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언과 사인증여
가. 방식을 갖추지 못한 유언의 효력
민법 제1065조 내지 제1070조가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바, 민법 제1070조 제1항이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인하여 민법 제1066조 내지 제1069조 소정의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및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하여 할 수 없는 경우에 허용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 유언자가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에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유언자의 진의를 존중하기 위하여 유언자의 주관적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지만,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및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한 유언이 객관적으로 가능한 경우까지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을 허용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17800 판결).
⇒ 자필증서ㆍ녹음ㆍ공정증서 및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한 유언이 객관적으로 가능한 경우,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허용되지 않는다.
나. 자필증서 유언 방식을 규정한 민법 제1066조 제1항의 위헌 여부
1)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날인’이 유언자의 재산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 침해 여부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날인’ 부분에 대하여 2008. 3. 27. 2006헌바82 결정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날인’ 부분은 유언자의 사망 후 그 진의를 확보하고, 상속재산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 사이의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여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며, 상속제도를 건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가장 간이한 방식의 유언이지만 위조나 변조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고 유언자의 사후 본인의 진의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방식을 구비할 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는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다.
한편, 동양문화권인 우리나라에는 법률행위에 있어서 인장을 사용하는 오랜 법의식 내지 관행이 존재하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날인’ 부분은 이와 같은 법의식 내지 관행에 비추어 성명의 자서만으로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부족하다는 고려에 입각하고 있으므로 성명의 자서 외에 날인이라는 동일한 기능을 가진 두 가지 방식을 불필요하게 중복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나아가 유언자로서는 무인을 통하여 인장을 쉽게 대체할 수 있고, 민법이 마련하고 있는 다른 방식의 유언을 선택하여 유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으며, 생전에 수증자와 낙성ㆍ불요식의 사인증여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도 있으므로, 날인을 요구하는 것은 기본권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위반되지 않을 뿐 아니라 법익균형성의 요건도 갖추고 있다.
⇒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 있어서 ‘주소의 자서’와 ‘날인’을 유효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066조 제1항 중 ‘주소’ 및 ‘날인’ 부분(이하 한정된 부분을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 중에서 ‘날인’ 부분이 유언자의 재산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2)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주소’가 유언자의 재산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 침해하는지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주소’ 부분 역시 유언자의 인적 동일성을 명확히 함으로써 유언자의 사망 후 그 진의를 확보하고, 상속재산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 사이의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여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 상속제도를 건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성명의 자서로 유언자의 인적 동일성이 1차적으로 특정될 것이지만 특히 동명이인의 경우에는 유언자의 주소가 그 인적 동일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간편한 수단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문, 성명의 자서에다 주소의 자서까지 요구함으로써 유언자로 하여금 보다 신중하고 정확하게 유언의 의사를 표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다.
한편,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자서를 요구하는 주소는 유언자의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이면 되고, 반드시 주민등록법에 의하여 등록된 곳일 필요가 없으므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을 할 정도의 유언자라면 쉽게 이를 기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소의 기재는 반드시 유언전문과 동일한 지편에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유언증서로서의 일체성이 인정되는 이상 주소는 유언증서를 담은 봉투에 기재하여도 무방하므로 유언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유언의 요식주의를 취하는 이상, 유언을 하는 자가 당연히 작성할 것이라고 기대되는 ‘유언의 전문, 유언자의 성명’ 등과 같은 최소한의 내용 이외에 다른 형식적인 기재 사항을 요구하는 것은 유언의 요식주의를 관철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으며, ‘주소의 자서’는 다른 유효요건과는 다소 다른 측면에서 의연히 유언자의 인적 동일성 내지 유언의 진정성 확인에 기여하는 것이므로 기본권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위반되지 않을 뿐 아니라 법익균형성의 요건도 갖추고 있다(헌재 2008. 12. 26. 2007헌바128 결정).
⇒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주소’ 부분이 유언자의 재산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다. 유언의 방식이 사인증여에 준용 여부
1) 유언이 아닌 것을 유언이라고 시인한 것이 민사소송법상 자백이 되는지 여부(소극)
법률상 유언이 아닌 것을 유언이라고 시인하였다 하여 그것이 곧 유언이 될 수 없고 이와 같은 진술은 민사소송법상의 자백이 될 수가 없다.
2) 유증의 방식에 관한 민법 제1065조 내지 제1072조가 사인증여에 준용되는지 여부(소극)
민법 제562조는 사인증여에 관하여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유증의 방식에 관한 민법 제1065조 내지 제1072조는 그것이 단독행위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계약인 사인증여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0다66430,66447 판결).
2. 사망 전 유언 모습 촬영의 효력 여부
가. 사망 전 유언 촬영과 소유권이전등기청구
망인이 사망 전 유언하는 모습을 촬영한 망인의 차남인 원고가 사인증여를 원인으로 다른 상속인들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였다.
나. 2심, 사인증여 효력 인정
원심은, 망인이 그 소유의 각 부동산을 원고(차남)와 원심 공동피고 ○○○(장남)에게 일부씩 분배하는 취지로 말하였고, 그 모습을 원고가 동영상으로 촬영한 사실 등을 종합하여, 망인의 원고에 대한 사인증여로서 효력을 갖는다고 판단하였다.
다. 유언의 효력 부인하더라도 사인증여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1) 대법원, 유언의 효력과 사인증여 효력 부정
대법원 2023. 9. 27. 선고 2022다302237 판결은, 아래와 같이 판시한 다음, ① 원고의 주장이나 기록에 의하더라도 망인은 노트북 화면을 보면서 그 화면 내용을 읽고 있는바, 그 내용은 ‘유언증서, 유언자 □□□은 다음과 같이 유언한다’라는 문구로 시작하여 마지막에 유언집행자의 지정과 더불어 ‘유언자 □□□’로 끝맺는 내용이어서 그 형식과 내용상 ‘유언’임이 명백한 점, ② 나아가 유언의 내용은 망인이 그의 재산을 원고와 ○○○에게 나누어 상속해준다는 것에 더하여, ○○○은 상속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피고들(망인의 딸들)에게 각 2,000만 원씩 지급해주라는 내용 등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망인은 위 유언으로써 자녀들인 원고와 피고들 및 ○○○에게 상속재산을 분배하는 내용인 점(망인의 유언에서는 유언 당시 동석하지 않은 ○○○에게 재산을 분배해주면서 피고들에 대한 금전 지급의무를 부담시켰는데,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 및 피고들에게는 위 유언 내용이 ○○○이나 피고들에게 어떠한 효력도 없음), ③ 망인의 위 유언이 민법에 정해진 요건과 방식에 어긋나 민법상 유언으로서 효력이 없다는 점은 원고 스스로 전제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망인이 유언하는 자리에 원고가 동석하여 동영상 촬영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와 사이에서만 의사의 합치가 존재하게 되어 사인증여로서 효력이 인정된다면, 재산을 분배하고자 하는 망인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그 자리에 동석하지 않았던 피고들 및 ○○○에게는 불리하고 원고만 유리해지는 결과가 되는 점, ④ 증거로 제출된 동영상에 의하더라도 망인이 유언 내용을 읽다가 “그럼 됐나”라고 자문하였을 뿐이어서 원고에게 물었다고 보기 어려워 원고와 사이에서만 유독 청약과 승낙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려울뿐더러, 망인이 유언이 효력이 없게 되는 경우 다른 자녀들과 무관하게 원고에 대해서만은 자신의 위 유언대로 재산을 분배해주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고 볼 사정도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ㆍ환송하였다.
2) 유언자인 망인이 상속인들에게 재산을 분배하는 내용의 유언을 하였으나 민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유언의 효력이 부정되는 경우 사인증여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때 고려할 사항
가) 유증은 유언으로 수증자에게 일정한 재산을 무상으로 주기로 하는 행위로서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이다. 사인증여는 증여자가 생전에 무상으로 재산의 수여를 약속하고 증여자의 사망으로 그 약속의 효력이 발생하는 증여계약의 일종으로 수증자와의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는 점에서 단독행위인 유증과 구별된다.
나) 망인이 단독행위로서 유증을 하였으나 유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효력이 없는 경우 이를 ‘사인증여’로서 효력을 인정하려면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에 청약과 승낙에 의한 의사합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유언자인 망인이 자신의 상속인인 여러 명의 자녀들에게 재산을 분배하는 내용의 유언을 하였으나 민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유언의 효력이 부정되는 경우 유언을 하는 자리에 동석하였던 일부 자녀와 사이에서만 ‘청약’과 ‘승낙’이 있다고 보아 사인증여로서의 효력을 인정한다면, 자신의 재산을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모두 배분하고자 하는 망인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고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던 나머지 상속인들과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 결과가 초래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유언자인 망인과 일부 상속인인 원고 사이에서만 사인증여로서의 효력을 인정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와 같은 효력을 인정하는 판단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