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폭행 후 합의하며 블랙박스 삭제 요청 증거인멸교사

1. A의 운전자폭행과 증거인멸교사 기소 사실 

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운전자폭행등)

피고인 A는 2020. 11. 6. 23:33경 아파트 단지 입구 앞 도로에 일시 정차한 피해자 D(남, 58세) 운전의 쏘나타 택시 안에서 ‘여기서 내리면 되냐’는 질문을 받자 “이 씨발놈의 새끼, 너 욕을 하고 그래?”라고 욕을 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뒷좌석에 앉 아 있던 피고인 A를 돌아보며 “왜 욕을 하세요, 저에게 욕하신 거예요?”라고 항의하자 “너 이 개새끼, 너 뭐야?”라고 욕을 하면서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십 수 초간 움켜잡았다.

이로써 피고인 A는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인 피해자를 폭행하였다.

나. 증거인멸교사

피고인 A는 2020. 11. 8. 17:00 D을 만나 합의를 하고, D에게 1,000만 원을 합의금 명목으로 송금한 후, 같은 날 18:31경 D에게 전화하여 ‘영상을 지워주시면 어떻겠느냐’며 범행 장면이 녹화된 동영상을 삭제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는데, D은 “지우긴 뭘 지워요, 안 보여주면 되지.”라고 대답하였다.

계속하여 피고인 A는 2020. 11. 9. 08:18경 D과 전화통화를 하던 중 ‘피해자가 운전석에 앉아 있는 상태에서 폭행이 이루어지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한 운전자폭행이 될 수 있다. 내려서 깨우는 과정에서 저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말씀해 주실 수 있느냐’는 취지로 다시 부탁하였다.

그 후 D은 같은 날 10:30경 G경찰서에서 경찰공무원이던 B으로부터 피해자 조사를 받았는데, 이 사건 저장 동영상을 보관하고 있었음에도 위와 같은 피고인 A의 동영상 삭제 및 허위 진술 요청에 따라 ‘블랙박스에 녹화된 폭행 영상이 없고, 블랙박스 판매업체에서도 이를 확인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B에게 거짓 진술을 하고, 조사를 받는 중이던 같은 날 11:20경 이 사건 증거 동영상을 삭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A는 D로 하여금 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운전자폭행등) 사건에 관한 증거인 이 사건 증거 동영상을 인멸하도록 교사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1심은 운전자폭행, 증거인멸교사 유죄, 징역에 집행유에 선고

 1) 운전자폭행 인정

※ A는 운전자폭행을 인정하였다.

 2) 증거인멸교사

 가) 관련 법리

  형법 제155조 제1항의 증거위조죄에서 말하는 ‘증거’라 함은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하여 수사기관이나 법원 또는 징계기관이 국가의 형벌권 또는 징계권의 유무를 확인하는데 관계있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자료를 뜻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2도360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범죄 또는 징계사유의 성립 여부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형 또는 징계의 경중에 관계있는 정상을 인정하는데 도움이 될 자료까지도 본조가 규정한 증거에 포함된다(대법원 2021. 1. 28. 선고 2020도2642 판결).

  형법 제155조 제1항의 증거위조죄에서 타인의 형사사건이란 증거위조 행위시에 아직 수사절차가 개시되기 전이라도 장차 형사사건이 될 수 있는 것까지 포함하고, 그 형사사건이 기소되지 아니하거나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증거위조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도15986 판결).

 나) 증거인멸 교사 인정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증거인멸교사 범행은 유죄로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인 A의 허위진술 부탁은 객관적으로 볼 때 이 사건 운전자폭행 범행이 단순한 형법상 폭행사건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D로 하여금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들을 인멸하거나 은닉해 달라는 취지의 교사행위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을 여지가 충분하다.

  나) D은 2020. 11. 9. G경찰서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던 중 이 사건 증거 동영상을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나에게서만 삭제’ 방식으로 삭제하여 인멸하였다(이 과정에서 카카오톡 발신자 서버에 파일로 저장되어 있던 이 사건 증거 동영상이 삭제되었다).

  다) 변호인은 D이 이 사건 증거 동영상을 삭제할 당시 이 사건 저장 동영상 등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증거인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나, 디지털 증거의 특성상 동일성이 인정되는 방법으로 복제된 증거는 원본과는 독립된 증거로서의 가치를 가진다고 봄이 상당한데, 이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저장 동영상 등의 블랙박스 동영상 관련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이 사건 증거 동영상이 이 사건 운전자폭행 범행의 유무죄 판단이나 양형자료로 사용하는데 관계있다고 인정되는 자료에 해당한다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D이 이 사건 증거 동영상을 수사관이 보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여 삭제한 이상 이는 증거인멸이 된다.

  D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 A의 위와 같은 부탁들이 이 사건 증거 동영상을 삭제한 이유 중 하나였다’는 취지로 반복하여 진술하였다. 이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 A의 교사행위와 D의 이 사건 증거 동영상 인멸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는 넉넉히 인정된다.

  라) 변호인은 방어권 남용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 위 범행은 2회에 걸쳐 동영상의 삭제와 허위 진술을 D에게 부탁하는 방법으로 행해진 점, ㉡ 피고인 A는 고의로 위 범행을 저질렀던 점, ㉢ D은 피해자였는데, 별달리 목격자가 없는 상황에서 그가 이 사건 폭행 영상의 존재를 숨기고 범행 경위 등에 관해 거짓으로 진술한다면 형사사법작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점, ㉣ 실제로 D은 피고인 A의 위와 같은 부탁에 따라 이 사건 증거 동영상을 삭제하여 형사사법작용에 추상적으로나마 위험성을 야기했던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해 보면, 위 범행은 방어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2심도 운전자폭행, 증거인멸교사 유죄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D의 원심 법정진술, ‘D A 간 통화내역’ 등에 의하면, 피고인 A가 2020. 11. 8. D에게 전화하여 이 사건 운전자폭행 범행 장면이 녹화된 동영상의 삭제를 요청한 이후인 2020. 11. 9. 오전, 수사기관 조사를 앞둔 D과의 전화통화 과정에서 재차 ‘피해자가 운전석에 앉아 있는 상태에서 당한 폭행이면 특정범죄가중법위반(운전자폭행등) 범행이 될 수 있으니 피해자가 차에서 내려서 깨우는 과정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말씀해 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사실이 인정되는 점, ② 위와 같은 피고인 A와의 전화통화 이후, D이 수사기관에 출석하여 이 사건 운전자폭행 범행 직후 작성한 진술서의 내용(‘경비초소 앞에 거의 왔을 무렵 어디에 내려 드릴까요 하니 목을 3~4분간 잡고 숨을 못쉬게 하여 112에 전화하였다.’)과 다른 취지로 진술(‘차가 정차하고 난 이후에 멱살을 잡혔다. 진술서 작성 당시에는 경황이 없었다. 차를 세우고 난 이후에 일어난 일이 맞다.’)하였는데, 이에 담당 수사관(공동피고인)이 이 사건 운전자폭행 범행 장면이 녹화된 동영상의 존부에 관하여 질문을 하자, D이 그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 사건 증거 동영상을 삭제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A의 이 사건 행위와 D의 이 사건 증거 동영상 삭제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 증거인멸교사죄가 성립한다.

※ A는 운전자폭행 부분은 다투지 않았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2023. 11. 30. “증거인멸교사죄의 ‘증거’, ‘증거의 타인성’, ‘교사행위와 정범의 실행행위 사이의 인과관계’, ‘방어권의 남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라고하여 피고인 A의 상고를 기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