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약 섭취 돼지 폐사, 쥐약 설치 업자 손해배상책임

1. 쥐약 섭취 돼지 폐사

A는 양돈업자이고, B는 축사 등의 소독 및 구충, 건물 청소 및 유지 등을 하는 업자이다. B는 A의 의뢰에 따라 A의 양돈농장에 쥐약을 설치하였다.  A 농장의 돼지가 쥐약을 섭취하고 62마리가 집단폐사 하였다.

 

2. 원고와 피고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1)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양돈업자이고, 피고는 축사 등의 소독 및 구충, 건물 청소 및 유지 등을 하는 업자이며, 피고 보조참가인은 농약판매회사이다.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피고는 원고의 의뢰에 따라 2017. 1. 초경 원고가 운영하는 양돈농장에 쥐 구제를 위한 쥐약 엔독스 분제(이하, 쥐약이라고만 한다)를 설치하였는데, 양돈농장의 돼지들이 쥐약을 섭취한 후 62마리가 집단 폐사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사고는 피고가 농장에 쥐약을 설치하면서 돼지들이 섭취할 수 없는 곳에 쥐약을 설치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성체돼지가 앞발을 들고 머리를 내밀면 쥐약을 섭취할 수 있는 위치에 설치함으로써 돼지들이 쥐약을 섭취한 후 폐사하거나 성장이 지연되는 등의 피해를 발생케 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불법행위 또는 계약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으므로 이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원고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주위적 청구원인(101,515,719원)

① 통상손해

  폐사한 돼지 62마리의 무게와 2017. 1.경 축산물품질평가원이 고시한 돼지도체 가격 및 지육율에 따른 손해액 23,130,119원(= 62마리 × 118kg × 4,582원 × 69%)에서 출하비용 93,000원을 공제한 23,037,119원과 쥐약을 섭취한 돼지의 치료를 위하여 지출한 치료제 구입비용 7,483,000원의 합계금 30,520,119원의 지급을 구하고,

② 특별손해

  돼지들의 쥐약섭취로 1,066두의 성장이 지연되어 출하가 45일 지연됨으로
인하여 사료비가 67,158,000원(= 1,066두 × 3.5kg × 400원 × 45일) 상당 더 소요되었고, 분뇨처리비 3,837,600원을 지출하게 되었으므로 합계금 70,995,600원의 지급을 구한다.

나) 예비적 청구원인(93,385,842원)

  특별손해에 관하여 주위적 청구원인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출하량 감소에 따른 특별손해 57,865,723원(= 출하량 감소액 58,099,723원 – 출하비용 234,000원)의 지급을 구하면서 주위적 청구원인에서 주장한 통상손해 30,520,119원과 위자료 5,000,000원을 합한 93,385,842원의 지급을 구한다.

나. 피고 및 피고보조참가인의 주장

  피고가 설치한 쥐약 1개소 33.6g의 시료분석 결과 쿠마테트라릴 함량이 0.785%로서 0.0263g이 확인되었는데, 성체돼지가 시료 33.6g을 섭취한다하더라도 폐사나 발육지연을 유발하지 않는다거나, 2017. 1.초경 당시 돼지의 설사를 유발하는 전염병이 발병하여 이로 인하여 돼지들이 폐사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3. 법원의 판단

가. 쥐약 섭취 여부 및 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판단

1) 쥐약 설치 및 성체돼지들이 쥐약을 섭취한 경위

  증인 송○○의 증언, 갑제1호증 내지 10호증, 23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나 존재, 이 사건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의 사실조회 회신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등에 따르면 피고가 2017. 1.초 경 원고의 의뢰에 따라 쥐약을 설치하면서 돈사 바닥으로부터 1m 정도 높이에 쥐약을 설치하도록 하였고, 성체돼지들이 수용되어 있던 한 방에 두 개 또는 세 개씩의 쥐약을 설치한 사실(갑8호증의 기재 참고), 100kg이 넘는 성체돼지들이 수용되어 있던 2동과 3동에서 성체돼지들이 벽에 발을 대고 1m 높이에 설치되어 있던 쥐약을 섭취한 사실, 2017. 1. 6.경부터 2017. 1. 13.경까지 사이에 쥐약을 섭취한 성체돼지 62두가 소화기 출혈을 일으키고 설사를 한 후 폐사에 이른 사실이 인정된다.

2) 돼지가 쥐약을 섭취한 경우의 유해성

  갑제8호증의 기재, 을가2호증, 을나2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 등에 따르면 돼지가 쥐약을 섭취할 경우 소화기 출혈을 야기할 수 있는 사실, 돼지가 출혈 및 설사를 한다는 원고의 연락에 따라 피고가 쥐약의 해독제인 비타민 K3을 주사하도록 지시한 사실, 쥐약의 용법․용량과 관련하여 옥외에 설치하고, 애완동물이나 다른 포유동물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하며, 가축들이 쥐약을 접촉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사용하지 말 것을 경고한 사실, 실제 쥐약을 섭취한 성체돼지들에게서 소화기 출혈과 설사가 일어난 사실이 인정된다.

3) 쥐약섭취와 성체돼지의 폐사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존재여부

  위 1), 2)에서 본 사정과 쥐약을 섭취한 것으로 짐작되는 성체돼지들만 폐사한 사정, 쥐약이 피 설사를 하게 함으로써 쥐를 죽게 하는 메커니즘과 원고가 피고의 권유에 따라 해독제인 비타민 K3를 주사함으로써 성체돼지들의 중독이 상당부분 치유된 것으로 보이는 사정(갑제8호증 11,12쪽 참고), 쥐약의 독성에 관한 사회통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성체돼지의 쥐약섭취와 폐사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이 인정된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와 피고 보조참가인은 원고의 축사에서 회수한 쥐약 시료 1건에 포함된 쿠마테트라릴을 전부 섭취한다하더라도 성체돼지가 폐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을제1호증 엔독스함량결과보고는 단순히 쥐와 성체돼지의 몸무게만을 비교하여 성체돼지가 시료 1건 전부를 섭취하여도 폐사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으로 이러한 결론은 포유류 동물의 개별적인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또한 분명한 과학적인 연구나 실험결과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른 쥐약 시료에도 동일한 양의 쿠마테트라릴이 함유되어 있었다는 증거도 없고, 폐사에 이르는 것 이외에 쥐약섭취가 초래할 유해한 결과에 관한 아무런 언급이 없으며, 위 1),2)에서 본 바와 같이 성체돼지들이 수용되어 있던 방 하나에 두 개 또는 세 개의 쥐약 시료가 설치되어 있었으므로 성체돼지들이 얼마나 많은 양의 쿠마테트라릴을 섭취하였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4)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

  한편, 축사에 독성물질인 쥐약을 설치하여 쥐를 박멸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피고로서는 쥐약을 설치함에 있어 돼지가 쥐약을 섭취할 수 없는 안전한 장소에 쥐약을 설치하는 등 쥐약 취급상의 엄격한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성체돼지들이 쥐약을 섭취할 수도 있는 바닥으로부터 1미터 가량의 높이의 장소에 쥐약시료를 설치하는 등 쥐약 설치나 취급과정에서 업무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인정된다.

나. 손해배상의 범위

1) 성체돼지 폐사로 인한 손해

  갑제12,14,15호증의 각 기재에 따르면 폐사한 성체돼지 62두의 2017. 1.경 두당 평균무게가 118kg이고, 그 당시의 돼지도체의 경락가격은 kg당 4,582원이며, 도축 후 남는 고기비율을 나타내는 지육율은 69%인바, 이에 따라 폐사로 인한 손해액을 계산하면 23,130,119원이고, 62두 돼지 출하와 관련한 한돈자조금 68,200원(= 62두 × 1,100원)과 축산물 등급판정 수수료24,800원(= 62두 × 400원)을 포함한 출하비용은 합계금 93,000원 이다.

  따라서 원고의 성체돼지 폐사로 인한 손해액은 23,037,119원(= 23,130,119원 – 93,000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2) 치료제 구입비용(7,483,000원)

  갑제21호증의 기재에 따르면 원고는 돼지의 설사나 소화기 출혈을 막고, 면역력을 증강시키기 위하여 2017. 1. 7.부터 같은 해 2.경까지 비타민 k3 등 7,483,000원 상당의 약품을 구입한 사실이 인정된다.

3) 출하지연 또는 출하량 감소로 인한 손해

  쥐약을 섭취한 돼지는 모두 이미 출하시기가 임박한 성체돼지이고, 갑제8호증의 기재 등에 따르면 원고와 피고는 2017. 1. 7.경 이미 설치한 쥐약을 모두 제거하였으며, 2017. 1. 7. 이후 비타민 K3 등 약품의 투약으로 소화기 출혈이나 설사가 눈에 띄게 치유된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쥐약섭취로 인하여 1,066두의 돼지의 성장이 45일간 지연되고 그로 인하여 두당 사료 섭취량이 매일 3.5kg 더 소요되었다거나, 2017. 1경 쥐약 섭취로 인하여 폐사한 돼지를 제외한 156두의 돼지의 출하가 감소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4) 과실상계

  피고에게 쥐약설치를 통한 쥐의 박멸을 의뢰한 원고로서도 쥐약이 독성물질로서 가축 등에게 유해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가 쥐약을 설치함에 있어 설치 방법, 설치 위치 등이나 취급방법 등에 대하여 안전을 강구하도록 요구하고(돼지들의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설치하지 못하도록 요구하거나 안전조치를 강구하도록 요구할 주의의무가 있다), 성체돼지가 쥐약을 설치한 부분의 단열재 등을 뜯고 섭취한 흔적을 발견한 즉시 쥐약을 제거하는 등의 관리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과 위에서 본 피고의 잘못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폐사와 관련한 원고의 과실을 20% 상계함이 타당하다.

5) 재산상 손해액의 계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4,416,095원{= (23,037,119원 + 7,483,000원) × 80%}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6) 위자료 청구

  원고에게 쥐약 섭취로 인한 재산상의 손해 이외에 특별히 배상받아야 할 정신적 손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과 피고도 쥐약을 섭취한 성체돼지들의 해독을 위하여 노력한 사정 등을 고려하여 원고의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4,416,095원과 이 사건 소장(지급명령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18. 8. 23.부터 이행의무의 존재여부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사건 판결선고일인 2021. 2. 19.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 법원은 쥐약을 섭취하고 돼지가 폐사하였다면 쥐약을 설치한 업자에게 쥐약 설치 및 폐사로 인한 인과관계 인정, 손해배상을 인정하였다.

요약

A 돈사 내의 성체돼지들은 돈사 바닥으로부터 1m 높이에 설치된 쥐약을 섭취하고 62두가 소화기 출혈로 폐사하고, 나머지 돼지들은 비타민 K3을 주사하여 중독이 치유된 사정을 종합하면 쥐약 섭취로 성체 돼지 62두가 폐사하였다고 볼 수 있다.

A는 성체돼지가 쥐약을 섭취한 흔적을 발견하였다면 이를 제거하는 등의 관리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손해배상액을 실제 손해액의 80%로  인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