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시 동행한 일행의 부탁을 받고 북한에서 구매한 그림을 반입하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기소유예처분

헌법재판소 2023. 2. 23. 2020헌마8 결정은, 「방북 시 동행한 일행의 부탁을 받고 북한에서 구매한 그림을 반입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라고 하였다.

 

<방북 시 동행한 일행의 부탁을 받고 북한에서 구매한 그림을 반입한 사건>

헌법재판소 2023. 2. 23. 2020헌마8 결정

청구인이 방북 시 동행한 일행의 부탁을 받고 북한에서 구매한 그림을 반입한 행위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단정한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본 사례

청구인이 반입한 그림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4항에 따라 통일부장관이 포괄적으로 반입 승인한 물품으로 볼 여지가 크고, 위 그림의 성상, 구입 및 반입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에게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19. 11. 4. 청구인에 대하여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인천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57446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사단법인 ○○협회 회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평양에서 개최된 ‘2018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해외동포기업인 평양대회(2018. 11. 15 ~ 18.)’에 참석한 후 중국 심양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입국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조○○과 공모하여 조○○이 북한에서 구입한 그림 2점(이하 ‘이 사건 그림’이라 한다)을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고 2018. 11. 18. 인천공항을 통해 반입하려다가 세관에 의해 적발되어 미수에 그쳤다.』

나. 청구인은 2020. 1. 2.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3. 판단

가. 인정 사실

이 사건 수사기록 등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1) 조○○은 2018. 11. 16.과 같은 달 17. 평양 ○○호텔에서 그림 6점, 액자용 나무 1개, 서적(삼국사기) 3권, 소책자(pamphlet) 1개를 기념품 용도로 합계 미화 280불에 구입하였다.

(2) 조○○은 중국 심양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귀국할 당시 본인의 짐이 많아 그중 ‘조국 땅이 바라보이는 장군봉’, ‘백두산사기문 폭포’라는 제목의 유화 작품인 이 사건 그림을 청구인에게 맡겼다가 인천공항 통관 전에 돌려받기로 하였다.

(3) 청구인은 인천공항 도착 후 항공기에서 내리면서 이 사건 그림을 깜박하고 자신의 짐만을 들고 나왔고 항공사 데스크에 연락하여 뒤늦게 이 사건 그림을 전달받아 세관을 통과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청구인 명의로 이 사건 그림이 세관에 유치되었다.

(4) 이 사건 그림에 대한 휴대품유치증에는 이 사건 그림이 “안보위해물품(인공기, 이적서적)”에 해당한다고 적혀 있다. 조○○이 구입한 나머지 물품들도 세관에 유치되었는데, 그 휴대품유치증에도 위 물품들이 “안보위해물품(인공기, 이적서적)”으로 기재되어 있고, 청구인, 조○○과 동행했던 사람들의 휴대품유치증에도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다.

(5) 통일부는 방북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방북 승인시 유의사항, 북한산 물품의 반출, 반입에 대한 사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그 교육 자료에는 “귀국시 면세허용 범위”라는 항목에서 “연도별 4회, 1회당 전체 취득가격이 300$ 상당액 이내인 물품은 면세된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나. 이 사건 그림이 통일부장관의 포괄적 반입 승인대상 물품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이 사건의 쟁점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 제1항, 남북교류협력법 시행령 제25조 제1항에 따라 북한에서 물품을 반입하려는 자는 원칙적으로 반입 7일 전까지 신청서를 제출하여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바, 이 사건 그림은 ‘반출ㆍ반입 승인대상품목 및 승인절차에 관한 고시’(통일부고시 제2014-4호, 이하 ‘이 사건 반입 승인 고시’라고 한다) 제2조 제1호에 따라 통일부장관의 반입 승인대상 물품에 해당한다. 한편, 통일부장관은 일정한 범위를 정하여 물품의 반입을 포괄적으로 승인할 수 있고(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 제4항), 이 사건 반입 승인 고시 제5조 제1호는 ‘대외무역관리규정 제19조에 따라 세관장이 타당하다고 인정하는 범위 내의 여행자 휴대품’을 통일부장관이 반입을 포괄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보는 경우 중 하나로 정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이 사건 그림이 ‘여행자가 통상적으로 휴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세관장이 인정하는, 여행자 개인용의 자가사용물품이나 선물용으로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수량 또는 가격의 물품, 그 밖에 여행자의 신분, 직업, 연령 등을 고려하여 관세청장이 지정한 기준에 적합한 물품 등’에 해당하는지 살펴본다[대외무역법 시행령 제19조 제1호, 대외무역관리규정 제19조 [별표 4] 제1호 가목, 여행자 및 승무원 휴대품 통관에 관한 고시(관세청고시 제2018-46호, 이하 ‘이 사건 휴대품통관 고시’라고 한다) 제4조 제1항, 제2항].

(2) 판단

(가) 조○○은 풍경화 작품인 이 사건 그림을 기념품으로 구입하였다고 진술하였고 그 가액도 합계 미화 160불 정도였다. 이 사건 그림은 유치된 이후 조○○의 조카가 중국으로 출국할 때 반출하여 현재 조○○의 중국 사무실에 걸어두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 사건 그림의 성상, 구입 경위, 가격, 수량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그림은 이 사건 휴대품통관 고시 제4조 제2항 제1호의 ‘여행자 개인용의 자가사용물품’ 또는 제2호의 ‘선물용으로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수량 또는 가격의 물품’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

(나) ‘남북한 왕래자의 휴대금지품 및 처리방법에 관한 고시’(통일부고시 제2014-4호, 이하 ‘이 사건 휴대금지품 고시’라고 한다) 제3조 제1호에 의하면 ‘국헌을 문란하게 하거나 국가안보ㆍ공안 또는 풍속을 해할 도서ㆍ간행물ㆍ영화ㆍ음반ㆍ조각물 기타 이에 준하는 물품’은 반입이 금지된다. 그러나 이 사건 그림은 인천지방경찰청 보안과의 2018. 12. 20. 피의자별 유치물 채증 결과 ‘북 체제 선전ㆍ선동 등 대공혐의점 없음’이라는 분석결과가 나왔고, 통일부도 유관기관과 2019. 1. 8. 유치 물품을 확인한 결과 위와 같은 반입금지물품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회신하였는바, 이 사건 그림은 위 반입금지물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다) 피청구인은, 인천세관장이 이 사건 그림을 유치하였으므로 이 사건 그림은 ‘세관장이 타당하다고 인정하는 범위 내의 여행자의 휴대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은 휴대품유치증의 기재, 통일부의 업무협조 회신 등에 비추어 보면, 인천세관장이 이 사건 그림을 유치한 것은 이 사건 그림이 이 사건 휴대금지품 고시 제3조 제1호(국헌을 문란하게 하거나 국가안보ㆍ공안 또는 풍속을 해할 도서ㆍ간행물ㆍ영화ㆍ음반ㆍ조각물 기타 이에 준하는 물품)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한 행위로 보인다. 인천세관장은 관세법 제226조에 따라 이 사건 그림이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에서 정한 통일부장관의 반입 승인이 필요한 물품인지 확인하기 위해 유치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고, 달리 이 사건 그림이 대외무역관리규정 제19조에 따라 ‘세관장이 타당하다고 인정하는 범위 내의 여행자 휴대품’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는 별도로 판단한 바 없다는 취지로 답변하였으며, 통일부는 오히려 이 사건 그림이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 제4항의 포괄적 반입 승인대상인 ‘휴대품’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인천세관장이 이 사건 그림을 유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그림이 ‘세관장이 타당하다고 인정하는 범위 내의 여행자의 휴대품’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라) 결국, 이 사건 그림은 이 사건 휴대품통관 고시 제4조 제2항 제1호 또는 제2호의 물품에 해당하여 이 사건 반입 승인 고시 제5조 제1호, 대외무역관리규정 제19조 [별표 4] 제1호 가목에 따라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 제4항에서 정한 바와 같이 통일부장관의 포괄적 반입 승인대상 물품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다.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

기록상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그림은 조○○이 구입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청구인이 개입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이 사건 그림은 풍경화로서 대공혐의점이 없다고 밝혀졌고 그 가액도 미화 160불로 크지 아니한 점, 청구인이나 조○○이 방북 전에 받은 사전교육 내용에 의하더라도 미화 300불 상당액 이내의 물품은 면세된다고 안내받았던 점, 청구인은 남북 경제협력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2017. 12. 1.부터는 ○○협회 회장으로 재직하였고 2018년에도 여러 차례 방북 후 세관을 통과한 경험이 있었는데 이 사건 그림과 같이 물품이 유치된 적은 없었던 점, 청구인은 중국 심양공항에서 비로소 이 사건 그림의 운반을 부탁받았고 인천공항에서는 이를 깜박하고 기내에 두고 나올 정도로 이 사건 그림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청구인에게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라. 소결

이상과 같이, 이 사건 그림은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 제4항에 따라 통일부장관이 포괄적으로 반입 승인한 물품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고, 청구인에게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