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16헌바84 형법 제307조 제2항 허위의 사실을 적시 명예훼손 처벌 합헌

 

 

형법 제307조 제2항 위헌소원(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한 자를 형사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에 관한 위헌소원 사건)

헌법재판소 2021.02.25. 2016헌바84 결정

 

헌법재판소는 2021년 2월 25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형법 제307조 제2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합헌]

이에 대하여는 위 조항이 허위임이 증명된 사실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재판관 김기영의 보충의견이 있다.

 

□ 사건개요

○ 청구인은 시사프로그램에서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고, 재판 계속 중 청구인에게 적용된 형법 제307조 제2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2016. 3. 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심판대상

○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07조 제2항(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07조(명예훼손) ②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관련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07조(명예훼손)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12조(고소와 피해자의 의사) ② 제307조와 제309조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 결정주문

○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07조 제2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 이유의 요지

○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심판대상조항은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개인의 일반적 인격권, 명예에 관한 권리를 보호하고, 민주사회의 여론 형성에 핵심적인 공론의 장이 제 기능을 다 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함으로써 이를 예방하고 억제할 수 있으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허위 사실에 기초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타인의 명예를 부당하게 실추시켜 개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위험이 크다. 더군다나 오늘날은 매체의 급속한 발달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허위 사실이 적시되는 순간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전파될 가능성이 높고, 허위사실적시로 인하여 개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부당하게 침해된 후에는 반론과 토론을 통한 자정작용이 사실상 무의미한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의 인격을 회복불능 상태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나아가 허위의 사실이 통용되는 것을 방치할 경우 여론이 왜곡되고 공론의 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민주사회의 여론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개인의 인격권을 보다 충실히 보호하고 민주사회의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위한 공론의 장이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행위를 형사처벌을 통해 규제할 필요가 있다.

○ ‘허위사실’의 표현은 증거에 의하여 허위성이 입증된 경우에만 처벌되는데,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허위’이고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하였는지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검사에게 있고(대법원 1994. 10. 28. 선고 94도2186 판결;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9도4949 판결 참조), 법원은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의 판례를 확립하여(대법원 1998. 10. 9. 선고 97도158 판결; 대법원 1999. 10. 22. 선고 99도3213 판결 참조), 심판대상조항의 구성요건을 엄격히 해석·적용하는 등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을 최소화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 허위 사실을 인식하면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 보장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개인의 인격 실현과 자치정체의 이념 실현에 기여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신뢰를 바탕으로 한 비판과 검증을 통하여 형성되어야 할 공적 여론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 제한 정도가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달성되는 공익에 비하여 지나치게 크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법익 균형성 원칙을 충족한다.

○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 보충의견(재판관 김기영)

○ 적시된 사실이 허위라는 점은 심판대상조항의 구성요건이므로, 검사가 이를 증명하여야 하는데 대법원은 일정한 경우에는 피고인이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지고, 소명자료의 제시가 없거나 그 자료의 신빙성이 탄핵된 때에는 심판대상조항이 적용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7도16939 판결 등 참조).

○ 위 법리에 따르면, 피고인이 소명자료를 제시하지 않는 경우 검사는 ‘허위의 사실’이라는 점에 대하여 어떠한 증명책임도 지지 않게 되고, 피고인이 소명자료를 제시하더라도 검사의 증명책임은 그 소명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것으로 축소되는바, 이는 실질적으로 ‘허위의 사실’이라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을 피고인에게 전가하고, ‘허위인지 진실인지 증명되지 아니한 사실’이어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적용될 수 있는 사안에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적용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와 같은 결과는 발화자가 허위의 사실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이를 적시하였기 때문에 비난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무거운 형으로 처벌하고자 하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취지에 반하고, 피고인에게 행위 이상의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책임주의원칙에도 반한다.

○ 그러므로 형법에서 심판대상조항은 ‘허위인지 진실인지 증명되지 아니한 사실’에는 적용되지 아니하고, ‘허위임이 증명된 사실’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규정하여 법치주의와 책임주의원칙을 충실히 실현할 수 있도록 입법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