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19도17879 판결 [위계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 공문서 행사]
피 고 인 1. A
2. B
상고인 피고인들 및 검사(피고인 모두에 대하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C(피고인 A을 위하여)
담당변호사 D, E
법무법인 마피고인 B를 위하여)
담당변호사 G, H, I, J
원심판결 부산지방법원 2019. 1L 21. 선고 2019노876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행사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위계공무집행방해죄, 허위공문서작성·행사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한 법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하여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이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거나 다른 사람의 구체적인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하여야 하고, 그 결과의 발생은 직권남용 행위로 인한 것이어야 성립한다.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하는 것을 뜻한다.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인 공무원의 직무행위가 본래 법령에서 그 직권을 부여한 목적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직무행위가 행해진 상황에서 볼 때 필요성·상당성이 있는 행위인지, 직권행사가 허용되는 법령상의 요건을 충족했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공무원이 한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러한 이유만으로 상대방이 한 일이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지는 직권을 남용하였는지와 별도로 상대방이 그러한 일을 할 법령상 의무가 있는지를 살펴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직권남용 행위의 상대방이 일반 사인인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권에 대응하여 따라야 할 의무가 없으므로 그에게 어떠한 행위를 하게 하였다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공무원이거나 법령에 따라 일정한 공적 임무를 부여받고 있는 공공기관 등의 임직원인 경우에는 법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그가 직권에 대응하여 어떠한 일을 한 것이 의무 없는 일인지 여부는 관계 법령 등의 내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행정조직은 날로 복잡·다양화·전문화되고 있는 현대 행정에 대응하는 한편, 민주주의의 요청을 실현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행정조직은 통일된 계통구조를 갖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고,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긴밀한 협동과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그로 인하여 행정기관의 의사결정과 집행은 다양한 준비과정과 검토 및 다른 공무원, 부서 또는 유관기관 등과의 협조를 거쳐 이루어지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러한 협조 또는 의견교환 등은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 하여 필요하고, 동등한 지위 사이 뿐만 아니 라 상하기관 사이, 감독기관과 피감독기관 사이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관계에서 일방이 상대방의 요청을 청취하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거나 협조하는 등 요청에 응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이라고 단정 할 수 없다. 결국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어떠한 일을 하게 한 때에 상대방이 공무원 또는 유관기관의임직원인 경우에는 그가 한 일이 형식과 내용 등에 있어 직무범위 내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법령 그 밖의 관련 규정에 따라 직무수행 과정에서 준수하여야 할 원칙이나 기준, 절차 등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223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의 요지
K군수인 피고인 A이 2015. 7. 말경 K군청 총무과 총무계 소속 6급 공무원으로서 인사실무 담당자인 피고인 B에게 5급 승진후보자명부에 포함된 후보자 49명 중 승진대상자로 17명을 특정하여 주면서 인사위원회에 이들을 추천하도록 지시하였고, 그에 따라 피고인 B는 인사위원회에서 위 17명이 승진대상자로 의결되도록 하기 위하여 인사위원회 간사가 위 17명을 승진추천자로 호명하고 그대로 인사위원회가 의결하여 인사위원장이 의결 결과를 발표하는 내용의 시나리오를 작성한 뒤 이를 인사위원회 위원장인 L과 간사인 M에게 건네주었다.
2015. 7. 30. 열린 K군 인사위원회 회의에서 간사 M은 시나리오대로 승진후보자명부에 포함된 후보자 49명 중에서 피고인 A이 특정한 17명을 5급 승진대상자로 추천한다며 호명하였고, 위원장 L은 ‘과장직위는 군정 운영에 있어 핵심적인 보직이므로 임용권자와 보조를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 17명이 K군수인 피고인 A의 의사이므로 그대로 의결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함으로써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유도하였다.
그에 따라 인사위원회는 승진후보자명부의 순위와 달리 승진대상자를 선정할 구체적인 근거가 없음에도 호명된 17명을 그대로 5급 승진대상자로 의결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드군 소속 지방공무원 인사업무에 대한 군수인 피고인 A의 지휘·감독권을 남용하여 인사위원회 위원들로 하여금 법령에 정한 절차를 위반하여 피고인 A의 의사에 따라 사전에 선정된 자들을 승진자로 의결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1) 지방공무원 승진임용에 관한 법령의 규정 내용과 법리
가) 지방공무원법에 의하면, 지방공무원의 승진임용은 1급 공무원으로의 승진 및 승진시험에 의한 승진을 제외하고는 같은 직렬의 바로 하급 공무원 중에서 임용하되, 임용하려는 결원에 대하여 승진후보자명부의 높은 순위에 있는 사람부터 차례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임용하여야 한다(제39조 제3항),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그 소속공무원의 임용권을 가지며(제6조 제1항), 임용권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근무성적평정, 경력평정, 그 밖의 능력의 실증에 의한 순위에 따라 직급별로 승진후보자명부를 작성한다(제39조 제5항 본문). 임용권자는 승진임용을 할 때에는 해당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를 거쳐야 한다(제39조 제4항). 인사위원회는 ‘임용권자의 요구에 따른 보전관리 기준 및 승진·전보임용 기준의 사전의결、’승진임용의 사전심의’ 등의 사무를 관장한다(제8조 제1항 제2호, 제3호). 인사위원회 위원은 임용권자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중에서 임명하는 이른바 ‘내부위원’과 일정한 자격을 갖주고 인사행정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위촉하는 이른바 ‘외부위원’으로 구분되며, 인사위원회는 외부위원이 전체 위원의 1/2 이상이 되도록 구성하여야 하고(제7조) 인사위원회 회의에도 외부위원이 1/2 이상 참여하여야 한다(제10조 제2항). 외부위원은 임기가 3년이고 당연퇴직 사유가 발생하거나 장기의 심신쇠약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경우 외에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그 직에서 면직될 수 없도록 하여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제7조 제7항, 제9조의2).
그 위임에 따라「지방공무원 임용령」(대통령령)은 임용권자는 승진임용에 필요한 요건을 갖춘 5급 이하 공무원에 대해서는 근무성적평정점을 70%로 하고, 경력평정점을 30%로 한 비율로 하고 일정한 가점·감점 조정을 하여 승진후보자명부를 승진 예정직급별로 작성하고(제32조 제1항), 승진 예정 인원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5급 이상 공무원의 연간 퇴직률, 증원 예상 인원 등을 고려하여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8조 제3항, 제35조 제2항).
「지방공무원 임용령」제31조의2 제7항의 위임에 따른「지방공무원 평정규칙j(행정안전부령)은 근무성적평정은 임용권자가 정하는 평정단위별로 평정자 및 확인자가 실시하되, 평 정자는 평 정 대상 공무원의 바로 위 상급·상위 감독자 또는 차상급·차상위 감독자 중에서, 확인자는 평정자의 바로 위 상급·상위감독자 또는 차상급·차상위 감독자 중에서 임용권자가 지정하며(제5조 제1항, 제2항 본문), 평정자 및 확인자는 평정결과를 종합하여 평정단위별 서열 명부를 작성하여 근무성적평정위원회에 제출하고(제9조 제1항), 근무성적평정위원회는 평정단위별 서열 명부를 기초로 하여 근무성적평정표에 일정한 분포비율에 맞게 평정대상 공무원의 순위와 평정점을 심사·결정하여(제9조 제3항) 근무성적평정서 및 근무성적평가표를 승진후보자명부 작성권자인 임용권자에게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0조 제1항).
나) 이러한 지방공무원법령 규정에 따르면, 지방공무원의 임용권자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승진예정인원을 산정하고 근무성적평정 결과 등을 집계하여 승진후보자명부를 작성한 다음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를 거친 후 승진후보자명부의 높은 순위에 있는 후보자부터 차례로 승진임용 여부를 심사하여 결정하여야 하지만, 승진후보자명부의 높은 순위에 있는 후보자를 반드시 승진임용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공무원 승진임용에 관해서는 임용권자에게 일반 국민에 대한 행정처분이나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에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매우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승진임용자의 자격을 정한 관련 법령 규정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갖춘 사유에 따른 것이라는 일응의 주장·증명이 있다면 쉽사리 위법하다고 판단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8. 3. 27. 선고 2015두47492 판결 등 참조). 특히 승진후보자명부에 있는 후보자들 중에서 어느 후보자가 승진임용에 더욱 적합한지는 임용권자의 정성적 평가가 필요한 사항이다. 행정청의 전문적인 정성적 평가 결과는 그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그 판단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객관적으로 불합리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이 그 당부를 심사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으므로 가급적 존중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6두57564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승진후보자명부 방식에 의한 5급 공무원 승진임용 절차에서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의결 결과를 참고하여 승진후보자명부상 후보자들에 대하여 승진임용 여부를 심사하고서 최종적으로 승진대상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승진후보자명부상 후보자들 중에서 승진대상자를 실질적으로 결정한 다음 그 내용을 인사위원회 간사, 서기 등을 통해 인사위원회 위원들에게 ‘승진대상자 주천’이라는 명목으로 제시하여 인사위원회로 하여금 자신이 특정한 후보자들을 승진대상자로 의결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는 인사위원회 사전심의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직권의 남용’ 및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로 볼 수 없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지방공무원 승진임용에서 승진예정인원은 임용권자가 연간 퇴직률, 증원 예상 인원 등을 고려하여 장래의 승진임용 예정일자를 기준으로 결원을 예측·추산한 결과이므로, 그 결과가 실제 승진임용일자에 발생한 결원과 다소 차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승진예정인원의 산정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장래에 발생할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요건에 관한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은 이상 폭 넓게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두55490 판결 등 참조).
나) 지방자치법은 인사위원회의 심의사항과 의결사항을 분명하게 구분하여 규율하고 있고(제8조 제1항), 징계에 관해서는 인사위원회의 징계의결 결과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는 반면(제69조 제1항), 승진임용에 관해서는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하였을 뿐(제39조 제4항) 그 심의·의결 결과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지 않았으므로, 임용권자는 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 결과와는 다른 내용으로 승진대상자를 결정하여 승진임용을 할 수도 있다. 비록「지방공무원 임용령」제38조의5가 ‘임용권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소속 공무원의 승진임용을 위한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 또는 승진의결 결과에 따라야 한다/라고 규정하였으나, 모법의 구체적인 위임 없이 만들어진 규정이므로 이로써 임용권자의 인사재량을 배제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문언 자체로도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임용권자가 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 결과를 따르지 않을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임용권자로 하여금 가급적 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 결과를 존중하라는 취지로 이해하여야 한다.
따라서 승진후보자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들 중에서 승진대상자를 결정할 최종적인 권한은 임용권자에게 있다. 임용권자가 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 결과와는 다른 내용으로 승진대상자를 결정하여 승진임용을 하는 것이 허용되는 이상, 임용권자가 미리 의견을 조율하는 차원에서 승진대상자 선정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인사위원회에 제시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임용권자가 승진후보자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들 중 특정인을 승진대상자로 제시한 경우에도, 인사위원회 회의에서 위원들은 자신의 독자적인 심의권한을 행사하여 여러 후보자들 중에서 누가 승진임용에 더욱 적합한지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고 구성원 2/3 이상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는 방식으로 인사위원회 차원에서 승진대상자를 선정하여 임용권자에게 제시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특히 신분이 보장되는 외부위원이 1/2 이상 참여하는 회의에서 인사위원회가 심도 있는 심의를 하지 않은 채 임용권자가 제시한 특정 후보자들을 그대로 승진대상자로 의결하였다면, 이는 인사위원회 위원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권한을 소극적으로 행사한 것일 뿐,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지방공무원 승진임용 제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노정희
주 심 대법관 김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