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 새로 도입된 ‘비급여 진료비용의 보고제도’ 및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제도’에 대하여 헌법재판소 2023. 2. 23. 2021헌마374 결정은, ① 의료기관의 장으로 하여금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비급여 진료비용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도록 한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 중 ‘비급여 진료비용’에 관한 부분 및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에 관한 현황조사·분석 결과를 공개하도록 한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 제3조 중 ‘의료법 제3조 제2항 제1호에 따른 의료기관’ 의 ‘비급여 진료비용’에 관한 부분(이 사건 고시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② 청구인 최○○, 이○○의 이 사건 고시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를 각하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보건복지부는 2022년 12월 보고의무조항의 위임에 따라 구체적인 보고대상 등을 정한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기준’(보건복지부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하였다. 헌법재판소가 보고의무조항에 대하여 합헌결정이 선고하여 위 개정 고시(비급여 진료비용의 보고제도)가 곧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 2023. 2. 23. 2021헌마93 결정은 보고의무조항과 의료기관 개설자로 하여금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비급여 대상을 제공하려는 경우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에게 진료 전 해당 비급여 대상의 항목과 가격을 직접 설명하도록 한 의료법 시행규칙 제42조의2 제2항 본문에 관하여는 기각결정을 선고하였다.
<비급여 진료비용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사건>
1. 사건개요
○ 청구인들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과 의료소비자인 일반 국민들이다.
○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 제92조 제2항 제2호에 의하면, 의료기관의 장은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비급여 진료비용과 제증명수수료의 항목, 기준, 금액, 진료내역 등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여야 하고 이를 위반한 자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 의료법 제45조의2 제2항, 구 의료법 시행규칙 제42조의3 제1항,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 제3조에 의하면,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현황조사·분석 결과의 공개대상인 의료기관이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되었다.
○ 의료법 제45조의2 제3항, 제92조 제2항 제3호에 의하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기관의 장에게 자료제출을 명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한 자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 의료법 제45조의2 제4항,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 제4조 제2항 별표 1에 의하면,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항목이 확대되었다.
○ 청구인들은 위 조항들에 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청구인 최○○, 이□□는 일반 국민인바, 의료기관의 장이 보고의무를 이행하면 환자들의 비급여 진료내역에 관한 정보가 보건복지부에 제공된다는 점에서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이 발생하지만, 일반 국민이 비급여 진료비용의 공개로 인해 어떠한 불이익을 입는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고시조항에 대해서는 자기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3. 본안에 대한 판단
가. 보고의무조항에 관한 판단
(1) 법률유보원칙 위반 여부
보고의무조항은 ‘비급여 진료비용의 항목, 기준, 금액, 진료내역’을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보고의무에 관한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사항을 법률에서 직접 정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보고대상이나 범위는 비급여의 유형과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보고방법이나 절차 등도 전문적·기술적 사항이므로 반드시 입법자가 정해야 할 본질적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보고의무조항은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2)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
○ 앞서 본 바와 같이 보고의무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은 하위법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 보고의무조항은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현황조사를 통해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인바, 진료비의 규모와 사회적 수요 등을 고려할 때 국민 의료비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비급여 항목이 보고대상이 될 것이고, 상병명, 수술·시술명 등 비급여의 실태파악을 위해 필요한 정보가 보고대상인 ‘진료내역’에 포함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 환자의 신상정보는 보고의무조항의 입법목적과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가명처리한 개인정보만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공익목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개인정보 보호법’의 취지와 관련 규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보고의무조항에 따라 환자의 동의 없이 수집하는 ‘진료내역’에는 환자 개인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신상정보가 포함되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 그러므로 보고의무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3)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 보고의무조항은 과도한 비급여 진료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의료기관을 감독하고, 보고된 정보의 현황분석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와 의료선택권을 보장하며,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하여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한 입법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며, 비급여 진료정보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게 하는 것은 위 목적 달성에 효과적인 수단이다.
○ 침해의 최소성
– 비급여는 급여와 달리 적정한 사회적 통제기전이 없어 국민들이 해당 비급여의 필요성과 위험성을 바탕으로 사전에 진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체계가 부족하다. 이는 적정한 비용으로 필요한 시기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의료보장제도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하는 것이므로, 비급여의 관리는 헌법 제36조 제3항에 따라 적극적으로 국민의 보건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할 국가의 책무에 해당한다.
– 그동안 시행되었던 표본조사의 방법으로는 비급여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고, 급여화 가능성이 낮더라도 사회적으로 모니터링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항목들도 그 현황을 파악하여 결과를 공개할 필요가 있으므로 단순히 급여화가 필요한 항목만 보고대상으로 삼아서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 병원마다 제각각 비급여 진료의 명칭과 코드를 사용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비급여 항목만으로 정확한 내용을 알 수가 없으므로 상병명·시술명 등 구체적인 진료내역을 추가로 조사할 수밖에 없다.
– 보고의무조항에 따른 보고대상인 ‘진료내역’에는 해당 정보가 누구에 관한 것인지를 특정할 수 있게 하는 환자의 개인정보는 제외된다고 해석되므로 환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
– 보고의무조항에 따라 보고된 정보는 입법목적에 필요한 용도로만 제한적으로 이용하고 안전하게 관리되도록 관련 법률에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 의료기관의 장은 반기마다(연 2회) 보고의무를 부담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행하는 비급여 진료항목은 전문분야에 따라 그 수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보고의무 이행이 의사의 진료활동에 큰 부담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
– 그러므로 보고의무조항은 침해 최소성이 인정된다.
○ 법익 균형성
이미 살핀 바와 같이 보고의무조항으로 인해 제한되는 사익의 정도가 그다지 크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보고의무조항은 비급여 진료의 현황조사를 통한 건강보험의 확대 등 국민 보건 향상을 위한 것으로 이러한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 따라서 보고의무조항은 법익 균형성을 갖추었다.
○ 소결
그러므로 보고의무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나. 이 사건 고시조항에 관한 판단
(1) 법률유보원칙 위반 여부
○ 이 사건 고시조항이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 사건 고시조항의 내용이 상위법령인 의료법 제45조의2 제4항(이하 ‘이 사건 위임조항’이라 한다)과 의료법 시행규칙 제42조의3 제2항(이하 ‘이 사건 시행규칙 조항’이라 한다)으로부터 위임받은 범위 내에서 규율된 것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위 상위법령도 위임입법의 한계를 준수한 것이어야 한다.
○ 이 사건 위임조항은 ‘현황조사·분석 및 결과 공개의 범위·방법·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바, 위임입법의 한계를 준수하였다.
– 비급여는 그 유형과 종류가 다양하므로 현황조사·분석 및 결과 공개의 ‘범위’를 일률적으로 정하기 쉽지 않고, 그 ‘방법’이나 ‘절차’도 당시의 의료상황과 기술 등을 고려하여 탄력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으므로, 위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제도의 입법목적을 고려하면, 많은 환자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사회적·의료적 수요가 큰 비급여 항목이 공개대상이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고, 공개 방법과 절차도 그동안 병원급 의료기관을 상대로 시행해 온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제도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 이 사건 시행규칙 조항은 이 사건 위임조항의 위임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현황을 조사·분석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의료기관’을 보건복지부장관의 고시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바, 재위임의 한계를 준수하였다.
– 의료법 시행규칙 제42조의3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진료횟수나 비용, 수요 등을 고려할 때 전체 비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항목들이 보고대상이 될 것임을 알 수 있고, 결국 그러한 비급여 진료를 주로 수행하는 의료기관이 보고 및 결과공개 대상인 의료기관이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의료법령의 체계와 관련규정에 비추어 이 사건 시행규칙 조항에서 정한 의료기관의 범위나 한계를 어느 정도 확정할 수 있으므로 백지위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 이 사건 고시조항은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현황을 조사·분석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의료기관’에 관하여 정한 것이므로 이 사건 시행규칙 조항으로부터 위임받은 범위 내에서 규정하고 있다.
○ 따라서 이 사건 고시조항은 위임입법의 헌법적 한계를 준수한 상위법령에 근거하여 그 위임범위 내에서 규정한 것이므로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이 사건 고시조항은 의료소비자의 알권리와 의료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의료기관별 비급여 진료비용이 공개되면 의료소비자들이 의료기관을 선택하거나 비급여 진료를 이용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 침해의 최소성
– 의료소비자는 정보의 전문성과 비대칭성으로 인하여 비급여 비용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료기관별, 비급여 항목별, 최저·최고비용, 동일 규모 의료기관의 평균 진료비용을 공개하고 있는바, 이를 통해 국민들은 자신이 방문하고자 하는 지역의 비급여 진료비용을 미리 알 수 있고 각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을 비교하여 선택할 수 있다.
–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한다고 하여 비용을 규제하거나 획일화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의료기관들은 최선의 노력과 비용을 투자하여 비급여 진료를 함으로써 자신의 능력과 창의를 발휘할 수 있고, 각 의료기관이 처한 다양한 사정과 여건을 고려하여 자유롭게 비급여 진료비용을 결정할 수 있다.
– 의료소비자는 의료기관의 명성과 위치, 의료의 질과 서비스 수준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의료기관을 찾게 되므로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한다고 하여 최저가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무리하게 진료비를 낮춰 환자를 유인한 후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를 받게 하는 사례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규제하기 위한 여러 의료법 규정과 제도들이 마련되어 있다.
– 비급여 고지제도 및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만으로는 의료소비자의 알권리와 의료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없다.
– 이상의 점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고시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된다.
○ 법익 균형성
이미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고시조항으로 인해 제한되는 사익의 정도가 크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이 사건 고시조항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 따라서 법익 균형성을 갖추었다.
○ 소결
이 사건 고시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 의료법(2020. 12. 29. 법률 제17787호로 개정된 것) 제45조의2 제1항 중 ‘비급여 진료비용’에 관한 부분(이하 ‘보고의무조항’이라 한다), ②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2021. 3. 29. 보건복지부고시 제2021-100호) 제3조 중 ‘의료법 제3조 제2항 제1호에 따른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고시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의료법(2020. 12. 29. 법률 제17787호로 개정된 것)
제45조의2(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현황조사 등) ① 의료기관의 장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용 및 제45조 제2항에 따른 제증명수수료(이하 이 조에서 “비급여 진료비용 등”이라 한다)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2021. 3. 29. 보건복지부고시 제2021-100호)
제3조(대상 의료기관) 규칙 제42조의3 제1항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항목, 기준 및 금액 등에 관한 현황조사·분석·공개 대상 의료기관은 「의료법」제3조 제2항 제1호 및 제3호에 따른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