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는 피고 회사에 1,000만 원을 투자하면서 피고 회사가 전자제품 개발 및 판매 사업을 추진하여 매출이 발생하면 투자금의 5배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상환받기로 약정하였는데, 피고 회사가 관련 제품의 개발 등을 전혀 하지 않는 등 처음부터 조건(위 매출 발생)을 성취시킬 의사가 없었던 이상 위 조건(위 매출의 발생)의 성취를 방해한 경우에 해당하여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조건 성취가 의제된다면서 피고 회사를 상대로 약정금(투자금의 5배인 5,000만 원) 지급을 구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제반사정상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현저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원고 주장의 사정이 피고 회사의 조건성취 방해행위로 평가된다는 이유만으로 조건이 성취되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일부)ㆍ환송하였다.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다266645 판결
<조건부 약정을 체결한 당사자가 신의칙에 반하는 방해행위를 한 경우 조건의 성취를 의제할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조건의 성취가능성(인과관계)이 문제된 사건>
민법 제150조 제1항이 정한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의 의미 및 그 판단기준,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 상대방의 방해행위만으로 조건의 성취를 의제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민법 제150조 제1항은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정함으로써, 조건이 성취되었더라면 원래 존재했어야 하는 상태를 일방 당사자의 부당한 개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 조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법질서의 기본원리가 발현된 것으로서(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2757 판결 참조), 누구도 신의성실에 반하는 행태를 통해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사상을 포함하고 있다(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다223054 판결 참조).
다만 일방 당사자의 신의성실에 반하는 방해행위 등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민법 제150조 제1항에 의해 그 상대방이 발생할 것으로 희망했던 결과까지 의제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여기서 말하는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란 사회통념상 일방 당사자의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면 조건이 성취되었을 것으로 볼 수 있음에도 방해행위로 인하여 조건이 성취되지 못한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도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위와 같은 경우까지 조건의 성취를 의제한다면 단지 일방 당사자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조건 성취로 인한 법적 효과를 인정하는 것이 되고 이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평ㆍ타당한 결과를 초과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방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하였는지 여부는 당사자들이 조건부 법률행위 등을 하게 된 경위나 의사, 조건부 법률행위의 목적과 내용, 방해행위의 태양, 해당 조건의 성취가능성 및 방해행위가 조건의 성취에 미친 영향, 조건의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의 존재 여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