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적 감경의 경우 형기 상한 하한 모두 2분의 1로 감경

1. 폭행 및 특수상해미수 기소

가. 피고인은 ‘2016. 12. 23.경 피해자 공소외 1을 폭행하고, 같은 날 위험한 물건인 식칼로 피해자 공소외 2의 가슴을 찔렀으나 피해자 공소외 2가 손으로 피고인의 손을 밀쳐 피해자 공소외 2의 옷만 찢어지게 하고 미수에 그쳤다’는 폭행 및 특수상해미수의 공소사실로 공소가 제기되었다.

 

2. 1심의 처단형 결정

제1심은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 중 폭행의 점에 대해서는 형법 제260조 제1항을 적용하여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형을 선택하였고, 특수상해미수의 점에 대해서는 형법 제258조의2 제3항, 제1항, 제257조 제1항을 적용하여 유죄로 인정하였다. 제1심이 선택한 폭행죄의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이고, 특수상해미수죄의 법정형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다.

이어 제1심은 특수상해미수죄에 대해 형법 제25조 제2항, 제55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감경한 뒤(특수상해미수죄의 형기가 징역 6월 이상 5년 이하로 되었다), 형이 더 높은 특수상해미수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을 하되 특수상해미수죄의 장기의 2분의 1을 가중한 형기(7년6월)보다 특수상해미수죄와 폭행죄의 장기를 합산한 형기(7년)가 낮으므로 합산한 범위 내에서 처단형(징역 6월 이상 7년 이하)을 결정하였다. 그리고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보호관찰 및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하였다.

제1심판결에 대해 피고인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다. 원심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3. 쟁점은 임의적 감경사유가 인정될 때 상한과 하한 모두 절반 감경해야 하는지 여부

형법 제25조 제2항은 ‘미수범의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와 같이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경우를 임의적 감경이라고 한다. 임의적 감경사유가 인정될 때 법률상 감경을 할 것인지에 대해 판례는 ‘임의적 감경사유에 대해 원심이 그에 따른 법률상 감경을 하지 않더라도 잘못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판시하여(대법원 1991. 6. 11. 선고 91도985 판결, 대법원 2005. 9. 29. 선고 2005도6120 판결,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도15131 판결 등 참조) 임의적 감경사유가 존재하더라도 감경을 할 것인지 여부는 법원의 재량이라는 입장이다. 그리고 유기징역형에 대한 감경을 결정하였다면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형기의 상한과 하한을 모두 2분의 1로 감경하는 것이 현재 법원의 실무이다.

그런데 임의적 감경사유가 인정될 때 법원이 재량으로 감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문제제기가 있다. 아울러 임의적 감경을 하면서 법정형의 상한과 하한을 모두 2분의 1로 감경하는 방식도 타당하지 않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에서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특수상해미수죄에 대하여 형법 제25조 제2항에 따라 미수감경을 하면서 법정형의 상한과 하한을 모두 2분의 1로 감경한 것은 잘못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의 쟁점은 임의적 감경에 대한 현재의 해석론이 타당한지 여부이다.

 

4. 임의적 감경은 상한 하한 모두 감경해야

가. 대법원은 임의적 감경은 모두 감경을 의미한다고 판단

필요적 감경의 경우에는 감경사유의 존재가 인정되면 반드시 형법 제55조 제1항에 따른 법률상 감경을 하여야 함에 반해, 임의적 감경의 경우에는 감경사유의 존재가 인정되더라도 법관이 형법 제55조 제1항에 따른 법률상 감경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아가 임의적 감경사유의 존재가 인정되고 법관이 그에 따라 징역형에 대해 법률상 감경을 하는 이상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상한과 하한을 모두 2분의 1로 감경한다. 이러한 현재 판례와 실무의 해석은 여전히 타당하다. 

⇒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폭행죄와 특수상해미수죄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특수상해미수죄에 대하여 형법 제25조 제2항에 따라 미수감경을 하면서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그 형기의 상한과 하한 모두 2분의 1로 감경한 뒤 경합범가중을 거쳐 처단형을 결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위와 같은 원심의 조치는 적법하다.

나. 임의적 감경 법률적 해석

 1) 임의적 감경의 의미

  형의 양정은 법정형 확인, 처단형 확정, 선고형 결정 등 단계로 구분된다. 법관은 형의 양정을 할 때 법정형에서 형의 가중·감경 등을 거쳐 형성된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만 양형의 조건을 참작하여 선고형을 결정해야 한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도8376 판결 등 참조). 형법 제25조는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종료하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때에는 미수범으로 처벌하고(제1항), 미수범의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25조 제2항에 따른 형의 감경은 법률상 감경의 일종으로서 재판상 감경인 작량감경(형법 제53조)과 구별된다. 법률상 감경에 관하여 형법 제55조 제1항은 형벌의 종류에 따른 감경의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법률상 감경사유가 무엇인지와 그 사유가 인정될 때 반드시 감경을 하여야 하는지는 형법과 특별법에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와 같은 감경 규정들은 법문상 형을 ‘감경한다’라거나 형을 ‘감경할 수 있다’라고 표현되어 있는데, ‘감경한다’라고 표현된 경우를 필요적 감경, ‘감경할 수 있다’라고 표현된 경우를 임의적 감경이라 한다. 형법 제25조 제2항에 따른 형의 감경은 임의적 감경에 해당한다.

 2) 임의적 감경사유의 존재가 인정되고 법관이 그에 따라 징역형에 대해 법률상 감경을 하는 경우,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상한과 하한을 모두 2분의 1로 감경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러한 현재 판례와 실무의 해석이 여전히 타당한지 여부(적극)

  필요적 감경의 경우에는 감경사유의 존재가 인정되면 반드시 형법 제55조 제1항에 따른 법률상 감경을 하여야 함에 반해, 임의적 감경의 경우에는 감경사유의 존재가 인정되더라도 법관이 형법 제55조 제1항에 따른 법률상 감경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아가 임의적 감경사유의 존재가 인정되고 법관이 그에 따라 징역형에 대해 법률상 감경을 하는 이상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상한과 하한을 모두 2분의 1로 감경한다. 이러한 현재 판례와 실무의 해석은 여전히 타당하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형법은 법률상 감경의 방법, 내용,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그 의미도 명확하다.

  형법은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에 상응하는 법정형을 정하여 두고, 법정형에 대한 법률상 가중·감경 및 작량감경을 통해 최종적인 처단형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즉 처단형은 오직 법률 규정에 근거한 법관의 법률적용에 따른 결과이다. 작량감경은 오로지 법관의 재량에 의해 형을 감경하는 것인 반면, 법률상 감경은 형법이 정한 감경사유가 인정되는 경우 형을 감경하는 것이고, 작량감경이든 법률상 감경이든 감경의 방법은 형종에 따라 형법 제55조에서 정한 바에 따라야 한다. 법률상 감경은 감경사유의 존재가 인정되면 반드시 감경하여야 하는 필요적 감경과 감경사유의 존재가 인정되더라도 감경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임의적 감경으로 구별된다.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한 경우에는 형의 감경과 형의 면제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형법이 정한 형의 필요적 감면사유는 중지미수(제26조), 예비·음모 단계에서의 자수에 관한 각칙 규정(제90조, 제101조, 제111조 제3항, 제120조, 제175조, 제213조), 위증·무고와 자백·자수(제153조, 제154조, 제157조), 장물범과 본범의 친족관계(제365조 제2항)이다. 형의 필요적 감경사유는 농아자(제11조), 방조범(제32조 제2항)이다. 임의적 감면사유는 과잉방위(제21조 제2항), 과잉긴급피난(제22조 제3항), 과잉자구행위(제23조 제2항), 불능미수(제27조), 사후적 경합범(제39조 제1항), 자수·자복(제52조)이다. 임의적 감경사유는 심신장애(제10조 제2항), 장애미수(제25조 제2항), 범죄단체조직(제114조), 피약취자 석방(제324조의6)이다. 한편 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7도1460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형법 제39조 제1항에 의하여 형을 감경할 때에도 법률상 감경에 대한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어 유기징역을 감경할 때에는 그 형기의 2분의 1 미만으로는 감경할 수 없음을 확인한 바 있다.

 나)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임의적 감경에 관한 현재 판례 및 실무의 해석은 법문에 충실하고 형법의 체계와 부합한다.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17847 판결 등 참조). 법률을 해석할 때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 논리적 해석 방법을 사용할 수 있으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이러한 해석 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 죄형법정주의 원칙이 적용되는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는 더욱 그러하다(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5도833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형법은 필요적 감경의 경우에는 문언상 형을 ‘감경한다’라고 표현하고, 임의적 감경의 경우에는 작량감경과 마찬가지로 문언상 형을 ‘감경할 수 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할 수 있다’는 말은 어떠한 명제에 대한 가능성이나 일반적인 능력을 나타내는 말로서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할 수 있다’는 문언의 의미에 비추어 보면 입법자는 임의적 감경의 경우 정황 등에 따라 형을 감경하거나 감경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것이고 그 권한 내지 재량을 법관에게 부여한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문언상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일상의 언어 사용에 가까운 것으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법문과 입법자의 의사에 부합하는 이상,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 유추해석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한편 형법 제55조 제1항은 형벌의 종류에 따라 법률상 감경의 방법을 규정하고 있는데,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는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를 감경할 때에는 그 형기의 2분의 1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유기징역형을 감경할 경우에는 ‘단기’나 ‘장기’의 어느 하나만 2분의 1로 감경하는 것이 아니라 ‘형기’ 즉 법정형의 장기와 단기를 모두 2분의 1로 감경함을 의미한다는 것은 법문상 명확하다. 처단형은 선고형의 최종적인 기준이 되므로 그 범위는 법률에 따라서 엄격하게 정하여야 하고, 별도의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이상 형법 제56조에서 열거하고 있는 가중·감경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다른 성질의 감경사유를 인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7도1460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따라서 유기징역형에 대한 법률상 감경을 하면서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것과 같이 장기와 단기를 모두 2분의 1로 감경하는 것이 아닌 장기 또는 단기 중 어느 하나만을 2분의 1로 감경하는 방식이나 2분의 1보다 넓은 범위의 감경을 하는 방식 등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다) 형법은 임의적 감경과 필요적 감경을 구별하고 있고, 판례 및 실무는 양자의 구별을 명확히 한다.

  앞서 본 법률상 감경사유는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 등 범죄의 성립요건과 관련이 있거나 불법의 정도나 보호법익의 침해 정도 등과 관련 있는 사유들이 대부분이다. 입법자는 범죄의 성립 및 처벌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들을 법률상 감경의 요건으로 정한 뒤 해당 요건이 범죄의 성립 또는 처벌 범위의 결정에 일반적으로 미치는 영향이나 중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필요적 감경, 임의적 감경으로 구별하여 규정하였다.

  위와 같이 필요적 감경사유와 임의적 감경사유가 구별되어 규정되어 있는 취지를 고려하면 그 법률효과도 명확히 구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외부적인 사정에 의해 범죄행위의 완성에 이르지 못한 장애미수는 임의적 감경으로,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였다가 범죄 완성 전에 자의로 행위를 중지하거나 결과 발생을 방지한 중지미수는 필요적 감경으로 구별하여 규정한 취지에 따라 그 법률효과는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불법의 실현을 위해 범행의 실행에 착수하여 법익침해의 위험을 발생하게 하였으나 범인 스스로 적법으로 회귀하기 위해 노력한 경우(중지미수)와 범인의 불법 실현을 위한 의사는 변함이 없는데 외부적인 요인으로 법익침해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장애미수)에 대한 법률적 평가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현재 실무 및 판례에 따르면, 중지미수의 경우에는 법정형의 상한과 하한 모두를 2분의 1로 감경하는 반면, 장애미수의 경우에는 법익침해의 위험 발생 정도에 따라 법정형에 대한 감경을 하지 않거나 법정형의 상한과 하한 모두를 2분의 1로 감경 할 수 있게 되고, 그 선택은 법관의 재량에 맡기게 된다. 그런데 이와 달리 법정형의 하한은 중지미수와 장애미수 모두 동일하게 2분의 1로 감경하고, 법정형의 상한은 중지미수의 경우에만 2분의 1로 감경하고 장애미수의 경우에는 감경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면 중지미수와 장애미수에 관한 법률적 평가와 개별 사안에 따른 법관의 사안별 평가의 필요성을 고려하지 않고, 입법자가 필요적 감경과 임의적 감경으로 구별한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라) 처단형의 하한을 낮출 필요가 없다면 굳이 임의적 감경을 할 필요가 없다는 현재 실무 관행을 잘못이라고 볼 수 없다.

  형법은 형의 가중·감경할 사유가 경합된 때에 그 적용 순서에 관하여, 각칙 본조에 의한 가중, 제34조 제2항의 가중, 누범 가중, 법률상 감경, 경합범가중, 작량감경 순으로 규정하고 있고(제56조), 이러한 순서에 따른 형의 가중·감경 과정을 거쳐 처단형이 산출된다. 임의적 감경은 법률상 감경의 일종으로서 해당 감경사유의 존재가 인정되면 그에 따른 감경을 실시할 것인지 여부는 심신미약, 미수, 자수 등 해당 감경사유가 행위불법이나 결과불법의 측면에서 범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범행에 미친 영향 등을 고려하여 독자적으로 결정함이 타당하다. 다만 해당 임의적 감경사유가 당해 범행의 행위불법이나 결과불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범행에 미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른 양형조건들에 대한 고려가 불가피할 것이다.

  아울러 법관이 처단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에 대한 양형조건들을 참작하여 최종 선고형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임의적 감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법리적·논리적으로 잘못이라 할 수도 없다. 형의 양정 즉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벌의 종류를 선택하고 이를 가중하거나 감경하여 처단형을 정한 다음 그 처단형의 범위에서 구체적인 선고형을 정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법률상 감경은 형법 제1편 제3장 제2절 ‘형의 양정’ 부분에서 양형의 조건(제51조), 자수·자복(제52조), 작량감경(제53조), 선택형과 작량감경(제54조), 가중감경의 순서(제56조) 등과 함께 제55조에 규정되어 있는데, 임의적 감경은 형의 양정을 위한 과정 중 법률상 감경에 해당한다. 형의 양정을 함에 있어 형의 선택, 작량감경 등과 같이 법관에게 재량이 주어진 사항의 판단을 위해서는 양형조건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법관이 양형조건에 대한 고려 없이 형종을 선택하거나 작량감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따라서 입법자가 법관에게 임의적 감경에 대한 재량 내지 권한을 부여한 이상 법관이 다른 양형조건에 대한 고려를 완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임의적 감경사유만을 심리하여 감경 여부를 결정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현재 실무상 임의적 감경사유가 있더라도 처단형의 하한을 낮추기 위한 경우가 아니면 굳이 임의적 감경을 하지 않는 방식이 통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실무 관행이 선고형을 먼저 결정한 뒤 임의적 감경 여부를 결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입법자가 임의적 감경을 법관의 재량 내지 권한으로 부여한 이상 법관은 임의적 감경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임의적 감경사유 이외의 다른 양형조건들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고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선고형에 대한 윤곽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실무는 이러한 판단 과정 속에서 반드시 처단형의 하한을 낮출 필요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임의적 감경을 할 실익이 없으므로 양형기준 상의 양형인자나 양형조건으로 고려하면 충분하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처단형의 하한을 낮출 필요가 없다면 굳이 임의적 감경을 할 필요가 없다는 현재 실무 관행이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

 마) 유죄 인정 후 선고형을 결정하기까지 법관에게 많은 재량이 주어져 있고, 임의적 감경에 관한 법관의 재량은 그 중 하나로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형법은 1개의 죄에 여러 종류의 형벌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 뒤 피고인에게 적용할 형벌의 종류를 법원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제54조). 오로지 사형만을 규정한 여적죄(형법 제93조)를 제외한 대부분의 처벌규정은 형법 제41조 제1호 내지 제8호에서 규정한 형종(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유기징역, 유기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중 2개 이상을 주형으로 규정하면서 해당 사안, 당해 피고인에게 가장 적합한 형종을 선택할 권한을 법관에게 부여하고 있다. 입법자는 개별 범죄의 처벌에 관하여 여러 형종과 넓은 범위의 형량을 규정한 뒤 법관으로 하여금 먼저 형종을 선택하고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선고형을 결정하도록 하였다. 이는 개별 범죄에 있어 모든 양형조건을 고려한 적절한 선고형을 입법자가 미리 정할 수 없기에 형종의 선택부터 법관에게 상당한 재량을 부여한 것이다.

  나아가 법관은 법률상 가중·감경이 모두 이루어진 처단형에 대해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사유가 있는 때에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형법 제53조). 이는 재판상 감경, 작량감경 혹은 정상 참작 감경으로 불리는데, 법률상 감경을 다하고도 그 처단형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여야 할 때에 최후에 하는 감경으로서(대법원 1991. 6. 11. 선고 91도985판결 등 참조), 법정형이나 법률상 가중·감경을 마친 처단형이 지나치게 가혹한 경우 이를 시정하기 위한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법관은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모든 양형조건을 고려하고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을 참고하여 선고형을 결정하게 된다.

  이와 같이 범죄사실이 유죄로 인정된 이후 법관이 선고형을 결정하기 위해 수행하는 구체적인 양형의 과정을 보면 법관에게 많은 재량이 주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형종의 선택에서 시작하여 선고형의 결정에 이르기까지 개별 사안마다 모든 양형조건을 충분히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구체적 타당성을 갖춘 양형을 위해 선택된 조치이다. 법관에게 주어진 이처럼 많은 재량들을 고려하면, 임의적 감경에 관해 감경 여부에 대한 결정 권한 내지 재량이 법관에게 있다고 해석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법관의 재량에 대한 적절한 통제의 필요성이나 방법 등은 별개의 문제이다.

 바) 임의적 감경에 따른 법률효과를 획일적으로 정할 필요가 없다.

  임의적 감경사유의 존재가 인정되더라도 해당 사유에 따른 법률상 감경을 하는 것이 오히려 정의의 관념에 반하는 경우가 있다. 구성요건적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미수라 하더라도 기수와 거의 동일한 중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예를 들면, 살인죄에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으나 장기간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식물인간이 된 경우)나 심신 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으나 심신미약에 따른 형의 감경을 하는 것이 부적절한 경우 등과 같이 임의적 감경사유는 인정되나 그에 따른 감경을 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즉 형법이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임의적 감경사유가 인정되더라도 그에 따른 감경이 필요한 경우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모두 있을 수 있으니 임의적 감경사유로 인한 행위불법이나 결과불법의 축소효과가 미미하거나 행위자의 책임의 경감 정도가 낮은 경우에는 감경하지 않은 무거운 처단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판단 권한 내지 재량을 법관에게 부여한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상황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은 채 일률적인 법률효과를 발생하도록 해석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