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17헌마1179 즉시항고 소송지휘를 거부한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의 직무유기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직무유기 기소유예처분취소

 

 사건 2017헌마1179 기소유예처분취소
 청구인 이○○
 대리인   법무법인 참솔
담당변호사 백신옥
 담당변호사 이광교
 피청구인 제주지방검찰청 검사
 선고일  2020. 3. 26.

 

주 문

피청구인이 2017. 7. 31. 제주지방검찰청 2016년 형제792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17. 7. 31. 피청구인으로부터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제주지방검찰청 2016년 형제792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다.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도교육감으로서, 2015. 8. 28. 형사처벌로 해임당한 교사 진○○이 청구인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 사건에서 광주고등법원 제주지부의 집행정지 인용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제기하라는 취지의 광주고등검찰청 검사장의 소송지휘를 받았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하고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직무유기를 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7. 10. 23.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직무유기죄는 직장의 무단이탈,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한다. 청구인은 교직 사회 내부의 갈등을 조속히 봉합할 필요가 있다는 점, 진○○이 해임처분 취소소송 제1심과 제2심에서 승소하였다는 점, 승소 가능성이 크지 않음에도 즉시항고를 제기할 경우 진○○이 받을 고통이 크고 행정력 낭비가 우려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심사숙고한 끝에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았으므로, 직무유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관계

  (1) 청구 외 진○○은 ○○고등학교 교사로서, 2007. 2.경부터 ○○의 ○○위원장이자 당연직 ○○위원으로 활동하였다. 진○○은 2008. 7. 2. ○○ 위원장 이□□ 등과 공모하여 ‘광우병 쇠고기 전면 무효화 및 재협상 쟁취’ 등의 주장을 하며 ○○ 총파업을 주도하여 위력으로써 파업 참여 사업장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2013. 10. 24. 대법원에서 벌금 1,000만 원의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13도6737).

  (2) 교원징계위원회는 진○○이 유죄판결을 받았음을 이유로 2013. 11. 14. 해임처분을 의결하였고, 양○○ 당시 ○○도교육감은 2013. 11. 19. 진○○에게 해임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이에 진○○은 2014. 3. 18.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제1심 법원은 2015. 2. 4.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제주지방법원 2014구합186).

  (3) 청구인은 2014. 7. 1. ○○도교육감으로 취임한 사람으로서, 제주지방검찰청 검사장의 항소제기 지휘에 따라 2015. 2. 25. 위 행정소송에서 항소하였으나, 제2심 법원은 2015. 8. 19. 청구인의 항소를 기각하였다[광주고등법원(제주) 2015누129]. 한편 진○○은 항소심 계속 중인 2015. 3. 11. 해임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하였는바, 제2심 법원은 2015. 8. 19. 집행정지 인용결정을 하였다[광주고등법원(제주) 2015아3].

  (4) 이후 ○○도교육청 교육예산과 소속 공무원은 소송수행자, 상근변호사, 개방형 감사관(변호사) 등의 자문 및 검토를 받아 상고와 즉시항고를 포기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작성하였는데, 위 의견서에는 진보와 보수 교육단체 사이의 갈등을 조속히 봉합할 필요가 있다는 점, 제1, 2심에서 패소하여 상고심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소송지휘에 기계적으로 따르는 것은 행정력 낭비라는 점, 상고심 판결 전 집행정지가 인용된다면 복직한 진○○을 다시 해임 상태로 두어야 하는바 이는 본인에게도 가혹하고 학기 중에 교사를 교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는 점 등이 즉시항고 포기의 근거로 제시되어 있다.

  (5) 청구인은 2015. 8. 20. 위 집행정지 인용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포기 의견을, 2015. 8. 26. 상고 포기 의견을 각각 광주고등검찰청 검사장에게 제출하였으나, 광주고등검찰청검사장은 2015. 8. 28. 상고 및 즉시항고를 제기할 것을 지휘하였다.

  (6) 청구인은 2015. 8. 28. ○○도교육청 소속 공무원들과 소송지휘 수용 여부를 논의하였고, 적어도 상고 제기 지휘는 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상고는 제기하되 즉시항고는 포기하기로 하였다. 청구인은 2015. 9. 3. 상고하였으나, 즉시항고는 하지 아니한 채로 불변기간인 2015. 8. 28.을 도과하였다.

  (7) 이후 대법원은 2015. 12. 10. 청구인의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하였다(대법원 2015두50924).

나. 쟁점

  광주고등검찰청 검사장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에 근거하여 2015. 8. 28. 청구인에게 즉시항고를 제기할 것을 지휘하였으나 청구인이 즉시항고하지 않은 채 불변기간인 2015. 8. 28.을 도과하였으므로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음이 인정된다.

  그런데 직무유기죄는 공무원이 법령·내규 등에 의한 추상적 충근의무를 태만히 하는 일체의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의 무단이탈이나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할 구체적 위험성이 있고 불법과 책임비난의 정도가 높은 법익침해의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므로, 어떠한 형태로든 직무집행의 의사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한 경우에는 그 직무집행의 내용이 위법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만으로 직무유기죄의 성립을 인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6도1390 판결 참조).

  위 법리 및 청구인의 주장을 종합하면,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의 행위를 직무의 의식적 포기 또는 방임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다. 검토

  직무유기죄는 국가기능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바, 모든 직무상의 의무 위반을 처벌하려는 것은 아니고 그 위반의 정도가 국가기능을 저해시키는 행위로 볼 수 있을 때에 한하여 이를 벌하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무원이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징계조치 등의 제재가 가능하므로, 형벌을 부과함에 있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청구인과 같이 주민 직선으로 선출된 공무원의 권한 행사에 대하여 직무유기죄를 폭넓게 적용하게 되면, 민주주의 또는 지방자치가 위축될 수 있고, 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에 따른 새로운 사회적 갈등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선출직 공무원에 대해서 직무유기죄를 적용할 때에는 더욱 엄격한 해석이 요구된다.

  청구인은 광주고등검찰청 검사장의 소송지휘에 따라 즉시항고를 제기하더라도 법원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였고, 나아가 기각될 가능성이 큰 즉시항고를 제기한다면 행정력이 낭비될 뿐만 아니라 교사인 진○○의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지고 진○○을 지지하는 교사나 도민의 반발을 불러와 교육 현장의 안정이 저해될 것이라고 보았다.

  진○○이 제기한 행정소송 제1, 2심에서 행정청이 모두 패소하였다는 점, 진○○이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인용결정을 받았다는 점, ○○도 내에 이 사건 처분이 지나치다는 여론이 일부 형성되어 있었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즉시항고를 제기하였을 경우 발생할 혼란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여 소송지휘에 따르지 않았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일응 수긍할 수 있다. 또한, 청구인이 즉시항고를 포기하기까지 법률전문가인 ○○도교육청 개방형 감사관, 상근변호사 등과 논의하고 소송수행자의 의견을 듣는 등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 노력하였다는 점도 인정된다.

  더구나 청구인은 행정소송을 수행하면서 나름대로 소송지휘에 응하여 본안 사건에서는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관련 사건인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았는바, 이는 청구인이 어떠한 형태로든 직무집행의 의사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청구인이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은 동기, 당시의 사회적 상황, 즉시항고 포기를 결정하기까지의 과정, 청구인의 상고가 결국 심리불속행 기각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청구인의 즉시항고 포기는 오히려 주민 직선으로 선출된 교육감으로서 직무를 다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청구인의 위와 같은 직무집행행위가 위법하게 평가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청구인이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 또는 방임하였다든가 그러한 범의 하에 행위를 한 것이라고 쉽사리 단정하기 어렵다.

라. 소결

  수사된 내용만으로는 청구인의 직무유기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내려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법리오해 내지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