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근거 없이 ‘총장후보자 재추천 요청’ 행정절차법 위반

1. 국립대학교에 이유 근거 없이 총장후보자 재추천 요청

● 원고는 국립대학인 ○○○대학교(이하 ‘이 사건 대학’이라 한다) 교수이다.

이 사건 대학은 교육공무원법 제24조,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2조의2 등에 따라 제8대 총장임용후보자 학내 선거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원고를 1순위 후보자로, 원고 다음으로 많은 득표를 한 박○○ 교수를 2순위 후보자로 결정하여, 2019. 11. 15. 피고 교육부장관에게 원고를 1순위 총장임용후보자로, 박○○을 2순위 총장임용후보자로 추천하였다.

● 피고는 2020. 2. 10. 이 사건 대학에 ‘총장임용후보자 재추천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교육공무원법 제24조 제6항에 따른 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 심의 결과 이 사건 대학에서 추천한 총장임용후보자를 임용제청하지 않기로 결정하였으니, 이 사건 대학에서는 교육공무원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총장임용후보자를 재선정하여 추천하여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이하 ‘이 사건 재추천 요청’이라 한다).

● 이 사건 대학은 2020. 2. 12. 피고에게 ‘학내 선거를 통해 추천한 총장임용후보자에 대해 임용제청하지 않은 사유를 밝혀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피고는 2020. 2. 13. 원고에게 처벌 및 징계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총장 부적격자로 판단하여 임용제청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는 ‘○○○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 심의 결과 통보’(이하 ‘2020. 2. 13.자 통보’라 한다)를 발송하는 한편, 2020. 2. 26. 이 사건 대학에 재차 ‘총장임용후보자 재추천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 이 사건 대학에서 추천한 총장임용후보자를 임용제청하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국립대학총장은 대학의 교육ㆍ운영에 관하여 광범위한 책임과 권한을 갖는 고위공직자이므로, 총장임용후보자의 준법정신, 도덕성,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습니다.

○ 구체적인 사유는 후보자 본인에게 2020. 2. 13.자 통보 공문을 통해 통보하였으며, 후보자의 명예 등을 고려하여 본 공문에는 기재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 이 사건 대학에서는 교육공무원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총장임용후보자를 재선정하여 추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 총장후보자 재추천 요청의 처분성 및 행정절차법 위반 여부

가. 법원은 행정절차법 위반 취소 판단

서울행정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총장후보자 재추천 요청’은 처분에 해당하고,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으므로 위법하여 취소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1) 대학의 자율성과 대통령의 실질적인 임용권 행사를 조화시키기 위해 교육부장관의 임용제청권을 인정한 취지가 있다. 해당 대학의 추천을 받은 총장 후보자는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정당한 심사를 받게 될 것으로 절차적 기대를 하게 된다. 교육부장관이 임용 제청을 하지 않는 행위는 대통령에 의한 심사와 임용을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효과가 있다. 임용제청에서 제외하는 행위는 제외된 후보자들에 대한 불이익처분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

  2) ‘총장후보자 재추천 요청’은 처분의 구체적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불이익처분으로서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에 위배되어 위법하여 취소하여야 한다.

나.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1) 본안전항변의 요지

● 피고가 2020. 2. 13.자 통보를 통해 원고에게 직접 이 사건 대학의 총장으로 임용제청하지 않기로 한 결정과 이에 불복하는 경우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을 고지하였으므로, 원고를 임용제청에서 제외하는 법률상 효과를 발생시키는 공법상 행위는 2020. 2. 13.자 통보이고, 이 사건 재추천 요청은 비록 시기적으로 이 사건 대학에 먼저 도달하였으나 원고를 임용제청하지 않기로 한 처분의 후속절차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사건 재추천 요청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는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을 흠결한 것으로 부적법하다.

2) 재추천 요청은 처분에 해당

●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고등교육법에 의하면, 대학에는 학교의 장으로 총장 또는 학장을 두며(제14조 제1항), 총장 또는 학장은 교무를 총괄하고, 소속 교직원을 감독하며, 학생을 지도한다(제15조 제1항).

● 교육공무원법 제24조는 대학의 장은 해당 대학의 추천을 받아 교육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하며(제1항), 대학의 장의 임용추천을 위하여 대학에 대학의 장 임용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원회’라 한다)를 두어야 하고(제2항), 추천위원회는 ‘추천위원회에서의 선정’ 또는 ‘해당 대학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른 선정’ 중 어느 하나의 방법으로 대학의 장 후보자를 선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제3항), 추천위원회의 구성·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제4항). 그 위임에 따라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2조의2는 대학이 2인 이상의 대학의 장 후보자를 임기만료일 30일 전까지 교육부장관에게 추천하여야 하고, 제12조의3은 추천위원회가 대학의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대학의 교원, 직원, 재학생, 졸업생 및 대학의 발전에 기여하였거나 교육연구 또는 대학 운영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서 10명 이상 5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교육공무원법에 의하면, 대학의 장 후보자 선거에서는 일정한 방식의 선거운동이 제한되어 있고(제24조의2), 대학의 장 후보자 추천을 위하여 직접 선거를 하는 경우 그 선거관리는 해당 대학 소재지를 관할하는 구· 시·군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4조의3).

● 이처럼 교육공무원법령이 대학으로 하여금 교육부장관에게 대학의 장 후보자를 추천하고 그 후보자의 선정을 해당 대학의 다양한 구성원들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하도록 정한 취지는, 대학이 구성원 총의를 모아 대학의 장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함으로써, 교원 등에게 대학의 장 후보자 선출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여 헌법 제31조 제4항이 보장하고 있는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교육공무원법이 대학의 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선거에서 선거운동의 방식을 제한하고, 직접선거를 하는 경우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관리를 위탁하도록 규정한 것은 일차적으로 선거결과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함이지만, 공정하게 실시된 선거 결과는 학내 구성원뿐만 아니라 임용권자도 존중하여야 함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대학의 장 임용에 관하여 교육부장관의 임용제청권을 인정한 취지는 대학의 자율성과 대통령의 실질적인 임용권 행사를 조화시키기 위하여 대통령의 최종적인 임용권 행사에 앞서 해당대학의 추천을 받은 총장 후보자들의 적격성을 일차적으로 심사하여 대통령의 임용권 행사가 적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좌하기 위한 것이다. 교육부장관의 임용제청권 행사는 이러한 제도의 취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해당 대학의 추천을 받은 총장 후보자교육부장관으로부터 정당한 심사를 받게 될 것으로 절차적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런데 교육부장관이 자의적인 이유로 해당 대학에서 추천한 복수의 총장후보자들 전부 또는 일부를 임용 제청하지 않는 경우에는 대통령에 의심사와 임용을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이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지 않는다면, 달리 이에 대하여는 불복하여 침해된 권리 또는 법률상 이익을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따라서 교육부장관이 대학에서 추천한 복수의 총장 후보자들 전부 또는 일부를 임용제청에서 제외하는 행위는 제외된 후보자들에 대한 불이익처분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5두50092 판결,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6두57564 판결
등 참조).

●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재추천 요청은 피고가 이 사건 대학으로부터 추천받은 총장임용후보자 모두를 총장 임용제청에서 제외하는 내용으로서 그 자체만으로 이 사건 대학에서 추천된 총장 후보자들의 대통령에 의한 심사와 임용을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효과가 발생하고, 이 사건 대학의 총장임용후보자 추천에 대한 피고의 심사·평가 또한 이 사건 대학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후보자 개인의 총장임용 적격성 여부이므로, 이 사건 재추천 요청은 총장 후보자로 추천된 원고에 대한 직접적인 불이익처분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

다. 재추천 요청에 행정절차법 적용 여부

● 피고는 이 사건 재추천 요청 당시 원고를 비롯한 총장임용후보자 전부에 대해 임용제청하지 않기로 결정하였음을 통지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 심의 결과’라고만 기재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대학이 구체적인 처분이유 제시를 요청한 이후 원고에게 발송한 2020. 2. 13.자 통보가 이 사건 재추천 요청과 실질적으로 하나의 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재추천 요청에 의해 총장 후보자에서 배제된 원고로서는 피고가 어떠한 사유로 자신을 부적격자로 보아 임용제청에서 제외하였는지 전혀 알 수 없었으므로, 이 사건 재추천 요청은 처분의 구체적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불이익처분으로서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에 위배되어 위법하다.

하자 있는 행정행위에 있어서 하자의 치유는 행정행위의 성질이나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고, 행정행위의 무용한 반복을 피하고 당사자의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민의 권익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예외적으로만 허용된다(대법원 2001. 6. 26. 선고 99두1159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재추천 요청에서 아무런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가 2020. 2. 11.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분명하고, 피고는 이 사건 소제기가 이루어진 이후에야 원고를 총장 부적격자로 판단한 이유를 기재한 2020. 2. 13.자 통보를 발송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이 사건 재추천 요청에서 처분이유를 제시하지 아니한 하자는 원고의 불복여부 결정 및 불복신청에 지장을 초래하게 되었다 할 것이고,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그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볼 수 없다.

● 결국 이 사건 재추천 요청은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을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