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집행, 조세채권 압류와 파산선고 배당 문제

1. 강제집행과 파산선고

가.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에 개별적 강제집행 불허

파산절차는 파산선고를 받은 채무자에 대한 포괄적인 강제집행절차로서 이와 별도의 강제집행절차는 원칙적으로 필요하지 않고, 구 파산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도 이러한 취지에서 파산선고로 인하여 파산자가 파산선고시에 가지고 있던 일체의 재산은 파산재단을 구성하며(구 파산법 제6조),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에 대한 파산자의 관리·처분권능이 박탈되어 파산관재인에게 전속하고(구 파산법 제7조), 파산채권자는 파산선고에 의하여 개별적 권리행사가 금지되어 파산절차에 참가하여서만 만족을 얻을 수 있으며(구 파산법 제14조, 제15조), 이미 개시되어 있는 강제집행이나 보전처분은 실효된다고(구 파산법 제61조) 규정하고 있으므로, 결국 구 파산법에 강제집행을 허용하는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구 파산법의 해석상 강제집행을 허용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에 대한 개별적인 강제집행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며, 이는 재단채권에 기한 강제집행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재단채권자의 정당한 변제요구에 대하여 파산관재인이 응하지 아니하면 재단채권자는 법원에 대하여 구 파산법 제151조, 제157조에 기한 감독권 발동을 촉구하든지,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등의 별도의 조치를 취할 수는 있을 것이나, 그 채권 만족을 위해 파산재단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강제집행을 하는 것은 구 파산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나. 임금채권 등 재단채권에 기한 강제집행도 파산선고로 그 효력을 잃는지 여부

한편, 구 파산법 제61조 제1항 본문에서는 “파산채권에 관하여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에 대하여 한 강제집행, 가압류 또는 가처분은 파산재단에 대하여는 그 효력을 잃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62조에서는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에 대하여 국세징수법 또는 국세징수의 예에 의한 체납처분을 한 경우에는 파산선고는 그 처분의 속행을 방해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체납처분 있는 조세채권에 관한 제62조의 규정을 제외하고는 재단채권에 기하여 파산선고 전에 이루어진 강제집행 등의 효력에 관하여는 구 파산법에 아무런 규정이 없다.

그러나 파산관재인의 파산재단에 관한 관리처분권이 개별집행에 의해 제약을 받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파산절차의 원만한 진행을 확보함과 동시에, 재단채권 간의 우선순위에 따른 변제 및 동순위 재단채권 간의 평등한 변제를 확보할 필요성이 있는 점, 파산선고 후 재단채권에 기하여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에 대한 별도의 강제집행은 허용되지 않는 점, 강제집행의 속행을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재단채권에 대한 배당액에 관하여는 재단채권자가 직접 수령하지 못하고 파산관재인이 수령하여 이를 재단채권자들에 대한 변제자원 등으로 사용하게 되므로, 재단채권자로서는 단지 강제집행의 대상이 된 파산재산의 신속한 처분을 도모한다는 측면 외에는 강제집행을 유지할 실익이 없을 뿐 아니라, 파산관재인이 강제경매절차에 의한 파산재산의 처분을 선택하지 아니하는 한 강제집행절차에 의한 파산재산의 처분은 매매 등의 통상적인 환가 방법에 비하여 그 환가액의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파산재단이나 재단채권자에게 모두 불리한 결과를 낳게 되므로, 강제집행을 불허하고 다른 파산재산과 마찬가지로 파산관재인이 환가하도록 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임금채권 등 재단채권에 기하여 파산선고 전에 강제집행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그 강제집행은 파산선고로 인하여 그 효력을 잃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8. 6. 27.자 2006마260 결정).

 

2. 최우선변제권에 따른 배당요구

가. 파산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별제권의 실행으로 개시된 경매절차에서 과세관청이 한 교부청구에 따른 배당금을 수령할 자(=파산관재인)

파산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별제권(담보물권 등)의 실행으로 인하여 개시된 경매절차에서 과세관청이 한 교부청구는 그 별제권자가 파산으로 인하여 파산 전보다 더 유리하게 되는 이득을 얻는 것을 방지함과 아울러 적정한 배당재원의 확보라는 공익(공익)을 위하여 별제권보다 우선하는 채권 해당액을 공제하도록 하는 제한된 효력만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그 교부청구에 따른 배당금은 채권자인 과세관청에게 직접 교부할 것이 아니라 파산관재인이 파산법 소정의 절차에 따라 각 재단채권자에게 안분변제할 수 있도록 파산관재인에게 교부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2다70129 판결).

나.「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415조의2 규정에서 체당금채권자와 담보권자의 지위에 관한 법리

 1) 별제권 행사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과세관청이 관련 법령에 따라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변제권을 가진 조세채권에 관하여 교부청구를 한 경우, 조세채권에 우선 배당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배당금은 파산관재인에게 교부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채무자회생법 제411조, 제412조는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상에 존재하는 저당권 등의 담보권자 또는 전세권자는 그 목적인 재산에 관하여 별제권을 가지며, 별제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 행사한다고 정하고 있다. 한편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475조, 제476조, 제477조는 국세징수법 또는 지방세징수법에 따라 징수할 수 있는 청구권(이하 ‘조세채권’이라 한다),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금·퇴직금 및 재해보상금 등을 재단채권으로 정하면서, 재단채권은 파산절차에 따르지 않고 파산채권보다 먼저 수시로 변제하고, 파산재단이 재단채권의 총액을 변제하기에 부족한 것이 분명하게 된 때에는 재단채권의 변제는 다른 법령이 규정하는 우선권에 불구하고 아직 변제하지 않은 채권액의 비율에 따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파산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별제권 행사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과세관청이 관련 법령에 따라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변제권을 가진 조세채권에 관하여 한 교부청구는 그 담보물권자가 파산으로 말미암아 파산 전보다 더 유리하게 되는 이득을 얻는 것을 방지함과 아울러 채무자회생법상 적정한 배당재원의 확보라는 공익을 위하여 별제권보다 우선하는 채권 해당액을 공제하도록 하는 제한된 효력만이 인정된다. 따라서 별제권 행사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위와 같은 교부청구를 한 조세채권에 대해서는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변제권을 가진 조세채권에 우선 배당을 하되, 그 배당금은 채권자인 과세관청에 직접 교부할 것이 아니라, 파산관재인이 채무자회생법 소정의 절차에 따라 각 재단채권자에게 안분변제할 수 있도록 파산관재인에게 교부해야 한다. 파산관재인은 이를 수령하여 재단채권자에 대한 변제자원 등으로 사용하게 된다(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2다70129 판결 등 참조).

 2) 이러한 법리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15조의2가 신설·시행되기 전에 발생한 최우선임금채권에 관하여 임금채권자가 별제권 행사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한 배당요구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이러한 법리는 채무자회생법 제415조의2(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가 신설·시행되기 전에 발생한 근로기준법 제38조 제2항 각호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2조 제2항에 따라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선순위인 임금ㆍ재해보상금ㆍ퇴직금 등 채권(이하 통칭하여 ‘최우선임금채권’이라 한다)에 관하여 임금채권자가 별제권 행사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한 배당요구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근로자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15조의2 본문에 따라 별제권 행사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최우선임금채권에 대하여 배당요구를 한 경우, 우선변제권을 가지는 배당금을 직접 수령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같은 조 단서 규정이 사업주를 대신하여 최우선임금채권을 지급한 근로복지공단의 임금채권보장법 제8조 제2항에 따른 우선변제권 행사를 제한하는 취지인지 여부(소극)

  2014. 12. 30. 법률 제12892호로 개정되어 2015. 7. 1. 시행된 채무자회생법은 이 사건 조항을 신설하여 “근로기준법 제38조 제2항 각호에 따른 채권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2조 제2항에 따른 최종 3년간의 퇴직급여 등 채권의 채권자는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에 대한 별제권 행사…에 따른 환가대금에서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 다만 임금채권보장법 제8조에 따라 해당 채권을 대위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사건 조항을 신설한 이유는 위에서 보았듯이 최우선임금채권에 대하여 우선 배당을 하더라도 파산관재인이 그 배당금을 수령하여 재단채권자에게 안분변제해야 하는 상황을 개선하여 근로자의 최우선임금채권을 두텁게 보장하기 위하여 근로자가 행사하는 최우선임금채권에 대한 최우선변제권을 별제권 행사에 따른 경매절차에서도 인정하려는 데 있다. 따라서 근로자는 이 사건 조항 본문에 따라 별제권 행사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최우선임금채권에 대하여 배당요구를 하여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하여 배당을 받고 그 배당금을 직접 수령할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조항 단서, 즉 “다만 임금채권보장법 제8조에 따라 해당 채권을 대위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규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문제 된다. 이것은 고용노동부장관의 위탁을 받은 근로복지공단이 사업주를 대신하여 지급한 최우선임금채권에 대해서는 이 사건 조항 본문의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임금채권보장법 제8조 제2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이 우선변제권을 가지는 배당금을 직접 수령하여 변제받을 수 없다는 의미로 보아야 하고, 여기에서 나아가 이 사건 조항 신설 전과 달리 근로복지공단이 임금채권보장법 제8조 제2항의 규정에 따른 우선 변제를 받을 권리(다만 그 배당금은 파산관재인에게 교부된다)조차도 행사할 수 없도록 하여 담보물권자가 파산으로 말미암아 파산 전보다 더 유리하게 되는 결과를 허용하고자 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22. 8. 31. 선고 2019다200737 판결).

 

3. 조세채권 체납처분 압류와 파산선고

가. 조세채권 배당청구 및 압류 효력

 1) 별제권 실행 강제집행 절차에서 교부청구

  파산법은 총 채권자의 공평한 만족을 실현하기 위하여 파산관재인에게 파산재단의 관리・처분에 관한 권리를 부여함으로써(파산법 제7조) 파산관재인이 파산절차의 중심적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특히 국세징수법 또는 국세징수의 예에 의하여 징수할 수 있는 청구권(이하 ‘조세채권’이라 한다)을 비롯한 ‘재단채권’에 관하여는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 파산관재인이 일반 파산채권보다 우선하여 수시로 변제하되, 파산재단이 위 재단채권의 총액을 변제하기에 부족한 것이 분명하게 된 때에는 각 재단채권의 변제는 법령이 규정하는 우선권에 불구하고 아직 변제하지 아니한 채권액의 비율에 따라 분배하도록 규정하여(파산법 제38조, 제40 내지 42조), 일정한 경우에는 조세채권의 법령상 우선권에 불구하고 다른 재단채권과 균등하게 분배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여기에다가 파산법 제62조의 해석상 파산선고 후에는 조세채권에 터잡아 새로운 체납처분을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파산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별제권(담보물권 등)의 실행으로 인하여 개시된 경매절차에서 과세관청이 교부청구를 하는 경우 그 교부청구에 따른 배당금은 조세채권자인 과세관청에게 직접 교부할 것이 아니라 파산관재인이 파산법 소정의 절차에 따라 각 재단채권자에게 안분 변제할 수 있도록 파산관재인에게 교부하여야 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2) 조세채권 체납처분 압류 후 파산이라도 압류효력 유지

  다만 파산법 제62조는 ‘파산재단에 속사는 재산에 대하여 국세징수법 또는 국세징수의 예에 의한 체납처분을 한 경우에는 파산선고는 그 처분의 속행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파산선고 전의 체납처분은 파산선고 후에도 속행할 수 있다는 것을 특별히 정한 취지에서 나온 것이므로, 과세관청이 파산선고 전에 국세징수법 또는 국세징수의 예에 의하여 체납처분으로 부동산을 압류(참가압류를 포함한다)한 경우에는 그 후 체납자가 파산선고를 받더라도 그 체납처분을 속행하여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배당금을 취득할 수 있어 선착수한 체납처분의 우선성이 보장된다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따라서 별제권(담보물권 등)의 행사로서의 부동산경매절차에서 그 매각대금으로부터 직접 배당받을 수 있고, 이는 파산재단이 재단채권의 총액을 변제하기에 부족한 것이 분명하게 된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3다3768 판결).

나. 조세채권 체납처분 압류 후 파산, 압류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

부동산에 대한 국세징수법상의 체납처분절차와 민사집행법상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를 조정하는 규정이 없는 우리의 민사집행 제도 하에서, 구 국세징수법(2018. 12. 31. 법률 제160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7조 제2항은 세무서장이 한 부동산압류의 효력은 당해 압류재산의 소유권이 이전되기 전에 국세기본법 제35조의 규정에 의하여 법정기일이 도래한 국세에 대한 체납액에 대하여도 미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 압류에 의해 이후 발생하는 국세채권에 대하여 특별한 우선적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아닐 뿐 아니라 압류 후에 발생한 체납세액 전부에 대하여 담보권 실행을 위한 부동산경매절차에서 교부청구의 효력까지 인정하는 취지도 아니다.

한편, 압류가 행하여짐과 동시에 매각절차인 경매절차가 개시되는 민사집행절차와는 달리, 체납처분절차에서는 압류와 동시에 매각절차인 공매절차가 개시되는 것도 아니고, 압류가 반드시 공매절차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며, 체납처분절차와 민사집행절차는 서로 별개의 절차로서 공매절차와 경매절차가 별도로 진행된다. 여기에 도산절차가 개시되면 평시상태의 법률관계와는 다른 특수한 법률관계가 형성된다는 점을 더하여 보면, 선착수한 체납처분의 우선성을 존중할 필요는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체납자가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에까지 구 국세징수법 제47조 제2항의 문언만으로 별제권 행사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압류 당시의 체납세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관한 배당금을 파산관재인이 아닌 과세관청에게 직접 교부해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채무자회생법 제349조의 규정취지, 구 국세징수법 제47조 제2항이 정하는 부동산압류 효력 확장의 의미와 한계, 파산절차의 목적 및 파산절차에서의 파산관재인의 역할과 조세채권자의 지위 등을 고려하면, 별제권 행사에 따른 부동산경매절차에서 채무자회생법 제349조 제1항에 따라 체납처분의 우선성이 인정되어 조세채권자에게 직접 배당하는 조세채권은 체납처분의 원인이 된 조세채권의 압류 당시 실제 체납액에 한정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와 달리 구 국세징수법 제47조 제2항의 문언에 따라 압류 이후 발생한 위 체납액의 초과 부분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와 같이 보더라도 조세채권자는 그 초과 부분에 관하여 채무자회생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재단채권 또는 파산채권으로 만족을 얻을 수 있으므로 조세채권의 실현을 확보하려는 정책적ㆍ공익적 필요성이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조세채권자가 다른 재단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에 비해 지나치게 우월한 지위를 부여받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회생이 어려운 채무자의 재산을 공정하게 환가ㆍ배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채무자회생법의 목적에 보다 부합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대법원 2023. 10. 12. 선고 2018다29416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