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16헌바84 허위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 위헌확인

 

형법 제307조 제2항 위헌소원(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한 자를 형사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에 관한 위헌소원 사건)

헌법재판소 2021. 2. 25. 2016헌바84 형법 제307조 제2항 위헌소원

청 구 인                   김○○
대리인                     법무법인 이공
                               담당변호사 허진민, 양홍석, 김소리
당 해 사 건               서울동부지방법원 2015노647 명예훼손
선 고 일                    2021. 2. 25.

 

주 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07조 제2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3. 3. 18.경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장○○의 소속사 대표이던 피해자 김○○이 마치 청구인에게 성상납 제의를 한 사실이 있는 것처럼 발언하여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명예훼손죄의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2015. 5. 13.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의 형을 선고받았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3고정2236).

나. 청구인은 위 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였고(서울동부지방법원 2015노647), 항소심 계속 중에 형법 제307조 제2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였으나(서울동부지방법원 2016초기102), 항소심 법원은 2016. 2. 15.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기각하였다.

다. 이에 청구인은 2016. 3. 2. 형법 제307조 제2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07조 제2항(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07조(명예훼손) ②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관련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07조(명예훼손)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12조(고소와 피해자의 의사) ② 제307조와 제309조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발언자들이 완전히 진실로 규명된 사항에 대해서만 발언하게 하여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명예훼손의 심각성 등 국가 형벌권의 작동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국가 형벌권이 남용될 위험성이 크며, 정정보도청구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등 명예를 보호하고 회복하기 위한 다른 수단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심판대상조항은 명확성의 원칙 및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의 쟁점은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도 주장하나 청구인의 주장 취지는 심판대상조항의 문언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다투는 것이라기보다는,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금지되지 않는 표현까지 사실상 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추상적 위험범의 특성상 처벌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수 있으며, 형벌 외에도 명예를 보호하고 회복시킬 수 있는 다른 덜 침해적인 수단이 있다는 것이므로 이는 결국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것으로 족하다.

나.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1) 입법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명예훼손적 표현이 표현의 자유의 한 내용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표현이 ‘허위’라면 타인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로서 외적 명예가 근거 없이 부당하게 훼손될 수 있고, 그로 인한 인격권 침해의 정도가 심각할 수 있다. 또한 사안에 따라 여론의 형성을 왜곡하여 공론의 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우려도 없지 않다. 따라서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심판대상조항은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개인의 일반적 인격권, 명예에 관한 권리를 보호하고, 민주사회의 여론 형성에 핵심적인 공론의 장이 제 기능을 다 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또한,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함으로써 이를 예방하고 억제할 수 있으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가) 헌법 제21조 제4항 전문은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여 표현의 자유도 일정한 경우 제한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한편, 명예는 사회에서 개인의 인격을 발현하기 위한 기본조건으로, 명예의 보호는 인격의 자유로운 발전과 인간의 존엄성 보호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실현에 기여한다. 명예의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개인이 다수 의견과 다른 견해를 공적으로 표명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게 되어 오히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우열은 쉽게 단정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헌재 2013. 12. 26. 2009헌마747 참조).

(나) 심판대상조항의 규제 대상은 정당한 근거 없이 있지도 않은 허위의 사실, 즉 거짓말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이다. 즉,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자가 그 사실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 적용되는바, 타인에 대한 거짓된 사실을 인식하면서 이를 공연히 퍼뜨리는 행위는 사회 일반의 윤리 및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되므로 행위반가치가 인정된다. 나아가 이러한 행위는 ‘허위’의 사실에 기초함에 따라 타인의 명예를 부당하게 실추시켜 개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결과반가치 또한 인정할 수 있다. 더군다나 오늘날은 매체의 급속한 발달과 다양화로 인하여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허위의 사실이 적시되거나 공개되는 순간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전파될 가능성이 높고, 이미 허위사실적시로 인하여 개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부당하게 침해된 후에는 반론과 토론을 통한 자정작용이 사실상 무의미한 경우도 적지 않으며 개인의 외적 명예는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는 특성상 때로는 피해자의 인격을 형해화하여 회복불능의 상태에 이르게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허위의 사실이 통용되는 것을 방치할 경우 여론이 왜곡되고 공론의 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민주사회의 여론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격권의 특성을 고려하여 개인의 인격권을 보다 충실히 보호하고 민주사회의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위한 공론의 장이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행위를 형사처벌을 통해 규제할 필요가 있다.

(다)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진실로 완전히 규명된 사항만을 발언할 수 있게 되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허위사실’의 표현은 증거에 의하여 허위성이 입증된 경우에만 처벌되는데,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허위’이고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하였는지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검사에게 있다(대법원 1994. 10. 28. 선고 94도2186 판결;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9도4949 판결 참조). 나아가 법원은 적시된 사실이 허위의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의 판례를 확립하여(대법원 1998. 10. 9. 선고 97도158 판결; 대법원 1999. 10. 22. 선고 99도3213 판결 참조), 심판대상조항의 구성요건인 ‘허위의 사실’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한편, 그 의미를 엄격히 해석ㆍ적용하여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을 최소화하고 있다.

(라) 한편, 허위 사실 적시로 명예를 훼손당한 피해자는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민법 제751조 제1항), 손해배상에 갈음하거나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구할 수 있으며(민법 제764조),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하여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침해행위를 배제하거나 또는 장래에 생길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침해행위의 금지를 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3. 3. 28. 2010다60950 판결 참조). 또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정정보도, 추후 보도를 청구할 수 있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 또는 중재를 신청하여 신속한 구제를 받을 수도 있으며(제14조, 제17조, 제18조, 제24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보통신망 서비스 제공자에게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를 요청할 수도 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분쟁조정부에 명예훼손 분쟁조정신청을 할 수도 있다(제44조의2 제1항, 제44조의10).

그런데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인격권 침해의 정도가 크고 그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 반면, 위와 같은 구제수단은 대부분 사후적이고 형사처벌과 같은 정도로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행위를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언론사 등에 의한 명예훼손 행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 행위로 적용범위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그 밖의 경우에 의한 명예훼손 피해에 대한 구제수단으로서는 기능할 수 없다.

(마) 심판대상조항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되어 있어,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죄가 성립할 경우 자격정지 또는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이 법정형의 하한을 두지 않아 징역형이나 벌금형의 집행유예 또는 선고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 점이나 심판대상조항의 보호법익의 중요성 및 허위사실적시로 인한 명예훼손 행위를 규제하여야 할 필요성에 비추어 보면, 심판대상조항의 법정형의 범위가 입법자의 형성권을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바)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3) 법익의 균형성

(가) 명예훼손적 표현이 ‘허위의 사실’에 해당하는 경우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 내지 가치가 부당하게 실추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설령 허위의 사실이 이른바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자유로운 논의와 검증을 거쳐 사후에 거짓으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그 때까지 피해자가 입는 명예에 대한 피해의 정도가 매우 심각할 뿐만 아니라 이미 손상된 명예는 쉽게 회복될 수 없다. 따라서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함으로써 얻는 공익은 적지 아니하다.

(나) 반면 심판대상조항의 규제 대상은 허위의 사실임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인데, 이는 표현의 자유의 보장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개인적 가치인 인격 실현과 사회적 가치인 자치정체(自治政體) 이념의 실현에 기여한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신뢰를 바탕으로 한 비판과 검증을 통하여 형성되어야 할 공적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또한,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사법기관은 법률의 해석과 적용을 통하여 심판대상조항의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의 제한 정도가 지나치게 크다고 볼 수 없다.

(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제한되는 표현의 자유의 정도는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달성되는 공익에 비하여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 균형성 원칙도 충족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김기영의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6. 재판관 김기영의 보충 의견

나는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법정의견에 동의하지만, 입법론으로는 심판대상조항이 ‘허위임이 증명된 사실’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더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가.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되기 때문에 형사소송에 있어서는 검사가 피고인이 유죄라는 점을 입증하여야 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입증책임을 피고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라는 형사소송법상의 법리에 어긋난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고 있으므로, 적시된 사실이 허위라는 점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 대법원 역시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그것이 주관적 요건이든 객관적 요건이든 그 증명책임이 검사에게 있으므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사실이 적시되었다는 점, 그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허위일 뿐만 아니라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피고인이 인식하고서 이를 적시하였다는 점은 모두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7도16939 판결 등 참조).
다. 그런데 대법원은 ‘허위의 사실’이라는 점에 대한 검사의 증명책임에 관하여, “공표된 사실이 허위라는 점은 검사가 이를 적극적으로 증명하여야 하고, 단지 공표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없다. 그런데 위 증명책임을 다하였는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어느 사실이 적극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증명은 물론, 그 사실의 부존재의 증명이라도 특정 기간과 특정 장소에서의 특정행위의 부존재에 관한 것이라면 적극적 당사자인 검사가 이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하여야 할 것이지만, 특정되지 아니한 기간과 공간에서의 구체화되지 아니한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반면 그 사실이 존재한다고 주장·증명하는 것이 보다 용이하므로 이러한 사정은 검사가 그 입증책임을 다하였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하고, 따라서 의혹을 받을 일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에 대하여 의혹을 받을 사실이 존재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사람은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지며 검사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허위사실임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인데, 이때 제시하여야 할 소명자료는 단순히 소문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허위임을 검사가 입증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의 구체성은 갖추어야 하며, 이러한 소명자료의 제시가 없거나 제시된 소명자료의 신빙성이 탄핵된 때에는 허위사실 공표로서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09도13197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따르면, 특정되지 아니한 기간과 공간에서의 구체화되지 아니한 사실의 존재에 관하여 피고인이 소명자료를 제시하지 않는 경우 검사는 ‘허위의 사실’이라는 점에 대하여 어떠한 증명책임도 지지 않게 된다. 피고인이 소명자료를 제시하더라도 검사의 증명책임은 그 소명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것으로 축소된다.

따라서 피고인은 신빙성이 탄핵되지 않을 정도의 소명자료를 제출할 부담을 지게 되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허위의 사실’이라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을 피고인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수사권을 가진 검사도 적시된 사실이 허위인지 진실인지를 증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사권도 없는 피고인이 이를 증명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매우 부당할 뿐만 아니라 검사가 이에 대한 수사를 소홀히 할 위험성마저 초래한다.

나아가 이와 같은 증명책임의 전가로 인하여 적시된 사실이 허위인지 진실인지가 밝혀지지 아니한 불이익을 피고인이 부담하게 된다. 즉, ‘허위인지 진실인지 증명되지 아니한 사실’이어서 본래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이 규정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적용될 수 있는 사안에 위 법리에 의하여 심판대상조항이 규정한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적용되는 것이다. 이는 적시된 사실이 ‘허위’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명예 내지 인격에 대한 침해·훼손의 정도가 크고, 발화자가 허위의 사실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이를 적시하여 비난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무거운 형으로 처벌하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게 행위 이상의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형사처벌의 기본원칙인 책임주의원칙에도 반한다.

라. 독일 형법은 ‘진실임을 입증할 수 없는 사실’의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와 ‘허위사실’의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구분하여, 전자를 후자에 비하여 경하게 처벌하고 있다(제186조, 제187조). 이와 같이 형법에서 심판대상조항은 ‘허위인지 진실인지 증명되지 아니한 사실’에는 적용되지 아니하고, ‘허위임이 증명된 사실’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규정하여 법치주의와 책임주의원칙을 충실히 실현할 수 있도록 입법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판장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