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적 파업 행위로 인한 업무방해 기소유예처분

    헌법재판소 2023. 2. 23. 2014헌마277결정은, 「청구인들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 중 업무방해의 점에 관한 부분은 청구인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라고 하였다.

     

    <전격적 파업행위로 인한 업무방해죄 기소유예 처분>

    헌법재판소 2023. 2. 23. 2014헌마277결정

    1. 사건개요

    가. 청구인들은 2013. 12. 31. 피청구인으로부터 업무방해 및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서울남부지방검찰청 2012년 형제10743호)을 받았는바,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 박○○은 전국언론노동조합 ○○본부(이하 ‘○○ 노조’라 한다) ○○국장, 청구인 옥○○은 ○○ 노조 □□국장, 청구인 김○○은 ○○ 노조 △△국장, 청구인 김□□은 ○○ 노조 ▽▽국장, 청구인 한○○는 ○○ 노조 ○○위원회 편성·제작 부분 간사이다.

    위 청구인들은 정○○를 비롯한 다른 ○○ 노조 집행부 간부들과 공모하여 2012. 1. 30.부터 2012. 7. 17.까지 집단적 노무제공을 거부하고, 파업 집회를 개최하거나 파업 특보 등을 통하여 조합원들에게 파업에 참여할 것을 선동하여 주식회사 ○○방송(이하 ‘○○방송’이라 한다)으로 하여금 방송 차질이 발생하게 하고, 대체 인력 투입과 대체프로그램 제작, 광고수입 감소 등 손해를 입게 하여, 위력으로써 ○○방송의 방송 제작, 편성 및 송출 업무를 방해하고, 2012. 1. 30.부터 2012. 5. 25.까지 ○○방송의 1층 현관 출입문을 봉쇄함으로써 회사 직원 및 방문객들의 출입을 방해하여 ○○방송의 방송 업무를 방해하고, 2012. 2. 13. 유성페인트로 ○○방송 본사 1층 출입문 현판과 로비 기둥에 파업구호를 써놓아 ○○방송 소유의 출입문 현판과 대리석 기둥의 효용을 해하여 업무를 방해하고, 재물을 손괴하였다.」

    나. 청구인들은 2014. 3. 31. 위 기소유예처분으로 인하여 헌법상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에는 폭행, 협박이 수반되지 않은 집단적 노무제공거부가 포함되지 않으므로 이러한 행위가 여기에 포함된다는 해석을 전제로 청구인들에게 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위헌적인 법률에 근거한 것으로서 청구인들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

    나. 대법원은 쟁의행위로서 파업, 즉 집단적 노무제공거부는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런데 청구인들의 노무제공거부는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지 아니하였으므로 위력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4. 판단

    가. 쟁점

    청구인들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근거조항인 형법 제314조 중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나,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재 1998. 7. 16. 97헌바23 결정, 헌재 2005. 3. 31. 2003헌바91 결정, 헌재 2010. 4. 29. 2009헌바168 결정에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고, 최근 헌재 2022. 5. 26. 2012헌바66 결정에서도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 대하여는 수사미진이나 사실오인,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는지 여부만 문제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업무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며( 형법 제314조 제1항),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말한다.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지므로(헌법 제33조 제1항), 쟁의행위로서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 노조의 파업 경위

    김△△은 ○○방송의 청주지사인 청주 ○○방송 사장으로 재임 중이던 2010. 2. 26. ○○방송 대표이사(본사 사장)로 선임되었고, 2011. 2. 28. 연임되었다.

    김△△ 사장의 선임 이후, ‘뉴스데스크’의 주요 현안에 대한 보도 지연, 분량 및 내용 축소 등 불공정 보도, ‘PD수첩’ 제작팀이 제작한 프로그램에 대한 방송보류, 제작진에 대한 인사조치 및 주제 선정과 관련된 지속적인 마찰, ○○방송 라디오본부의 출연진 교체 등 방송편성, 방송내용, 출연자의 선정 등과 관련한 노사 간의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왔다.

    ○○방송과 ○○ 노조는 2011. 6. 30.경 새로운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진행하여 2011. 10. 17.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는데, 여기에는 본부장 견제장치 등 공정방송을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들이 포함되었다.

    그럼에도 방송의 공정성, 부당한 인사조치 등의 이유로 사측과 갈등이 계속되자, ○○ 노조는 ○○방송 측에 단체협약에서 정한 공정방송협의회의 개최를 요구하면서 김△△ 사장의 참석을 요청하였으나, ○○방송은 사장이 반드시 공정방송협의회에 참석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이에 불응하였고, 사장이 아닌 부사장 참석하에 공정방송협의회를 개최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기도 하였다. 이에 ○○ 노조는 2011. 12. 19. 공정방송협의회에 김△△ 사장이 참석할 것, 불공정 보도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쇄신인사를 할 것 등을 요구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김△△ 사장 스스로 용퇴하라고 주장하였고, 2011. 12. 29. 김△△ 사장과의 노사간담회 자리에서 불공정 보도에 대한 책임으로 보도국 쇄신인사를 요구하였으며, 2012. 1. 3. 재차 김△△ 사장에게 공정방송협의회 개최 및 인적쇄신 요구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며, 그 주까지 답변이 없으면 전면전에 돌입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명하였다.

    ○○ 노조는 이후 몇 차례의 의견 표명 및 발표, 결의 등을 하였고, 2012. 1. 18. 김△△ 사장 퇴진 투쟁 등에 대한 조합원 의견수렴 결과를 공표하면서 같은 달 25.부터 사흘 동안 파업 찬반투표를 하겠다고 공지하였으며, 2012. 1. 25. 파업 찬반투표 실시를 다시 안내하였다. 이에 ○○방송은 2012. 1. 25. ○○ 노조에 ‘이 사건 파업은 법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불법행위이므로, 현재 진행 중인 파업 찬반투표를 철회하고, 예정된 총파업을 자제해 줄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2012. 1. 25.부터(부재자투표는 2012. 1. 19.부터) 2012. 1. 27.까지 총파업 실시를 위한 찬반투표가 실시되었고, 전체 조합원 939명 중 783명(83.4%)이 투표에 참여하여 그 중 533명(69.4%)이 파업에 찬성하였다. ○○ 노조는 위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2012. 1. 27. ○○방송에 쟁의행위 발생을 통보하고 2012. 1. 30. 06:00부터 파업을 개시하였으며(이하 ‘이 사건 파업’이라 한다), 파업의 목적을 ‘공영방송 ○○의 정상화를 위한 총파업 투쟁’으로 표방한 ‘총파업지침 1호’를 조합원들에게 전달하였다.

    ○○방송은 2012. 2. 14. ○○ 노조 및 청구인들을 비롯한 그 지도부 구성원들을 상대로 업무방해금지등가처분을 신청하였고(서울남부지방법원 2012카합294), 법원은 위 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① ○○ 노조 또는 청구인들을 포함한 피신청인들이 직접 또는 제3자를 시켜 ○○방송의 사업장이나 그 소재 건물의 일부를 점거하고 집회를 여는 행위, ② ○○방송의 사업장이나 그 소재 건물 내부에 ‘김△△ 사퇴 요구’나 ‘공정방송 사수’ 등의 내용을 담은 현수막, 전단지, 대자보를 붙이거나 페인트 등으로 그 내용을 벽이나 기둥 등에 그리는 행위, ③ 위 사업장이나 그 소재 건물의 정문 등 출입구를 가로막아 ○○방송 임직원들의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가처분 결정을 하였고, 그 결정이 2012. 6. 14. ○○ 노조 및 청구인들을 비롯한 피신청인들에게 고지되었다. ○○ 노조는 위 결정에 따라 2012. 6. 15.부터 ○○방송 본사 사옥 내의 간부직원 피케팅을 중단하였고, 위 ○○방송 본사의 정문 또는 남문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가두서명운동을 하는 등으로 파업 방식을 전환하였다. 1인 시위는 2012. 7. 17.까지 계속되었고, 간부직원 피케팅은 2012. 6. 19.부터 정문 및 남문 앞에서 재개되어 2012. 7. 12.까지 계속되었다.

    파업기간 동안 보도 프로그램 및 일부 예능프로그램이 결방 또는 축소되었고, 드라마 PD들이 파업에 가세한 이후 일부 드라마가 1주일 동안 결방되기도 하였으며,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교체되기도 하였다.

    ○○ 노조는 2012. 7. 17. 파업의 잠정 중단을 선언하고 조합원들에게 다음 날 09:00부로 업무에 복귀하도록 지시하였고, 이에 따라 파업이 종료되었다.

    (3) 전격성 요건 충족 여부

    이 사건 수사기록 등 증거자료에 의하면, ① ○○ 노조는 김△△ 사장의 취임 당시부터 공정한 방송의 보장을 요구하며 노동조합 활동을 해왔고, 2011년도부터 공정한 방송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 해결을 위해 ○○방송 측에 단체협약에서 정한 공정방송협의회의 개최를 여러 차례 요구하여 온 점, ② ○○방송은 위 요청을 거부하거나 김△△ 사장이 아닌 부사장 참석 하에 공정방송협의회를 개최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여 몇 차례 외에는 공정방송협의회가 개최되지 않았던 점, ③ ○○방송은 단체협약에 규정된 공정방송 보장에 관한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이로 인해 노사관계의 균열이 급속히 진행되었던 점, ④ ○○ 노조는 2011. 12. 19. ○○방송 측에 공정방송을 위한 쇄신인사를 요구하며 위와 같은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김△△ 사장 스스로 용퇴하라고 주장하였고, 2011. 12. 29. 김△△ 사장과의 노사간담회 자리에서 불공정 보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으로 보도국 쇄신인사를 요구하였으며, 2012. 1. 3.에도 이에 대한 답변이 없으면 전면전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하였고, 이후 몇 차례 걸쳐 의견 표명 및 발표, 결의 등을 하였던 점, ⑤ ○○방송이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한 사유를 이유로 일부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처분을 단행하여 노사 간의 갈등이 더욱 증폭되었던 점, ⑥ ○○방송과 ○○ 노조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자 ○○방송 경영본부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김△△ 사장에게 보고하면서, 파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정 부분 인사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으나 인사교체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던 점, ⑦ 위 경영본부장이 보도부분 상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점을 자신을 포함한 ○○방송 구성원들 대다수가 충분히 예측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파업이 ○○방송이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대법원 2022. 12. 16. 선고 2015도8190 판결 참조).

    (4) 중대성 요건 충족 여부

    이 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하여 보도 프로그램이 단축 방송되고, 예능시사 프로그램의 일부가 결방․재방단축방송 되었으며, 파업기간 동안 시청률이 하락하고, 광고수입이 감소하였으며, 대체 인력투입과 대체 프로그램 제작 등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한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방송은 이 사건 파업이 계속 되는 동안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여 인건비를 절감하였으며, 방송프로그램의 제작 중단으로 인해 제작비를 절감하기도 하였다. 또한 단체행동권에 있어서 쟁의행위는 사용자의 업무에 어느 정도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수사기록 등을 통해 인정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하여 ○○방송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가 초래되어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소결

    이상과 같이, 이 사건 파업이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함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피청구인이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아 형법 제314조 제1항을 적용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이나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피청구인이 2013. 12. 31. 서울남부지방검찰청 2012년 형제10743호 사건에서 청구인들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 중 업무방해의 점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관련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14조(업무방해) ①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