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업무정지 처분, 과징금 부과로 변경 후 별개 취소소송 제기. 재소금지 원칙 위반?

보건복지부장관(B)은 A(의사)들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에서 약사법 위반사항 발생을 이유로 A들에게 40일의 업무정지 처분(이하 ‘이 사건 업무정지 처분’)을 하였고, A들은 위 업무정지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이하 ‘이 사건 전소’)을 제기하였다가 제1심 판결에서 패소판결(이하 ‘이 사건 선행판결’)을 받았다.

B가 항소심 계속 중 이 사건 업무정지 처분을 과징금 부과처분(이하 ‘이 사건 과징금 부과처분’)으로 변경하자, A들은 이 사건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그 후 이 사건 업무정지 처분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전소를 취하하였다.

 

2심 법원은 이 사건 소가 재소금지 원칙에 위반되어 부적법하다고 하였다.

 

대법원 2023. 3. 16. 선고 2022두58599 판결은, 이 사건 소의 제기가 민사소송법 제267조 제2항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오히려 소제기를 필요로 하는 정당한 사정이 있으므로 재소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2심판결을 파기ㆍ환송).

 

후소가 전소의 소송물을 전제로 하거나 선결적 법률관계에 해당하는 것일 때에는 비록 소송물은 다르지만 위 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전소와 ‘같은 소’로 보아 판결을 구할 수 없다고 풀이함이 상당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같은 소’는 반드시 기판력의 범위나 중복제소금지의 경우와 같이 풀이할 것은 아니므로, 재소의 이익이 다른 경우에는 ‘같은 소’라 할 수 없다라고 하였다.

또한 본안에 대한 종국판결이 있은 후 소를 취하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민사소송법 제267조 제2항의 취지에 반하지 아니하고 소를 제기할 필요가 있는 정당한 사정이 있다면 다시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 전소와 이 사건 소의 소송물이 같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전소의 소송물인 이 사건 업무정지 처분의 위법성이 이 사건 과징금 부과처분의 위법성을 소송물로 하는 이 사건 소와의 관계에서 항상 선결적 법률관계 또는 전제에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원고들에게 이 사건 업무정지 처분과는 별도로 이 사건 과징금 부과처분의 위법성을 소송절차를 통하여 다툴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고, 원고들이 이 사건 선행판결 선고 이후 이 사건 전소를 취하하고 이 사건 소를 다시 제기하게 된 경위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들이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이 이 사건 전소의 소송절차를 통한 국가나 법원의 노력을 헛수고로 돌아가게 한다거나 소송제도를 남용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