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18헌가11 상속포기로 4순위인 형제자매가 채무의 상속을 받는 민법 규정의 위헌 여부

 

 

헌법재판소 2020. 2. 27. 2018헌가11(민법 제1000조 제1항 제4호 위헌제청)

 

 

 사건  2018헌가11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4호 위헌제청
 제청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당해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단5118974 구상금
 선고일   2020. 2. 27.

 

 

주 문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1000조 제1항 제4호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신용보증기금은 2017. 6. 19. 제청법원에 망 고○○(2017. 1. 10. 사망, 이하 ‘망인’이라고 한다)를 상대로 대위변제로 인한 구상금 8,200만 원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소 제기 전에 망인이 사망하였고, 1순위 법정상속인인 망인의 배우자와 직계비속이 상속을 포기하였으며, 2순위 법정상속인인 망인의 부모가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되자, 2017. 8. 11. 3순위 법정상속인인 망인의 형제 고□□로 피고를 정정해 달라는 당사자표시정정신청을 하여 위 소송의 피고가 고□□로 정정되었다.

  그러나 이후 고□□ 또한 소 제기 전에 상속을 포기하였고, 4순위 법정상속인인 망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 중 3촌 이내의 혈족은 모두 사망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신용보증기금은 2018. 4. 10. 제청법원에 망인의 외사촌 2인 및 이종사촌 7인 으로 피고를 정정해 달라는 당사자표시정정신청을 하였다.

  제청법원은 2018. 5. 16.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4순위 법정상속인으로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4호에 대하여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1000조 제1항 제4호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고, 관련조항은 [별지]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1000조(상속의 순위) ① 상속에 있어서는 다음 순위로 상속인이 된다.
    4.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

3.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가. 심판대상조항은 상속의 효과에 관한 민법 제1005조 및 상속 포기에 관한 민법 제1019조 내지 제1021조와 결합하여,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에 대하여 사실상 피상속인의 적극재산보다 소극재산이 많은 경우에만 상속인이 되도록 강제하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나. 오늘날 국민들이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모두와 왕래하며 교류하는 비율이 낮고, 6·25 전쟁으로 인한 이산가족 등 당사자가 모르고 있는 친족들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일률적으로 상속인에 포함시켜 상속채무를 승계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재산권을 침해한다.

  다.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상속인이 될 경우 상속을 포기할 수 있으나,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예기치 않게 민사소송의 피고 등 지위에 서게 될 수 있고 이러한 경우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상속포기 절차를 진행하여야 하며 관련 법률비용을 부담하여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라. 법원의 실무상 생사불명 등의 이유로 그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또는 정신장애·구금 기타 궁박한 처지에 놓여 있어 사실상 3개월 이내에 상속포기 등의 절차를 밟을 수 없는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만이 상속포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속인이 되어 망인의 채무를 변제하게 되는바, 이는 지극히 불합리하고 국가의 사회적 약자 보호 의무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심판대상조항은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본인의 개인적 사정이나 피상속인과의 친소(親疏)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4순위 법정상속인으로 규정함으로써, 상속인으로 하여금 상속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한 것을 제외하고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1005조와 결합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피상속인의 채무를 승계하도록 하고, 상속인이 법정의 기간 내에 상속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1026조 제2호 등과 결합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상속 포기나 소송 대응 등 상속에 관한 법률관계를 형성하도록 강제하므로,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의 재산권 및 사적 자치권을 제한한다.

  (2) 제청법원은 심판대상조항이 민법의 다른 조항과 결합하여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으로 하여금 사실상 상속재산 중 적극재산보다 소극재산이 많은 경우에만 상속인이 되도록 강제함으로써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한다.

  그러나 상속의 효과와 관련하여 심판대상조항이 독자적으로 또는 다른 민법조항들과 결합하여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선순위 상속인에 비하여 차별취급하고 있다고 볼 수 없고,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피상속인의 적극재산만을 상속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바, 결국 위와 같은 제청이유는 구체적 사안에서 상속 개시 당시 피상속인의 재산 현황, 선순위 상속인의 존부, 선순위 상속인의 상속 승인 또는 결격 여부,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본인의 개인적 상황과 같은 우연한 사실관계 및 상속에 관한 민법의 여러 조항들이 적용된 결과가 중첩되어 발생한 결과의 불합리를 지적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이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일률적으로 4순위 법정상속인으로 규정한 것의 재산권 및 사적 자치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평등원칙 위반 여부에 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3) 제청법원은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법원의 실무상 생사불명 등의 이유로 그 소재가 파악되지 않거나 정신장애·구금 기타 궁박한 처지에 놓여 사실상 3개월 이내에 상속포기 등의 절차를 밟을 수 없는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만이 피고의 지위에 서게 되고 망인의 채무를 변제하게 되어 불합리하며, 이는 국가의 사회적 약자 보호 의무에도 정면으로 위반된다고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제청이유 또한 실질적으로는 심판대상조항이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본인의 개인적 사정을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4순위 법정상속인으로 규정한 것이 재산권 및 사적 자치권을 침해한다는 것과 다르지 아니하다. 한편, 위 제청이유를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규정한 헌법 제34조 제5항 위반에 관한 것으로 보더라도, 상속 제도에 관한 입법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구체화할 국가의 의무와 과제로서 생활능력 없는 국민에 대한 국가의 경제적·물질적 보호를 규정한 헌법 제34조 제5항의 보장영역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4) 따라서 이하에서는 심판대상조항이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의 재산권 및 사적 자치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만을 판단한다.

나. 재산권 및 사적 자치권의 침해 여부

  (1) 상속제도의 내용은 입법자가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사항으로서 입법자는 상속제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형성함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가진다. 심판대상조항은 상속순위에 관한 것으로서 상속제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형성하는 규정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입법자가 이러한 입법형성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여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였는지 여부가 기준이 된다(헌재 2018. 5. 31. 2015헌바78 참조).

  (2) 심판대상조항은 피상속인이 사망하여 상속이 이루어지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상속 순위에 관한 법률적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자 하는 규정인 동시에, 우리 민법이 취하고 있는 혈족상속의 원칙을 입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혈족상속의 전통은 혈족들이 경제적으로 상호부조하고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공유하던 과거의 혈족사회에서 유래한 상속법제의 한 원칙이기는 하나, 오늘날 변화된 사회상을 고려하더라도 현대에 이르러 그 의미를 현저히 상실하여 상속권 부여의 기준이 되지 못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헌재 2018. 5. 31. 2015헌바78 참조).

  (3) 심판대상조항은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의 개인적 사정이나 피상속인과의 친소(親疏)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이들을 일률적으로 4순위 법정상속인으로 규정함으로써, 경우에 따라서는 피상속인의 채무를 승계하도록 하거나 상속 포기나 소송 대응 등 상속에 관한 법률관계를 형성하도록 강제한다.

  그러나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 자신의 개인적 사정이나 피상속인과의 교류 여부, 정서적 친밀감의 유무 등 주관적 요소를 일일이 고려하여 상속인의 기준을 법률에 규정하기 어렵고, 이러한 요소를 고려하여 상속인의 기준을 정할 경우 상속을 둘러싼 법적 분쟁을 사전에 예방한다는 입법취지를 달성하기 어렵게 될 우려가 있다. 오늘날 과거에 비하여 4촌 이내의 방계혈족과의 교류가 적은 것이 현실이라 하더라도,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등 가족 형태가 다양화됨에 따라 피상속인이 자녀나 배우자, 형제자매 없이 사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상속인이 없는 재산의 경우 법정의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국가에 귀속된다는 점을 고려하면(민법 제1058조 제1항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상속인에 포함시켜 혈족 상속을 최대한 보장하고 상속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4) 심판대상조항은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상속인의 범위에 포함시키되 그 순위를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직계존속 및 형제자매에 이어 4순위로 정하고 있을 뿐,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에게 상속의 효과를 확정적으로 귀속시키지는 아니한다.

  민법 제1019조 제1항 전문은 상속인이 상속개시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이하 ‘고려기간’이라 한다)에 상속을 단순승인 또는 한정승인하거나 상속을 포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후문은 가정법원이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위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제2항은 상속인이 상속을 승인하거나 포기하기 전에 상속재산을 조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상속인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상속의 효과를 자신에게 귀속시키거나 이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민법 제1019조 제3항은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하거나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1020조는 상속인이 제한능력자인 경우 그의 친권자 또는 후견인이 상속이 개시된 것을 안 날부터 고려기간을 기산하도록 하며, 제1021조는 상속인이 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아니하고 고려기간 내에 사망한 때에는 그의 상속인이 그 자기의 상속개시있음을 안 날로부터 고려기간을 기산하도록 하여 상속인을 두텁게 보호하고 있다.

  또한, 민법 제1019조 제1항은 상속인이 ‘상속개시있음을 안 날’부터 고려기간을 기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상속개시있음을 안 날’이란 상속개시의 원인이 되는 사실의 발생을 알고 이로써 자기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을 의미하므로(대법원 1969. 4. 22. 선고 69다232 판결, 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3다43681 판결 등 참조),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이러한 사정을 모르고 있는 경우에는 고려기간이 진행되지 않는다.

  즉, 민법은 상속의 효과를 귀속받을지 여부에 관한 상속인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상속인에게 불측의 부담이 부과되는 것을 막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5) 위와 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입법자가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일률적으로 4순위 법정상속인으로 규정한 것이 자의적인 입법형성권의 행사라고 보기 어렵고, 구체적 사안에서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개인적 사정으로 고려기간 내에 상속포기를 하지 못하여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심판대상조항이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6)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의 재산권 및 사적 자치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5.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별지]

관련조항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1000조(상속의 순위) ① 상속에 있어서는 다음 순위로 상속인이 된다.
    1.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2.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3. 피상속인의 형제자매
  ② 전항의 경우에 동순위의 상속인이 수인인 때에는 최근친을 선순위로 하고 동친등의 상속인이 수인인 때에는 공동상속인이 된다.

제1005조(상속과 포괄적 권리의무의 승계) 상속인은 상속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 그러나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1019조(승인, 포기의 기간) ① 상속인은 상속개시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은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이를 연장할 수 있다.

 

민법(2002. 1. 14. 법률 제6591호로 개정된 것)

제1019조(승인, 포기의 기간) ③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상속인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제1026조 제1호 및 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

제1026조(법정단순승인) 다음 각 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
    2. 상속인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

 

민법(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된 것)

제1020조(제한능력자의 승인·포기의 기간) 상속인이 제한능력자인 경우에는 제1019조 제1항의 기간은 그의 친권자 또는 후견인이 상속이 개시된 것을 안 날부터 기산(起算)한다.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021조(승인, 포기기간의 계산에 관한 특칙) 상속인이 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아니하고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사망한 때에는 그의 상속인이 그 자기의 상속개시있음을 안 날로부터 제1019조 제1항의 기간을 기산한다.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1058조(상속재산의 국가귀속) ① 제1057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분여(分與)되지 아니한 때에는 상속재산은 국가에 귀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