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18헌바224 형사소송비용을 피고인에게 부담하게 한 형사소송법

 

 

형사소송비용 피고인 부담 사건

 

사실관계

청구인은 사기의 범죄사실로 1심에서 벌금 700만원 및 소송비용의 부담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받고 항소하여 재판계속 중, 피고인에 대한 소송비용의 부담의 근거가 된 형사소송법 제186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판단

헌법재판소는 2021년 2월 25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형사재판절차에서 형의 선고를 하는 때에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피고인이 부담하게 하도록 정한 형사소송법(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된 것) 제186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 등 위헌소원

헌법재판소 2021. 2. 25. 선고 2018헌바224 결정 

 

사 건              2018헌바224 형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 등 위헌소원
청 구 인         김○○
                     국선대리인 변호사 전경능
당 해 사 건     수원지방법원 2018노310 사기
선 고 일          2021. 2. 25.

 

주 문

형사소송법(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된 것) 제186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사기의 범죄사실로 1심에서 벌금 700만원 및 소송비용의 부담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받고(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6고정830), 이에 항소하여 재판계속 중 (수원지방법원 2018노310), 피고인에 대한 소송비용 부담의 근거가 된 형사소송법 제186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8. 5. 18. 형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에 대하여 그 신청이 기각되자(수원지방법원 2018초기611), 2018. 5. 29. 형사소송법 제186조에 대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형사소송법 제186조 전체에 대해 심판청구를 하고 있으나, 청구인과 관련된 부분은 형의 선고를 하는 때에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의 부담을 명하는 근거가 된 위 조문의 제1항이므로, 심판대상을 해당 부분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사소송법(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186조 제1항(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사소송법(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된 것)

제186조(피고인의 소송비용부담) ① 형의 선고를 하는 때에는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하여야 한다. 다만,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으로 소송비용을 납부할 수 없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형의 선고를 하면서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어려워지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무자력인 피고인과 다른 피고인을 차별취급하므로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다. 헌법 제12조 제4항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의 일당 등을 소송비용의 일부분으로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적정절차의 원칙에 위배된다.

라. 피고인에게 형사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피고인의 재산적 법익을 박탈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재산권을 침해하며, 소송비용부담은 형사제재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중처벌금지원칙에도 위배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같은 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형사피고인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형사피고인에게 공정하고 신속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속에는 신속하고 공개된 법정의 법관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재판, 즉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되어 당사자에게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의 기회가 부여되는 등 공격·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헌재 2001. 6. 28. 99헌가14; 헌재 2012. 5. 31. 2010헌바403 등 참조). 이에 더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27조 제4항을 종합하면, 형사피고인은 형사소송절차에서 단순한 처벌대상이 아니라 절차를 형성·유지하는 절차의 당사자로서, 검사에 대하여 ‘무기대등의 원칙’이 보장되는 절차를 향유할 헌법적 권리를 가진다(헌재 2012. 5. 31. 2010헌바403 등 참조).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증인ㆍ감정인ㆍ통역인ㆍ번역인 신청에 대한 비용 등 형사소송비용이 피고인의 부담으로 되는 경우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위축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헌법 제27조가 보장하는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제한한다.

한편, 형사소송절차에서 적법절차원칙은 형사소송절차의 전반을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규율하여야 한다는 기본원리를 천명하는 것으로 이해하여야 하고, 이는 포괄적·절차적 기본권으로 파악되고 있는 재판청구권의 보호영역과 중복되므로(헌재 2012. 5. 31. 2010헌바403; 헌재 2013. 8. 29. 2011헌바253등; 헌재 2018. 8. 30. 2016헌마344등 참조), 재판청구권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심판대상조항이 적법절차원칙 내지 적정절차원칙에 위배된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2)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재산권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소송비용의 부담이 피고인에게 경제적 부담이 되어 결과적으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제약된다는 것이므로 재판청구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재산권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조항이 무자력인 피고인과 다른 피고인을 차별 취급하여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결국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축시켜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주장과 다름없으므로, 평등권 침해 여부도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또한 소송비용부담은 형벌이나 형벌에 준하여 평가할 것도 아니므로(대법원 2001. 4. 24. 선고 2001도872 판결 참조),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배 여부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살펴보지 아니한다.

나. 재판청구권 침해 여부

(1) 심판대상조항은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제한한다. 그런데 헌법 제27조의 재판청구권 보장을 위해서는 입법자에 의한 구체적 형성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헌재 2011. 12. 29. 2011헌바57; 헌재 2013. 5. 30. 2012헌바335 참조), 형사소송에서 발생하는 제반 비용 중 어떤 범위의 것을 ‘소송비용’으로 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누구의 부담으로 할 것인지는 결국 형사소송의 구조, 절차 운영의 적정성, 국가 재정, 국민의 법 감정 등에 따라 정해지는 입법정책적 문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합리적인 입법형성의 범위를 일탈하여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 본다.

(2) 형사소송은 근원적으로 피고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개시, 진행되는 절차인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입법자는 실제 형사소송을 통하여 피고인에 대한 유죄가 인정되어 형벌이 부과되기에 이른 경우, 또는 그에 형벌이 부과되지 않았더라도 불필요한 절차가 진행되는 데 따른 책임이 피고인에게 있는 경우 그 입법재량에 의해 그러한 절차의 원인을 제공한 피고인이 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수 있다. 이는 형사재판절차에서 피고인의 불필요하고 무익한 방어 방법의 제출이나 정식재판 청구 또는 상소의 남용을 방지하는 측면이 있고,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은 피고인의 상소나 방어권 행사의 적정성, 피고인의 경제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킬 것인지 여부 및 소송비용 부담의 정도를 재량으로 정함으로써, 사법제도의 적절한 운영을 도모할 수 있다.

한편, 심판대상조항은 그 자체로는 형사사법절차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하여 필요한 국선변호인의 선임과 변호 활동, 증인 신청 등 각종 방어 방법의 신청ㆍ제출 등을 직접 제한하고 있지 않고, ‘형사소송비용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의 각 호에 의할 때, 피고인이 부담할 여지가 있는 소송비용은 수사 및 형사 재판에 소요되는 비용 전반이 아니라, ‘증인ㆍ감정인ㆍ통역인 또는 번역인의 일당, 여비 및 숙박료’(제1호), ‘감정인ㆍ통역인 또는 번역인의 감정료ㆍ통역료ㆍ번역료, 그 밖의 비용’(제2호), ‘국선변호인의 일당, 여비, 숙박료 및 보수’(제3호)로 그 범위가 제한된다. 따라서 이러한 소송비용을 피고인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법은 피고인의 경제적 능력을 고려하여 소송비용의 부담 여부 및 부담의 정도를 정하도록 정하고 있고, 소송비용부담의 재판을 받은 자가 빈곤으로 인하여 이를 완납할 수 없는 경우에 이를 참작하여 그 집행을 감면받을 수 있도록 하여(법 제487조), 소송비용의 부담이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법원의 소송비용 부담의 재판에 대해서는 불복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되어 있다(제191조 제2항).

(3)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이 정한 사항이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의 소송비용 부담과 관련하여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