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인들은 북한 접경지역에서 대형풍선 등을 이용하여 북한 지역으로 북한의 통치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전단을 살포하는 등의 활동을 해 온 자연인 또는 북한 인권 개선 등을 목적으로 조직된 법인ㆍ단체이다.
국회는 2020. 12. 14. ‘전단등 살포’, 즉 ‘선전, 증여 등을 목적으로 전단, 물품, 금전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승인받지 아니하고 북한의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부하거나 북한으로 이동시키는 행위’를 통하여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그 미수범도 처벌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법률안’을 의결하였고, 이는 2020. 12. 29. 공포되어, 2021. 3. 30.부터 시행되었다(일명 ‘대북전단금지법’).
청구인들은 위와 같은 내용으로 개정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 제25조 등이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20. 12. 2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이 사건 심판대상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63호로 개정된 것, 이하 ‘남북관계발전법’이라 한다) 제24조 제1항 제3호 및 제25조 중 제24조 제1항 제3호에 관한 부분(이하 이들을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63호로 개정된 것)
제24조(남북합의서 위반행위의 금지) ① 누구든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켜서는 아니 된다.
3. 전단등 살포
제25조(벌칙) ① 제24조 제1항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제23조 제2항 및 제3항에 따라 남북합의서(제24조 제1항 각 호의 금지행위가 규정된 것에 한정한다)의 효력이 정지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2. 대북전단금지법은 위헌
헌법재판소는 2023. 9. 26.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63호로 개정된 것) 제24조 제1항 제3호, 제25조 중 제24조 제1항 제3호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
위헌의견의 이유는 4, 3명으로 달랐고, 합헌의견은 2명이다.
가. 위헌의견1(재판관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형두)
1)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다
심판대상조항의 궁극적인 의도는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하여 북한 정권이 용인하지 않는 일정한 내용의 표현을 금지하는 데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표현의 내용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국가가 이러한 표현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고, 특히 정치적 표현의 내용 중에서도 특정한 견해, 이념, 관점에 기초한 제한은 과잉금지원칙 준수 여부를 심사할 때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은 국민의 생명ㆍ신체의 안전을 보장하고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며 평화통일을 지향하여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며, 심판대상조항은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 된다.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전단 등 살포를 금지ㆍ처벌하지 않더라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전단 등 살포로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나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기하여 행위자에게 경고하고, 위해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살포를 직접 제지하는 등 상황에 따른 유연한 조치를 할 수 있다.
또한 전단 등 살포 전에 살포 시간, 장소, 방법 등을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고, 관할 경찰서장은 관련 법률에 저촉될 여지가 있는 경우 ‘살포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입법적 보완을 하면, 경찰이 이에 대응하기 용이해지므로, 심판대상조항을 통한 제한보다 덜 침익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심판대상조항은 전단 등 살포를 금지하면서 미수범도 처벌하고, 징역형까지 두고 있는데, 이는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행사라 하지 않을 수 없는바,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하지 못한다.
심판대상조항으로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이 확보되고, 평화통일의 분위기가 조성될지는 단언하기 어려운 반면, 심판대상조항이 초래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매우 중대하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2) 책임주의원칙 위반이다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발생할 수 있는 위해나 심각한 위험은 전적으로 제3자인 북한의 도발로 초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북한의 도발로 인한 책임을 전단 등 살포 행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법원이 구체적 사건에서 인과관계와 고의의 존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위해나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북한에 대하여 행위자의 지배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비난가능성이 없는 자에게 형벌을 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책임주의원칙에도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나. 위헌의견1(재판관 유남석, 이미선, 정정미)
1) 책임주의원칙 위반 아냐
심판대상조항이 정하는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는 전단 등 살포 행위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킨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자의 행위 외에 일정한 결과 발생을 요구하므로 전단 등 살포 행위와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나 심각한 위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이 정한 결과의 발생이 북한의 개입으로 실현되는 것이기는 하나, 이는 전단 등 살포 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이루어진 것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결과 발생에 대한 고의와 인과관계를 요하므로, 타인의 행위로 인한 결과에 대하여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비난가능성 있는 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책임주의원칙 위반은 문제되지 아니한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다
심판대상조항의 궁극적인 의도가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한 북한 체제 비판 등의 내용을 담은 표현을 제한하는 데 있고, 심판대상조항이 그 효과에 있어서 주로 특정 관점에 대한 표현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표현의 내용을 규제하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므로, 공익을 위해 그 제한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표현된 관점을 근거로 한 제한은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엄격한 요건하에 허용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국민의 생명ㆍ신체의 안전보장과 남북 간 평화통일을 지향하여야 하는 국가의 책무 달성을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심판대상조항은 이에 적합한 수단이 된다.
그런데, 표현된 관점을 근거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형사처벌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경우로 한정되어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이 추구하는 주된 목적인 국민, 특히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ㆍ신체의 안전 보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형벌권을 행사하지 않고도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대응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형벌의 보충성 및 최후수단성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외부로부터의 정보 유입과 내부의 정보 유통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북한의 특성상, 북한을 자극하여 도발을 일으킬 수 있을 만한 표현의 내용은 상당히 포괄적이므로,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제한되는 표현 내용이 광범위하고, 그로 인하여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된다.
행위자로서는 표현행위가 심판대상조항의 구성요건 중 일부인 ‘전단등 살포’에 해당되는 것이 확실한 이상, 표현행위로 수사ㆍ재판절차에 회부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효과적인 위협 기제가 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초래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국민의 생명ㆍ신체의 안전 보장은 중대한 공익에 해당하고 국가는 남북 간 평화통일을 지향할 책무가 있으나, 표현행위자가 받게 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은 그 표현의 의미와 역할의 중요성에 비해 매우 크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나. 반대의견(재판관 김기영, 문형배)
1) 책임주의원칙 위반 아냐
위 3. 나. 1)의 재판관 유남석, 이미선, 정정미의 ‘심판대상조항은 책임주의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견해와 같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아냐
심판대상조항은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하여 ‘전단등 살포’라는 방법을 통하여 표현을 하는 것을 금지할 뿐, 표현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가하고 있지 않는바, 이는 ‘전단등 살포’라는 표현 방법에 대한 제한으로 보아야 한다.
국가형벌권 행사가 최후수단으로서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라는 중요한 법익의 침해ㆍ위험을 동등한 정도로 방지하면서도 덜 침해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위헌의견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의한 조치를 대안으로 제시하나, 이는 그러한 방법만으로는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워 심판대상조항을 만든 입법연혁에 어긋난다. 또한, 위헌의견은 살포 전 신고 의무 부과와 그에 기초한 대응을 대안으로 제시하나, 이것이 심판대상조항과 동등한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었다.
심판대상조항의 구성요건인 ‘위험’은 그 위험이 임박하고 그 발생이 명백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만 인정되고, 법원이 구체적 사건에서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위해 또는 그 심각한 위험의 발생’에 대한 고의의 존부, 그리고 ‘전단등 살포’ 행위와의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그 처벌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므로, 처벌범위가 무한정 확대된다고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이 표현의 방법만을 제한하고 있는 이상, 청구인들의 견해는 ‘전단등 살포’ 외의 다른 방법, 예컨대 내ㆍ외신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이나 탈북자들과의 만남 등을 통하여 충분히 표명될 수 있고, 남북 간 긴장완화를 시도하는 국면에서 제한된 표현의 자유도 교류협력이 활성화되는 국면에서 확장될 수 있다는 동적인 관점에서 심판대상조항을 이해해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처벌은 남북합의서의 유효한 존속을 전제로 하므로, ‘전단등 살포’를 극도로 경계하는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전단등 살포’의 억제를 위해서라도 남북합의서를 준수할 이익이 있고, 북한이 이를 준수하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은 물론, 한반도 전체의 평화가 유지될 수 있는바, 이러한 공익을 고려하면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
3.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의의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제한되는 표현의 내용이 매우 광범위하고,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할 국가형벌권까지 동원한 것이어서,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번 결정에 따라 접경지역에서 대북 전단 등을 살포하는 행위에 대한 일반적 제한은 철폐되었다.
위헌의견에서 제시된 대안은, 전단 등 살포 현장에서는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접경지역 주민의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 입법자는 향후 전단 등 살포가 이루어지는 양상을 고찰하여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보장을 위한 경찰 등의 대응 조치가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전단 등 살포 이전에 관계 기관에 대한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등의 입법적 조치(‘입법적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내용을 제한하는 법률에 대하여 위헌 여부를 심사할 때는 더 엄격한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선례의 입장에 기초한 것으로서,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헌법적 가치라는 점과 그 보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과 위헌 의견의 대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 처벌하는 심판대상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나,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기 위해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으로 제지하거나 입법적 조치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로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