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피고인이 2018. 11. 4.경부터 11. 15.경까지 사이에 불상의 장소에서 피고인 명의의 새마을금고 계좌(계좌번호를 기재함)에 연결된 체크카드 1장 및 비밀번호를 불상의 자에게 불상의 방법으로 건네주어 접근매체를 양도하였다”는 공소사실 기재에 관하여, 위 법리 및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의 기재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충분히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0도14662 판결
<공소사실 기재의 특정 여부가 문제된 사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의 공소사실 기재가 특정되었다고 본 원심을 파기한 사례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일시,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이와 같이 공소사실의 특정을 요구하는 법의 취지는 심판의 대상을 한정함으로써 심판의 능률과 신속을 꾀함과 동시에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주기 위한 데에 있다. 공소사실 기재 범죄의 성격 및 관련 증거의 내용에 비추어 범죄의 일시ㆍ장소 등에 관한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한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검사는 가능한 한 기소나 공소장 변경 당시의 증거에 의하여 이를 특정함으로써 피고인의 정당한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범죄의 일시ㆍ장소 등을 특정 일시나 상당한 범위 내로 특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공소의 제기 혹은 유지의 편의를 위하여 범죄의 일시ㆍ장소 등을 지나치게 개괄적으로 표시함으로써 사실상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가져오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에서 정하고 있는 구체적인 범죄사실의 기재가 있는 공소장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8도10885 판결, 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9도10086 판결,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도11454 판결 등 참조)
전자금융거래법은 획일적으로 ‘접근매체의 교부’를 처벌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부의 태양 등에 따라 접근매체의 ‘양도’, ‘대여’, ‘전달’, ‘질권 설정’을 구분하는 등 구성요건을 세분화하고 있고(제6조 제3항, 제49조 제4항), 접근매체의 ‘양도’, ‘대여’, ‘전달’의 의미와 요건 등은 구별되는 것이어서 그 판단기준이 다르다고 해석되므로(양도에 관하여는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1도16167 판결, 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도4004 판결 등, 대여에 관하여는 대법원 2021. 8. 12. 선고 2021도5419 판결 등, 전달에 관하여는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도14922 판결 등 참조), 범행 방법에 있어서도 가능한 한 위 각 구성요건을 구별할 수 있는 사정이 적시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피고인의 행위는 ‘체크카드와 비밀번호를 성명불상자에게 건네주었다’는 것으로서, 대여ㆍ전달 등과 구별되는, 양도를 구성하는 고유한 사실이 적시되지 않았는바, 피고인이 자신의 의사로 체크카드 등을 건네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이 사건에서 위 공소사실 기재는 피고인에게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기 어렵게 함으로써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