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 근로자 공무원 비교대상 근로기준법 차별금지 아냐

1. 무기계약직 근로자 공무원 수당 차이, 차별금지 사유 해당한다 주장

‘국도관리원’으로 불리는 원고들은 피고(대한민국) 산하 국토교통부 소속 각 지방국토관리청장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도로의 유지ㆍ보수 업무 또는 과적차량을 단속하는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들이다.

※ 국도관리원: 공무원이 아니고, 국가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무기계약직 근로자이다.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무기계약직 근로자를 공무직 근로자라고도 한다.

피고는 정근수당, 성과상여금, 가족수당, 직급보조비, 출장여비 등을 지급하는 국토교통부 소속 운전직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들과 달리, 원고들에게는 위 네 가지의 수당과 출장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원고들은 운전직 및 과적단속 공무원들과 같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위 공무원들에게 지급되는 위 각 수당 등을 지급받지 못한 것이 헌법상 평등원칙 및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위 각 수당 상당액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2. 1심,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손해배상 청구 기각(원고 패소)

원고들의 무기계약직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나, 원고들과 운전직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들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지 않고 위 공무원들과 원고들을 달리 처우한 데에는 합리적 이유도 있다.

※ 2심(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원고의 항소기각, 원고 패소).

 

3. 대법원 전원합의체 무기계약직 근로자와 공무원은 비교집단으로 보기 어렵고 차별적 처우 없다 판단

가. 쟁점

  1) 원고들의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근로자(공무직 근로자)로서의 지위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2) 운전직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이 원고들의 비교대상 근로자가 될 수 있는지

  3) 원고들에게 위 각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 원고들에 대한 처우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적 처우라고 보기 위해서는 차별의 사유가 되는 원고들의 지위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여야 하고, 원고들이 지목하는 비교대상자가 원고들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ㆍ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


 

나. 다수의견(7명), 상고기각(원고 패소)

 1) 쟁점에 관한 판단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정한 차별적 처우 사유인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공무원은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워 비교대상 집단이 될 수도 없다. 

  가) 공무원 지위의 특수성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헌법이 정한 직업공무원제도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공법상 신분관계를 형성하고, 청렴의무, 종교중립의 의무 등 여러 법률상 의무를 부담하며, 정치운동이나 집단 행위도 금지되는 등 일반 근로자보다 무거운 책임과 윤리성을 요구받는 지위에 있다.

  나) 근무조건의 결정방식

공무원의 보수 등 근무조건은 ‘근무조건 법정주의’에 따라 예산을 고려하여 법령으로 정해지고 공무원의 노동3권 행사 역시 법률로 제한되므로, 공무원은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조건의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 반면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들은 노동3권의 행사에 특별한 법적 제한을 받지 않는다.

  다) 공무원 보수의 성격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보수는 근로의 대가라는 성격 외에도 안정적인 직업공무원제도의 유지를 위한 정책적 목적을 가지고, 공무원 조직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다.

  라) 업무의 변경가능성과 보수체계

   공무원에 대한 전보인사는 관련 법령의 제한 내에서 인사권자에게 상당한 재량이 부여되어 있고, 공무원이 담당하는 업무는 변경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공무원의 봉급은 기본적으로 공무원의 종류, 계급, 직급, 호봉 등에 따라 결정되고, 담당 업무를 기초로 설정되어 있지 않음. 따라서 공무원과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의 업무 내용에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하여 같은 처우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2)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6다255941 전원합의체 판결의 결론

  가) 원고들의 무기계약직 근로자로서의 고용상 지위는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정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고, 공무원을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으로 삼을 수 없다.

  나) 따라서 불리한 처우에 대한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피고가 원고들에게 차별적 처우를 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6다255941 전원합의체 판결은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 이 판결은 공무원을 비교대상자로 지목한 차별 사안에 관한 판단이고, 공무원이 아닌 일반 근로자(정규직, 무기계약직 등)를 비교대상으로 하여 차별을 주장하는 사안에 관한 판단은 아니며,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을 일반적으로 부정한 것도 아니다.

 

다.별개의견(대법관 권영준), 상고기각(원고 패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지위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고, 원고들과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을 비교대상으로 삼아 차별적 처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가 원고들에게 각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으므로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성립하지 않는다.

  1) 공무원의 비교대상성 긍정

    가) 근로기준법 제6조의 비교대상성은 차별로 문제되는 처우의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유동적이고 상대적 개념이고, 차별적 처우 판단의 논리적 전제이므로 그 문턱을 너무 높이지 않고 가급적 너그럽게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은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라는 비교대상성 판단 기준을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판단 기준은 원고들과 같은 무기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공무원의 비교대상성을 판단할 때에도 유추적용될 수 있다.

    다) 이 사건의 경우 운전직 공무원과 과적단속직 공무원은 원고들과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므로 원고들의 비교대상이 될 수 있다.

  2) 사회적 신분 해당성 긍정

    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은 후천적 지위도 포함하는 개념이고, 여기에는 개인의 선택이 개입되는 지위도 포함됨. 계약과 신분은 양립할 수 있다.

    나) 기간제법이나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의 차별금지 조항은 현대 사회의 다양한 고용형태의 등장에 따른 차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개별 법률 조항의 형태로 구체화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의 해석에도 환류되어야 한다.

    다) 무기계약직 근로자라는 고용형태에 수반되는 근로조건의 틀은 법령과 정책에 따라 형성된 측면이 있고, 근로를 제공하는 동안 그 체계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무기계약직 근로자인 원고들의 지위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

  3) 불리한 처우에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

    가) 무기계약직 근로자를 비교대상 공무원과 달리 처우하는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비교대상자인 공무원의 특수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나) 차별적 처우로 문제되는 행위가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른 노사합의의 결과라면 그 위법성을 판단할 때에는 단체협약의 존재와 그 단체협약을 둘러싼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다) 국도관리원과 공무원은 신분적 특성과 보수체계에서 차이가 있고 피고가 원고들에게 가족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단체협약에 따른 것으로 단체협약으로 전체적인 근로조건을 향상시키는 과정에서 수당체계를 일부 조정한 결과이다. 단체협약에 따라 각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행위가 위법하다고 평가할 만한 별도의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라)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받은 불리한 처우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으므로 차별이 성립하지 않는다.

  ⇒ 별개의견은 다수의견과 결론은 동일하나 다수의견 중 ‘사회적 신분’, ‘공무원의 비교대상’만 논리적 전개 과정이 다르다. 

 

라. 반대의견(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오경미), 파기환송(원고 승소)

 다음과 같은 이유로 비교대상 근로자는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공무원을 비교대상 근로자로 삼을 수 있고, 원고들의 무기계약직 근로자라는 고용상 지위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함. 피고가 원고들 에게 가족수당과 성과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는 합리적 이유가 없으므로 피고는 위 각 수당에 상당하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1) 공무원의 비교대상성 긍정

   가) 근로기준법 제6조의 비교대상 근로자의 상정은 차별 판단의 개념적 전제로서 업무의 내용이나 노동의 가치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나) 근로기준법 제6조의 존재 의의, 기간제법과 파견법 등 개별 법률들의 규정 내용,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고려하면 비교대상 근로자는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함. 운전직 공무원과 과적단속직 공무원은 원고들과 같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므로 비교대상 근로자가 될 수 있다.

   다) 공무원의 비교대상성을 부정하는 다수의견은 비교대상성과 차별적 처우의 합리성 판단을 혼동한 것이고, 비교대상성을 상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어서 예측가능성도 떨어짐. 또한, 근로기준법 제6조의 의미와 관련 법률과의 체계적 해석, 공평의 관념에 반하고,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차별 사안에서 공무원의 비교대상성을 인정한 대법원 선례의 취지에도 반한다.

 2)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사회적 신분 해당성 긍정

   가) 사회적 신분은 선천적 지위에 국한되지 않고, 후천적으로 획득하여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를 포함하며, 시대에 맞게 탄력적으로 해석, 적용하여야 한다.

   나) 무기계약직 근로자라는 고용상 지위는 자신의 의사나 능력 발휘로 쉽게 회피할 수 없고 한번 취득하면 장기간 지속되는 성격을 지니는 점, 무기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열악한 근로조건과 낮은 사회적 평가가 고착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 등에 비추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 다수의견은 공무원의 신분적 특성을 강조하면서 공무원을 비교대상에서 배제하면서도 신분에서 큰 차이가 나는 무기계약직 근로자에 대하여는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고 하여 일관성 없는 판단을 하고 있다. 사회적 신분이 비교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개념이라고 할수도 없다.

 3) 가족수당과 성과상여금의 미지급은 합리적 이유가 없으므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

   가) 특정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 비교대상 공무원의 특수성이나 단체협약에 의하여 원고들의 보수체계가 결정되었다는 사정도 고려되어야 하나, 근로의 내용이나 가치와 관련된 요소보다 더 중요하게 참작되어서는 안 된다.

   나) 차별적인 근로조건이 단체협약에 의하여 결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차별적 처우가 합리성을 획득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고들과 같은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은 정부기관과 단체협약을 체결할 때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현실적으로 국가 예산의 제약을 받으므로 단체협약의 체결 자체에 과도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어렵다.

   다) 가족수당은 공무원의 종류, 직급, 업무의 내용과 관계없이 오로지 부양 가족의 존재와 수에 따라 일률적으로 지급되므로 원고들에게만 지급하지 않은 것은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성과상여금은 근무성적, 실적 등이 우수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급여 항목인데, 원고들에게 업무실적과 성과에 따른 보상을 받을 기회를 전혀 부여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다.

 

4.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의 수당 지급 비교

가.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주장

피고(시설관리공단)들이 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가족수당, 자녀학비보조수당, 맞춤형 복지포인트, 명절휴가비 등의 수당을 무기계약직인 원고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 및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한 차별적 처우로 위법하다 주장한다.

※ 위에서 본 1. ~ 3.(차별금지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과 다른 사안이다.

나. 차별금지 원칙 위반 아냐

헌법이나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전제로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그가 비교대상자로 지목하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 있어야 한다.

피고들(피고 공단들)의 일반직 근로자와 원고들은 채용 경로와 절차뿐 아니라, 급여체계(보수규정, 복리후생규정 등), 승진ㆍ승급 및 호봉의 획정 등이 이원화되어 있고,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도 서로 다르다.

이처럼 당초 채용의 목적과 절차를 달리하여 채용되어 서로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집단에 대하여 서로 다른 급여체계를 적용하는 것을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고, 피고 공단들은 근로자들에 대하여 각자의 직무 내용이나 각 집단에 적용되는 급여체계에 따라 지급하는 수당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복리후생적, 실비변상적 급여의 성격을 가지는 수당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하므로 위와 같이 달리 정할 수 있는 수당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각 근로자들의 업무 내용과 성격, 채용 경로와 급여체계 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급여 항목의 성격만을 근거로 하여 이를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여야 하는 수당인지 여부를 평등의 원칙 또는 차별 금지의 원칙에 따라 판별하여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근로기준법이 정한 차별 금지의 원칙에서 ‘사용자가 지급하는 복리후생적, 실비변상적 급여의 성격을 가지는 수당은 재직 근로자 모두에게 동일하게 지급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도출하기는 어렵고, 그와 같이 보아야 할 다른 근거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