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들은 망인의 배우자, 장녀, 차녀임. 망인은 원고 1과 혼인관계에 있던 중 피고 2와 사이에 장남을 두었음. 망인이 사망하자 피고 2는 망인의 유체를 화장한 후 그 유해를 피고 1 재단이 운영하는 추모공원 내 봉안당에 봉안하였음. 이에 원고들이 피고들을 상대로 망인의 유해인도를 구하였다.
2심은, 망인의 장남이 제사주재자로서 망인의 유해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고 피고 2는 장남의 법정대리인(친권자 모)으로서 그 유해를 점유ㆍ관리하고 있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8다248626 전원합의체 판결(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댜수의견은,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제사주재자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망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를 제사주재자로 우선하고, 다만 그 사람이 제사주재자가 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사유가 있는지를 심리하여 누가 망인에 대한 제사주재자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2심판결 파기ㆍ환송).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구 민법에서는 호주상속제도를 폐지하고 호주승계제도를 채택하면서 제사용 재산의 승계를 호주승계의 효력이 아닌 재산상속의 효력 중의 하나로 제1008조의3에 규정하고 그 승계권자를 ‘호주상속인’에서 ‘제사를 주재하는 자’로 변경하였다.
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누7820 판결,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6누18069 판결, 대법원 2004. 1. 16. 선고 2001다79037 판결 등(1990년, 2000년 판결)은, 공동상속인 중 종손이 있다면 그에게 제사를 주재하는 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상 종손이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판시하였다.
일반적으로 종손이라 함은 ‘장자계(장자계)의 남자손(남자손)으로서 적장자(적장자)’를 지칭하는바, 종래 우리의 관습은 상속인들간의 협의와 무관하게 우선적으로 적장자가 제사상속인이 되고 적장자가 없는 경우에는 적손(적손), 중자(중자), 서자(서자), 중손(중손), 서손(서손)의 순서로 제사상속인이 되는 것이었으므로, 위 1990년, 2000년 판결은 이러한 종래의 관습에 터잡은 것이라고 하였다.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현행 민법에서는 호주승계제도조차 폐지하고 제1008조의3은 그대로 유지하였는데,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구 민법은 물론 현행 민법에서도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제사용 재산을 승계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그것이 누구이거나 어떻게 정하는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피상속인의 유체ㆍ유해가 민법 제1008조의3 소정의 제사용 재산에 준해서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되고, 제사주재자는 우선적으로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이 제사주재자라고 판시하였다.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과거에는 조리에 부합하였던 법규범이라도 사회관념과 법의식의 변화 등으로 인해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면, 대법원은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을 배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러한 법규범이 현재의 법질서에 합치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제사주재자로 남성 상속인을 우위에 두지 않는다고 하여 제사제도에 내포된 숭조사상, 경로효친과 같은 전통문화나 미풍양속이 무너진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하였다.
또한 현대사회의 제사에서 부계혈족인 남성 중심의 가계계승의 의미는 상당 부분 퇴색하고, 망인에 대한 경애와 추모의 의미가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현재의 법질서, 국민들의 변화된 의식 및 정서와 생활양식 등을 고려하면,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이 여성 상속인에 비해 제사주재자로 더 정당하다거나 그 지위를 우선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민법 제1008조의3은 제사용 재산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제사용 재산을 유지ㆍ보존하고 그 승계에 관한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일반 상속재산과 별도로 특별승계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취지를 고려하면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최근친의 연장자를 제사주재자로 우선하는 것은 우리의 전통 미풍양속과 현행 법질서 및 사회 일반의 보편적 법인식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