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서제출명령과 문서제출의무
가. 문서제출명령의 의미
문서제출명령은 증거의 구조적 편재를 시정하기 위하여 문서 소지자에게 증거의 제출을 강제하는 제도이다.
나. 문서제출의무
1) 원칙적 제출의무
제3자를 포함한 문서의 소지자는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 각호에서 정한 거부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또한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 각 호의 사유에 해당하는 문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2) 제출의무 있는 문서
가) 일반적 제출의무가 있는 문서[다음의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아니한 문서(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
– 자기 또는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 후견인(후견을 받는 사람)이 공소제기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는 사항 또는 자기나 그들에게 치욕이 될 사항에 관한 것(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 제1호, 제344조 제1항 제3호 나목, 제344조 각 호)
– 형사소추 등 증언거부사유가 있는 문서(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 제1호, 제344조 제1항 제3호 다목, 제315조 제1항 각호)
– 오로지 문서를 가진 사람이 이용하기 위한 문서(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 제2호)
나) 인용문서(민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 제1호)
다) 인도ㆍ열람문서(민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 제2호)
라) 이익문서ㆍ법률관계문서(민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 제3호)
3) 문서제출의무 예외
가) 이익문서ㆍ법률관계문서 중 동의받지 아니한 다음의 문서(민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 제3호)
(1) 직무상 비밀 관련(가목)
– 대통령ㆍ국회의장ㆍ대법원장ㆍ헌법재판소장(그 직책에 있었던 사람)이 소지한 직무상 비밀(민사소송법 제304조)
– 국회의원ㆍ국무총리ㆍ국무위원(그 직책에 있었던 사람)이 소지한 직무상 비밀(민사소송법 제305조)
– 위 사람 외 공무원(그 직책에 있었던 사람)이 소지한 직무상 비밀(민사소송법 306조)
(2) 자기 또는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 후견인(후견을 받는 사람)이 공소제기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는 사항 또는 자기나 그들에게 치욕이 될 사항에 관한 것(나목)
(3) 형사소추 등 증언거부사유가 있는 문서(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 제1호, 제344조 제1항 제3호 다목, 제315조 제1항 각호)
나) 공무원의 직무상 문서(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 괄호)
민사소송법
제294조(조사의 촉탁) 법원은 공공기관ㆍ학교, 그 밖의 단체ㆍ개인 또는 외국의 공공기관에게 그 업무에 속하는사항에 관하여 필요한 조사 또는 보관중인 문서의 등본ㆍ사본의 송부를 촉탁할 수 있다.
제304조(대통령ㆍ국회의장ㆍ대법원장ㆍ헌법재판소장의 신문) 대통령ㆍ국회의장ㆍ대법원장 및 헌법재판소장 또는 그 직책에 있었던 사람을 증인으로 하여 직무상 비밀에 관한 사항을 신문할 경우에 법원은 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제305조(국회의원ㆍ국무총리ㆍ국무위원의 신문) ①국회의원 또는 그 직책에 있었던 사람을 증인으로 하여 직무상 비밀에 관한 사항을 신문할 경우에 법원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②국무총리ㆍ국무위원 또는 그 직책에 있었던 사람을 증인으로 하여 직무상 비밀에 관한 사항을 신문할 경우에 법원은 국무회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제306조(공무원의 신문) 제304조와 제305조에 규정한 사람 외의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사람을 증인으로 하여 직무상 비밀에 관한 사항을 신문할 경우에 법원은 그 소속 관청 또는 감독 관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제314조(증언거부권) 증인은 그 증언이 자기나 다음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 공소제기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는 사항 또는 자기나 그들에게 치욕이 될 사항에 관한 것인 때에는 이를 거부할 수 있다.
1. 증인의 친족 또는 이러한 관계에 있었던 사람
2. 증인의 후견인 또는 증인의 후견을 받는 사람
제315조(증언거부권) ①증인은 다음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1. 변호사ㆍ변리사ㆍ공증인ㆍ공인회계사ㆍ세무사ㆍ의료인ㆍ약사, 그 밖에 법령에 따라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는 직책 또는 종교의 직책에 있거나 이러한 직책에 있었던 사람이 직무상 비밀에 속하는 사항에 대하여 신문을 받을 때
2. 기술 또는 직업의 비밀에 속하는 사항에 대하여 신문을 받을 때
②증인이 비밀을 지킬 의무가 면제된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제344조(문서의 제출의무) ① 다음 각호의 경우에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제출을 거부하지 못한다.
1. 당사자가 소송에서 인용한 문서를 가지고 있는 때
2. 신청자가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그것을 넘겨 달라고 하거나 보겠다고 요구할 수 있는 사법상의 권리를 가지고 있는 때
3. 문서가 신청자의 이익을 위하여 작성되었거나, 신청자와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작성된 것인 때. 다만, 다음 각목의 사유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가. 제304조 내지 제306조에 규정된 사항이 적혀있는 문서로서 같은 조문들에 규정된 동의를
받지 아니한 문서
나. 문서를 가진 사람 또는 그와 제314조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의 관계에 있는 사람에 관하여 같은 조에서 규정된 사항이 적혀 있는 문서
다. 제315조제1항 각호에 규정된 사항중 어느 하나에 규정된 사항이 적혀 있고 비밀을 지킬 의무가 면제되지 아니한 문서
② 제1항의 경우 외에도 문서(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그 직무와 관련하여 보관하거나 가지고 있는 문서를 제외한다)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제출을 거부하지 못한다.
1. 제1항제3호나목 및 다목에 규정된 문서
2. 오로지 문서를 가진 사람이 이용하기 위한 문서
2. 문서제출명령 신청과 법원의 판단
가. 문서제출명령 신청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려는 자는 문서의 표시, 문서의 취지, 문서를 가진 사람, 증명할 사실, 문서를 제출하여야 하는 의무의 원인을 작성한 문서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345조, 민사소송규칙 제110조).
나. 심리절차
1) 필수적 심문
법원은 제3자에 대하여 문서의 제출을 명하는 경우에는 제3자 또는 그가 지정하는 자를 심문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347조 제3항). 소송상대방에 대한 문서제출신청의 경우 법원은 변론 중에 상대방에게 진술의 기회를 부여한다.
2) 비공개심리절차
법원은 문서가 제344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그 문서를 제시하도록 명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은 그 문서를 다른 사람이 보도록 하여서는 안된다(민사소송법 제347조 제4항).
개인의 사생활이나 기업의 영업비밀 등 문서제출의무에 대해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문서제출의무를 판단하기 위해 문서를 제시하도록 명령하고 비공개 심리로 이를 결정한다(In camera 심리절차).
다. 문서제출 명령
법원은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그 제출을 명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347조 제1항). 법원은 문서제출의 신청이 문서의 일부에 대하여만 이유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그 부분만의 제출을 명한다(민사소송법 제347조 제2항).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려면 그 문서가 서증으로서 증거조사할 필요성이 있어야 하므로, 법원은 제출명령 신청의 대상이 된 문서가 서증으로서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할 때에는 제출명령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고, 또한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된 문서에 의하여 증명하고자 하는 사항이 청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라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345조(문서제출신청의 방식) 문서제출신청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밝혀야 한다.
1. 문서의 표시
2. 문서의 취지
3. 문서를 가진 사람
4. 증명할 사실
5. 문서를 제출하여야 하는 의무의 원인
제347조(제출신청의 허가여부에 대한 재판) ①법원은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결정으로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그 제출을 명할 수 있다.
②문서제출의 신청이 문서의 일부에 대하여만 이유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그 부분만의 제출을 명하여야 한다.
③제3자에 대하여 문서의 제출을 명하는 경우에는 제3자 또는 그가 지정하는 자를 심문하여야 한다.
④법원은 문서가 제344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그 문서를 제시하도록 명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은 그 문서를 다른 사람이 보도록 하여서는 안된다.
민사소송규칙
제110조(문서제출신청의 방식 등) ①법 제345조의 규정에 따른 문서제출신청은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
②상대방은 제1항의 신청에 관하여 의견이 있는 때에는 의견을 적은 서면을 법원에 제출할 수 있다.
③법 제346조의 규정에 따른 문서목록의 제출신청에 관하여는 제1항과 제2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3. 문서제출명령 불복과 문서제출명령 거부 과태료
가. 문서제출명령 불복
문서제출의 신청에 관한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348조).
나. 문서제출명령 거부 과태료
제3자가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민사소송법 제348조에 따라 즉시항고하여야 하고, 즉시항고하지 않는다면 문서제출명령은 확정된다.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 불응한다면 법원은 민사소송법 제318조, 제311조 제1항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민사소송법
제348조(불복신청) 문서제출의 신청에 관한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제351조(제3자가 문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때의 제재) 제3자가 제347조제1항ㆍ제2항 및 제4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때에는 제318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제318조(증언거부에 대한 제재) 증언의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한 재판이 확정된 뒤에 증인이 증언을 거부한 때에는 제311조제1항, 제8항 및 제9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제311조(증인이 출석하지 아니한 경우의 과태료 등) ①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 법원은 결정으로 증인에게 이로 말미암은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명하고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4. 과태료 재판에 문서제출명령 위법성 다툼
제3자는 문서제출명령에 대하여 즉시항고로 다툴 수 있었음에도 즉시항고를 하지 않더라도 법원의 위 과태료 재판에 대해 불복하면서 법원의 문서제출명령 자체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다.
5. 통신사, 통신사실확인자료(통화내역)의 문서제출명령 대상 여부
가. 민사소송법의 문서제출명령과 통신비밀보호법
민사소송법은 법원이 소송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도 문서의 제출을 명할 수 있고, 제3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 응하지 않은 때에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본문은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않고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지 못한다’고 정하면서, 민사소송법상 문서제출명령에 따라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규정은 별도로 두지 않고 있다.
즉,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는 민사소송법을 포함하고 있지 않고, 제13조의2등 통신비밀보호법의 각 규정은 민사소송법에 따른 문서제출명령을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예외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나.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제출 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
이러한 통신비밀보호법의 내용에 비추어,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출을 명하는 문서제출명령에 대하여 전기통신사업자가 통신비밀보호법의 규정을 들어 그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결국 전기통신사업자는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명백히 예외로 정하고 있지 않은 이상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해서는 안 될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보이는 반면, 문서제출명령에 따르면 해당 문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각 법률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전기통신사업자의 통신사실확인자료 제출의무의 범위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통신비밀보호법이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에 대한 일반적 금지의무를 정한 것은 국민의 사생활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 보호를 위한 것인 반면, 민사소송법상 문서제출명령은 신속하고 적정한 재판의 실현 및 증거의 구조적 편재 해소를 위한 것으로 양 법익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1. “통신사실확인자료”라 함은 다음 각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전기통신사실에 관한 자료를 말한다.
가. 가입자의 전기통신일시
나. 전기통신개시ㆍ종료시간
다. 발ㆍ착신 통신번호 등 상대방의 가입자번호
라. 사용도수
마. 컴퓨터통신 또는 인터넷의 사용자가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한 사실에 관한 컴퓨터통신 또는 인터넷의 로그기록자료
바. 정보통신망에 접속된 정보통신기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발신기지국의 위치추적자료
사. 컴퓨터통신 또는 인터넷의 사용자가 정보통신망에 접속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정보통신 기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접속지의 추적자료
제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 ①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ㆍ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경우에는 당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각호생략)
제13조의2(법원에의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 법원은 재판상 필요한 경우에는 민사소송법 제294조 또는 형사소송법 제272조의 규정에 의하여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제15조의2(전기통신사업자의 협조의무) ① 전기통신사업자는 검사ㆍ사법경찰관 또는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이 법에 따라 집행하는 통신제한조치 및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요청에 협조하여야 한다.
다. 통신사, 통신사실확인자료 문서제출명령 대상
1) 통신사의 통화내역 제출 불가에 과태료 부과
제1심 법원은 이혼소송의 일방 당사자의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받아들여, 전기통신사업자인 위반자에게 ‘상대방 당사자의 2015. 7. 1.부터 2016. 7.까지의 통화내역을 제출하라’는 문서제출명령을 하였는데, 위반자는 ‘통화내역 제공은 통신비밀보호법상 위반자의 협조의무로 규정되어 있지 않고, 개인정보보호 강화 방침으로 자료제공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법원에 통화내역을 제출하지 않았다.
제1심 법원은 위반자가 문서제출명령에 불응하였음을 이유로 위반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였고, 이에 대해 위반자가 즉시항고 하였다.
2) 문서제출명령을 거부하여 과태료 부과는 정당
2심은 통신사실확인자료는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보고 즉시항고를 기각하고, 대법원 2023. 7. 17. 선고 2018스34 전원합의체 결정은 통신사실확인자료가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고 재항고를 기각하였다.
3) 대법원의 법리
법원은 민사소송법 제344조 이하의 규정을 근거로 통신사실확인자료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을 할 수 있고 전기통신사업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응할 의무가 있으며, 전기통신사업자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본문을 들어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된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출을 거부하는 것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통신비밀보호법과 민사소송법은 그 입법목적, 규정사항 및 적용범위 등을 고려할 때 각각의 영역에서 독자적인 입법취지를 가지는 법률이므로 각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그 적용범위를 정할 수 있고,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민사소송법이 정한 문서제출명령에 의하여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민사소송법상 증거에 관한 규정이 원천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1) 헌법은 재판청구권을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고, 민사소송법 제1조는 “법원은 소송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 개정되어 2002. 7. 1.부터 시행된 민사소송법(이하 ‘개정 민사소송법’이라 한다) 제344조 제2항은 이러한 민사소송의 이상을 구현하고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증거의 구조적 편재를 시정하고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제3자를 포함한 문서의 소지자는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 각호에서 정한 문서제출거부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여 문서제출의무를 일반적 의무로 확대하였다.
이러한 문서제출명령의 규정취지 및 법 문언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적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통한 개인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반드시 재판에 증거로 제출될 필요가 있다면 민사소송법이 규정하는 적법한 절차인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을 통해 그 문서가 제출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통신비밀보호법을 비롯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특정한 정보에 대한 비밀유지 및 타인에 대한 제공 금지 등을 규정하는 개별 법률들의 입법목적 및 적용범위와는 국면을 달리하는 문제이다.
(2) 대법원은 이미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이라 한다) 제9조가 비공개대상정보로 정하고 있는 정보에 관하여, 민사소송법에 의한 문서제출명령 제도와 정보공개법에 의한 정보공개 제도가 그 목적이나 취지, 연혁 등을 달리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비공개대상정보라도 이를 당사자가 소송에서 인용하였다면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1. 7. 6. 자 2010마1659 결정 참조).
정보공개법 제4조 제1항은 “정보의 공개에 관하여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 결정에서 대법원이 비공개대상정보도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것은 민사소송법의 문서제출명령에 관한 규정이 정보공개법 제4조 제1항에서 정한 ‘정보공개법에 대한 특별규정’에 해당한다고 보았기 때문이 아니다. 위 결정은 적정ㆍ공평한 재판절차의 구현을 위하여 민사소송법에서 규정한 제도인 문서제출명령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소송에서 당사자의 주장에 대한 증명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문서가 민사소송법 제344조에서 정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문서제출명령이라는 방법을 통하여 증거로 제출될 수 있어야 하므로, 정보공개법의 규정을 들어 그에 관한 문서제출의무를 면할 수는 없다고 보았던 것이다.
민사소송법상 증거에 관한 여러 규정은 민사소송의 이념과 법리에 따라 각 증거방법이 소송에 제출될 수 있는 제반 절차에 관하여 정하는 일반적 성격의 규정이다. 따라서 해당 증거로써 증명하고자 하는 내용이 다른 법에서 보호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더라도 민사소송법에 규정된 적법한 증거제출 방법인 문서제출명령에 따라 소송에서 증거로 제출될 수 있고, 이러한 민사소송법의 내용이 다른 법률의 내용과 상호 모순ㆍ저촉되는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 및 제2항의 각호가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되지 않는 예외를 특별히 정하면서도 통신비밀보호법과 같은 개별 법률에서 보호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내용에 관한 문서를 예외사유로 규정하지 않은 것 또한 이러한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3) 이는 통신비밀보호법과 민사소송법의 관계에 관하여도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 더욱이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본문에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이 추가되고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수사기관 및 법원에의 제공에 관한 제13조, 제13조의2가 신설된 것은 2001. 12. 29. 개정(법률 제6546호, 시행 2002. 3. 30.)에 의해서이다. 그 후인 2002. 1. 26. 전부 개정된 개정 민사소송법은 문서제출명령에 관하여 제344조 제2항에 일반적 제출의무를 추가하여 문서제출의무를 확대하면서 통신비밀보호법에서 정한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출의무의 예외로 규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각 법률의 개정 시기에 비추어 보더라도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에서 예외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문서는 문서제출명령에 따라서 법원에 증거로 제출될 수 있도록 하였다고 보는 것이 문서제출명령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
나) 통신비밀보호법은 이미 민사소송법 제294조에서 정한 조사의 촉탁의 방법에 따른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통신사실확인자료가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통신비밀보호법의 입법목적에 반한다거나 법 문언의 가능한 범위를 넘는 확장해석이라고 볼 수 없다.
(1)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에 관한 일반적 금지를 규정하는 한편, 제13조의2는 “법원은 재판상 필요한 경우에는 민사소송법 제294조 또는 형사소송법 제272조의 규정에 의하여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법원이 재판상 필요에 따라 민사소송법 제294조 등에 의하여 제공을 요청할 경우 전기통신사업자가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이미 통신비밀보호법이 통신사실확인자료가 재판상 필요한 경우 민사소송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증거로 제출되는 것은 통신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적법한 제한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2) 문서제출명령은 민사소송법 제294조에서 정한 조사의 촉탁보다 더 엄격한 법적 절차를 거쳐 발령 여부가 결정된다. 민사소송법은 문서제출명령에 관하여 제344조에서 제출의무가 인정되는 문서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제347조 제1항에서 그 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법원은 제출의무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문서제출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제347조 제3항에서는 제3자에 대하여 문서의 제출을 명하는 경우에는 제3자 또는 그가 지정하는 자를 필수적으로 심문하도록 함으로써 그 대상과 절차를 민사소송법 제294조의 조사의 촉탁보다 더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통신사실확인자료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신청이 있는 경우 법원은 서증으로서의 필요성, 증명하고자 하는 사항의 청구와의 직접 관련성 등을 심리하여 문서제출명령신청의 채택 여부 및 범위를 결정하게 된다.
(3) 이러한 규정의 내용과 형식, 문서제출명령 신청의 허가 여부에 대한 재판절차 및 발령 요건에 비추어 보아도,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의2, 민사소송법 제294조에 따라 법원에의 제공이 허용되는 통신사실확인자료에 대해서 민사소송법 제344조 이하의 규정 등에 근거하여 문서제출명령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고, 그와 같은 해석이 ‘통신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제한은 엄격한 법적 절차에 의하도록 하여 통신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신장’하고자 하는 통신비밀보호법의 입법목적(제1조)에 반한다거나 법 문언의 가능한 범위를 넘는 확장해석이라고 볼 수 없다.
다) 통신비밀보호법의 입법취지는 법원이 신중하고 엄격한 심리를 거쳐 문서제출명령 제도를 운용함으로써 충분히 구현될 수 있다.
(1) 법원은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그 제출을 명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347조 제1항).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려면 그 문서가 서증으로서 증거조사할 필요성이 있어야 하므로, 법원은 제출명령신청의 대상이 된 문서가 서증으로서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할 때에는 제출명령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고, 또한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된 문서에 의하여 증명하고자 하는 사항이 청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라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 참조).
통신비밀보호법은 개인의 사생활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통신사실확인자료에 대한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 법원은 통신사실확인자료에 대하여 문서제출명령을 심리․발령할 때에는 이러한 통신비밀보호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통신과 대화의 비밀 및 자유와 적정하고 신속한 재판의 필요성에 관하여 엄격한 비교형량을 거쳐 그 필요성과 관련성을 판단하여야 한다.
(2) 그러므로 법원은 문서제출명령 신청의 대상이 된 통신사실확인자료의 내용 및 기간이 신청인이 제시한 증명사항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지, 나아가 그 문서에 대한 서증조사를 통하여 증명사항이 사실로 인정되면 그러한 사실에 기초하여 신청인이 구체적으로 특정한 주장사실을 추단할 수 있는지를 심리함으로써 문서제출명령 신청의 채택 여부 및 범위를 신중히 결정하여야 한다. 제출이 필요한 통신사실확인자료의 내용이나 기간은 개별 재판마다 그 진행 상황이나 상대방 당사자의 협조 가능성 등을 비롯하여 해당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 및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서, 사실심 법원이 엄격한 심리를 전제로 그 권한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결정할 수 있다. 다만 당사자가 협조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부득이하게 제출이 요구되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문서제출명령을 발령하여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은 경우라면, 주장사실과 관련성이 없는 부분을 즉시 폐기하거나 열람ㆍ복사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법원은 통신사실확인자료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신청이 있는 경우 신중하고 엄격한 심리를 거쳐 그 발령 여부를 결정함으로써 개인의 사생활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막고 통신비밀보호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게 문서제출명령 제도를 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