ERP’도 ERP로 통칭되는 점, 위 각 시스템들은 기업의 업무 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상호 간에 본질적으로 유사성이 있고,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망라될 수 있으며,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24조 제1항도 각 호의 생산성향상시설로서의 유사함이 있음을 전제로 개정되어 온 점 등에 비추어, ‘확장형 ERP’에 포함될 수 있는 유형의 업무효율화 시스템 또한 이 사건 예외규정의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와 유사한 시스템’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예외규정이 기업 내부의 인적·물적 자원을 전자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에 한정하여 적용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감면요건 규정 가운데에 명백히 특혜규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조세공평의 원칙에도 부합할 뿐 아니라(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두11372 판결 등 참조), 기존에 금융보험업과 연관된 협의의 ERP가 최초로 개발되는 과정에서는 연구개발 위탁비용 세액공제가 인정되기도 하였으나, ERP 시스템 및 그와 유사한 업무 효율화 시스템의 상용화에 따라 세제지원의 필요성이 감소한 점, 동종 업체들이 본질적으로 유사한 기능의 업무 효율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지출하는 위탁비용을 전부 세액공제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이 사건 세액공제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의 주장과 같이 위 감면예외요건을 좁게, 즉 특혜규정을 넓게 해석하기는 어렵다.

   (3) 이 사건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기업의 자원(정보)을 통합·연계하여 원고의 업무수행을 효율화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해 보이고, 전자상거래, 고객관계관리 및 상품정보의 관리 등 기능이 통합되어 있으며, 이 사건 시스템의 개발이 과학적·기술적 불확실성의 체계적인 해소를 위한 것이었다고 보기 어려운바, 이 사건 시스템은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 및 그와 유사한 시스템’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시스템 개발의 위탁비용은 이 사건 예외규정에 따라 이 사건 세액공제의 대상인 연구개발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다) 결론

  이 사건 시스템 개발은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으로서 연구개발에 해당하지 않고, 설령 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위탁개발을 위해 지출한 이 사건 비용은 이 사건 예외규정으로 인해 이 사건 세액공제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