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례 술자리 끝 모텔. 준강간 사건

A은 2018. 3.경 지인의 소개로 B(여, 36세)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서로 연락하면서 친분을 유지하였던 사이다.

A은 2020. 3. 14. 15:00경 식당에서 C, B와 함께 술을 마셨고, C이 먼저 귀가하자 자리를 옮겨 B와 단둘이 추가로 술을 마신 후 2020. 3. 15. 00:44경 가게에서 나왔으나 B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자 근처에 있는 모텔로 B를 데려가게 되었다.

A은 B가 술에 취해 잠들어 항거불능 상태인 틈을 타, B의 하의를 벗기고 상의를 위로 올린 다음 A의 성기를 B의 음부에 삽입하여 간음하였다는 사실로 기소되었다(준강간).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 법원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B이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는 점, A이 B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 간음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형법 제299조에서 말하는 준강간죄의 항거불능의 상태라 함은 형법 제297조(강간), 제297조의2(유사강간), 제298조(강제추행)와의 균형상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하였다.

 

B는 총 5차에 걸쳐 A과 둘이서 평소 주량보다 많은 술을 마셨고, A이 B가 술에 많이 취했었다고 진술 등에 비춰 보면, A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B를 간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고 하였다.

CCTV에는 B가 스스로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B과 A의 수사기관 진술에 의할 때,  두 사람이 적어도 4시간 이상의 휴식을 취한 이후 시점에 성관계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B는 그날 이후 3일이 지난 시점까지도 이 사건에 대해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오히려 매우 친밀한 대화를 주고받던 중, 사실혼 배우자와의 통화 이후 갑자기 태도가 바뀌어 A에게 이 사건에 대해 따지며 B의 행동을 비난하기 시작했다고 하였다.

한편 B은 A과 연인관계나 적어도 그에 준하는 매우 친밀한 관계로 지내왔던 것으로 보이고, 이전에도 두 차례 술자리를 한 후 자연스럽게 모텔에 가 성관계를 한 적도 있었기 때문에 당시에도 이전처럼 술자리를 한 후 B이 A과 모텔에 동행하면서 성관계에 대한 교섭이 있었거나 모텔에 가는 것 자체를 성관계에 대한 묵시적 동의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하였다.

 

2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보더라도 B가 심신상실 내지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고, A가 B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간음행위를 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다(무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