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2019오1 형제복지원 사건에 관한 검찰총장의 비상상고

 

 

형제복지원 사건에 관한 검찰총장의 비상상고를 모두 기각한 사례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9오1 판결 

 

1. 비상상고 제도의 의의

가. 개념

▣ 비상상고는 확정판결을 대상으로, 그 심리 또는 재판에 법령위반이 있음을 이유로 인정되는 비상구제절차임(형사소송법 제441조)

▣ 비상상고는 이미 확정된 판결에 대하여 법령 적용의 오류를 시정함으로써 법령의 해석⋅적용의 통일을 도모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음

▣ 신청권자는 검찰총장으로, 관할법원은 대법원으로 각각 한정됨

나. 재심 제도와의 구별

비상상고는 확정된 사건의 심판에 법령위반의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허용되고, 일정한 경우(‘원판결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하여 피고사건에 대하여 다시 판결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판결의 효력이 피고인에게 미치지 않음

▣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의 개별적인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확정된 사실관계를 재심사하는 ‘재심’ 제도와는 명확히 구별됨

 

2. 사안의 개요

가. 사건의 경위

▣ 내무부장관은 1975. 12. 15.경 ‘부랑인’의 단속⋅수용⋅보호를 목적으로 내무부 훈령 제410호 ‘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이 사건 훈령)을 발령하였음. 이 사건 훈령의 주된 내용은, 시장⋅군수⋅구청장으로 하여금 경찰과 합동으로 부랑인 단속반을 편성하여 정기 또는 수시로 부랑인 단속을 실시하고, 단속된 부랑인 중 연고가 불확실한 사람을 시⋅도 단위로 설치된 부랑인수용시설에 위탁 수용하게 하는 것임

▣ 피고인은 사회복지법인 형제복지원의 대표이사로서, 1975. 7. 25.경 부산직할시장과 부랑인의 수용⋅보호 등을 목적으로 한 ‘부랑인선도(수용보호)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국고 보조금을 지급받으면서 이 사건 훈령 등에 따라 단속기관으로부터 단속된 부랑인의 신병을 인계받아 형제복지원에 수용하였음

▣ 피고인은, 단속기관에서 인계되는 부랑인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1985년 말경 경남 울주군 청량면 삼정리 산97 일대 토지에 신규 수용시설과 형제복지원 수용자들의 직업 보도(輔導)시설로서의 자동차운전교습소를 건립하기로 한 후 형제복지원 총무인 김○○ 등을 통해 그곳에 출입문과 창문에 철창시설을 한 숙소시설을 마련하였음(위 토지와 그 지상의 시설물 일체를 합하여 이하 ‘울주작업장’이라 함)

▣ 피고인은 1986. 7.경부터 1987. 1. 16.경까지 형제복지원 수용자 중에서 선발된 피해자들을 야간에는 위 숙소시설에 수용하면서 자물쇠로 출입문을 잠가 도주하거나 이탈하지 못하도록 하고(이하 ‘야간감금행위’라 함), 주간에는 피해자들로 하여금 울주작업장 토지의 평탄화 작업과 석축 공사 등
의 노역에 종사하게 하는 한편, 피해자들 중 일부를 경비원으로 임명하여 이들로 하여금 목봉과 감시견 10여 마리를 사용해 다른 피해자들을 감시하게 하였음(이하 ‘주간감금행위’라 함)

▣ 피고인은 1987. 1. 28.경 주간 및 야간감금행위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음. 피고인에 대한 재판의 진행 경과는 다음과 같음

● [제1심] 제1심인 부산지방법원 울산지원은 1987. 6. 23.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피고인에 대해 징역 10년 및 벌금 6억 8,178만 원을 선고하였음(87고합33 판결)

● [항소심] 항소심인 대구고등법원은 1987. 11. 12. 피고인에 대한 특수감금의 공소사실 중 주간감금행위 부분에 한하여 형법 제20조에 따른 정당행위가 성립된다고 보아 이유에서 이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피고인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였음(87노1048 판결 ➠ 2019오1 사건의 원판결). 피고인만이 위 항소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 상고하여 위 주간감금행위 부분은 이후 재판의 심판대상에서 제외되었음

● [1차 상고심] 1차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1988. 3. 8. 울주작업장이 형제복지원의 적법한 복지시설의 일부라면 피고인의 야간감금행위는 수용중인 부랑인들의 이탈 방지를 위한 조치로서 적절치 못하였다는 비난을 받을 여지가 있지만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상의 감금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울주작업장이 형제복지원 수용시설의 일부라고 하면서도 피고인의 야간감금행위가 특수감금죄를 구성한다고 본 위 항소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음(87도2671 판결)

● [1차 환송심] 1차 환송심인 대구고등법원은 1988. 7. 7. 울주작업장을 법령에 따른 적법한 부랑인 수용시설로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주간 및 야간감금행위가 전체적으로 법령에 의한 적법한 수용보호라고 할 수 없어 피고인에 대한 특수감금죄가 성립한다는 전제하에, 피고인에 대한 특수감금의 공소사실 중 위 법원의 심판대상에 속한 야간감금행위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피고인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하였음(88노144 판결)

● [2차 상고심] 2차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1988. 11. 8. 울주작업장의 시설이 형제복지원 수용시설의 일부라고 전제하고, 피고인의 야간감금행위는 그 행위에 이른 과정과 목적, 수단 및 행위자의 의사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사회적 상당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 있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해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하면서 1차 환송심판결을 다시 파기환송하였음(88도1580 판결)

● [2차 환송심] 2차 환송심인 대구고등법원은 1989. 3. 15. 기속력을 가지는 1, 2차 상고심판결의 취지에 따라 피고인의 야간감금행위는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 주문에서 피고인에 대한 특수감금의 공소사실은 무죄로, 위 특수감금 등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은 유죄로 각각 판단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2년 6월을 선고하였음(88노593 판결 ➠ 2018오2 사건의 원판결)

● [3차 상고심] 3차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1989. 7. 11. 위와 같은 2차 환송심 법원의 판단을 정당하다고 보아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음(89도698 판결)

나. 이 사건 비상상고의 신청

▣ 2018오2 사건

● 검찰총장은 2018. 11. 20. 2차 환송심판결(야간감금행위 부분)을 대상으로 비상상고를 신청함

● 요구판결: 원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특수감금의 점 무죄 부분’ 파기

▣ 2019오1 사건

● 검찰총장은 2019. 2. 22. 항소심판결(주간감금행위 부분)을 대상으로 비상상고를 신청함

● 요구판결: 원판결 중 피고인의 주간감금행위에 대해 ‘감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부분 파기

3. 비상상고이유 등의 요지

가. 2018오2 사건

[비상상고이유] 2차 환송심이 위헌⋅무효인 이 사건 훈령을 근거로 삼아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특수감금 부분에 대해 형법 제20조를 적용하여 무죄로 판단한 것은 법령위반에 해당함

[추가 주장] 이른바 ‘형제복지원 사건’은 과거 권위주의 체제 아래에서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발생한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건에 해당하므로, 피해자들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고 우리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가해자인 피고인에 대한 특수감금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판결은 파기되어야 함

나. 2019오1 사건

[비상상고이유] 항소심이 위헌⋅무효인 이 사건 훈령을 근거로 삼아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주간의 특수감금 부분에 대해 형법 제20조를 적용하여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것은 법령위반에 해당함

4. 대법원의 판단: 비상상고 기각

가. 2018오2 사건

▣ 관련 법리

● 비상상고 제도는 이미 확정된 판결에 대하여 법령 적용의 오류를 시정함으로써 법령의 해석⋅적용의 통일을 도모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음

● 형사소송법이 정한 비상상고이유인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란 확정판결에서 인정한 사실을 변경하지 아니하고 이를 전제로 한 실체법의 적용에 관한 위법 또는 그 사건에서의 절차법상의 위배가 있는 경우를 뜻함 ➠ 단순히 법령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전제가 되는 사실을 오인함에 따라 법령위반의 결과를 초래한 것과 같은 경우는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에 해당하지 않음(대법원 1962. 9. 27. 선고 62오1 판결, 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4오2 판결 등 참조)

▣ 비상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이유 없음

● 원판결 법원이 피고인의 특수감금 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하면서 적용한 법령은 이 사건 훈령이 아니라 정당행위에 관한 형법 제20조나 상급심 재판의 기속력에 관한 법원조직법 제8조이고, 이 사건 훈령의 존재는 그 중 위 형법 제20조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그 적용의 전제로 삼은 여러 사실 중 하나일 뿐임

● 따라서 원판결이 이 사건 훈령이 상위법령에 저촉되어 무효임을 간과하였다는 사정은, 형법 제20조의 적용에 관한 전제사실을 오인하였다는 것에 해당하고, 그로 인해 피고인의 특수감금 행위에 형법 제20조를 적용한 잘못이 있더라도 이는 형법 제20조의 적용에 관한 전제사실을 오인함에 따라 법령위반의 결과를 초래한 경우에 불과함.

● 결국 이 사건 비상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행위에 관한 원판결 법원의 포섭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고, 형사소송법 제441조 비상상고의 사유로 정한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에 해당하지 않음

▣ 추가 주장에 관한 판단: 받아들일 수 없음

● 형제복지원 수용자들은 폭행을 당하거나 심지어 죽임을 당하더라도 저항하지 못하고 자기의 불행이 타인의 기분이나 감정에 맡겨진 삶을 살아왔고, ‘부랑인’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격리⋅고립되어 소외된 삶을 살아왔음. 이 사건이 갖는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었다는 점보다 헌법의 최고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되었다는 .

● 2020. 6. 9.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으로 진실⋅ 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이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한 활동을 재할 수 있고, 위 위원회의 활동으로 규명된 진실에 따라 희생자,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정부의 적절한 조치를 통해 피해자들의 아픔이 치유되어 사회 통합이 실현되기를 기대

● 다만 원판결에 대한 비상상고의 허용 여부는 이 사건의 본질에 대한 인식이나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회복 조치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판단되어야 할 문제임. 법원은 비상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사정이 형사소송법에서 비상상고이유로 정한 ‘법령위반’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하고, 법령위반의 의미와 범위에 관하여는 종래 대법원이 다른 비상상고사건에서 적용하여 온 것과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음

● 만일 법원이 적법한 비상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칙을 벗어나 비상상고를 쉽게 허용한다면, 확정판결의 확정력과 기판력에 토대를 둔 법적 안정성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 또 비상상고 신청인이 주장하는 사정을 헤아려 비상상고이유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법령의 해석⋅적용에 통일을 도모하려는 비상상고 제도의 의의와 기능에도 부합하지 않음

나. 2019오1 사건

▣ 관련 법리

● 형사소송법 제441조는 “검찰총장은 판결이 확정한 후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것을 발견한 때에는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음. 상급심의 파기판결에 의해 효력을 상실한 재판의 법령위반 여부를 다시 심사하는 것은 무익할 뿐만 아니라, 법령의 해석⋅적용의 통일을 도모하려는 비상상고 제도의 주된 목적과도 부합하지 않음. 따라서 상급심의 파기판결에 의해 효력을 상실한 재판은 위 조항에 따른 비상상고의 대상이 될 수 없음

▣ 비상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이유 없음

● 원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상고는 위 유죄 부분 중 야간감금행위 부분과 포괄일죄로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이유무죄 부분에 대하여도 그 효력이 미침

원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이유무죄 부분은 유죄 부분과 함께 상고심에 이심되었다가 대법원의 파기판결에 의해 그 효력을 상실하였으므로, 원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이유무죄 부분을 대상으로 한 이 사건 비상상고는 비상상고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재판에 대해 제기된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음

5. 판결의 의의

가. 2018오2 사건

▣ 대법원은 단순히 법령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전제가 되는 사실을 오인함에 따라 법령위반의 결과를 초래한 경우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비상상고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기존 선례의 법리를 재차 확인하고, 이러한 법리에 따라 2차 환송심의 심판에 법령위반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음

▣ 형제복지원 사건은 헌법의 최고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였다는 중대한 문제점이 있으나, 비상상고의 허용 여부는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회복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데 의미가 있음

나. 2019오1 사건

▣ 대법원은 상급심의 파기판결에 의해 효력을 상실한 재판은 비상상고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리에 따라, 이 사건 비상상고는 1차 상고심의 파기판결에 따라 이미 그 효력을 상실하여 비상상고의 대상이 될 수 없는 항소심의 이유무죄 재판에 대해 제기된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