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이상인 불구속 피의자에 대한 국선변호인 선정, 법률구조제도 안내 의무 도출 여부

헌법재판소 2023. 2. 23. 2020헌마1030 결정은, 70세 이상인 불구속 피의자에 대하여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제도를 두지 않은 입법부작위, 피의자신문을 할 때 법률구조제도에 대한 안내 등을 하지 않은 법무부장관의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입법부작위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하였다(각하).

 

헌법재판소 2023. 2. 23. 2020헌마1030 결정

가. 70세 이상인 불구속 피의자에 대하여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제도를 두지 않은 입법부작위(이하 ‘이 사건 입법부작위’라 한다)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한지 여부(소극)

헌법은 70세 이상인 불구속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을 받을 때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법률을 제정할 것을 명시적으로 위임하고 있지 않다.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과 단서의 논리적 관계를 고려할 때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피의자가 아닌 피고인에게만 보장되는 기본권이다. 따라서 헌법 제12조 제4항이 70세 이상인 불구속 피의자에 대하여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그 밖에 헌법상의 다른 규정을 살펴보아도 위와 같은 권리나 이를 보장하기 위한 입법의무를 명시적으로나 해석상으로 인정할 근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입법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입법부작위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나. 70세 이상인 불구속 피의자에 대하여 피의자신문을 할 때 법률구조제도에 대한 안내 등을 통해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행사하도록 조치하지 않은 법무부장관의 부작위(이하 ‘이 사건 행정부작위’라 한다)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한지 여부(소극)

헌법은 명문으로 ‘70세 이상인 불구속 피의자에 대하여 피의자신문을 할 때 법률구조제도에 대한 안내 등을 통해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행사하도록 조치할 작위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한편, 변호인이 피의자의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절차적 권리 등은 구체적 입법형성을 통해 비로소 부여되므로, 헌법 해석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로부터 위와 같은 법무부장관의 작위의무가 곧바로 도출된다고 볼 수도 없다. 위와 같은 법무부장관의 작위의무가 법률구조법,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도 아니하다.

따라서 이 사건 행정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만 70세가 넘은 사람으로, 절도 혐의로 2019. 11. 7. 피의자신문을 받았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는 2020. 1. 22. 청구인의 절도 혐의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고(서울동부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3211호), 청구인은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나 기각되었다(헌재 2020. 6. 25. 2020헌마588). 한편, 청구인은 절도 혐의와 관련하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장에게 수사기록상의 폐쇄회로 텔레비전 영상 및 사진 등을 공개하라는 취지로 수차례 정보공개청구를 하였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이하 ‘ 비공개 결정’이라 한다)고 주장한다.

나. 청구인은 70세 이상인 불구속 피의자에 대하여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제도를 두지 않은 입법부작위, 70세 이상인 불구속 피의자에 대하여 피의자신문을 할 때 법률구조제도에 대한 안내 등을 통해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행사하도록 조치하지 않은 피청구인 법무부장관의 부작위, 서울동부지방검찰청장의 비공개결정이 청구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평등권, 알 권리 등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2020. 7. 3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단

가. 이 사건 입법부작위에 관한 판단

(1) 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의 적법요건

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헌법에서 기본권 보장을 위하여 법률에 명시적으로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이거나, 헌법 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헌재 2022. 5. 26. 2016헌마95 참조).

(2) 입법의무 인정 여부

우선 헌법은 70세 이상인 불구속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을 받을 때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법률을 제정할 것을 명시적으로 위임하고 있지 않으므로 헌법 규정으로부터 직접 도출되는 위와 같은 입법의무는 인정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르면 불구속 피의자에게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인정된다(헌재 2004. 9. 23. 2000헌마138; 헌재 2015. 12. 23. 2013헌마182 참조). 그러나 헌법 제12조 제4항 단서는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본문과 단서의 논리적 관계를 고려할 때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피의자가 아닌 피고인에게만 보장되는 기본권이다(헌재 2008. 9. 25. 2007헌마1126 참조). 따라서 헌법 제12조 제4항이 70세 이상인 불구속 피의자에 대하여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그 밖에 헌법상의 다른 규정을 살펴보아도 위와 같은 권리나 이를 보장하기 위한 입법의무를 명시적으로나 해석상으로 인정할 근거가 없다.

따라서 청구인 주장과 같은 법률을 제정할 입법의무가 헌법의 명문 규정이나 해석으로부터 도출된다고 볼 수 없다.

(3) 소결

이 사건 입법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입법부작위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나. 이 사건 행정부작위에 관한 판단

(1) 행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의 적법요건

행정권력의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은 첫째, 헌법상 명문으로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가 규정되어 있는 경우, 둘째, 헌법의 해석상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가 도출되는 경우, 셋째,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 등에 인정된다(헌재 2011. 12. 29. 2009헌마621; 헌재 2021. 9. 30. 2016헌마1034 참조).

(2) 작위의무 인정 여부

(가) 헌법은 명문으로 ‘70세 이상인 불구속 피의자에 대하여 피의자신문을 할 때 법률구조제도에 대한 안내 등을 통해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행사하도록 조치할 작위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 제12조 제4항은 불구속 피의자에게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불구속 피의자가 변호인을 선임하여 상담하고 조언을 구할 권리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그 자체에서 바로 도출되는 반면, 변호인이 피의자의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절차적 권리 등은 구체적 입법형성을 통해 비로소 부여된다(헌재 2015. 12. 23. 2013헌마182 참조). 따라서 헌법의 해석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로부터 청구인의 주장과 같은 피청구인 법무부장관의 작위의무가 곧바로 도출된다고 볼 수도 없다.

(나) 다음으로 위와 같은 작위의무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지 살펴본다.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을 몰라서 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자에게 법률구조를 제공하기 위하여 법률구조법이 마련되어 있다(제1조). 그러나 법률구조법에 따르더라도 법무부장관은 법률구조업무를 하려는 법인의 등록(제3조), 법률구조공단이 행하는 법률구조의 요건과 절차 등을 정하는 규칙의 승인(제22조), 법률구조법인에 대한 감독(제35조) 등 주로 법률구조법인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관리ㆍ감독함에 그치고, 법무부장관이 피의자에게 법률구조제도에 대하여 상세히 안내하거나 피의자신문 당시 변호인이 선임되어 있지 않을 경우 반드시 법률구조를 신청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구체적 작위의무는 규정되어 있지 않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 제4호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신문을 받을 때에는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 본문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위와 같이 알려준 때에 피의자가 권리를 행사할 것인지의 여부를 질문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조서에 기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장관, 검사, 사법경찰관 등이 70세 이상인 불구속 피의자에게 법률구조제도에 관하여 안내하거나 법률구조를 신청하도록 조치를 취할 구체적 작위의무는 규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피청구인 법무부장관의 이러한 작위의무가 법률구조법,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도 아니하다.

(3) 소결

이 사건 행정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심판대상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 중 비공개결정에 대한 부분은 청구인이 그 처분의 내용이나 침해되는 기본권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심판대상에서 이를 제외하기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 70세 이상인 불구속 피의자에 대하여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제도를 두지 않은 입법부작위(이하 ‘이 사건 입법부작위’라고 한다), ② 70세 이상인 불구속 피의자에 대하여 피의자신문을 할 때 법률구조제도에 대한 안내 등을 통해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행사하도록 조치하지 않은 피청구인 법무부장관의 부작위(이하 ‘이 사건 행정부작위’라고 한다)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관련조항]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제244조의3(진술거부권 등의 고지) 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알려주어야 한다.
   1.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것
   2. 진술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는 것
   3.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포기하고 행한 진술은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
   4. 신문을 받을 때에는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
②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1항에 따라 알려 준 때에는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할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행사할 것인지의 여부를 질문하고, 이에 대한 피의자의 답변을 조서에 기재하여야 한다. 이 경우 피의자의 답변은 피의자로 하여금 자필로 기재하게 하거나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의 답변을 기재한 부분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