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 화물 운송 중 발생한 사고에 관하여 피보험자(수하인)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고 이 사건 선하증권을 교부받은 신청인(수하인의 적하보험자)이 위 선하증권에 편입된 용선계약상의 중재조항을 근거로 피신청인(운송인)에게 중재절차의 개시를 요구하였으나 피신청인은 중재합의의 부존재를 주장하면서 중재인선정에 합의하지 않았고, 이에 신청인은 법원에 중재인선정을 신청하여 그 중재인선정 결정을 받았는데(중재법 제12조 제3항),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해 불복이 허용되지 않자(중재법 제12조 제5항), 피신청인이 위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해 특별항고를 하면서 그 사유로 중재합의의 부존재를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중재합의의 존부를 다투는 이 사건 피신청인(특별항고인)의 주장은 특별항고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달리 이 사건에서 외관상 유효한 중재합의가 존재하지 않거나 당사자 간에 중재인선정에 관한 합의절차가 사전에 진행되지 않았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다고 보아, 특별항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 2022. 12. 29. 자 2020그633 결정
<피신청인이 법원의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해 특별항고를 하면서 그 사유로 중재합의의 부존재를 주장하는 사건>
중재합의 존부가 중재인선정 신청사건(중재법 제12조 제3항)의 심리대상에 해당하는지 및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한 특별항고 사유에 해당하는지(소극)
가. 중재는 당사자 간의 합의로 재산권상의 분쟁 및 당사자가 화해에 의하여 해결할 수 있는 비재산권상의 분쟁을 법원의 재판에 의하지 아니하고 중재인의 판정에 의하여 해결하는 절차를 말한다(중재법 제3조 제1호). 중재절차에서는 당사자의 자치가 존중되어야 하므로 법원의 관여는 중재법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중재법 제6조). 이에 따라 중재인선정도 먼저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여야 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만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법원이 중재인을 선정할 수 있다(중재법 제12조 제2항, 제3항). 또한, 중재법은 당사자들 사이에 중재합의의 존부 또는 유효성에 관한 다툼이 있는 경우에도 우선 중재판정부를 구성하여 그로 하여금 선결문제로서 결정하거나 본안에 관한 중재판정에서 함께 판단하도록 하고, 법원은 그 이후 중재판정부의 권한에 대한 심사재판이나 중재판정의 취소재판 내지 승인ㆍ집행재판을 통해 사법심사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중재법 제17조, 제36조, 제37조, 제38조).
나. 한편, 중재법은 중재절차를 통한 분쟁해결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중재법 제1조), 이를 위해 중재인선정 신청, 중재인이나 감정인에 대한 기피 신청, 권한심사 신청, 권한종료 신청 등에 따른 법원의 재판에 불복이나 항고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중재법 제12조, 제13조, 제14조, 제15조, 제17조, 제27조). 그중에서도 법원의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해 당사자들이 불복할 수 없도록 하는 것(중재법 제12조 제5항)은 중재판정부를 신속히 구성하여 중재절차를 원활하게 진행시킬 필요가 있음에도 중재인선정 단계에서부터 그 선정결정에 대한 불복으로 인하여 중재절차가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1. 6. 22.자 2007그154 결정 등 참조).
다. 이와 같은 중재법의 내용, 목적 및 그 취지 등에서 알 수 있는 자율성, 신속성 등 중재절차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중재법 제12조 제3항에 의한 중재인선정 신청이 있는 경우, 중재법 제8조가 정하는 중재합의의 방식을 따르지 않아 외관상 유효한 중재합의가 존재하지 않거나 중재법 제12조 제2항에 의한 중재인선정에 관한 합의절차가 사전에 진행되지 않은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으로서는 바로 중재인을 선정해야 하고, 중재신청의 적법 여부까지 중재판정부에 앞서 심리하여 그 결과에 따라 중재합의의 부존재나 무효를 이유로 중재인선정 신청을 기각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9. 10. 14.자 2009마1395 결정, 대법원 2011. 6. 22.자 2011그82 결정 등 참조). 따라서 중재법 제12조 제3항에 의한 중재인선정 신청 사건에서 중재합의의 존부와 유효성과 같이 심리대상이 되지 않는 사유는 법원의 중재인선정 결정에 대한 특별항고 사건에서도 민사소송법 제449조 제1항에서 정한 특별항고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