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손해배상액 예정의 의미와 기능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채무자가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는 것으로서,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증명곤란을 배제하고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간이하게 해결함과 함께 채무자에게 심리적으로 경고를 함으로써 채무이행을 확보하려는 데에 그 기능이나 목적이 있다.
2. 부당히 과다한 경우의 의미 및 감액
가. 민법 제398조 제2항에 의한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에서 ‘부당히 과다한 경우’의 의미
민법 제398조 제2항에 의한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은 국가가 당사자 사이의 실질적 불평등을 제거하고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계약의 체결 또는 그 내용에 간섭하는 사적 자치의 원칙에 대한 제한의 한 가지 형태이다. 여기에서 ‘부당히 과다한 경우’는 손해가 없다거나 손해액이 예정액보다 적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계약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 손해배상액 예정의 경위 및 거래관행 기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그와 같은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한다.
나. 손해배상 예정액 자체가 크거나 계약 체결 시부터 계약 해제 시까지의 시간적 간격이 짧다는 사유만으로 손해배상 예정액을 부당히 과다하다고 하여 감액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기록상 실제의 손해액 또는 예상 손해액을 알 수 있는 경우에는 이를 그 예정액과 대비하여 볼 필요가 있고, 단지 예정액 자체가 크다든가 계약 체결 시부터 계약 해제 시까지의 시간적 간격이 짧다든가 하는 사유만으로는 손해배상 예정액을 부당히 과다하다고 하여 감액하기에 부족하다.
다. 손해배상액 예정이 없더라도 채무자가 지급의무를 부담하여 채권자가 받을 수 있던 금액보다 적은 금액으로 감액하는 것은 감액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인지 여부(적극)
손해배상액 예정이 없더라도 채무자가 당연히 지급의무를 부담하여 채권자가 받을 수 있던 금액보다 적은 금액으로 감액하는 것은 손해배상액 예정에 관한 약정 자체를 전면 부인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되기 때문에 감액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다.
3. 손해배상 예정액 판단 시점 및 감액 인정
가.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지를 판단할 때 기준이 되는 시점(=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법원은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지를 판단할 때 사실심의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그 사이에 발생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나. 감액사유에 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감액사유에 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이지만,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법한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4. 공동대표를 단독대표로 변경하고 경영에 배제된 경우 손해배상 예정액 판단
가.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예정액 감액
甲(원고) 주식회사 및 그 공동대표이사 중 1인인 乙이 丙 주식회사 및 그 회사가 새로 설립한 丁 주식회사에 투자할 당시 甲 회사와 丙 회사(피고)가 체결한 ‘甲 회사와 乙이 丁 회사와 丙 회사에 각 투자하고, 丙 회사가 丁 회사 발행주식의 51%를 보유하되 丁 회사에 공동대표이사를 두며, 甲 회사와 丙 회사 어느 쪽이든지 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금으로 약정한 돈(甲 회사와 乙이 투자한 돈 합계액의 2배와 같은 금액임)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계약에 따라, 丁 회사가 丙 회사의 대표이사 戊와 甲 회사 측이 지정한 己를 공동대표이사로 선임하였는데, 그 후 甲 회사와 丙 회사 사이에 丁 회사의 자본금 사용출처 등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여, 戊가 己의 의사를 배제한 채 단독으로 소집한 임시주주총회에서 공동대표이사 제도를 폐지하고 甲 회사 측이 반대하는 사람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의 결의가 이루어지고 그 직후 己가 해임되었다.
甲 회사가 丙 회사를 상대로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금(10억 원)의 지급을 구하였다.
※ 원고(甲 회사) 측이 피고(丙 회사)에 2억 5,500만원, 丁 회사에 2억 4,500만 원을 각 투자하고 피고가 이 사건 회사 발행주식의 51%를 보유하되 이 사건 회사에 공동대표이사를 두며, 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금으로 10억 원을 지급한다고 정하였다.
2심은, 피고의 계약상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의무를 인정한 다음, 원고가 투자금에 상당하는 이 사건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원고가 이 사건 회사의 경영에 관여할 수 없게 되는 불이익을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였으며 원고의 대표이사가 피고에게 투자한 돈은 원고의 손해로 고려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손해배상 예정액을 원고의 투자원금인 2억 4,500만 원으로 감액하였다.
나. 대법원, 손해배상 예정액 75% 감액은 현저히 불합리하다
대법원에서 손해배상의 예정액 10억 원이 부당히 과다하여 불합리한지 여부가 문제가 되었다.
위 손해배상 약정은 丙 회사 측이 丁 회사의 공동대표이사 제도를 유지하는 의무의 실제 이행이 계속되어야만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상황에서 丙 회사 측에 심리적으로 경고를 하여 임의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체결되었고, 丙 회사의 계약 위반으로 유ㆍ무형의 상당한 재산상 손해를 입은 甲 회사에 丙 회사의 주된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경우 원상회복으로 반환받을 여지가 있는 금원만을 인정하는 것은 손해배상액 예정에 관한 약정 자체를 전면 부인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되며, 乙이 丙 회사에 투자한 돈이 곧바로 甲 회사의 손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甲 회사가 일관하여 위 계약 시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甲 회사와 乙의 투자 합계액의 2배로 정하였고 乙은 별도로 손해배상을 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으며, 위 계약이 乙의 투자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乙의 투자금에 대한 별도의 손해배상 예정 약정은 계약서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 손해배상 예정액이 甲 회사와 乙의 투자 합계액의 2배인 점, 丙 회사의 계약 위반으로 乙의 투자금에 대하여도 무형의 손해가 발생한 점 등에 비추어 처분문서인 계약서의 문면이 甲 회사의 주장에 부합하고, 丙 회사가 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반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 이에 관한 심리 없이 乙의 투자금이 손해배상 예정액 산정에 고려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러한 사정들을 심리하지 않은 채 甲 회사가 丁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거나 경영에 관여할 수 없는 불이익을 경제적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만을 들어 손해배상 예정액을 甲 회사의 투자 원금으로 감액한 원심판단에는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2다22761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