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만 치료감호 신청 가능한 치료감호법 합헌

1. 법원과 피고인이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없는 치료감호법

제청법원(2019헌가24)은 형사사건(1심) 계속 중에 검사에게 치료감호청구를 요구하였으나 검사가 이에 응하지 아니하자, 2019. 9. 17. 직권으로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연혁에 관계없이 ‘법’이라고만 한다) 제4조 제7항에 대하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청구인(2019헌바404)은 형사사건(상고심) 계속 중에 법 제4조 제1항과 제7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2019. 10. 2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검사만 치료감호 청구가능한 치료감호법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1월 28일 재판관 7:2의 의견으로, 검사가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은 검사에게 치료감호청구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1호로 개정된 것) 제4조 제1항 및 제4조 제7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합헌]

이에 대하여는 이 사건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을 결여하여 부적법하다는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의 반대의견이 있다.

⇒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1호로 개정된 것) 제4조 제1항 및 제4조 제7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법정의견 이유의 요지

가. 재판의 전제성 – 긍정

치료감호는, 심신장애 상태, 마약류·알코올이나 그 밖의 약물중독 상태 등에서 범죄행위를 한 자로서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치료감호대상자를 일정기간 또는 무기한 정신병동 등 일정한 시설에 수용하여 치료·개선하는 한편, 사회의 안전을 도모하는 ‘대인적 자유박탈적 보안처분’으로서, 치료감호에 대한 재판과 피고사건에 대한 재판은 별개의 청구로 개시되는 별개의 재판이다(헌재 2010. 4. 29. 2008헌마622 참조).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되도록 제청법원의 법률적 견해를 존중하여야 한다. 치료감호에 대한 재판과 피고사건에 대한 재판은 별개의 재판이지만, 양자는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피고사건을 선고할 때 치료감호사건에 대하여도 고려를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당해사건과 관련하여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나. 과잉금지원칙 내지 적법절차원칙 위반 여부 – 부정

(1) 헌법재판소 선례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청구조항과 동일한 내용의 구 치료감호법(2008. 6. 13. 법률 제91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이 치료감호대상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적법절차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데(헌재 2010. 4. 29. 2008헌마622),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고 함은 법관이 사실을 확정하고 법률을 해석·적용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뜻이고, 그와 같은 법관에 의한 사실확정과 법률의 해석적용의 기회에 접근하기 어렵도록 제약이나 장벽을 쌓아서는 아니된다. 한편, 재판청구권은 재판이라는 국가적 행위를 청구할 수 있는 적극적 측면과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이 아닌 자에 의한 재판이나 법률에 의하지 아니한 재판을 받지 아니하는 소극적 측면을 아울러 가지고 있다.

(나) 이 사건에서는 재판청구권의 적극적 측면이 문제된다. 즉 치료감호청구가 ‘재판이라는 국가적 행위를 청구할 수 있는 사안’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일반적으로 민, 형사, 행정소송이나 이에 직접 관련되는 것이 아닌 사항에서 어떤 것들이 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 기본권(재판청구권)으로 보호되어야 하는가는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고, 다만 적어도 국민에게 중요한 사항으로서 ‘사실확정과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련된 문제이고 사법절차를 통하여 결정되어야 할 만한 속성을 지닌 것이라면 재판청구권의 보호범위에 포함된다. 그런데 피고인에 대한 치료감호 문제는 통상의 재판사항인 민사소송이나 형사소송 혹은 행정소송의 문제가 아니고,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범죄자에게 치료감호를 어떠한 경우에, 어떠한 절차로 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헌법에 아무런 규정도 없으므로, 피고인의 보호와 행형의 목적을 고려한 국가의 가치판단이 필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이는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 문제라 할 것이다.

(다) 살피건대, 재판청구권은 다른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에 그 회복 또는 구제를 위한 절차적 기본권으로서 사법절차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효율적인 권리보호를 보장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형벌과 마찬가지로 자유박탈적이고 침익적인 처분인 치료감호에 대한 청구권이 헌법상 재판청구권의 보호범위에 속한다고 하기 위하여는, 피고인에게 치료감호에 대한 재판절차에의 접근권을 부여하는 것이 피고인의 권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하다는 것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에게 치료감호에 대한 청구권을 주는 것은 결국 피고인이 “재범의 위험성”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할 것을 전제하는 것이고, 이것이 과연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피고인 스스로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배경은 치료감호와 형이 병과된 경우 치료감호를 먼저 집행하고 그 기간을 형기에 산입(법 제18조)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즉 형기에 산입되는 치료감호를 병과받는 것이 실형만 선고받아 복역하는 것보다 더 이익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형만을 선고받는 것에 비하여 치료감호와 실형을 함께 선고받는 것이 피고인에게 더 유리한 것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나아가, 설령 피고인의 이익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더라도 그러한 이익은 주관적·상대적 이익일 뿐이고, 그마저도 실형이 명백히 예상되는 자에 국한되는 이익이므로, 이를 보장하기 위하여 피고인에게 자유박탈적이고 침익적인 처분을 스스로 청구할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더욱이, 재판청구권의 보호범위는 사항의 성격 자체에서 판단되어야 하고, 다른 법률조항의 내용 여하, 예컨대 치료감호 기간의 형기 산입 여부(법 제18조) 등에 따라 그 판단이 달라질 것은 아니다.

결국 ‘피고인 스스로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헌법상 재판청구권의 보호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치료감호청구를 피고인 본인에게 허용할 것인지 여부는 재판청구권의 문제가 아니라 순수한 입법정책의 문제라 할 것이고, 검사뿐만 아니라 피고인에게까지 치료감호 청구권을 주어야만 절차의 적법성이 담보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한다고 볼 수 없다.』

(2) 이 사건에의 적용

(가) 이 사건 청구조항은 선례 결정 이후 형식적인 부분 외에 그 내용은 아무런 변경 없이 그대로이다. 그리고 이 사건 요구조항의 경우 검사의 청구가 없는 한 법원이 직권으로 치료감호를 선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법원이 직권으로 치료감호를 선고할 수 있는지 여부는 재판청구권의 적극적 측면은 물론 소극적 측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청구인이나 제청법원이 주장하는 ‘피고인 스스로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뿐만 아니라 ‘법원으로부터 직권으로 치료감호를 선고받을 수 있는 권리’는 헌법상 재판청구권의 보호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

(나) 한편, 헌법에 규정된 적법절차원칙은, 절차가 법률로 정하여져야 할 뿐만 아니라 법률 내용의 실체적 합리성과 정당성까지도 요구하는 것이므로(헌재 2008. 1. 17. 2006헌바38), 치료감호 청구주체를 규율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도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이 요구하는 실체적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검사에게만 치료감호 청구권한을 부여하고, 검사로 하여금 법원의 치료감호청구 요구에 응하여야 한다거나 법원이 직권으로 치료감호를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수사 및 공소제기와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재판집행의 지휘·감독, 국가를 당사자 또는 참가인으로 하는 소송과 행정소송의 수행 또는 그 수행에 관한 지휘·감독 등을 그 직무로 하고, 아울러 이를 수행함에 있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되도록 그 공익적 지위와 객관적 의무를 부여받고 있다. 또한, 검사는 정당한 법령 적용의 청구 및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도 상소할 수 있는 준사법기관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검사로 하여금 치료감호청구를 하게 하는 것은 개인적인 감정이나 집단적 이해관계 또는 여론에 좌우되지 않고 국가 형벌권을 객관적으로 행사하도록 하여 재판의 적정성 및 합리성을 기하고자 하는 것이다(헌재 2010. 4. 29. 2008헌마622).
더욱이 치료감호는 치료감호대상자를 치료감호시설에 수용하여 치료를 하는 것으로서 본질적으로 자유박탈적이고 침익적인 처분이다. 치료감호와 형이 병과된 경우 치료감호를 먼저 집행하고 그 기간을 형기에 산입하기는 하나, 치료감호는 실형이 아니라 집행유예를 선고할 때에도 가능하고, 법에는 치료감호 기간의 장기만 규정하고 있어서(법 제16조 제2항) 실제 치료감호 기간이 형기보다 길 수도 있으며, 치료감호가 가종료된 경우 또는 치료감호기간이 만료되고 치료감호심의위원회의 결정이 있는 경우에는 3년 동안 보호관찰을 받아야 하는 등(법 제32조 제1항, 제2항) 치료감호가 치료감호대상자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헌법재판소 역시 치료감호가 침익적인 처분임을 전제로, 치료감호기간의 상한을 정한 법 제16조 제2항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한 바 있다(헌재 2012. 12. 27. 2011헌마276; 헌재 2017. 4. 27. 2016헌바452 참조).

그 외에도 법에서는 치료감호를 청구할 때 정신건강의학과 등 전문의의 진단이나 감정을 거치도록 하고(제4조 제2항), 치료감호사건을 필요적 변호사건으로 하여 변호인 없이 개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제15조 제2항, 형사소송법 제282조), 나아가 치료감호 청구주체와 판단주체를 분리함으로써, 법원이 일방적으로 치료감호를 명하거나 법원에서의 정식재판절차 없이 검사나 치료감호심의위원회의 일방적인 결정만으로 치료감호를 할 수 없도록 하여 치료감호개시절차가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검사만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하여 적법절차원칙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그렇다면 위 선례의 취지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고, 이와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의무 위반 여부

(1) 헌법재판소 선례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청구조항과 동일한 내용의 구 치료감호법(2008. 6. 13. 법률 제91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이 치료감호대상자의 보건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데(헌재 2010. 4. 29. 2008헌마622),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헌법 제36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하여, 국민이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국가적 급부와 배려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이른바 ‘보건에 관한 권리’를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소극적으로 침해하여서는 아니될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국민의 보건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헌재 2009. 2. 26. 2007헌마1285).

(나) 살피건대, 보건에 관한 국가의 의무와 관련하여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제3조의2(국가의 책임)는 “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이 마약류 등을 남용하는 것을 예방하고,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치료보호와 사회복귀 촉진을 위하여 연구·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② 국민은 마약류 중독자에 대하여 치료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협조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40조는 마약류중독자에 대한 치료보호제도에 관한 근거 규정을 두면서 이를 보건복지가족부장관 또는 각 시·도지사의 소관업무로 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마약류중독자 치료보호규정’ 제9조 제3항은 중독자 본인에 의한 치료보호기관에의 입원 신청 등 마약류중독자에 대한 치료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편 ‘정신보건법’에서도 자의입원을 비롯한 각종 입원제도를 두고 있으므로 중독자 본인으로서는 치료감호 외에도 얼마든지 마약류 중독에 관한 치료를 받을 길이 열려 있다.

이처럼 위 조항들에 의하여 국민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국가적 급부와 배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 청구조항에서 청구인의 치료감호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국민의 보건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