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구금ㆍ기소되었다가 면소판결을 선고받은 원고 A가 국가배상을 청구하였다가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보상금을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소 각하 판결을 받았고 확정되었다.
A는 위 소송의 상고심 계속 중에 구「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2항에 헌법소원청구를 하였고,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하자 위자료 부분에 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다.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면소판결을 받은 원고가 국가배상을 구하는 사건>
1. 구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적용·집행으로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긴급조치 제9호는 위헌·무효임이 명백하고 긴급조치 제9호 발령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그에 따른 강제수사와 공소제기, 유죄판결의 선고를 통하여 현실화되었다. 이러한 경우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전체적으로 보아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그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평가되고, 긴급조치 제9호의 적용․집행으로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2. 8. 30. 선고 2018다21261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긴급조치 제9호에 기한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인한 불법행위로 발생한 권리에 관한 소멸시효와 관련하여, 일련의 법률적·제도적 변화와 완결되기까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다고 볼 것인지(적극)
가. 헌법재판소는 2018. 8. 30.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 중 「진실 ·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 · 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헌법재판소 2014헌바148 등 결정). 따라서 과거사정리법상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중대한 인권침해사건 · 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민법 제766조 제2항에 따른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33686 판결 등 참조).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 · 유지에서 적용 · 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불법행위로 인한 기본권침해 관련 사건은 과거사정리법상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에 대하여는 민법 제766조 제1항에서 정한 단기소멸시효만이 문제된다.
나. 민법 제166조 제1항은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라고, 제766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라고 정한다.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3년의 단기시효기간 기산에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외에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일반규정인 민법 제166조 제1항이 적용된다. 따라서 3년의 단기시효기간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에 더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가 도래하여야 비로소 시효가 진행한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09다33754 판결 참조).
다. 원고가 긴급조치 제9호 위반 등 혐의로 체포·구속되었다가 석방되고 이어 면소판결이 선고·확정되었지만 면소판결은 재심대상이 아니어서 형사재심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청구에 이른 경위, 긴급조치에 대한 사법적 심사가 이루어져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라고 판단된 시기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소 제기 당시까지도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긴급조치 제9호에 기한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인한 불법행위로 발생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0다210976 판결은, 일련의 법률적ㆍ제도적 변화가 이루어지기 이전까지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데 이와 달리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고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아 재심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ㆍ환송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