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의 부탁을 들어 대출, 저당권을 설정한 자가 채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

 

丁이 乙의 부탁에 따라 대출을 받을 때 채무자를 丁으로 하는 戊 새마을금고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는데, 戊가 임의경매 신청을 하고 배당받았으나 위 대출 채무는 그대로 남았다.

丁이 乙을 상대로 ‘乙이 丁에게 대출을 부탁하면서 대출금 채무는 乙이 책임지고 변제하여 丁에게 아무런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정하였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였다.

乙의 약정 불이행으로 丁에게 대출원리금 상당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는 인정하기 부족하다(고등법원에 상고 중)

 

사실관계

甲이 임의경매절차에서 매수한 토지 및 지상 건물에 채무자를 甲과 乙로 하는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졌다가, 이후 채무자를 乙로 하는 丙 은행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지면서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되었다.

다시 丁이 乙의 부탁에 따라 대출을 받을 때 채무자를 丁으로 하는 戊 새마을금고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지면서 丙 은행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되었다.

그 후 戊 새마을금고가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경매절차에서 1순위 근저당권자로 배당을 받았는데도 여전히 대출원리금 채무가 남아 있게 되자, 丁이 乙을 상대로 ‘乙이 丁에게 대출을 부탁하면서 대출금 채무는 乙이 책임지고 변제하여 丁에게 아무런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정하였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손해배상을 구하였다.

 

판단

乙이 丁에게 위와 같은 약정을 한 사실은 인정되나, 乙의 약정 불이행으로 丁에게 대출원리금 상당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는 인정하기 부족하다.

  가. 위 대출원리금 채무는 丁이 대출금 채무의 주채무자가 됨으로써 발생한 것이지 乙이 약정을 불이행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고, 乙의 약정 불이행으로 대출원리금 채무가 소멸하지 아니한 채 남아 있기는 하나 丁이 채권자에게 이를 변제하지도 아니한 상태에서 바로 丁에게 대출원리금 상당의 재산상 손해가 현실적・확정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 戊 새마을금고가 현재까지 丁에게 대출원리금의 상환을 청구하거나 대출원리금 채권의 보전을 위한 가압류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다. 丁은 현재 신용불량 상태로서 대출금 채무를 변제할 자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라. 위 대출금 채무는 상사채무로서 5년의 상사시효가 적용되는데 戊 새마을금고가 시효중단조치를 취하지 않아 소멸시효가 완성될 가능성도 있다.

  마. 丁은 위 대출금 채무의 실질상 주채무자인 乙에 대하여 수탁보증인에 준하는 지위에서 민법상 사전구상권을 갖는다고 봄이 상당한데, 乙이 약정을 불이행하여 대출금 채무가 소멸하지 아니한 것만으로 바로 대출원리금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민법 제443조에서 정한 주채무자의 항변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이어서 부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