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제출 압수수색 참여권, 피압수자 피의자에 보장?

1. 업무방해 공소사실 요지

피고인 A은 2017. 10.경 G으로부터 G 아들 I의 대학원 지원에 사용할 목적으로 허위 인턴활동 확인서 발급을 부탁받고, 사실은 I이 피고인의 법무법인에서 인턴활동을 한 사실이 없음에도 그러한 인턴활동을 하였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한 다음 G에게 전달하여 J 대학교 및 B 대학교 대학원 입시에 이를 첨부서류로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G 등과 공모하여 위계로써 J 대학교 및 K 대학교 대학원 입학담당자들의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하였다.

 

2. H의 이 사건 하드디스크 은닉과 임의제출

 가. 수사기관은 2019. 8. 27.경 F, G의 자녀 입시․학사 비리 혐의, 사모펀드 투자 비리 혐의, ○○학원 비리 혐의 등과 관련된 △△대학교, □□ 사무실, ○○학원 등에 대한 압수ㆍ수색을 기점으로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였다.

 나. G은 압수ㆍ수색 등 수사에 대비하여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가 저장된 컴퓨터 등을 은닉하고자, 2019. 8. 31.경 H에게 서재에 있던 컴퓨터에서 떼어낸 정보저장매체 2개 중 1개(HDD 1개), 아들 I의 컴퓨터에서 떼어낸 정보저장매체 2개(HDD 1개, SSD 1개) 등 F, G, I(이하 ‘F 등’이라 한다)이 주거지에서 사용하던 3개의 정보저장매체(이하 ‘이 사건 하드디스크’라 한다)를 건네주면서 “수사가 끝날 때까지 숨겨놓으라.”라는 취지로 지시하였다. H은 이 사건 하드디스크를 서울 양천구 소재 상가 지하 1층 헬스장 개인 보관함 등에 숨겨두었다.

 다. 이 사건 하드디스크에는 G이 은닉하고자 했던 증거들, 즉 자녀들의 대학ㆍ대학원 입시에 활용한 인턴십 확인서 및 I, 피고인 A 등 관련자들의 문자메시지 등이 저장되어 있었다.

 라. 수사기관은 2019. 9. 10.경 H을 증거은닉혐의 피의자로 입건하였다. H은 2019. 9. 11. 수사기관에 이 사건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하였다.

 마. 수사기관은 이 사건 하드디스크 임의제출 및 그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관한 탐색ㆍ복제ㆍ출력 과정에서 H과 그 변호인에게 참여 의사를 확인하고 참여 기회를 부여하는 등 참여권을 보장하였는데 H 측은 탐색ㆍ복제ㆍ출력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수사기관은 F 등에게는 위와 같은 참여 의사를 확인하거나 참여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

⇒ 업무방해죄의 증거가 되는 허위 인턴활동 확인서, 업무방해죄 피의자 아닌 자(G)가 이 사건 하드디스크 은닉 지시하고 지시를 받고 은닉한 자(H)가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하였다.

 

3. 법원의 판단

 가. 1심 법원, 업무방해죄 인정

피고인 A는 공소권 남용(검찰청법 위반, 검찰사건사무규칙 위반, 인권보호수사규칙 위반), 차별적ㆍ선별적 기소, 검찰 인사 일정에 맞춘 보복 기소와 업무방해 무죄(위계, 고의나 공모 사실 부정)를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위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업무방해죄가 된다고 보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

 나. 2심 법원, 위법수집증거 주장 배척 항소기각

  1) 피고인 A는 1심에서 한 주장에 더하여 압수수색의 참여권을 보장받지 못해 이 사건 하드디스크는  위법수집증거라고 주장하였다.

  2) 2심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법수집 증거 주장을 배척하고 1심 판결을 유지하였다.

   가) 저장매체들에 저장되어 있던 증거들은 G과 H의 증거은닉 재판에서 적법하게 증거로 채택되어 증거조사가 마쳐졌고, 이를 증거로 하여 G의 증거은닉교사죄, H의 증거은닉죄가 유죄로 인정되어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G이 임의제출한 저장매체에 저장되어 있는 전자정보에 관한 증거는 적법하게 수집되었다.

   나) 관련 사건 재판에서 적법하게 채택, 조사된 증거는 다른 관련 사건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압수자 측에 절차 참여를 보장한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다) 나아가 G이 H에게 증거를 없앨 생각으로 저장매체들을 준 것은 H에게 저장매체들을 사실상 처분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G이 이 사건 저장매체들의 실질적 피압수자라고도 할 수 없다. 증거은닉 공범인 H이 제출한 저장매체에서 전자정보를 압수할 때 G 등의 참여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압수 절차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4. 대법원, 참여권 보장 안하더라도 증거능력 인정

 가. 쟁점

  증거은닉범행의 피의자인 H이 이 사건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하는 경우 증거은닉범행의 피의자이자 임의제출자인 H 외에 본범이자 이 사건 하드디스크의 소유자인 G 등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여야 하는지 여부, 즉 증거은닉범 H이 본범 G으로부터 은닉을 교사받고 소지ㆍ보관 중이던 본범 G의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하는 경우 위 정보저장매체의 본범 G 등의 참여권 인정 여부가 문제되었다.

 나. 증거은닉범 H가 본범 G로부터 은닉을 교사받고 소지ㆍ보관 중이던 G 등의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하는 경우 증거은닉범행의 피의자이면서 임의제출자인 H에게만 참여의 기회를 부여하고 G 등에게 참여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지 여부(소극)

  1) 정보저장매체 내의 전자정보가 가지는 중요성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구현하고자 하는 적법절차, 영장주의, 비례의 원칙과 함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의 관점에서 유래된다.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와 그렇지 않은 전자정보가 혼재된 정보저장매체나 그 복제본을 임의제출받은 수사기관이 그 정보저장매체 등을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이를 탐색ㆍ복제ㆍ출력하는 경우, 그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에서 규정하는 압수ㆍ수색영장의 집행을 받는 당사자(이하 ‘피압수자’라 한다)나 그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압수된 전자정보의 파일 명세가 특정된 압수목록을 작성ㆍ교부하여야 하며, 범죄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 만약 그러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피압수자 측이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였거나 임의제출의 취지와 경과 또는 그 절차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과정의 성질과 내용 등에 비추어 피압수자 측에 절차 참여를 보장한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압수ㆍ수색이 적법하다고 평가할 수 없고, 비록 수사기관이 정보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복제ㆍ출력하였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피해자 등 제3자가 피의자의 소유ㆍ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한 경우에는 실질적 피압수자인 피의자가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그 전자정보 전부를 무제한 탐색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의자 스스로 임의제출한 경우 피의자의 참여권 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과 견주어 보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는 등 피의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이와 같이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한 피압수자에 더하여 임의제출자 아닌 피의자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피의자의 소유ㆍ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라 함은, 피의자가 압수ㆍ수색 당시 또는 이와 시간적으로 근접한 시기까지 해당 정보저장매체를 현실적으로 지배ㆍ관리하면서 그 정보저장매체 내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보유ㆍ행사하고, 달리 이를 자신의 의사에 따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포기하지 아니한 경우로서, 피의자를 그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반에 대한 실질적인 압수ㆍ수색 당사자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민사법상 권리의 귀속에 따른 법률적ㆍ사후적 판단이 아니라 압수ㆍ수색 당시 외형적ㆍ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사실상의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정보저장매체의 외형적ㆍ객관적 지배ㆍ관리 등 상태와 별도로 단지 피의자나 그 밖의 제3자가 과거 그 정보저장매체의 이용 내지 개별 전자정보의 생성ㆍ이용 등에 관여한 사실이 있다거나 그 과정에서 생성된 전자정보에 의해 식별되는 정보주체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 그들을 실질적으로 압수ㆍ수색을 받는 당사자로 취급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11170 판결 등 참조).

 다. 이 사건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사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증거은닉범행의 피의자로서 이 사건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한 H에 더하여 임의제출자가 아닌 G 등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1) H은 임의제출의 원인된 범죄혐의사실인 증거은닉범행의 피의자로서 자신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이 사건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하였다. 이 사건 하드디스크 및 그에 저장된 전자정보는 본범인 G 등의 혐의사실에 관한 증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은닉행위의 직접적인 목적물에 해당하므로 H의 증거은닉 혐의사실에 관한 증거이기도 하다. 따라서 H은 이 사건 하드디스크와 그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관하여 실질적 이해관계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 이 사건 하드디스크 자체의 임의제출을 비롯하여 증거은닉 혐의사실 관련 전자정보의 탐색ㆍ복제ㆍ출력 과정 전체에 걸쳐 H은 참여의 이익이 있다.

   2) G은 자신과 F등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자 H에게 은닉을 지시하면서 이 사건 하드디스크를 전달하였다. H은 이 사건 하드디스크가 발각되지 않도록 자신만이 아는 장소에 임의로 은닉하였다. 이후 H은 증거은닉혐의에 관한 피의자로 입건되자 수사기관에 은닉 사실을 밝히면서 이 사건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하였다. 이 사건 하드디스크의 은닉과 임의제출 경위, 그 과정에서 H과 G 등의 개입 정도 등에 비추어 압수ㆍ수색 당시 또는 이에 근접한 시기에 이 사건 하드디스크를 현실적으로 점유한 사람은 공소외 3이라고 할 것이다. 나아가 H이 그 무렵 위와 같은 경위로 이 사건 하드디스크를 현실적으로 점유한 이상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저장된 전자정보에 관한 관리처분권을 사실상 보유ㆍ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도 H이라고 볼 수 있다.

   3) G은 임의제출의 원인된 범죄혐의사실인 증거은닉범행의 피의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하드디스크의 존재 자체를 은폐할 목적으로 막연히 ‘자신에 대한 수사가 끝날 때까지’ 은닉할 것을 부탁하며 이 사건 하드디스크를 H에게 교부하였다. 이는 자신과 이 사건 하드디스크 및 그에 저장된 전자정보 사이의 외형적 연관성을 은폐ㆍ단절하겠다는 목적 하에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하다면 ‘수사 종료’라는 불확정 기한까지 이 사건 하드디스크에 관한 전속적인 지배ㆍ관리권을 포기하거나 H에게 전적으로 양도한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로써 결과적으로 H은 이 사건 하드디스크에 대한 현실적ㆍ사실적 지배 및 그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사실상 보유ㆍ행사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고, 자신이 임의로 선택한 장소에 이 사건 하드디스크를 은닉하였다가 이후 이를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함으로써 그 권한을 실제로 행사하였다.

⇒ 대법원 2023. 9. 18. 선고 2022도7453 전원합의체 판결은 피고인 A의 상고를 기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