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미만 피해자의 진술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제한은 위헌

 

헌법재판소는 2021. 12. 23.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성폭력범죄 사건에 있어, 영상물에 수록된 19세 미만 피해자 진술의 경우,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인 내지 진술조력인의 법정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에도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원진술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제한하는 특례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였다(헌법재판소 2021. 12. 23. 2018헌바524 결정).

대법원은 “영상물에 수록된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에 대하여 독립적인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 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6항(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2도5041 판결)”이라고 하였다.

헌법재판소의 위 결정으로 인하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6항도 위헌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19세 미만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제한 

헌법재판소 2021. 12. 23. 2018헌바524 결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 헌법소원심판 청구

1. 청구인은 위력으로 13세 미만의 피해자를 수차례 추행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1심 및 항소심 법원에서 각 유죄 판결(징역 6년 등)을 선고받았다.

2. 청구인은 1심에서 ‘각 영상녹화CD에 수록된 위 피해자의 진술’에 관하여 증거부동의하였으나, 1심 법원은 신뢰관계인들에 대한 증인신문 등을 거쳐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였고, 항소심 법원도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였다. 그 과정에서 위 증거의 원진술자인 위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3. 이에 청구인은 상고하였고, 상고심 계속 중 증거능력의 특례를 규정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조항 등에 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 청구인은 위 제청신청이 기각되자, 2018. 12. 2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결정주문(6인의 위헌 의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0조 제6항 중 ‘제1항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 또는 진술조력인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에 증거로 할 수 있다’ 부분 가운데 19세 미만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0조 제6항 중 ‘제1항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 또는 진술조력인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에 증거로 할 수 있다’ 부분 가운데 19세 미만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0조(영상물의 촬영·보존 등) ⑥ 제1항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피해자나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 또는 진술조력인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에 증거로 할 수 있다.

[관련조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0조(영상물의 촬영·보존 등) ①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19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피해자의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을 비디오녹화기 등 영상물 녹화장치로 촬영·보존하여야 한다.

이유의 요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의 목적은 ‘19세 미만 성폭력범죄 피해자’(이하 ‘미성년 피해자’라 한다)가 증언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것으로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리고 심판대상조항이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인 등의 성립인정 진술이 있는 경우에도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 진술의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도록 하여 위 피해자에 대한 법정에서의 조사와 신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일응 이러한 목적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2. 피해의 최소성

 가. 미성년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방지하는 것은, 성폭력범죄에 관한 형사절차를 형성함에 있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라 할 것이나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역시 보장되어야 한다. 따라서 형사절차에서 미성년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규정을 마련함에 있어서는, 피고인에게 공격·방어 방법을 적절히 보장하면서도 미성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조화적인 방법을 강구할 때에만 비로소 기본권 제한입법에 요구되는 피해의 최소성 요건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이다.

 나. 그런데 성폭력범죄의 특성상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 진술이 사건의 핵심 증거인 경우가 적지 않고, 이러한 진술증거에 대한 탄핵의 필요성이 인정됨에도 심판대상조항은 그러한 주요 진술증거의 왜곡이나 오류를 탄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인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으며, 이를 대체할 만한 수단도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

 즉,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은, 범행 과정 등을 촬영한 영상증거가 아니라,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의 참여 없이 이루어진 미성년 피해자의 답변을 녹화한 진술증거이다. 그러므로 영상물이 제공할 수 있는 제한적인 정보 및 그 형성과정 등을 고려할 때, 영상물이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 장면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증거가 반대신문을 통한 검증의 필요성이 적은 증거방법이라 할 수 없고, 위 영상물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탄핵만으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의 역할을 대체하기에도 일정한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또한,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인 등은 범행 과정 등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람이 아니므로, 그에 대한 반대신문은 원진술자에 대한 반대신문을 대체하는 수단으로는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인 등의 신청이나 직권으로 미성년 피해자를 증인으로 소환할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증인신청이 반드시 받아들여진다거나 이미 자신의 진술에 증거능력을 부여받은 미성년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하리라는 보장이 없으므로, 피고인은 여전히 자신이 탄핵하지 못한 진술증거에 의하여 유죄를 인정받을 위험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을 근거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위에서 본 사정을 종합할 때,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피고인은 사건의 핵심적인 진술증거에 관하여 충분히 탄핵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되므로, 그로 인한 피고인의 방어권 제한의 정도는 매우 중대하다.

 다. 그에 비하여, 다음에서 살피는 바와 같이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면서도 증언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성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조화적인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심판대상조항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라. 우선, 미성년 피해자는 증언과정에서 고통스러운 범죄 경험에 대한 반복적 회상과 진술로 인하여 2차 피해를 받을 수 있는데, 성폭력범죄 사건 수사의 초기단계에서부터 증거보전절차를 적극적으로 실시함으로써 피고인에게 반대신문 기회를 부여하면서도 미성년 피해자의 반복진술로 인한 2차 피해를 적절히 방지할 수 있다. 즉, 미성년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사실과 피의자(피고인) 측의 반대신문 등에 관하여 사건 초기에 ‘증언’함으로써 법원의 판단에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미성년 피해자는 공판단계에서 증거능력이나 피고인의 탄핵에 대한 답변 등을 위해 갑작스레 증인으로 소환되어 반복진술해야 하는 불필요한 위험을 피할 수 있고, 수사단계에서도 피의자(피고인)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하여 자칫 반복적인 조사를 받게 되는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입법자는 증언과정에서 미성년 피해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2차 피해를 고려하여,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면서도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여러 증인지원제도들을 마련하고 있다. 즉, 신상정보나 사생활 노출 위험 방지를 위해 심리의 비공개, 피해자의 신상정보의 누설 방지 등을 위한 제도를 두고 있고, 법정 환경 및 피고인과의 대면 등으로 인한 충격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피고인의 퇴정,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증인신문제도 등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증인신문제도의 경우, 피해자가 법정 외에 마련된 증언실에 출석하여 중계장치를 통해 증언하게 되므로, 나이 어린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하거나 피고인을 직접 대면할 필요도 없게 된다. 나아가, 피해자가 반대신문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고통을 방지하기 위하여, 신뢰관계인 동석제도, 진술조력인제도, 피해자 변호사제도 등도 마련하고 있다. 피고인 측이 정당한 방어권의 범위를 넘어 피해자를 위협하고 괴롭히거나 인격적으로 모욕하는 등의 반대신문은 금지되며, 재판장은 구체적 신문 과정에서 증인을 보호하기 위해 소송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마. 심판대상조항처럼 피고인의 원진술자에 대한 반대신문권 행사 자체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미성년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은 그 재판결과를 피고인에게 설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실체적 진실의 발견도 위협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배제로 인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심판대상조항에 안주하기 보다는 앞서 살핀 제도들을 적극 활용하고 그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공백 없는 보호를 위해서도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바.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할 때,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면서도 미성년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화적인 방법을 상정할 수 있음에도, 영상물의 원진술자인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실질적으로 배제하여 피고인의 방어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심판대상조항은 피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3. 법익의 균형성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겪게 되는 심각한 피해를 고려할 때 신체적·정신적으로 성인에 비하여 취약할 수 있는 미성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한 공익에 해당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피고인의 방어권이 제한되는 정도가 중대하고, 미성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여러 조화적인 대안들이 존재함은 앞서 살핀 바와 같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려는 공익이 제한되는 피고인의 사익보다 우월하다고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관련판례

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되기 전의 형사소송법에는 없던 수사기관에 의한 피의자 아닌 자(이하 ‘참고인’이라 한다) 진술의 영상녹화를 새로 정하면서 그 용도를 참고인에 대한 진술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하거나 참고인의 기억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의 규정 내용을 영상물에 수록된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에 대하여 독립적인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 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6항의 규정과 대비하여 보면, 수사기관이 참고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제221조 제1항에 따라 작성한 영상녹화물은, 다른 법률에서 달리 규정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소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독립적인 증거로 사용될 수는 없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2도5041 판결).

 

관련규정

형사소송법  
제221조(제3자의 출석요구 등) ①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아닌 자의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 이 경우 그의 동의를 받아 영상녹화할 수 있다.
②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감정ㆍ통역 또는 번역을 위촉할 수 있다.
③제163조의2제1항부터 제3항까지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범죄로 인한 피해자를 조사하는 경우에 준용한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6조(영상물의 촬영ㆍ보존 등) ①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내용과 조사과정은 비디오녹화기 등 영상물 녹화장치로 촬영ㆍ보존하여야 한다.

⑥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절차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피해자 또는 조사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