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원조치 후 하지마비 영구장해, 손해배상 여부
가. 하지마비 의료사고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허리통증 등의 증상으로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원고 A에 대하여 전공의 C가 요추 MRI 검사 등을 시행한 다음 상당량의 척추 경막외 혈종이 확인됨에도 척추관 협착증 및 추간판 탈출증으로만 진단한 후 원고 A의 자택 인근의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전원조치를 하였고, 이후 원고 A는 마미증후군 등 신경학적 증상이 악화되어 피고병원으로 재전원되어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하지마비의 영구장해가 발생하여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나. 의사의 환자에 대한 진료상 주의의무의 내용 및 진단상의 과실 유무의 판단기준
의사가 진찰ㆍ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사람의 생명ㆍ신체ㆍ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행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진단은 문진ㆍ시진ㆍ촉진ㆍ청진 및 각종 임상검사 등의 결과에 기초하여 질병 여부를 감별하고 그 종류, 성질 및 진행 정도 등을 밝혀내는 임상의학의 출발점으로서 이에 따라 치료법이 선택되는 중요한 의료행위이므로,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해당 의사가 비록 완전무결한 임상진단의 실시는 불가능할지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 안에서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와 의학지식 및 경험에 기초하여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이를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따져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1. 3. 23. 선고 99다48221 판결,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다3822 판결 등 참조).
다. 대법원, 진단 상황, 충분한 정보제공 등과 하지마비 영향을 판단해야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0다217533 판결은, 당시 전공의 C가 원고 A의 요추 MRI 검사에서 척추 경막외 혈종을 쉽게 진단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만약 이를 진단하지 못하였다면 당시의 보존적 치료가 적절한 조치였는지, 진단을 하였더라도 전원조치 시 원고 A와 보호자에게 경막외 혈종 등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 또는 설명하였는지, 이러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원고 A의 하지마비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심리하여 주의의무 위반여부와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여부를 확인하였어야 한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파기ㆍ환송하였다.
2. 수인한도 넘는 불성실 진료, 손해배상 여부
가. 불성실 진료, 위자료 손해배상청구
환자(65세, 여자)가 감기몸살 증상으로 의원에서 수액을 투여받던 중 호흡곤란을 호소하였고, 의사는 진찰 후 ‘택시를 타고 큰 병원으로 가라’고 전원을 권고하였다. 환자는 의원을 걸어 나와 5분이 지난 후 쓰러졌고, 119 구급차로 후송되던 중 심정지가 발생하였으며, 약 20개월 후 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다.
⇒ 수인한도를 넘는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 여부가 문제가 되었다.
나. 2심, 수인한도 넘어 불성실한 진료 위자료 인정
원심은, 의사인 피고의 잘못으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하였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면서도, 피고가 망인에게 호흡곤란이 발생하였을 때 망인의 혈압, 맥박, 호흡수 등을 측정하지 않았고 망인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지 않았으며 택시를 불러 망인이 즉시 탑승할 수 있게 하거나 구급차를 호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송 과정에 관여하지 않은 행위는 일반인의 처지에서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행한 것이라고 평가된다는 등의 근거를 들어 피고에게 위자료 지급을 명하였다.
다. 수인한도 넘는 불성실한 진료 판단 기준 및 전원권고 이후 사망에 위자료 부정
1) 수인한도를 넘는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로 인한 위자료를 인정하기 위한 판단 기준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일반인의 처지에서 보아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행한 것이라고 평가될 정도에 이른 경우라면 그 자체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하여 그로 말미암아 환자나 그 가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배상을 명할 수 있으나, 이때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정도로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하였다는 점은 불법행위의 성립을 주장하는 피해자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4다61402 판결,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8다10562 판결 등 참조).
의료진이 임상의학 분야에서 요구되는 수준에 부합하는 진료를 한 경우 불성실한 진료를 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으므로, 수인한도를 넘는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는 의료진에게 현저한 주의의무 위반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수인한도를 넘는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로 인한 위자료는, 환자에게 발생한 신체상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와 관련된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것이 아니라 불성실한 진료 그 자체로 인하여 발생한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불성실한 진료로 인하여 이미 발생한 정신적 고통이 중대하여 진료 후 신체상 손해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별도의 위자료를 인정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마땅한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2) 대법원, 이송에 적극 관여 안하더라도 수인한도 넘는 불성실 진료 아냐
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2다306185 판결은, 위 법리를 설시하면서 망인이 피고 의원에 내원하였다가 주사를 투여 받은 후 전원 권고를 받고 피고 의원을 부축 받아 걸어 나왔다면, 원심이 들고 있는 것처럼 망인의 혈압 등을 측정하지 않았다거나 이송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행위만으로 피고가 일반인의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ㆍ환송하였다.
3. 의료사고, 손해배상책임과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차이
가. 의사인 피고인이 간호사에게 환자 감시 업무를 맡기고 수술실을 이탈한 후 피해자인 환자에게 심정지가 발생하여 사망,사인 불상
(형사사건 주요 사실관계)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A은 B(1942년생 남자)에 대하여 마취를 시행한 후 간호사에게 환자 감시를 맡긴 뒤 수술실을 이탈하였다. 이후 B는 저혈압이 발생하며 혈압 회복과 저하가 반복되었고 이에 간호사는 A을 몇 차례 호출하였으나, A이 피해자의 심정지 발생 후에야 수술실에 복귀하여 심폐소생술 등의 조치를 취하였고 B는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민사사건 주요 사실관계) B가 ‘오른쪽 어깨 전층 회전근개파열과 어깨충돌 증후군 소견’으로 전신마취 아래 관정결 시술을 받던 중 수 차례 혈압상승제 투여에도 불구하고 저혈압 증상이 반복되다가 사망하였고, 부검에도 불구하고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 위 형사사건, 민사사건 주요 사실관계는 동일 사안의 사실관계를 민사사건, 민사사건 판단에 필요한 사실관계로 나눈 것이다.
나. 손해배상책임 여부
1) 진료상 과실이 인정된 경우 진료상 과실과 환자의 사망 등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요건 및 기준
진료상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손해가 발생하는 것 외에 주의의무 위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환자 측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고, 현대의학지식 자체의 불완전성 등 때문에 진료상 과실과 환자 측에게 발생한 손해(기존에 없던 건강상 결함 또는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거나, 통상적으로 회복가능한 질병 등에서 회복하지 못하게 된 경우 등) 사이의 인과관계는 환자 측뿐만 아니라 의료진 측에서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증명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환자 측이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수준에서 통상의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위반 즉 진료상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의 존재를 증명하고, 그 과실이 환자 측의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인과관계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 여기서 손해 발생의 개연성은 자연과학적, 의학적 측면에서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될 필요는 없으나, 해당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의학적 원리 등에 부합하지 않거나 해당 과실이 손해를 발생시킬 막연한 가능성이 있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에는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되는 경우에도 의료행위를 한 측에서는 환자 측의 손해가 진료상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여 추정을 번복시킬 수 있다.
⇒ 의료과오 민사소송에서 인과관계 증명완화 법리를 새로 설시하였다.
2) 대법원, 진료상 과실과 사망사이 인과관계 추정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은, 진료상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인과관계 추정에 관한 위 법리를 새로 설시하고, 이 사건에서 마취과 전문의에게는 응급상황에서 간호사의 호출에 즉시 대응하지 못한 진료상 과실이 있고,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만약 마취과 전문의가 간호사 호출에 대응하여 신속히 혈압회복 등을 위한 조치를 하였더라면 저혈압 등에서 회복하였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보이므로 진료상 과실은 망인의 사망을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으며, 따라서 피고 측에서 망인의 사망이 진료상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지 아니하는 이상, 진료상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측 상고를 기각하였다.
다. 업무상과실치사죄 여부
1) 형사사건에서 의사의 업무상 과실과 사망 등 결과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증명의 정도(=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
의사에게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료행위 과정에서 공소사실에 기재된 업무상과실의 존재는 물론 그러한 업무상과실로 인하여 환자에게 상해ㆍ사망 등 결과가 발생한 점에 대하여도 엄격한 증거에 따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116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검사는 공소사실에 기재한 업무상과실과 상해ㆍ사망 등 결과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하고, 의사의 업무상 과실이 증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인과관계가 추정되거나 증명 정도가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형사재판에서는 인과관계 증명에 있어서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을 요하므로 그에 관한 판단이 동일 사안의 민사재판과 달라질 수 있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102 판결 등 참조).
2) 대법원,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증명 부족(무죄 취지)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1도1833 판결은, 마취유지 중 환자감시 등의 업무상 과실은 인정된다고 할 수 있으나, 마취과 간호사는 피고인이나 다른 마취과의사의 구두지시를 받아 반복적인 혈압상승제 투여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계속적으로 혈압 저하 증상을 보이다가 사망하였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를 관찰하거나 간호사의 호출을 받고 신속히 수술실에 가서 대응하였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더 할 수 있는지, 그러한 조치를 취하였다면 피해자가 심정지에 이르지 않았을 것인지 알기 어려운 점, 피해자에게 심정지가 발생하였을 때 피고인이 피해자를 직접 관찰하고 있다가 심폐소생술 등의 조치를 하였더라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 대한 증명도 부족한 점, 피해자의 부검이 이루어졌음에도 피해자의 사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사정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가 사망하게 되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업무상과실치사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ㆍ환송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