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책임의원칙 자기결정권 사적자치의원칙 계약의 자유

1. 자기책임의 원칙

가. 자기책임의 원칙의 의의

  1)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 부과 금지

   자기책임의 원리는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사법의 기본원리로서, 만약 법질서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결과의 발생이 어느 사람의 잘못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그 사람에게 형벌을 가할 수는 없다는 내용이고, 이는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에 내재하는 원리인 동시에 헌법 제10조의 취지로부터 도출되는 원리이다(헌재 2011. 2. 24. 2009헌바29 결정).

  2) 자기결정권의 한계 논리

  개인의 존엄과 자율성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 서 있는 우리 헌법질서하에서는 자기의 행위가 아닌 타인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어떠한 행위를 법률로 금지하고 그 위반을 어떻게 제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위반행위의 성질, 위반이 초래하는 사회적 경제적 해악의 정도, 제재로 인한 예방효과 기타 사회적 경제적 현실과 그 행위에 대한 국민의 일반적 인식이나 법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하여야 할 분야이나, 법적 제재가 위반행위에 대한 책임의 소재와 전혀 상관없이 이루어지도록 법률이 규정하고 있다면, 이는 자기책임의 범위를 벗어나는 제재로서 헌법위반의 문제를 일으킨다.

  헌법 제10조가 정하고 있는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자기결정권 내지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의 자기의 운명에 대한 결정·선택을 존중하되 그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부담함을 전제로 한다. 자기책임의 원리는 이와 같이 자기결정권의 한계논리로서 책임부담의 근거로 기능하는 동시에 자기가 결정하지 않은 것이나 결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않고, 책임부담의 범위도 스스로 결정한 결과 내지 그와 상관관계가 있는 부분에 국한됨을 의미하는 책임의 한정원리로 기능한다. 이러한 자기책임의 원리는 인간의 자유와 유책성,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진지하게 반영한 원리로서 그것이 비단 민사법이나 형사법에 국한된 원리라기보다는 근대법의 기본이념으로서 법치주의에 당연히 내재하는 원리로 볼 것이고, 헌법 제13조 제3항은 그 한 표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하는 제재는 그 자체로서 헌법위반을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헌재 2010. 3. 25. 2009헌마170 결정).

<헌재 결정1> 후보자에게 회계책임자의 형사책임을 연대하여 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객관적 사실(회계책임자의 불법행위)에 따른 선거결과를 교정하는 것에 불과하고, 또한 후보자는 공직선거법을 준수하면서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할 의무가 있는 자로서 후보자 자신뿐만 아니라 최소한 회계책임자 등에 대하여는 선거범죄를 범하지 않도록 지휘·감독할 책임을 지는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후보자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우고 있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헌재 2010. 3. 25. 2009헌마170 결정).

<헌재 결정2> 심판대상조항은 가집행선고가 실효되는 경우 가집행을 한 자에 대하여 원상회복의무와 손해배상의무를 인정한 것이다. 심판대상조항의 원상회복의무와 손해배상의무는 가집행채권자가 가집행선고가 실효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선택으로 집행을 감행하였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가집행채권자는 가집행선고가 있더라도 집행에 이르지 아니하고 본안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 결국 가집행선고의 실효에 따른 원상회복과 손해배상책임은 가집행채권자가 실효될 수도 있는 가집행선고에 기해 집행하기로 한 자기가 내린 결정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책임의 범위도 가집행채권자의 결정과 상관관계 있는 범위로 한정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자기책임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볼 수 없다(헌법재판소 2017. 5. 25. 선고 2014헌바360 결정).

  3) 사법의 사적자치의 원칙, 귀책사유는 자기책임의 원칙을 근거

   우리의 사법질서는 개인이 자신의 법률관계를 그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형성할 수 있다는 사적자치의 원칙과 개인은 자기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행위에 대하여만 책임을 지고 그렇지 아니한 타인의 행위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자기책임의 원칙 등을 근간으로 한다. 따라서 타인의 채무에 대한 변제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채무인수와 같이 당사자가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책임을 부담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 한정되는 것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타인의 채무에 대한 변제책임이 인정될 수 있으나, 그러한 법률규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가급적 위와 같은 원칙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배려하여야 하고 특히 유추적용 등의 방법으로 그 법률규정들을 확대적용하는 것은 신중히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8. 24. 선고 2014다9212 판결).

  4) 카지노 이용 법률관계에 자기책임의 원칙이 적용

   개인은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과 결정에 따라 행위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귀속시키거나 전가하지 아니한 채 스스로 이를 감수하여야 한다는 ‘자기책임의 원칙’이 개인의 법률관계에 대하여 적용되고, 계약을 둘러싼 법률관계에서도 당사자는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과 결정에 따라 계약을 체결한 결과 발생하게 되는 이익이나 손실을 스스로 감수하여야 할 뿐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 당사자에게 손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하는 등 상대방 당사자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일반적인 의무는 부담하지 아니함이 원칙이다. 카지노업, 즉 ‘전문 영업장을 갖추고 주사위·트럼프·슬롯머신 등 특정한 기구 등을 이용하여 우연의 결과에 따라 특정인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주고 다른 참가자에게 손실을 주는 행위 등을 하는 업’(관광진흥법 제3조 제1항 제5호)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폐광지역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폐광지역지원법’이라 한다)에 따라 내국인의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업을 허가받은 자(이하 ‘카지노사업자’라 한다)와 카지노이용자 사이의 카지노 이용을 둘러싼 법률관계에 대하여도 당연히 위와 같은 ‘자기책임의 원칙’이 적용된다.

  카지노사업자가 카지노 운영과 관련하여 공익상 포괄적인 영업 규제를 받고 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근거로 함부로 카지노이용자의 이익을 위한 카지노사업자의 보호의무 내지 배려의무를 인정할 것은 아니다. 카지노사업자로서는 정해진 게임 규칙을 지키고 게임 진행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관련 법령에 따라 카지노를 운영하기만 하면 될 뿐, 관련 법령에 분명한 근거가 없는 한 카지노사업자에게 자신과 게임의 승패를 겨루어 재산상 이익을 얻으려 애쓰는 카지노이용자의 이익을 자신의 이익보다 우선하거나 카지노이용자가 카지노 게임으로 지나친 재산상 손실을 입지 아니하도록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자기책임의 원칙도 절대적인 명제라고 할 수는 없는 것으로서,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서는 신의성실이나 사회질서 등을 위하여 제한될 수도 있다. 그리하여 카지노이용자가 자신의 의지로는 카지노 이용을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도박 중독 상태에 있었고 카지노사업자도 이를 인식하고 있었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인식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카지노이용자나 그 가족이 카지노이용자의 재산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하여 법령이나 카지노사업자에 의하여 마련된 절차에 따른 요청을 하였음에도 그에 따른 조처를 하지 아니하고 나아가 영업제한규정을 위반하여 카지노 영업을 하는 등 카지노이용자의 재산상실에 관한 주된 책임이 카지노사업자에게 있을 뿐만 아니라 카지노이용자의 손실이 카지노사업자의 영업이익으로 귀속되는 것이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카지노사업자의 카지노이용자에 대한 보호의무 내지 배려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0다92438 전원합의체 판결).

나. 자기책임의 원리 침해 사례

 1) 자동차운전전문학원 졸업하고 운전면허 받은 사람이 교통사고를 받으면 학원의 등록 취소 또는 운영정지 하는 규정 

‘자동차운전전문학원을 졸업하고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 중 교통사고를 일으킨 비율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을 초과하는 때’에는 학원의 등록을 취소하거나 1년 이내의 운영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한 도로교통법 제71조의15 제2항 제8호의 ‘교통사고’ 부분(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이 자기책임의 범위를 벗어나 운전전문학원 운전자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헌재 2005. 7. 21. 2004헌가30 결정).  <위헌>

<헌재 결정> 교통사고는 본질적으로 우연성을 내포하고 있고 사고의 원인도 다양하며, 이는 운전기술의 미숙함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으나, 졸음운전이나 주취운전과 같이 운전기술과 별다른 연관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 사건 조항이 운전전문학원의 귀책사유를 불문하고 수료생이 일으킨 교통사고를 자동적으로 운전전문학원의 법적 책임으로 연관시키고 있는 것은 운전전문학원이 주체적으로 행해야 하는 자기책임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며, 교통사고율이 높아 운전교육이 좀더 충실히 행해져야 하며 오늘날 사회적 위험의 관리를 위한 위험책임제도가 필요하다는 사정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운전교육과 기능검정이 철저하더라도 교통사고는 우연적 사정과 운전자 개인의 부주의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운전교육과 기능검정을 철저히 하도록 한다는 입법목적은 이 사건 조항으로 인하여 효과적으로 달성된다고 할 수 없다. 운전교육 및 기능검정의 내실화 및 이를 통한 교통사고 예방은 이 사건 조항이 아니더라도 운전전문학원의 지정 요건과 교육내용, 기능검정 등에 관하여 마련되어 있는 도로교통법과 동법시행령․시행규칙의 구체적이고 자세한 규정들이 제대로 집행된다면 가능하다. 이 사건 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부적절하며, 운전전문학원의 영업 내지 직업의 자유를 필요 이상으로 제약하는 것이다.

 2) 허가받지 않은 학생의 집회·시위로 학생 제적, 소속 학교의 휴업 등을 하는 규정

긴급조치 제9호 제1항 다호, 제5항에서는 허가받지 않은 학생의 모든 집회·시위와 정치관여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주무부장관이 학생의 제적을 명하고 소속 학교의 휴업, 휴교, 폐쇄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집회·시위의 자유,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 내지 대학자치의 원칙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며, 행위자의 소속 학교나 단체 등에 대한 불이익을 규정하여, 자기가 결정하지 않은 것이나 결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않고 책임부담의 범위도 스스로 결정한 결과 내지 그와 상관관계가 있는 부분에 국한됨을 의미하여 책임의 한정원리로 기능하는 헌법상의 자기책임의 원리에도 위반된다(헌재 2013. 3. 21. 2010헌바132등 결정). <위헌>

 

2. 자기결정권

가. 자기결정권의 의의

 1) 헌법 제10조 제1문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이 보호하는 인간의 존엄성으로부터 개인의 일반적 인격권이 보장된다. 일반적 인격권은 인간의 존엄성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보이는 자유로운 인격발현의 기본조건을 포괄적으로 보호하는데, 개인의 자기결정권은 일반적 인격권에서 파생된다. 또한 헌법 제10조 제1문의 행복추구권에는 그 구체적인 표현으로서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이 포함된다(헌재 2019. 12. 27. 2018헌바161 결정).

  2)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모든 기본권 보장의 종국적 목적(기본이념)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의 본질이며 고유한 가치인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의 인격권, 행복추구권에서 개인의 자기결정권이 파생된다(헌재 2015. 11. 26. 2012헌마940).

나. 자기결정권의 내용

 1) 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 신상에 관한 결정, 재산 관리권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하여 성년후견개시심판이 이루어진 경우 성년후견인관련조항에 따라 선임된 성년후견인이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를 대리하고 신상에 관하여 결정할 수 있으며, 재산을 관리하게 된다. 이는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성년후견인관련조항이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헌재 2019. 12. 27. 2018헌바161 결정).

<헌재 결정> 성년후견인관련조항은 스스로 법률행위를 하거나 신상에 관한 결정을 하고 행위를 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성년후견인의 지원을 통하여 거래상의 불이익이나 신상에 대한 위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성년후견인의 지원을 통하여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을 효율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성년후견인에게 피성년후견인의 의사와 이익을 반영하여 포괄적, 지속적으로 사무처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민법은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피성년후견인 자신의 신상에 관하여 단독 결정 원칙(제947조의2 제1항), 피성년후견인의 일정한 법률행위에 대한 성년후견인의 취소권 제한 및 범위의 조정(제10조), 성년후견인 선임에 있어서 피성년후견인의 의사 존중(제936조 제4항), 복수 또는 추가적인 성년후견인 선임(제930조 제2항, 제936조 제3항), 일정 범위의 법률행위 대리에 대한 후견감독인의 동의(제950조), 임의후견에서 법정후견으로의 변경에 대한 원칙적 제한(제959조의20) 등 여러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한편 민법은 성년후견개시심판을 하는 경우 성년후견기간을 정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성년후견의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 피성년후견인의 실질적 권익 보호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즉 피성년후견인의 정신적 제약 및 그 지속의 정도가 쉽게 호전되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성년후견기간을 특정하게 되면 그 기간 만료로 성년후견이 종료되는 결과 다시 성년후견개시심판을 받을 때까지 공백이 생길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성년후견인 관련조항은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제한되도록 규정한 것으로서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충족한다.

나아가 성년후견인관련조항에 의하여 피성년후견인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정도가 위 조항에 의하여 달성되는 피성년후견인 본인의 신상과 재산의 보호 강화, 피성년후견인 보호에 드는 사회적 비용의 효율적 운용 및 거래안전이라는 법익보다 크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따라서 성년후견인관련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의료소비자의 의료계약을 통하여 의료행위 내용 등을 자유롭게 결정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료업을 영위하면서 수행하는 의료행위 내용 등을 규제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고, 모든 의료기관을 일률적으로 동일하게 취급하여 의료기관 개설자인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제한할 여지가 있다. 또 의료소비자인 국민이 의료계약을 통하여 의료행위 내용 등을 자유롭게 결정하는 것을 제약하여 의료소비자인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헌법재판소 2014. 4. 24. 선고 2012헌마865 전원재판부).

<헌재 결정>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아래서도 의료소비자는 의료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비급여 의료행위를 선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의료기관이 요양기관으로서 보험급여를 제공하고 이에 따라 의료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제한은 의료보험의 기능 확보라는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한 것으로서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3) 성적 자기결정권

   가) 동성혼금지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함으로써 모든 기본권의 종국적 목적(기본이념)이라 할 수 있고 인간의 본질이며 고유한 가치인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의 인격권·행복추구권은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을 그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성적(性的)자기결정권 특히 혼인의 자유와 혼인에 있어서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되어 있다(헌재 1997. 7. 16. 95헌가6등 결정).

<헌재 결정> 이 사건 법률조항[민법 제809조 제1항(동성혼 등의 금지. 동성동본인 혈족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은 동성동본인 혈족사이의 혼인을 그 촌수의 원근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모두 금지하고 민법은 이를 위반한 혼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아예 그 혼인신고 자체를 수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동성동본인 혈족은 서로가 아무리 진지하게 사랑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또 촌수를 계산할 수 없을 만큼 먼 혈족이라 하더라도 혼인을 할 수 없고 따라서 혼인에 있어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동시에, 그 제한의 범위를 동성동본인 혈족, 즉 남계혈족에만 한정함으로써 성별에 의한 차별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미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금혼규정으로서의 사회적 타당성 내지 합리성을 상실하고 있음과 아울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이념 및 규정과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성립·유지라는 헌법규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할 것이고, 또 그 금혼의 범위를 동성동본인 혈족, 즉 남계혈족에만 한정하여 성별에 의한 차별을 하고 있는데 이를 시인할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에도 위반되는 것이다. <헌법불합치>

   나) 혼인빙자간음죄

   형법 제304조 중 “혼인을 빙자하여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 부분(이 사건 법률조항)은 혼인빙자간음행위를 형사처벌함으로써 남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임은 틀림없고,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남성의 성생활이라는 내밀한 사적 생활영역에서의 행위를 제한하므로 우리 헌법 제17조가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역시 제한하는 것으로 보인다(헌재 2009. 11. 26. 2008헌바58등 결정).

<헌재 결정>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 입법목적에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첫째, 남성이 위력이나 폭력 등 해악적 방법을 수반하지 않고서 여성을 애정행위의 상대방으로 선택하는 문제는 그 행위의 성질상 국가의 개입이 자제되어야 할 사적인 내밀한 영역인데다 또 그 속성상 과장이 수반되게 마련이어서 우리 형법이 혼전 성관계를 처벌대상으로 하지 않고 있으므로 혼전 성관계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통상적 유도행위 또한 처벌해야 할 이유가 없다. 다음 여성이 혼전 성관계를 요구하는 상대방 남자와 성관계를 가질 것인가의 여부를 스스로 결정한 후 자신의 결정이 착오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상대방 남성의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행위이다. 또한 혼인빙자간음죄가 다수의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여성 일체를 ‘음행의 상습 있는 부녀’로 낙인찍어 보호의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보호대상을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로 한정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남성우월적 정조관념에 기초한 가부장적ㆍ도덕주의적 성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셈이 된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남녀 평등의 사회를 지향하고 실현해야 할 국가의 헌법적 의무(헌법 제36조 제1항)에 반하는 것이자, 여성을 유아시(幼兒視)함으로써 여성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사실상 국가 스스로가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것이 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은 여성의 존엄과 가치에 역행하는 것이다.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의 법의식에 많은 변화가 생겨나 여성의 착오에 의한 혼전 성관계를 형사법률이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이미 미미해졌고, 성인이 어떤 종류의 성행위와 사랑을 하건, 그것은 원칙적으로 개인의 자유 영역에 속하고, 다만 그것이 외부에 표출되어 명백히 사회에 해악을 끼칠 때에만 법률이 이를 규제하면 충분하며, 사생활에 대한 비범죄화 경향이 현대 형법의 추세이고, 세계적으로도 혼인빙자간음죄를 폐지해 가는 추세이며 일본, 독일, 프랑스 등에도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는 점, 기타 국가 형벌로서의 처단기능의 약화, 형사처벌로 인한 부작용 대두의 점 등을 고려하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혼인빙자간음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수단의 적절성과 피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개인의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남성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인 반면, 이로 인하여 추구되는 공익은 오늘날 보호의 실효성이 현격히 저하된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들만의 ‘성행위 동기의 착오의 보호’로서 그것이 침해되는 기본권보다 중대하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상실하였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절성 및 피해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고 법익의 균형성도 이루지 못하였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남성의 성적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과잉제한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 <위헌>

   다) 간통죄

   배우자 있는 자의 간통행위 및 그와의 상간행위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41조(심판대상조항)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개인의 성생활이라는 내밀한 사적 생활영역에서의 행위를 제한하므로 헌법 제17조가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역시 제한한다(헌재 2015. 2. 26. 2009헌바17등 결정).

<헌재 결정> 사회 구조 및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의 의식이 변화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다 중요시하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간통행위를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이제 더 이상 국민의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고, 비록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대 형법의 추세여서 전세계적으로 간통죄는 폐지되고 있다. 또한 간통죄의 보호법익인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하여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는 것이며, 현재 간통으로 처벌되는 비율이 매우 낮고, 간통행위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낮아져 간통죄는 행위규제규범으로서 기능을 잃어가고, 형사정책상 일반예방 및 특별예방의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게 되었다. 부부 간 정조의무 및 여성 배우자의 보호는 간통한 배우자를 상대로 한 재판상 이혼 청구,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상의 제도에 의해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고, 오히려 간통죄가 유책의 정도가 훨씬 큰 배우자의 이혼수단으로 이용되거나 일시 탈선한 가정주부 등을 공갈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기도 하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4) 시체 처분에 대한 자기결정권

자신의 사후에 시체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처리될 수 있다고 한다면 기본권 주체인 살아있는 자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본인의 생전 의사에 관계없이 인수자가 없는 시체를 해부용으로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시체의 처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할 것이다(헌재 2015. 11. 26. 2012헌마940).

<헌재 결정> 시신 자체의 제공과는 구별되는 장기나 인체조직에 있어서는 본인이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경우 이식·채취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본인이 해부용 시체로 제공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의사표시를 명시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하지 않고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해부용 시체로 제공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고, 실제로 해부용 시체로 제공된 사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이 사후 자신의 시체가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해부용 시체로 제공됨으로써 침해되는 사익보다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인수자가 없는 시체를 생전의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해부용 시체로 제공될 수 있도록 규정한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2012. 10. 22. 법률 제11519호로 개정된 것) 제12조 제1항 본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은 은 청구인의 시체 처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위헌>

 5) 환자의 자기 신체에 관한 결정권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여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개인의 인격권·행복추구권은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전제하는 것이고, 이 자기운명결정권에는 환자자신의 신체에 관한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는 자유로이 진료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체결된 진료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진료계약을 유지하는 경우에도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는 범위 내에서는 제공되는 구체적인 진료행위의 내용을 선택하고 그 내용의 변경을 요구할 수 있으며, 원칙적으로 의사는 이를 받아들이고 환자의 요구에 상응한 다른 적절한 진료방법이 있는지를 강구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법리는 응급상황에 있는 응급환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에 더하여 응급의료법은 응급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거나 설명 및 동의 절차로 인하여 응급의료가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응급의료종사자로 하여금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에 관하여 설명하고 그 동의를 받아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므로(제9조 제1항), 응급환자가 응급의료에 동의하지 않고 이를 거부하였다면 응급의료종사자는 환자의 결정을 존중하여야 한다(헌재 2019. 6. 28. 2018헌바128 결정).

<헌재 결정> 응급진료 방해 행위는 자기결정권 내지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한계 벗어남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응급의료를 방해한 사람’에 관한 부분)이 폭행, 협박, 위계, 위력, 그 밖의 방법에 의한 응급진료에 대한 방해 행위를 제재하고 있다고 하여 응급환자로 하여금 응급의료종사자의 모든 조치에 수긍할 의무를 부과하거나 응급의료종사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즉,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은 응급환자 본인의 의료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직접 제한하거나 그러한 제한을 규범의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

먼저 응급환자 본인의 행위가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 범위 내에 있다면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규율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므로 자기결정권 내지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제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한편 응급환자 본인의 모든 행위가 응급의료에 대한 거부 내지 항의를 위한 행위라는 이유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며, 그 행위의 태양, 내용, 방법 및 그 결과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 이는 정당한 자기결정권 내지 일반적 행동의 자유 행사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즉, 응급환자 본인의 행위가 응급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것으로 ‘응급진료 방해 행위’로 평가되는 경우 이는 정당한 자기결정권 내지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므로, 이를 다른 응급진료 방해 행위와 마찬가지로 금지하고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한다고 하여 자기결정권 내지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제한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응급환자 본인이 자기결정권 내지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표출된 행위가 심판대상조항이 금지하는 ‘응급진료 방해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안을 전제로 헌법상 보장되는 자기결정권 내지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내용과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을 구체적으로 비교·형량하여 법원이 판단하여야 할,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문제일 뿐이다.

 6)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게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

‘연명치료 중단, 즉 생명단축에 관한 자기결정’은 ‘생명권 보호’의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므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인정 여부가 문제되는 ‘죽음에 임박한 환자’란 ‘의학적으로 환자가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상태에 비추어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 즉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경우를 의미한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죽음에 임박한 환자’는 전적으로 기계적인 장치에 의존하여 연명할 수밖에 없고, 전혀 회복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결국 신체의 다른 기능까지 상실되어 기계적인 장치에 의하여서도 연명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므로,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는 의학적인 의미에서 치료의 목적을 상실한 신체침해 행위가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죽음의 과정이 시작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는 이미 시작된 죽음의 과정에서의 종기를 인위적으로 연장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어, 비록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결정 및 그 실행이 환자의 생명단축을 초래한다 하더라도 이를 생명에 대한 임의적 처분으로서 자살이라고 평가할 수 없고, 오히려 인위적인 신체침해 행위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생명을 자연적인 상태에 맡기고자 하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부합한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환자가 장차 죽음에 임박한 상태에 이를 경우에 대비하여 미리 의료인 등에게 연명치료 거부 또는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히는 등의 방법으로 죽음에 임박한 상태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연명치료의 거부 또는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 할 것이고, 위 결정은 헌법상 기본권인 자기결정권의 한 내용으로서 보장된다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2009. 11. 26. 2008헌마385 결정).

 7) 소비자의 자기결정권

소비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상품을 선택하는 것을 제약함으로써 소비자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자기결정권”도 제한하고 있다(헌재 1996. 12. 26. 96헌가18 결정).

<헌재 결정> 구입명령제도는 소주판매업자의 직업의 자유는 물론 소주제조업자의 경쟁 및 기업의 자유, 즉 직업의 자유와 소비자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된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다. 소주시장과 다른 상품시장, 소주판매업자와 다른 상품의 판매업자, 중소소주제조업자와 다른 상품의 중소제조업자 사이의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 지방소주제조업자는 신뢰보호를 근거로 하여 구입명령제도의 합헌성을 주장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다만 개인의 신뢰는 적절한 경과규정을 통하여 고려되기를 요구할 수 있는데 지나지 않는다.

 8) 배아에 대한 결정권

배아생성자는 배아에 대해 자신의 유전자정보가 담긴 신체의 일부를 제공하고, 또 배아가 모체에 성공적으로 착상하여 인간으로 출생할 경우 생물학적 부모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므로, 배아의 관리 또는 처분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다. 이러한 배아생성자의 배아에 대한 결정권은 헌법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아니하지만,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의 한 유형으로서의 헌법상 권리라 할 것이다.

배아의 경우 형성 중에 있는 생명이라는 독특한 지위로 인해 국가에 의한 적극적인 보호가 요구된다는 점, 배아의 관리·처분에는 공공복리 및 사회 윤리적 차원의 평가가 필연적으로 수반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도 그 제한의 필요성은 크다. 그러므로 배아생성자의 배아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자기결정이라는 인격권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배아의 법적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에 명백히 배치될 경우에는 그 제한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큰 기본권이라 할 수 있다.

위 법률조항이 배아의 보존기간을 5년으로 하고 보존기간이 경과한 배아를 폐기하도록 규정한 것은 배아에 대한 관리부실과 그 부적절한 이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이 인정되며,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실현하면서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수단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할 수 없는 점, 5년 동안의 보존기간이 임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배아를 이용할 기회를 부여하기에 명백히 불합리한 기간이라고 볼 수 없는 점, 배아 수의 지나친 증가와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 및 부적절한 연구목적의 이용가능성을 방지하여야 할 공익적 필요성의 정도가 배아생성자의 자기결정권이 제한됨으로 인한 불이익의 정도에 비해 작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법률조항이 피해의 최소성에 반하거나 법익의 균형성을 잃었다고 보기 어렵다)헌재 2010. 5. 27. 2005헌마346 결정).

 

3. 사적자치의 원칙과 계약자유의 원칙

가. 사적자치의 원칙

1) 사적자치의 원칙의 의미

헌법 제119조 제1항은 사유재산제도와 사적자치의 원칙 및 과실책임의 원칙을 기초로 하는 자유시장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고 있음을 선언하고, 헌법 제10조는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여기서 파생된 일반적 행동자유권 및 사적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는바, 사적자치의 원칙이란 인간의 자기결정 및 자기책임의 원칙에서 유래된 기본원칙으로서, 법률관계의 형성은 고권적인 명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인격자 자신들의 의사나 행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원칙이다.

2) 사적자치의 원칙의 내용

사적자치계약의 자유·소유권의 자유·결사의 자유·유언의 자유영업의 자유를 그 구성요소로 하고 있으며, 그 중 계약의 자유는 사적자치가 실현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서, 이는 계약체결의 자유·상대방선택의 자유·방식의 자유․계약의 변경 또는 해소의 자유를 포함하므로, 명의신탁약정에 있어서 그러한 계약을 체결할지, 누구와 체결할지, 그 내용과 효력은 어떻게 할지, 어떤 방식으로 계약할지, 그리고 약정된 명의신탁을 변경하거나 해소할지 등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는 기본적으로 사적자치의 영역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3) 사적자치의 원칙의 제한

그러나, 개인들은 사적·자치적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자신들의 이익추구만을 위하여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사적자치의 원칙 내지는 사적자치권이라도 공동체의 전체질서와의 관계에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본질적 부분이 훼손되지 않고 헌법상의 경제적 기본질서를 깨뜨리지 않는 한,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규정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또한 헌법 제119조 제2항의 경제에 대한 규제와 조정의 기본원칙, 즉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규정에 의하여 제한받을 수도 있으며, 다만 그 제한이 계약의 자유나 소유의 자유 등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이는 곧 사적자치의 본질적 내용 침해가 되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1. 5. 31. 99헌가18등 결정).

<헌재 결정> 장기미등기자에 대하여 부동산가액의 100분의 3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 부동산실명법 제10조 제1항 본문에 있어서, 장기미등기자는 명의신탁자와 유사한 의도를 가진 사람으로부터 단순한 무지 등으로 인하여 등기를 하지 않은 사람까지 반사회성의 정도가 제각기 다르고, 장기미등기는 기본적으로는 권리의 불행사에 불과하며, 정해진 기간 내에 소유권이전등기신청을 하지 않는 것은 행정상 의무 위반이라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제재의 정도에 있어서, 특별히 조세의 포탈이나 법 적용의 회피 등 반사회적 의도나 목적을 가지지 않은 경우에까지 일률적으로 부동산가액의 3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법익균형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워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명의신탁의 경우와 똑같은 과징금의 부과규정을 두었다는 측면에서 평등의 원칙에도 위반되고, 한편, 부동산실명법 시행일과 관련하여 기존의 장기미등기자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할 기간을 별도로 보장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 부칙 제3조는, 법 시행 전에 제10조 제1항에서 정한 3년의 기간이 경과된 경우의 기존의 미등기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일정한 유예기간을 추가로 허여한 규정으로서, 통상적으로 3년의 기간은 법규의 내용을 숙지하고 소유권이전등기신청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여지므로,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사적자치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나. 계약자유의 원칙

 1) 계약자유의 원칙의 의의

사적자치의 원칙이란 자신의 일을 자신의 의사로 결정하고 행하는 자유뿐만 아니라 원치 않으면 하지 않을 자유로서,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하나이고, 법률행위의 영역에서는 계약자유의 원칙으로 나타난다. 계약자유의 원칙은 계약의 체결에서부터 종결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자신의 자유의사에 따라 계약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서, 계약의 내용, 이행의 상대방 및 방법의 변경뿐만 아니라 계약 자체의 이전이나 폐기도 당사자 자신의 의사로 결정하는 자유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되면, 계약에서 따로 정하지 아니한 이상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할 수 없으며, 채무의 이행불능이나 상대방의 채무불이행과 같은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헌재 2016. 9. 29. 2015헌바28 결정).

 2) 계약자유의 원칙의 내용

  가) 임대차존속기간 20년

임대차존속기간을 20년으로 제한한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651조 제1항(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임대차계약의 당사자는 임대차기간에 관한 계약의 내용을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여 자유롭게 결정할 수 없으므로 계약의 자유가 제한된다(헌재 2013. 12. 26. 2011헌바234 결정).

<헌재 결정> 임대차계약을 통하여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임차물 관리 및 개량방식의 설정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임대인 또는 소유자가 임차물의 가장 적절한 관리자라는 전제하에 임대차의 존속기간을 제한함으로써 임차물 관리 및 개량의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것은 임차물의 관리소홀 및 개량미비로 인한 가치하락 방지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필요한 최소한의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제정 당시에 비해 현저히 변화된 현재의 사회경제적 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20년이 넘는 임대차를 원할 경우 우회적인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게 함으로써 사적 자치에 의한 자율적 거래관계 형성을 왜곡하고 있다.

토지임대차의 경우, 견고한 건물 소유 목적인지 여부에 따라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 여부에 차이를 두는 것은, 소유건물이 견고한 건물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도 있어 이에 대한 분쟁이 유발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건축기술이 발달된 오늘날 견고한 건물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임대차존속기간 제한의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에는 부적절하다. 또한 지하매설물 설치를 위한 토지임대차나 목조건물과 같은 소위 비견고건물의 소유를 위한 토지임대차의 경우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해 임대차기간이 갱신되지 않는 한 20년이 경과한 후에는 이를 제거 또는 철거해야 하는데, 이는 사회 경제적으로도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취지가 불명확하고, 사회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 일정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 <위헌>

  나) 채무자회생법 계약의 해제권

   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관리인에게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에 대한 해제권을 부여하고 있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2005. 3. 31. 법률 제7428호로 제정된 것, 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119조 제1항 본문 중 ‘계약의 해제’에 관한 부분(심판대상조항)은 채무가 이행가능한지 또는 상대방이 채무를 불이행한 사정이 있는지 등과 무관하게,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는 채무자의 관리인이 그 계약의 존속 여부를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정함으로써 상대방이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계약의 존속·폐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는지가 문제된다(헌재 2016. 9. 29. 2015헌바28 결정).

<헌재 결정> 심판대상조항은 회생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함으로써 채무자의 신속한 경제적 재건을 돕고 회생채권자들 전체의 이익을 균형 있게 조정하기 위한 것으로, 이러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며, 관리인에게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에 대한 해제권을 부여하여 종전에 형성된 계약관계를 조기에 확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다. 채무자회생법은 상대방의 최고권을 보장하고(채무자회생법 제119조 제2항), 계약해제로 인해 발생한 손해의 배상에 대하여 상대방이 회생채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며(채무자회생법 제121조 제1항), 계약이 해제된 경우 채무자가 받은 반대급부가 채무자의 재산 중에 현존하는 때에는 상대방은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현존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상대방은 그 가액의 상환에 관하여 회생채권자가 아닌 공익채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정하는 등(채무자회생법 제121조 제2항),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들을 충분히 마련하고 있다. 관리인에게 계약해제권이 아닌 이행거절권을 부여하는 것이 반드시 상대방에게 덜 침익적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으며, 회생절차가 폐지된 경우나 소수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에 근거하여 체결된 계약에 대해서 예외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심판대상조항이 회생절차의 목적에 반한다거나 소수주주 보호라는 상법의 취지를 몰각시킨다고 볼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었다.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상대방이 입게 되는 불이익이 회생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함으로써 회생제도의 목적을 달성하고 그 절차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