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위원회가 학교폭력 피해 신고학생에게 가해학생 처분 절차위법

1. 피해신고 학생에게 가해학생 조치

가. 원고와 H은 2018년도에 ○○중학교(이하 ‘이 사건 학교’라고 한다)에 입학하여 □학년 □반에 재학 중이었던 학생들이다.

나. 이 사건 학교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이 사건 위원회’라 한다)는 2018. 9. 28. 17:00 아래와 같은 사안에 대하여 2018년도 제3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회의(이하 ‘이 사건 회의’라 한다)를 개최하였다.

 H이 원고에게 언어폭력, 신체폭력을 가함
 H 어머니가 원고에게 언어폭력(모욕)을 가함
 원고가 H에게 언어폭력, 신체폭력을 가함

다. 이 사건 위원회는 이 사건 회의에서 위 사안에 관하여 원고에게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이라 한다) 제17조 제1항 제1호, 제2호에 따른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및 같은 조 제3항, 제9항에 따른 가해항색 및 보호자 특별교육이수(4시간)의 조치를 할 것을 의결하였다.

라. 피고는 2018. 10. 4. 위 의결결과에 따라 위와 같은 처분사유를 조치원인으로 하여 원고에게 위 다.항 기재와 같은 조치사항(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를 통지하였다.

마.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 제주특별자치도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제주특별자치도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는 2018. 11. 12.경 원고의 재심청구를 기각하였다.

 

2. 가해학생 조치의 적법 여부

가. 가해학생 조치는 의견진술기회 보장하지 않은 절차적 위법 

법원은 원고가 피해학생으로 신고하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피해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으나 가해학생에 대한 처분을 받았다면, 원고 및 그 부모의 의견진술 기회가 보장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나. 판단

1) 의견진술 기회의 의미

가)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제5항에 의하면,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는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하여 가해학생에 대하여 같은 조 제1항 각호에 해당하는 조치를 할 것을 학교의 장에게 요청하기 전에 가해학생 및 보호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적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편,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에 의하면 행정청은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① 처분의 제목(제1호), ② 당사자의 성명 또는 명칭과 주소(제2호), ③ 처분하려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제3호), ④ 제3호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과 의견을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처리방법(제4호), ⑤ 의견제출기관의 명칭과 주소(제5호), ⑥ 의견제출기한(제6호), ⑦ 그 밖에 필요한 사항(제7호)을 당사자등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따라서 행정절차법에 따른 처분의 사전통지나 청문,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5항에 따른 가해학생 및 보호자에 대한 의견진술의 기회부여는 모두 침익적 처분을 하기 전에 상대방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방어의 기회를 주고 처분과 관련한 문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적정한 처분을 하기 위한 취지의 규정이다.

그러므로 처분상대방의 방어권 보장을 고려할 때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5항에 규정된 ‘가해학생 및 보호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적정한 절차’에는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기 전에 미리 가해학생 및 보호자에게 처분하려는 원인이 되는 사실(이는 회의 개최의 원인이 된 학교폭력의 일시, 장소, 행위내용 등 구체적 사실을 의미한다)을 통지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나아가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5항이 ‘같은 조 제1항 각호의 조치를 요청하기 전’이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위와 같은 처분상대방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의견진술 기회는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 회의 내에서도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2) 사실 인정

가) 이 사건 학교의 학생생활안전부장은 2018. 9. 5. 유선으로 ‘H이 2018. 3.경부터 같은 해 7.경까지 지속적으로 원고에게 지속적인 신체폭력, 언어폭력 등을 가하였고, H의 모(母)도 원고에게 언어폭력을 가하였다’는 내용의 학교폭력신고를 받았고, 원고의 부(父) B은 2018. 9. 10. 이 사건 학교에 위와 같은 내용의 학교폭력신고서를 제출하였다.

나) 이 사건 학교의 학교폭력전담기구는 2018. 9. 19. 원고와 H 사이의 학교폭력에 관하여 협의하였는데, H 및 H의 모가 원고에게 한 신체폭력이나 언어폭력 뿐만 아니라 원고가 H에게 한 언어폭력, 신체폭력에 관하여도 협의하였는데, 2018. 9. 28. 17:00 위 사안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하였다.

다) 피고는 2018. 9. 19. 원고의 부 B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참석요청서를 내용증명우편으로 보냈고, 원고의 모가 2018. 9. 21. 위 우편을 수령하였다.

안녕하십니까?
귀댁 자녀의 학교폭력 사안 관련으로 인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개최합니다.
보호자께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고자 하오며, 또한 보호자 상담을 하고자 하오니 보호자
께서는 학교로 방문하여 자녀의 지도에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학년․반 : 제□학년 □반
2. 성명 : A
3. 내용 : 학교폭력 사안 관련 의견 진술 기회 부여
4. 법률 근거
가.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5항
나. 학교폭력예방법 제16조 제2항
5. 장소 : 이 사건 학교 1층 교감실
6. 학부모 학교 방문일시 : 2018. 9. 28. 17:00

 

라) 2018. 9. 28. 열린 이 사건 회의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되었다.

① 이 사건 위원회의 위원 10명 중 8명이 참석하여 개회 선언, 진행절차 설명, 사안 개요 설명 등의 절차를 진행하였다.

② 이후 피해학생 측 확인 및 질의응답을 위해 원고 및 원고의 부모를 입실시킨 다음, 원고가 피해학생인 사안에 대한 위원들의 질의 및 원고 측의 응답이 이루어 졌는데, 그 과정에서 원고가 가해학생인 사안에 대한 위원들의 질의나 원고 측의 응답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③ 그 다음 가해학생 및 그 보호자의 진술을 듣는 절차로 H의 부모가 출석하여 진술을 하였다.

④ 이후 위원들은 원고 및 H에게 각각 학교폭력예방법 제16조 제1항 제1호의 심리상담 및 조언, 같은 법 제17조 제1항 제1호, 제2호에 따른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피해학생 및 신고ㆍ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및 같은 조 제3항, 제9항에 따른 가해항색 및 보호자 특별교육이수(4시간)의 조치를 할 것을 만장일치로 의결하였다.

3) 의견진술 기회를 보장하지 않은 하자 있다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처분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 및 그 부모에게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5항에서 정한 절차가 보장되지 않은 하자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피고가 2018. 9. 19. 원고의 부 B에게 보낸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 참석요청서에는 그 구체적인 처분사유가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고 “내용 : 학교폭력 사안 관련 의견 진술 기회 부여”라고만 기재되어 있어 그 기재 내용만 가지고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학교폭력인지, 즉 원고 측에서 신고한 원고가 피해학생인 학교폭력에 관한 것인지 아니면 원고가 가해학생인 다른 사안도 포함되어 있는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또한, 비록 위 참석요청서에 법률 근거로 가해학생 측의 의견진술에 관한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5항’과 피해학생 측의 의견진술에 관한 ‘학교폭력예방법 제16조 제2항’이 함께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법률 조항 기재만으로는 원고 측이 이 사건 회의에서 원고가 가해학생인 학교폭력사안에 관하여도 함께 심의가 된다는 점을 알기는 어렵다고 봄이 타당하다. 더군다나 B은 2018. 9. 10. 이 사건 학교에 원고가 피해학생인 학교폭력신고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는바, B으로서는 위 참석요청서에 원고가 가해학생인 학교폭력에 관한 사안도 처분사유에 포함된다고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이상 원고가 피해학생인 학교폭력에 관하여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가 개최되는 줄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

② 이 사건 위원회의 위원장은 이 사건 회의에서 다른 교사에게 사안 개요를 설명하게 한 다음 “피해학생 측 확인 및 질의응답을 위해 원고와 부모님을 입실시켜 주십시오”라고 말하였고, 원고 및 그 부모가 입실한 직후에는 “피해학생과 보호자의 진술을 듣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기까지 하였는바, 원고 및 그 부모가 그 자리에서 원고가 가해학생인 사안에 대하여 함께 심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알기는 어렵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원고 및 그 부모가 이 사건 회의에 참석한 상태에서는 원고가 피해학생인 사안에 대한 질의 및 응답이 진행되었을 뿐이고 원고가 가해학생인 사안에 대하여는 전혀 질의 및 응답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원고가 가해학생인 사안에 대하여는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의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