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2016다208600 유사한 체험전의 진행이 저작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

 

 

대법원ᅠ2019. 12. 27.ᅠ선고ᅠ2016다208600ᅠ판결ᅠ[손해배상]

 

 

[1] 저작권법 제2조 제1호에 규정된 ‘저작물’의 요건인 ‘창작성’의 의미

[2] 저작권법 제5조 제1항에서 정한 ‘2차적저작물’로 보호받기 위한 요건

[3]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4] 갑 주식회사가 ‘밀가루 체험놀이 가루야 가루야’라는 체험전의 공연 기획안을 창작하여 체험전을 진행하고 있는데, 을 등이 밀가루 체험놀이를 주제로 하는 유사한 체험전을 진행하여 갑 회사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을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위 기획안은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고, 갑 회사의 체험전은 위 기획안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면서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창작적 노력이 부가되어 있으므로 저작권법 제5조 제1항에서 정한 2차적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데, 을 등의 체험전은 갑 회사의 체험전의 제작 의도가 구현된 주요한 구성요소들의 선택과 배열 및 유기적인 조합에 따른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그대로 포함하고 있어 갑 회사의 체험전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을 등이 갑 회사의 복제권 등 저작재산권을 침해하였다는 취지의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5] 수 개의 청구가 제1심에서 선택적으로 병합되고 그중 어느 한 개의 청구에 대한 인용판결이 선고되어 피고가 항소를 제기한 경우, 항소심이 제1심에서 심판되지 않은 청구를 임의로 선택하여 심판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심리 결과 그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고 결론이 제1심판결의 주문과 동일한 경우, 항소심법원이 취하여야 할 조치

[6]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2항에서 정한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의 의미 및 채무자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 등을 다투어 제1심에서 주장이 받아들여졌으나 항소심에서 배척된 경우, 항소심판결의 선고일까지 같은 조 제1항에서 정한 지연손해금 이율의 적용이 배제되는지 여부(적극)

 

 

참조조문

[1]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2] 저작권법 제5조 제1항 
[3]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제10조, 제123조, 제125조 
[4]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제5조 제1항, 제16조, 제125조 
[5] 민사소송법 제253조, 제416조
[6]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2항

 

참조판례

[1][3] 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7다212095 판결(공2019하, 1447) 
[2][3]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도7234 판결
[3]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6다227625 판결(공2018상, 1061)
[5][6]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다31448 판결
[5] 대법원 1992. 9. 14. 선고 92다7023 판결(공1992, 2871)

 

원고, 피상고인ᅠ

주식회사 피엠씨프러덕션 (소송대리인 변호사 공태용)

 

피고, 상고인ᅠ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넥스트로 담당변호사 박진식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6. 1. 13. 선고 2015나1527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2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3. 8. 30.부터 2016. 1. 13.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 중 2/3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이 유

 

1.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상고이유 제1점, 제2점, 제4점에 관하여

1) 이 사건 기획안 및 이 사건 체험전이 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관하여

가)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여 창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려면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아니 되고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저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7다212095 판결 등 참조). 한편 저작권법 제5조 제1항 소정의 2차적저작물로 보호받기 위하여는 원저작물을 기초로 하되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고 이것에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수정·증감을 가하여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도723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기획안(갑 제7호증)은 ‘소외인의 밀가루 체험놀이 가루야 가루야’라는 제목으로 ‘체험과 공연의 즐거운 만남’을 추구하며 배우(이야기천사, 놀이천사)의 진행과 어린이들의 밀가루 체험놀이 참여라는 쌍방향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이 사건 체험전의 공연 기획안이다.

(2) 이 사건 기획안에는 물체극 또는 오브제 극(objet 극)이라는 공연 장르를 개척한 소외인이 밀가루를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해석하거나 밀가루에 다양한 상징을 부여하여 어린이들로 하여금 이 사건 기획안에서 정한 각각의 테마와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독특한 공간에서 가루, 음식, 반죽, 통밀의 형태로 변화하는 밀가루를 오감으로 체험하도록 하는 작품의 의도와 이를 구체화한 체험놀이의 구성, 극의 줄거리(시놉시스)가 개성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3) 이 사건 체험전에는 어린이들의 밀가루 체험놀이 참여를 위한 각각의 테마별 공간과 소품의 형태 및 배치, 무대장치의 구성과 배경, 체험진행 배우들의 실연, 진행방법 및 진행규칙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이 사건 기획안에 나타난 각각의 테마와 이야기의 흐름을 3차원의 공간에서 실체적으로 구현하여 어린이들로 하여금 그 공간(눈 내리는 마을, 밀가루나라, 빵빵나라, 반죽나라, 통밀나라)을 순차적으로 지나며 밀가루가 변화하는 다채로운 모습을 오감으로 체험하도록 하려는 이 사건 체험전의 제작 의도에 따라 선택·배열되어 유기적인 조합을 이루고 있다. 그에 따라 이 사건 체험전은 기존의 체험전이나 밀가루 놀이와는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갖게 되었다.

다) 위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기획안은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체험전은 그 구성요소들이 일정한 제작 의도에 따라 선택·배열되고 유기적으로 조합됨으로써 기존의 체험전 등과는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갖추고 있고, 이 사건 기획안에 나타난 각각의 테마와 이야기의 흐름을 공간에서 실체적으로 구현하여 이 사건 기획안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면서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창작적 노력이 부가되어 있으므로 저작권법 제5조 제1항에서 정한 2차적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

2) 피고들의 체험전이 이 사건 체험전과 실질적으로 유사한지에 관하여

가)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6다227625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피고들의 체험전은 이 사건 체험전과 같이 밀가루 체험놀이를 주제로 하는데, 어린이들로 하여금 ‘가루왕, 반죽왕, 쿠키왕, 통밀왕’의 순서로 구성된 테마 공간을 순차적으로 지나며 밀가루의 다양한 형태를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피고들의 체험전은 위 공간별 테마에 따라, 맨발로 걸어갈 수 있는 밀가루 길, 바닥에 설치한 반구 형태의 색깔 조명을 중심으로 쌓아둔 밀가루 더미, 쿠키 조리용 또는 손으로 다양한 형상을 만들기 위한 밀가루 반죽, 사각의 공간 안에 통밀을 채워 넣은 통밀 풀장을 차례로 배치하여 체험놀이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피고들의 체험전은 전체적으로 이 사건 체험전의 제작 의도에 따라 구현된 주요한 구성요소들의 선택과 배열 및 유기적인 조합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2) 피고들의 체험전은 이 사건 체험전과 마찬가지로 위와 같은 요소들이 구체적으로 어우러져 어린이들에게 이 사건 체험전에 참여한 것과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3) 피고들의 체험전에는 밀가루 케이크에 촛불을 꽂고 생일축하 노래 부르기, 조명 반구에 사인펜으로 색칠하기, 모래놀이와 별자리 체험 공간 등 이 사건 체험전에 나타나 있지 않은 요소가 일부 추가되어 있으나, 피고들의 체험전에서 차지하는 질적 또는 양적 비중이 미미하다. 또한 피고들의 체험전에는 이 사건 체험전에 있는 바람나라 단계가 생략되어 있으나, 이는 단지 밀가루를 털어내는 과정에 불과하다.

다) 위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들의 체험전은 이 사건 체험전의 제작 의도가 구현된 주요한 구성요소들의 선택과 배열 및 유기적인 조합에 따른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그대로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체험전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3) 원심의 이유 설시에 다소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이 사건 기획안과 이 사건 체험전이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물이고 이 사건 체험전과 피고들의 체험전 사이에는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어 피고들의 체험전이 원고가 이 사건 체험전에 대하여 가지는 복제권 등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였다는 취지의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와 같이 저작물성, 2차적저작물성, 저작권 침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 위반 또는 판단누락 등의 위법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저작권 귀속에 관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법리오해 또는 판단누락 등의 위법이 없다.

다. 상고이유 제5점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판결 이유에 모순이 있거나 손해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직권으로 판단한다.

가. 원심이 피고들의 항소를 기각한 조치에 관하여

1) 수 개의 청구가 제1심에서 처음부터 선택적으로 병합되고 그중 어느 한 개의 청구에 대한 인용판결이 선고되어 피고가 항소를 제기한 경우에 항소심은 제1심에서 인용된 청구를 먼저 심리하여 판단할 필요는 없고 선택적으로 병합된 수 개의 청구 중 제1심에서 심판되지 않은 청구를 임의로 선택하여 심판할 수 있으나, 심리한 결과 그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고 그 결론이 제1심판결의 주문과 동일한 경우에도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여서는 안 되며 제1심판결을 취소한 다음 새로이 청구를 인용하는 주문을 선고하여야 한다(대법원 1992. 9. 14. 선고 92다7023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제1심에서 피고들의 행위가 저작재산권 침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나)목의 부정경쟁행위,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하는 각 손해배상청구를 선택적으로 병합하였다.

나) 제1심은 저작재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부정경쟁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각 배척하고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원고 일부승소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이 항소하고 원고가 부대항소하자, 원심은 저작재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선택하여 심리한 다음 그 청구가 일부 이유 있다고 인정하면서 그 결론이 제1심판결과 같다는 이유로 피고들의 항소와 원고의 부대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제1심판결과 결론이 같다는 이유로 피고들의 항소를 기각한 원심은 청구의 선택적 병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이유에서 심판한 청구(저작재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별도로 주문에서 선고하지 않고 피고들의 항소를 기각하여 위법하다.

나. 원심의 지연손해금 이율 적용에 관하여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송촉진법’이라고 한다) 제3조 제2항은 금전채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법정이율의 특례를 규정한 같은 조 제1항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경우로서 ‘채무자에게 그 이행의무가 있음을 선언하는 사실심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정하고 있다. 여기서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 함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채무자의 주장에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때를 가리킨다. 그리고 채무자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 등을 다투어 제1심에서 그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면 비록 항소심에서 그 주장이 배척되더라도 그 주장은 상당한 근거가 없다고 쉽사리 말할 수 없는 것이어서, 그러한 경우에는 소송촉진법 제3조 제2항에 따라 항소심판결의 선고일까지는 같은 조 제1항 소정의 지연손해금 이율을 적용할 수 없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다3144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제1심은 저작재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으나, 원심은 제1심의 판단을 뒤집어 저작재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그런데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으로서는 원고의 저작재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일부 인용하더라도 소송촉진법 제3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 선고일까지는 같은 조 제1항에서 정한 지연손해금 이율을 적용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이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15. 1. 21.의 다음 날부터 원심판결 선고일인 2016. 1. 13.까지의 기간에 대하여도 소송촉진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지연손해금 이율을 적용한 것에는 소송촉진법에서 정한 지연손해금 이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론

따라서 원심판결을 파기하되, 이 사건은 대법원이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민사소송법 제437조에 따라 다음과 같이 자판하기로 한다.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피고들은 공동하여 저작재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원고에게 2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침해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송달일인 2013. 8. 30.부터 피고들이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한 원심판결 선고일인 2016. 1. 13.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법에서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와 다른 선택적 청구를 인용한 제1심판결을 취소하여 새로이 피고들에게 위 돈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고, 소송총비용 중 2/3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