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이적행위 이적표현물 처벌 합헌

1.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기소, 국가보안법에 헌법소원

 가. 청구인 서○○, 황□□은 이적행위 및 이적표현물의 반포·소지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재판 계속 중 국가보안법 제2조, 제7조 제1항 및 제5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다만, 위 청구인들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

 나. 청구인 이△△, 서◆◆은 이적단체가입, 이적행위, 이적표현물의 제작ㆍ소지ㆍ반포ㆍ취득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재판 계속 중 국가보안법 제2조 제1항, 제7조 제1항, 제3항 및 제5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다가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다만, 위 청구인들의 이적단체가입의 점에 대해서는 면소판결이 확정되었다.

 다. 위 사건 청구인들은 이적행위, 이적표현물 제작ㆍ소지ㆍ반포ㆍ취득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재판 계속 중 국가보안법 제2조 제1항, 제7조 제1항 및 제5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가 기각되자, 위 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라. 제청신청인 김▲▲, 김★★, 이◈◈, 이▣▣, 백▽▽는 이적행위, 이적표현물의 제작ㆍ소지ㆍ반포ㆍ취득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재판 계속 중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고, 제청법원은 위 신청을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 국가보안법(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1항(이하 ‘반국가단체조항’이라 한다), ② 제7조 제1항 중 ‘찬양ㆍ고무ㆍ선전 또는 이에 동조한 자’에 관한 부분(이하 ‘이적행위조항’이라 한다), ③ 제7조 제3항 중 ‘가입한 자’에 관한 부분(이하 ‘이적단체가입조항’이라 한다), ④ 제7조 제5항 중 ‘제1항 가운데 찬양ㆍ고무ㆍ선전 또는 이에 동조할 목적으로 제작·소지·운반·반포 또는 취득한 자’에 관한 부분(이하 ‘이적표현물조항’이라 하고, 위 조항들 모두를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국가보안법(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된 것)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반국가단체”라 함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 [반국가단체조항]

제7조(찬양ㆍ고무 등) ①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ㆍ고무ㆍ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ㆍ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적행위조항]

③ 제1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이적단체가입조항]

⑤ 제1항·제3항 또는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ㆍ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ㆍ수입ㆍ복사ㆍ소지ㆍ운반ㆍ반포ㆍ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 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 [이적표현물조항]


 

2.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조항, 이적단체가입조항은 재판의 전제성 부정 

헌법재판소는 2023. 9. 26. 국가보안법 제7조 제3항 중 ‘가입한 자’에 관한 부분, 제2조 제1항에 대한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하였다.

  가. 청구인 서○○, 황□□에 대해서는 당해사건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고, 청구인 이△△, 서◆◆의 이적단체가입조항위반의 점에 대해서는 당해사건에서 면소판결이 확정되었으므로, 청구인 서○○, 황□□의 심판청구 및 청구인 이△△, 서◆◆의 이적단체가입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나. 반국가단체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일부 청구인들의 주장은 법원의 법률해석이나 재판결과를 다투는 것에 불과하다.

  다. 따라서 청구인 서○○, 황□□의 심판청구, 청구인 이△△, 서◆◆의 이적단체가입조항에 대한 심판청구 및 청구인 김▼▼ 외 4인의 반국가단체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다.

 

3. 국가보안법 이적행위조항, 이적표현물조항은 합헌

헌법재판소는 2023. 9. 26.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중 ‘찬양ㆍ고무ㆍ선전 또는 이에 동조한 자’ 부분과 제7조 제5항 중 ‘제1항 가운데 찬양ㆍ고무ㆍ선전 또는 이에 동조할 목적으로 제작ㆍ소지ㆍ운반ㆍ반포 또는 취득한 자’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가. 헌법재판소의 선례

헌법재판소는 2015. 4. 30. 2012헌바95등 결정에서 이적행위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하며, 이적표현물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 및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하며,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에도 위배되지 아니하여,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나. 선례 변경의 필요성

 1)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및 북한과의 관계

  북한의 국가성을 부인하고 이를 반국가단체로 보는 것은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에서 비롯된 것으로, 대한민국과 북한이 이념적으로 대립해 온 역사적 상황에 대응하고자 한 대한민국 정부의 전략적인 고려의 결과이다. 따라서 북한이 반국가단체임을 전제로 하는 국가보안법 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본 선례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 남북한 관계 등이 선례 결정 당시와 달라졌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데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북한으로 인한 대한민국의 체제 존립의 위협 역시 지속되고 있는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아 온 국가보안법의 전통적 입장을 변경하여야 할 만큼 국제정세나 북한과의 관계가 본질적으로 변화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에 대한 판단

  선례는 국가보안법의 개정연혁과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수범자가 이적행위조항의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이라는 것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명백한 위험성’을 의미하며, 이러한 해석을 전제로 할 때 이적표현물조항의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이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에 한정된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고, 또한 그 문언에 근거하여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조항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찬양’, ‘고무’, ‘선전’, ‘동조’가 의미하는 바를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으며, 수범자는 ‘제작’, ‘운반’, ‘반포’, ‘취득’, ‘소지’의 의미 역시 충분히 알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선례 결정 이후, 법원 판례의 축적 등을 통해 위와 같은 해석에 따른 규범적 질서는 더욱 확고하게 형성되었으므로,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는 선례의 입장은 여전히 타당하다.

 3)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에 대한 판단

  ① 국가보안법의 제한적 해석원리를 밝힌 제1조 제2항을 신설하고 이적행위조항에 주관적 구성요건을 추가한 국가보안법의 개정취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위험성이 명백한 경우’에 한해 국가보안법이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해 온 헌법재판소 결정 및 대법원의 판결 등을 통해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조항의 적용 범위는 이미 최소한으로 축소되었다.

  ② 실질적 해악을 미칠 위험성이 구체화되고 실제로 임박하여 현존하는 단계에서만 국가의 개입이 정당화된다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으나, ‘실질적 해악을 미칠 명백한 위험성’과 ‘임박하여 현존하는 위험’의 경계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구체적 위험이 임박한 단계에서는 이러한 위험이 언제든지 현실화되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실질적 결과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위험성이 구체화되고 실제로 임박하여 현존하는 단계에서야 비로소 이루어지는 공권력 개입을 통해서는 국가의 안전과 존립이라는 중대한 법익을 지키기 어렵다.

  ③ 청구인들은 ‘동조’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과도하다고도 주장하나, 이적행위조항에 의해 처벌되는 동조행위는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는 것과 같이 평가될 정도로 적극적인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는 정도에 이른 행위에 국한되므로, 그 위험성이 찬양고무선전 행위에 비해 작지 않다.

  ④ 이적표현물조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며, 행위자가 이적물의 이적성을 인식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음이 인정되어야만 처벌대상이 된다. 따라서 이적표현물조항 중 ‘소지취득’에 관한 부분이 더 이상 이념적 성향에 대한 처벌수단이나 소수자를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더욱이 최근 증가하고 있는 전자매체 형태의 이적표현물의 경우에는, 소지취득과 전파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거의 없고, 전파 범위나 대상이 어디까지 이를지도 예측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일단 전파된 이후에는 이를 완전히 회수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므로, 이적표현물을 소지·취득하는 행위를 금지할 필요성은 종전보다 더욱 커졌다고도 볼 수 있다.

  ⑤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아도, 독일은 위헌조직 선전물의 ‘보관’ 행위를 처벌하고, 영국은 테러출판물을 ‘소지’하는 행위를 처벌하며, 프랑스 역시 테러행위를 선동하거나 옹호하는 내용의 문서를 ‘소지’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등, 국가의 안보와 관련된 표현물의 소지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입법례가 특별히 예외적인 것도 아니다.

  ⑥ 형법상의 ‘내란의 죄’나 ‘외환의 죄’만으로 이적행위나 이적행위를 할 목적의 이적표현물 제작소지운반반포취득행위를 모두 처벌할 수 있는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경우, 용인하기 어려운 처벌의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⑦ 이러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선례를 변경할 만한 규범이나 사실상태의 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다.

 4)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 위배 여부에 대한 판단

  선례에서 헌법재판소는 이적표현물조항 중 ‘소지·취득’에 관한 부분이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한반도의 이념적 대립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조항이 법정형으로 징역형만을 규정한 것이나, 이적행위조항이 ‘동조’ 행위를 ‘찬양·고무·선전’ 행위와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이 형벌 체계상 균형을 잃었다고 할 정도로 과중하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므로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조항은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도 위배되지 아니한다.

 5) 소결

  이상에서 살펴본 내용을 종합하면, 종전 선례 결정을 변경할만한 규범 또는 사실상태의 변화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선례의 입장은 지금도 타당하다.

 

4. 결정의 의의

헌법재판소가 몇 차례 국가보안법상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선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위 조항들이 표현의 자유 내지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존재하였다.

이 결정은 국가보안법의 적용 범위가 법률의 개정, 헌법재판소 결정 및 법원의 판결 등을 통해 계속적으로 제한되어 왔기 때문에 더 이상 이적행위조항이나 이적표현물조항이 오남용될 가능성이 크지 아니하고, 북한으로 인한 위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이 현시점에도 존재의의가 있음을 인정하고, 그 동안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조항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선고하였던 종전의 헌법재판소 선례들이 여전히 타당하며 이를 변경할 필요성이 없음을 선언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