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상저작물 편집하다 사망 유족급여 및 장의비지급 거부
● A프로덕션㈜(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 ㈜B프로덕션(이하 이 사건 사업장과 ㈜B프로덕션을 포괄하여 ‘공동제작사’라 한다)은 2015. 4.경 주식회사 C방송(이하 ‘C방송’이라 한다)과, 공동제작사가 ‘○○○ ○’이라는 드라마(이하 ‘이 사건 드라마’라 한다)를 제작하여 ○○방송에 납품하는 내용의 영상저작물 외주제작계약(이하 ‘이 사건 외주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 망인은 2015. 1. 26. 공동제작사와, 망인이 스텝으로서 이 사건 드라마의 편집업무를 수행하고 이 사건 사업장으로부터 드라마 1회당 3,500,000원의 대금을 수령하는 등의 내용으로 업무위탁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 이 사건 드라마는 2015. 3. 14.부터 주 2회 방송되었다. 망인은 보조편집자인 D와 함께 ○○방송 5층 편집실에서 공동제작사가 촬영을 완료한 부분의 1차 편집을 진행한 다음, 연출자의 지시를 받아 송출용 최종 완성분 편집 작업을 하였다.
● 망인은 2015. 8. 1. 22:00경 ○○방송 5층 편집실에서 연출자, 종합편집실 스텝, 제작진과 함께 이 사건 드라마의 편집업무를 마친 후 같은 층에 있는 숙직실로 들어갔고, 22:15경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망인은 2015. 8. 5. 뇌경색을 원인으로 하는 뇌부종을 직접사인으로 하여 사망하였다.
● 피고는 2019. 3. 27. 망인의 부친인 원고에게 ‘망인은 업무상 질병인 뇌경색으로 사망하였으나,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위탁용역대금을 받은 자유직업소득자로서 공동제작사의 복무규정이나 업무지시에 따르지 않고 근무시간과 장소에 제약이 없었으며, 보조편집자를 채용하여 업무를 지시하였으므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업무위탁계약 드라마 편집업무 담당자의 산업재해보상법의 근로자 여부
가. 쟁점
업무위탁계약으로 드라마 편집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업무 수행중에 사망한 경우 산업재해보상법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이러한 사람은 자유직업소득자로서 사업장의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사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으며, 계약대금에서 사업소득세가 원천징수 되어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다.
나. 법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의 취지상 근로자라고 인정
법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의 취지상 업무위탁계약 형식을 취하고 있더라도 드라마 편집 업무의 특성을 고려하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장과 사용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라고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다. 산업재해보상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이유
◧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는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해의 예방과 보상을 공적 보험을 통해 산업과 사회 전체가 분담토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비록 이 사건 계약이 업무위탁계약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망인은 임금을 목적으로 이 사건 사업장과 사용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라고 인정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 ○○방송은 대본 내용의 변경, 납품된 드라마의 수정 등을 통하여 공동제작사에게 이 사건 드라마 제작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를 할 수 있다. 공동제작사는 드라마 제작을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없고, 망인이 독립하여 그 완성 등을 결정할 수 없는 편집 업무를 담당하게 하였다. 다만, 연출자와 소통이 중요한 편집업무의 특성에 따라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을 거치지 않고 연출자로부터 직접 업무내용을 지시받도록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하였다. 공동제작사 중 이 사건 계약대금을 부담한 이 사건 사업장이 실질적으로 망인을 지휘․감독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 이 사건 외주계약에 따르면, 공동제작사는 ○○방송의 동의를 얻거나 요구에 따라 수정한 대본으로 이 사건 드라마를 제작한다(제2조). ○○방송은 납품된 드라마를 검수 후 공동제작사에게 하자의 수정을 요구할 수 있고, ○○방송이 수정을 요구하지 않아야 납품이 완료된 것으로 본다(제7조). 공동제작사는 이 사건 드라마 제작을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없다(제17조).
• 방송프로그램 제작 시 편집 관련 업무는 연출자와 소통이 중요하므로, 연출자가 편집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공동제작사도 연출자의 요청에 따라 망인과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망인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편집업무를 수행할 의무를 부담한다.
• 공동제작사는 이 사건 드라마 제작비용에 관하여 ㈜B프로덕션이 출연료를, 이 사건 사업장이 스텝비용을 포함한 나머지 제작비를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
• 망인은 연출자의 지시에 따라야 하고, 업무 결과를 연출자에게 보고하며, 필요하거나 요청이 있을 경우 공동제작사에도 보고하여야 한다(이 사건 계약 제3조 제1, 3항). 망인이 한 편집업무는 드라마 제작의 필수작업이나, 망인의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완성 여부가 정하여지는 작업이라 보기 어렵다.
● 망인은 드라마 제작일정에 맞추어 ○○방송 편집실에서 편집업무를 수행해야 했으므로, 근무시간과 장소가 이 사건 계약에 의하여 지정되었다.
• 공동제작사는 방송 4시간 전까지 이 사건 드라마를 완성하여 ○○방송에 완제테이프를 납품하여야 하고(이 사건 외주계약 제6조, 특약사항 9.), 망인은 이 사건 드라마의 연출자가 정하는 제작일정 및 방식에 따라야 했다(이 사건 계약 제3조 제2항).
• 망인은 공동제작사의 촬영이 완료된 데이터가 도착한 때부터 방송 전까지 편집업무를 수행하여야 하고, 통상 방송 당일 최종 작업을 하였다.
• 일반적으로 편집자는 방송국에서 제공하는 편집실에서 작업한다. ○○방송은 공동제작사에 제작인프라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이 사건 외주계약 특약사항 8의 가), 이 사건 사업장에 편집장비가 설치된 5층의 편집실을 배정하였다.
• 망인은 2015. 8. 1. 쓰러지기 전에도 ○○방송의 편집실에서 연출자 등과 이 사건 드라마 편집업무를 수행하였다.
● 망인은 계속적․전속적으로 이 사건 사업장에서 편집업무를 수행하였다. 이 사건 계약기간을 사전에 명확히 특정할 수 없었고, 편집업무, 즉 근로의 대가를 회당 일정한 금액의 형식으로 수령하였다.
• 이 사건 드라마 편집업무에 1회 당 약 3~4일이 소요되었고, 망인은 매주 2회분씩 작업하였다. 망인이 편집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대행하게 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
• 망인은 공동제작사의 동의 없이는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면서 제3자에게 업무를 제공할 수 없다(이 사건 계약 제3조 제4항).
• 이 사건 드라마는 50부작이나 ○○방송의 사정에 따라 증감될 수 있다. 이 사건 계약기간은 드라마 촬영종료 시점까지로, 제작편수의 증감에 따라 종기가 변동될 수 있다.
● D는 이 사건 계약과 같은 날인 2015. 1. 26. 공동제작사와, D가 스텝으로서 이 사건 드라마의 편집보조 업무를 수행하고 이 사건 사업장으로부터 월 3,500,000원을 수령하는 등의 내용으로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였다. D는 연출자의 지시에 따르고, 연출자에게 결과를 보고할 의무가 있었다. 망인이 D를 채용하여 업무지시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 이 사건 계약에서 망인을 자유직업소득자로서 이 사건 사업장의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이 망인에게 적용되지 않도록 정한 사실, 망인이 사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으며, 망인이 지급받은 계약대금에서 사업소득세가 원천징수 되었다는 사정이 있으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앞에서 본 사실과 사정에 비추어 망인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