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주식의 증여 또는 취득 시점에 실현이 예견되는 부의 무상이전에 대하여 과세하는 규정의 위헌 여부

헌법재판소 2023. 2. 23. 2020헌바411 결정은, 비상장주식의 증여 또는 취득 시점에 실현이 예견되는 부의 무상이전에 대하여 과세하는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3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라고 하였다.

 

헌법재판소 2023. 2. 23. 2020헌바411 결정

1. 사건개요

청구인의 아들 박○○는 아버지 박□□, 동생 박△△ 등 주주들과 함께 자본금 582,000,000원(총 발행주식 116,400주, 1주당 액면가 5,000원)을 출자하여 2002. 1. 14. 주식회사 ○○(2019. 6. 18. ‘주식회사 □□’로 그 상호가 변경되었다. 이하 ‘청구외 회사’라 한다)을 설립하였다. 박□□는 2012. 12. 31. 당시 보유 주식 95,060주 전부(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 한다)를 배우자인 청구인에게 증여하였음을 전제로 하여 이에 해당하는 증여세(증여세 재산가액 4억 7,500만 원, 배우자 증여재산 공제 4억 7,500만 원)를 신고하였다. 이후 청구외 회사는 2015. 10. 23. 한국거래소의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었다. ○○세무서장은 2017. 10. 10. 청구인에게 이 사건 주식의 상장으로 인한 이익 2,910,007,718원에 관하여 증여세 1,324,919,320원(가산세 332,916,236원 포함)을 결정, 고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청구인은 2018. 11. 23. ○○세무서장을 상대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2019. 9. 19. 기각되었다(서울행정법원 2018구합86337). 이에 청구인은 항소하여(서울고등법원 2019누61542) 그 소송 계속 중,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3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20. 7. 15. 기각되자(서울고등법원 2020아1318), 2020. 8. 2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단

가. 쟁점

심판대상조항 중 ‘기업의 경영 등에 관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는’ 부분이 조세법률주의 중 과세요건 명확주의를 위반한 것인지 문제된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문제된다.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변칙적인 부의 세습 등의 목적으로 비상장주식을 수증 또는 취득한 자 등’과 이러한 목적 없이 취득한 자 등을 같게 취급하여 조세평등주의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비상장주식의 상장이익에 대한 증여세 부과를 통해 증여나 유상 취득 당시 실현이 예견되는 부의 무상이전까지 과세함으로써 조세평등을 도모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으로(헌재 2016. 3. 31. 2013헌바372;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두39726 판결 참조), 수증 또는 취득의 목적과 상관없이 부의 무상이전이라는 효과가 발생하였다면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살펴보지 아니한다.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의 과세요건은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공개되지 아니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까지도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으나, 이는 법원의 법률에 대한 구체적 해석을 다투는 것이므로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과세요건 명확주의 위반 여부

(1) 헌법은 제38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제59조에서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조세법률주의는 조세평등주의와 함께 조세법의 기본원칙으로서 과세요건 법정주의와 과세요건 명확주의를 그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과세요건 명확주의라 함은 과세요건을 법률로 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규정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다면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해석과 집행을 초래할 염려가 있으므로 그 규정내용이 명확하고 일의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헌재 2001. 8. 30. 99헌바90 참조).

다만 조세법규에 있어서도 법규 상호간의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를 명백히 할 필요가 있는 것은 다른 법률의 경우와 다를 바 없으므로, 당해 조세법규의 체계 및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그 의미가 분명하여질 수 있다면 그 규정이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헌재 1995. 11. 30. 94헌바40등; 헌재 1996. 8. 29. 95헌바41; 헌재 2002. 6. 27. 2001헌바44 참조).

(2)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이라 한다) 제41조의3(이하 위 조항을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규정’, 위 조항이 정하는 바를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제도’라고 한다)은 1999. 12. 28. 법률 제6048호로 개정되면서 처음 도입되었는데, 개별적인 증여의제 규정만으로는 경제현실에서 부단히 새로이 등장하는 증여세의 변칙적인 회피방법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대응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제도의 도입 배경에 비추어 보면, 심판대상조항은 일반인이 통상 수집 또는 지득할 수 있는 경로 이외의 방법으로 기업에 관한 정보를 얻고 이를 증여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에게 적용될 것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헌재 2006. 6. 29. 2004헌바8 참조).

또한 심판대상조항의 ‘기업의 경영 등에 관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정보’란, 기업의 경영이나 재산상태, 영업실적 등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부정보로서 불특정 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기 전의 것을 말하고, 당해 기업의 업무 등과 관련하여 기업 내부에서 생성된 것이면 거기에 일부 외부적 요인이나 시장정보가 결합되어 있더라도 그에 해당한다. 그리고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 절차가 종료되지 않아 아직 실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정보라고 하더라도 합리적인 투자자가 그 정보의 중대성과 현실화될 개연성을 평가하여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구체화된 것이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4도11775 판결 참조).

결국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제도의 입법연혁과 취지, 상증세법 전체의 유기적ㆍ체계적 해석 및 심판대상조항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종합하면, ‘기업의 경영 등에 관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위’란 그 사람의 직위와 업무, 주주현황, 회사의 지배구조 등에 비추어 기업의 경영 등에 관한 공개되지 아니한 정보에 비교적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고 정보의 유용성을 인지하고 이용할 수 있는 지위 또는 위치에 있는 자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다.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은 비상장주식의 증여 또는 취득 시점에 실현이 예견되는 부의 무상이전에 대하여 과세함으로써 조세부담의 불공평을 시정하고 과세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며, 특수관계인이 거액의 상장이익을 얻은 것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그 입법목적 달성을 위하여 적합한 수단이 된다(헌재 2015. 9. 24. 2012헌가5등; 헌재 2016. 3. 31. 2013헌바372 참조).

(2) 침해의 최소성

(가) 심판대상조항은 상장이익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주식을 증여받은 날 또는 주식을 취득한 날부터 5년 이내에 당해 주식이 상장될 것’을 요구한다. 심판대상조항은 순수한 상장이익만을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더욱이 당초의 증여세 과세가액 또는 취득가액을 초과하여 일정 기준 이상 이익을 얻은 때에만 한정하여 증여세를 부과한다. 상증세법 제41조의3은 정산기준일 현재의 주식의 가액이 당초의 증여세 과세가액보다 적은 경우로서 그 차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인 경우에는 그 차액에 상당하는 증여세액을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헌재 2015. 9. 24. 2012헌가5등 참조).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은 위와 같은 합리적 요건하에 증여재산가액을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나) 증여자와 수증자가 장래 상장에 대한 인식이 없어 그에 상응하는 기대이익이 없는 경우 심판대상조항 적용의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되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제도’는 앞서 살핀 바와 같이 1999. 12. 28. 처음 도입되어 2000. 1. 1. 시행되었는바, 주식등의 상장에 따른 거액의 이익을 얻게 하는 행위에 과세하여 특수관계인에 대한 변칙적인 증여를 차단하기 위해 증여의제규정으로 입법되었다. 이후 구 상증세법이 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되면서 증여를 ‘그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ㆍ형식ㆍ목적 등에 불구하고 경제적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을 타인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에 의하여 무상으로 이전(현저히 저렴한 대가로 이전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하는 것 또는 기여에 의하여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하는 제2조 제3항(이하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조항’이라 한다)을 신설하였다. 이에 따라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규정은 증여의제규정에서 증여재산가액 계산 규정으로 그 법적 성격이 변경되고 그에 따라 조문 제목이 변경되었으며, 그 입법목적 역시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증여 또는 취득 시점에 실현이 예견되는 부의 무상이전에 대하여 과세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헌재 2015. 9. 24. 2012헌가5등; 헌재 2016. 3. 31. 2013헌바372 참조).

한편 대법원은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조항의 증여의 개념에 해당할 수 있더라도 심판대상조항에서 규율하고 있는 거래ㆍ행위 중 증여세 과세 대상이나 과세범위에서 제외된 거래ㆍ행위에 대하여는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5두41821 판결 등 참조)고 해석하고 있다.

앞서 살핀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규정의 문언과 그 성격의 변화,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규정과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조항의 관계 등을 종합하여 보면, 주식등의 상장에 따른 부의 무상이전이 존재하는 이상 장래 상장에 대한 기대이익 여부가 증여세를 부과함에 있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사정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도 충족한다.

(3)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은 기업의 주요정보를 알 수 있는 최대주주등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우회적인 상장이익 증여행위를 방지하고, 이에 대한 적정한 과세를 통하여 조세정의의 확보라는 공익을 실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에 비하여, 납세의무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은 증여세를 납부하게 되어 재산권이 제한되고, 최장 5년여 전에 잠재되어 있던 ‘상장이익’에 대해서 상장 후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어 그 지위가 불안정한 상태에 있게 되는 것에 불과하다(헌재 2015. 9. 24. 2012헌가5등 참조).

청구인은 ① 납세의무자가 증여세를 납부하기 위해 주식을 처분하게 되면 주식 시장의 건전성을 해치고 다수의 다른 투자자들에게 재산상 피해를 입히며, ② 5년의 기간 동안 비상장기업의 상장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하나, 이는 일부 당사자의 우연한 사실 내지 사정에 기인한 것일 뿐,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직접 초래되는 법적 효과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도 반하지 아니한다.

(4)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1. 12. 31. 법률 제11130호로 개정되고, 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의3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1. 12. 31. 법률 제11130호로 개정되고, 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의3(주식 또는 출자지분의 상장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 ① 기업의 경영 등에 관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이하 이 조 및 제41조의5에서 “최대주주등”이라 한다)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수관계인이 최대주주등으로부터 해당 법인의 주식 또는 출자지분(이하 이 조와 제41조의5에서 “주식등”이라 한다)을 증여받거나 유상으로 취득한 경우에는 증여받거나 취득한 날, 증여받은 재산(주식등을 유상으로 취득한 날부터 소급하여 3년 이내에 최대주주등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을 말한다. 이하 이 조와 제41조의5에서 같다)으로 최대주주등이 아닌 자로부터 해당 법인의 주식등을 취득한 경우에는 취득한 날부터 5년 이내에 그 주식등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국거래소에 상장(증권시장에 상장된 것을 말한다)됨에 따라 그 가액이 증가한 경우로서 그 주식등을 증여받거나 유상으로 취득한 자가 당초 증여세 과세가액(증여받은 재산으로 주식등을 취득한 경우는 제외한다. 이하 제41조의5에서 같다) 또는 취득가액을 초과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그 이익을 얻은 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 이 경우 납세자가 제시하는 재무제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류에 의하여 기업가치의 실질적인 증가로 인한 것으로 확인되는 이익은 증여재산가액에 포함하지 아니한다.
   1. 제22조 제2항에 따른 최대주주 또는 최대출자자
   2. 내국법인의 발행주식총수 또는 출자총액의 100분의 25 이상을 소유한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

[관련조항]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0. 1. 1. 법률 제9916호로 개정되고, 2015. 12. 15. 법률 제135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증여세 과세대상) ③ 이 법에서 “증여”란 그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형식·목적 등과 관계없이 경제적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을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현저히 저렴한 대가를 받고 이전(移轉)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하는 것 또는 기여에 의하여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