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15헌가4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에서 제3자의 소유권도 몰수할 수 있게하는 규정의 위헌 여부

 

 

헌법재판소 2020. 2. 27. 2015헌가4 결정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2 위헌제청]

 

 사건  2015헌가4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2 위헌제청
 제청법원  서울고등법원
 제청신청인       박○○
 대리인     법무법인 제민
 담당변호사   노희범
 당해사건  서울고등법원 2013초기409 재판의집행에관한이의
 선고일   2020. 2. 27.

 

 

주 문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2013. 7. 12. 법률 제11883호로 개정된 것) 제9조의2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전직 대통령 전두환은 1996. 12. 16. 서울고등법원 96노1892호 사건에서 반란수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의 범죄사실로 무기징역형과 2,205억 원의 추징 판결을 선고받았고(이하 위 판결 중 추징 부분을 ‘이 사건 추징판결’이라 한다), 위 판결은 1997. 4. 17. 대법원 96도3376호 사건에서 상고가 기각됨에 따라 그대로 확정되었다.

  나. 서울 용산구 ○○동 ○○ 대 578㎡ 및 같은 동 □□ 대 155㎡에 관하여 1991. 6. 8. 이○○(전두환의 조카), 강○○(이○○의 장인), 김○○ 3인 앞으로 지분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고, 2002. 4. 19. 위 각 토지 중 김○○의 공유지분 전부에 관하여 이○○ 앞으로 지분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위 각 토지는 2002. 11. 22. 서울 용산구 ○○동 ○○ 대 733㎡로 합병되었는데, 합병된 토지 중 이○○ 명의의 공유지분에 관하여는 2011. 4. 29., 강○○ 명의의 공유 지분에 관하여는 2011. 5. 27. 각 제청신청인 앞으로 지분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위 합병된 토지는 2012. 8. 16. 다시 서울 용산구 ○○동 ○○ 대 546㎡와 같은 동 △△ 대 187㎡로 분할되었다.

  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는, 위 나.항 기재의 토지가 전○○(전두환의 아들)이 전두환으로부터 관리를 위임받은 무기명채권으로 이○○, 강○○, 김○○ 명의로 매수한 것으로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에서 정한 불법재산에 해당하고, 제청신청인이 그러한 정황을 알면서 이를 취득하였음을 이유로, 2013. 8. 19.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2, 형사소송법 제477조 제4항을 근거로 이 사건 추징판결의 미납 추징금 167,226,515,560원을 체납액으로 하여 그 중 서울 용산구 ○○동 ○○ 대 546㎡를 압류하였다.

  라. 제청신청인은 위 압류 처분에 불복하여 2013. 12. 11. 형사소송법 제489조에 따라 서울고등법원 2013초기409호로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을 하였고, 그 재판이 계속 중이던 2014. 9. 24.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2013. 7. 12. 법률 제11883호로 개정된 것) 제9조의2 및 같은 법 부칙 제2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4초기382). 이에 제청법원은 2015. 1. 20.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2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고, 같은 법 부칙 제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은 기각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2013. 7. 12. 법률 제11883호로 개정된 것) 제9조의2(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2013. 7. 12. 법률 제11883호로 개정된 것)

제9조의2(불법재산 등에 대한 추징) 제6조의 추징은 범인 외의 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하여 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집행할 수 있다.

[관련조항]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2009. 11. 2. 법률 제9812호로 개정된 것)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특정공무원범죄”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죄[해당 죄와 다른 죄가 「형법」 제40조에 따른 상상적 경합(想像的 競合) 관계인 경우에는 그 다른 죄를 포함한다]를 말한다.
      가.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죄
      나.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제2호 또는 제4호(같은 조 제1호 또는 제2호에 규정된 사람의 보조자로서 그 회계사무의 일부를 처리하는 사람만 해당한다)에 규정된 사람이 국고(國庫)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도 그 직무에 관하여 범한 「형법」 제355조의 죄
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및 제5조의 죄
    2. “불법수익”이란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을 말한다.
    3. “불법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이란 불법수익의 과실(果實)로서 얻은 재산, 불법수익의 대가로서 얻은 재산, 이들 재산의 대가로서 얻은 재산 등 불법수익이 변형되거나 증식되어 형성된 재산(불법수익이 불법수익과 관련 없는 재산과 합하여져 변형되거나 증식된 경우에는 불법수익에서 비롯된 부분으로 한정한다)을 말한다.
    4. “불법재산”이란 불법수익과 불법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을 말한다.
제6조(추징) 불법재산을 몰수할 수 없거나 제3조 제2항에 따라 몰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가액(價額)을 범인에게서 추징(追徵)한다.

3.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가. 심판대상조항은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 외의 자(이하 ‘제3자’라 한다)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보장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제3자에게 귀속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이하 양자를 일괄하여 지칭할 때는 ‘불법재산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을 집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

  나. 제3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불법재산을 취득하는 행위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라 한다)상 범죄수익등의 은닉·가장죄(제3조) 또는 범죄수익등의 수수죄(제4조) 등에 해당하고, 제3자는 위 범죄사실로 기소된 사건에서 몰수 또는 추징의 부가형을 선고받게 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제3자가 위와 같은 범죄사실로 기소되기 전에도 제3자에 대하여 추징의 집행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무죄추정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불법재산을 몰수하는 것이 타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여 추징하는 것은 법관의 양형결정권에 관한 사항임에도, 심판대상조항은 그 권한을 검사에게 부여하여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제한함으로써 형사법상 책임원칙에 위배된다.

  다. 제3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은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하 ‘공무원범죄몰수법’이라 한다) 제5조에 따라 몰수되어야 할 것임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이를 추징의 집행 대상으로 삼고 있으므로 체계정당성에 위반된다.

  라.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인에 대한 재판에서 제3자에게 귀속된 불법재산을 몰수할 수 없는 경우, 제3자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공소사실로 기소하여 제3자로부터 몰수 또는 추징을 할 수 있고 그 전에 몰수보전명령 또는 추징보전명령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심판대상조항이 법관에 의한 재판 없이 제3자의 귀속재산에 대하여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을 집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제3자의 재산권을 제한한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마.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추징 집행을 받는 제3자는 형사소송법 제489조에 따라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나, 이의신청제도는 효과적인 권리구제수단으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그밖에 제3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가 보완되지 아니한 이상 심판대상조항은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제3자 귀속재산에 대한 추징 집행의 법적 성격

  (1) 공무원범죄몰수법의 입법목적은 뇌물죄와 국고손실죄 등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사람이 그 범죄행위를 통하여 취득한 불법수익 등을 철저히 추적·환수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고 깨끗한 공직풍토를 조성하려는 데에 있다.

  이에 따라 공무원범죄몰수법은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인이 그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인 불법수익뿐만 아니라 불법수익에서 유래한 재산도 몰수 대상으로 하여(불법수익과 불법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을 합하여 ‘불법재산’이라 한다) 범인으로부터 필요적으로 몰수하거나 그 정황을 알면서 불법재산을 취득한 제3자로부터 몰수할 수 있도록 하고, 불법재산을 몰수할 수 없거나 불법재산의 성질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몰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범인으로부터 불법재산의 가액을 필요적으로 추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 나아가 공무원범죄몰수법은 심판대상조항을 두어 제3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하여도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을 집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이 그 정황을 아는 제3자에게 불법재산을 처분하여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의 현실적 집행이 곤란하게 된다면,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심각한 박탈감을 주고 형사사법에 대한 신뢰마저 훼손될 우려가 있다. 이에 제3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불법재산을 취득한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제3자에게 귀속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을 대상으로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가형벌권의 실현을 보장하여 형사사법의 정의를 구현함과 동시에 불법재산을 철저하게 추적·환수하여 공무원범죄몰수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심판대상조항을 둔 취지라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취지와 규정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심판대상조항은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의 집행 대상을 확대하여 제3자에게 물적 유한책임을 부과하는 것이지, 제3자에게 형사책임이 인정됨을 근거로 제3자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아니다. 즉, 제3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불법재산을 취득한 경우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범죄수익등의 은닉·가장죄 또는 범죄수익등의 수수죄가 성립할 수 있으나, 심판대상조항은 제3자에 대하여 위와 같은 범죄가 인정됨을 전제로 그 범죄로 인하여 얻은 이익을 박탈하기 위하여 제3자로부터 추징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 아니라, 특정공무원범죄로 범인이 취득한 이익을 철저히 추적·환수하기 위하여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의 집행 대상을 제3자가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까지 확대함으로써 제3자에게 물적 유한책임을 부과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 이 사건의 쟁점

  (1) 심판대상조항은 제3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하여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을 집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제3자에게 사전 통지하거나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바, 사전 통지 등의 절차를 두지 아니한 것이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문제되고, 제3자의 재산을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의 집행 대상으로 한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2) 제청법원은 심판대상조항의 무죄추정원칙 및 형사법상 책임원칙 위반을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제3자에 대하여 유죄가 인정됨을 전제로 한 형사적 제재로서의 성질을 가지지 아니하므로 무죄추정원칙 위배 여부 및 형사상 책임원칙 위배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

  (3) 제청법원은 형사소송법 제489조에 의한 이의신청이 제3자에 대한 효과적인 권리구제수단으로 충분하지 아니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제3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제3자의 불복의 기회 등을 함께 고려하여 심판대상조항의 적법절차원칙 위반 및 재산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재판청구권 침해 여부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제청법원은 체계정당성 위반도 주장하나, 체계정당성에 위반한다고 해서 곧 위헌이 되는 것은 아니고 과잉금지원칙 등 일정한 헌법의 규정이나 원칙을 위반하여야 하므로(헌재 2005. 6. 30. 2004헌바40등; 헌재 2018. 1. 25. 2016헌바315 등 참조),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적법절차원칙 위반 및 재산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체계정당성 위반 여부도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다. 적법절차원칙 위반 여부

  (1) 헌법 제12조 제1항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하여 적법절차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바, 적법절차원칙은 형사소송절차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국가작용 전반에 대하여 적용된다(헌재 1992. 12. 24. 92헌가8; 헌재 2018. 2. 22. 2017헌가29 등 참조).

  적법절차원칙에서 도출할 수 있는 중요한 절차적 요청 중의 하나로 당사자에게 적절한 고지를 행할 것, 당사자에게 의견 및 자료 제출의 기회를 부여할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적법절차원칙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절차를 어느 정도로 요구하는지는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고, 규율되는 사항의 성질, 관련 당사자의 사익, 절차의 이행으로 제고될 가치, 국가작용의 효율성,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 불복의 기회 등 다양한 요소들을 형량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헌재 2003. 7. 24. 2001헌가25; 헌재 2007. 10. 4. 2006헌바91 참조).

  (2) 심판대상조항은 국가형벌권의 실현을 보장하고 불법재산의 철저한 환수를 통해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하여 제3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하여도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을 집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추징판결의 집행은 제3자에게 범죄가 인정됨을 전제로 제3자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의 집행 대상을 제3자가 취득한 불법재산 등에까지 확대하여 제3자에게 물적 유한책임을 부과한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확정된 형사판결의 집행에 관한 절차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는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에 속하는 사항으로, 입법자는 국가형벌권 실현의 중요성, 집행에 의하여 기본권이 제한되는 정도, 우리 사회의 법 현실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실현을 담보할 수 있는 절차를 구체적으로 형성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제3자에게 귀속된 불법재산 등을 대상으로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의 집행을 함에 있어 반드시 형사소송절차와 같은 엄격한 절차가 요구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추징판결의 집행은 그 성질상 신속성과 밀행성을 요구하는데, 제3자에게 추징판결의 집행사실을 사전에 통지하거나 의견 제출의 기회를 주게 되면 제3자가 또다시 불법재산 등을 은닉하거나 처분하는 등으로 인하여 집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제3자가 취득한 불법재산 등에 대하여 추징판결을 집행함에 있어서 사전 통지 등의 절차를 마련하지 않는 것에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

  한편 공무원범죄몰수법은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인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범인으로부터 추징을 하여야 할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그 추징판결을 집행할 수 없거나 집행이 현저히 곤란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추징보전명령을 하여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하여 재산의 처분을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2조, 제43조). 추징보전명령은 추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형사재판이 확정되기 전 범인의 재산 처분을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보전처분으로서, 추징보전명령을 발하여 처분을 금지할 수 있는 재산은 실질적으로 범인에게 귀속하는 재산을 의미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제3자로부터 불법재산 등의 가액을 추징하는 것이 아니라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이 확정된 후 그 집행 대상을 제3자에게 귀속된 불법재산 등으로 확대한 것이어서 집행에 앞서 제3자에 대하여 추징보전명령을 발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이 제3자에 대하여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을 집행하기에 앞서 제3자에게 통지하거나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4) 다른 한편으로 제3자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집행에 관한 검사의 처분이 부당함을 이유로 재판을 선고한 법원에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489조). 또한 검사는 추징판결을 집행함에 있어 민사집행법의 집행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거나 국세징수법에 따른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를 수 있는데(형사소송법 제477조 제3항, 제4항), 제3자는 각 집행절차에서 소송을 통해 불복하는 등 사후적으로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집행에 대하여 다툴 수 있는 절차가 보장되어 있다.

  (5) 공무원범죄몰수법은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인에 대한 형사소송에서 제3자로부터 직접 불법재산을 몰수하는 경우, 제3자로 하여금 그 형사소송절차에 참가할 기회를 부여하여 몰수에 관하여 피고인과 동일한 소송상의 권리를 행사하고 진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3조 내지 제22조). 이는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인에 대한 형사소송에서 이루어지는 제3자에 대한 몰수판결의 효력을 직접 제3자에게 미치게 하기 위한 것으로, 해당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아닌 제3자에게 판결의 효력을 미치게 하기 위해서는 제3자를 형사소송절차에 참가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반면 심판대상조항은 제3자로부터 직접 불법재산 등을 몰수하는 것이 아니라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의 집행 재산을 제3자에게 귀속된 불법재산 등으로 확대한 것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제3자가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의 집행을 당하는 경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사후에 다툴 수 있는 절차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제3자에 대한 몰수의 경우와 달리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인에 대한 형사소송절차에 참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심판대상조항이 제3자에 대하여 적정한 절차를 보장하지 않은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6) 이상과 같이 특정공무원범죄로 얻은 불법재산의 철저한 환수를 통하여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고 형사사법의 정의를 구현한다는 공익이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가치, 제3자에게 사전에 통지하거나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는 점, 제3자는 사후적 구제수단을 통해서 집행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이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라. 재산권 침해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고 형사사법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하여 제3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하여도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을 집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므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가) 공무원범죄몰수법은 공무원 등의 뇌물죄와 국고손실죄 등 전형적인 부패범죄에 해당하는 특정공무원범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범죄는 경제적인 이익이 주된 동기가 되므로, 범죄로 취득한 재산과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인 불법재산을 철저히 추적·환수하는 것이 특정공무원범죄를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그런데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자는 불법재산의 추적 및 환수를 피하기 위해 불법재산을 직접 보유하기보다는 가족 등 친·인척 내지 측근 등 제3자의 명의로 위장하여 보유하거나, 그 정황을 아는 제3자에게 재산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인에 대한 공소를 제기할 때 제3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불법재산을 취득한 사실이 밝혀진 경우에는 공무원범죄몰수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제3자에게 범인에 대한 형사소송절차에 참가하도록 하고 제3자에 대한 몰수판결로써 해당 불법재산을 몰수할 수 있으나, 위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제3자로부터 불법재산을 몰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특히 범인이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때로부터 오랜 기간이 경과한 경우에는 불법재산의 형성 및 처분 과정을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 매우 어려우므로, 범인에 대한 재판이 있은 후에야 제3자의 취득사실이 밝혀지는 경우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경우 검사는 제3자를 상대로 채권자취소권에 기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하여 불법재산을 범인의 책임재산으로 회복한 후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을 집행할 수도 있을 것이나, 채권자취소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 이전에 발생하여야 하고,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또는 법률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의 제척기간을 준수하여야 하는 등의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불법재산을 원상회복할 수 없는 경우가 존재한다.

  한편 그 정황을 알면서 불법재산을 취득한 제3자에 대해서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공소사실로 기소하여 해당 형사소송절차에서 제3자로부터 직접 불법재산을 몰수하거나 그 가액을 추징할 수 있으나, 제3자에 대한 처분이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처분사실 자체가 드러나지 아니한 채 제3자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제3자로부터 불법재산을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없는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불법재산의 철저한 환수를 통하여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실현을 보장하고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해야 하는 공익이 상당히 중대한 사안의 경우에도 위와 같이 현행법상의 다른 절차만으로는 범인이 특정공무원범죄로 취득한 불법재산을 그 정황을 아는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사실상 불법재산을 그대로 보유하게 되는 위법상태를 시정할 수 없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심판대상조항은 제3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하여도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을 집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은 제3자를 상대로 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제3자에 대하여 집행할 것인지 여부 및 집행범위를 정함에 있어 검사의 재량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로써 불법재산의 철저한 환수를 통하여 국가형벌권의 실현을 보장하고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고자 하는 공익과 제3자의 불이익을 비교형량하여 집행 여부 및 그 범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검사의 재량권 행사는 다른 재량행위와 마찬가지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그 집행 대상을 제3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으로 한정하고 있다.

  먼저 ‘불법재산’에 관하여 보면, 불법재산이란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인 ‘불법수익’과 불법수익의 과실(果實)로서 얻은 재산, 불법수익의 대가로서 얻은 재산, 이들 재산의 대가로서 얻은 재산 등 불법수익이 변형되거나 증식되어 형성된 재산인 ‘불법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을 말한다(공무원범죄몰수법 제2조 제2호 내지 제4호). 다만 불법수익이 불법수익과 관련 없는 재산과 합하여져 변형되거나 증식된 경우, ‘불법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은 불법수익에서 비롯된 부분으로 한정된다(공무원범죄몰수법 제2조 제3호).

  다음으로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관하여 본다. 공무원범죄몰수법은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의 의미를 특별히 정의하고 있지 않으나, 문언상 ‘불법재산으로부터 유래한 재산’을 가리키는 것이 명백하다. 그리고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 조문들의 내용과 체계 등에 비추어 보면, ‘불법재산으로부터 유래한 재산’이란 제3자가 불법재산을 취득한 후 그 과실로서 얻은 재산, 불법재산의 대가로서 얻은 재산, 이들 재산의 대가로서 얻은 재산 등 불법재산이 변형되거나 증식되어 형성된 재산을 말하고, 제3자가 취득한 불법재산이 불법재산과 관련 없는 재산과 합하여져 변형되거나 증식된 경우에는 불법재산에서 비롯된 부분으로 한정된다고 할 것이다.

  이상을 종합하면 결국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집행 대상은 불법수익과 불법수익에서 비롯된 부분으로 한정된다.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그 집행 대상을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과 그로부터 비롯된 부분으로 한정함으로써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제3자의 재산권을 제한하고 있다.

  (다) 앞서 적법절차원칙 위반 여부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집행의 신속성·밀행성으로 인하여 사전 통지 등의 절차를 마련하기 어려운 부득이한 사유가 존재하는 점, 제3자가 사후적으로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집행을 다툴 수 있는 절차가 보장되어 있는 점, 공무원범죄몰수법 제5조 제1항 단서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라 제3자로부터 직접 불법재산을 몰수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법원의 사전 관여 없이 제3자 귀속재산에 대하여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을 집행하도록 한 점을 들어 심판대상조항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 한편 일반 형사범의 경우 추징의 시효기간이 5년인 데 비해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4는 특정공무원범죄에 관한 추징의 시효기간을 10년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형법 제80조에 의하면 추징의 시효는 강제처분을 개시함으로 인하여 중단된다. 이처럼 특정공무원범죄에 관한 추징의 시효기간이 장기인데다 시효중단제도로 말미암아 제3자는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이 확정된 때로부터 장기간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집행을 당할 지위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3자의 불이익은 특정공무원범죄의 추징 시효기간을 장기로 정한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4와 시효중단제도를 정한 형법 제80조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심판대상조항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제3자가 장기간 동안 불안정한 지위에 놓일 우려가 있다는 점은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고려하여야 할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마)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그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제3자의 재산권을 제한하고 있고, 다른 대체수단으로 심판대상조항과 동등한 정도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3) 법익의 균형성

  특정공무원범죄로 얻은 불법재산의 철저한 환수를 통하여 국가형벌권의 실현을 보장하고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고자 하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반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제3자는 그 정황을 알고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하여 집행을 받게 되는데, 그 범위는 범인이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과 그 재산에서 비롯된 부분으로 한정되고, 제3자는 사후적으로 집행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제3자가 받는 불이익이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중대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

  (4) 소결

  이상의 이유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의 아래 6.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의 반대의견

  우리는 심판대상조항이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헌법상 적법절차원칙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은 “누구든지……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헌법조항이 규정한 적법절차원칙은 합리적이고 정당한 법률에 의거하여 적정한 절차를 밟은 경우에만 공권력에 의한 국민의 생명, 자유, 재산의 침해와 같은 기본권 등의 제한이 가능할 수 있다는 넓은 범위에 걸친 일반적인 원칙을 그 내용으로 한다.

  헌법상 적법절차의 보장은 광의로는 실체적 적법절차의 보장을 포함하는 것이지만 그 본래적 의미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권력 행사는 그 절차가 합리적이고 공정하여야만 한다는 절차적 적법절차의 보장에 있다. 이러한 절차적 적법절차의 원칙을 충족하기 위한 여러 절차적 요소 중에는 당사자에 대한 사전고지, 공정하고 충분하며 합리적으로 행하여지는 청문 등이 포함된다. 개인의 기본권 등을 제한하는 불이익한 조치 등이 가해지기 전에 사전고지와 청문 등을 통한 정당한 방어와 변명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다만 절차적 적법절차의 구체적 내용은 상황과 무관하게 고정된 것이 아니고 공권력으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구체적인 경우에 나타나는 개별적인 사정들을 고려하여 이에 적합한 절차적 보장이 주어질 것을 요청한다는 의미에서 유연성을 가진다. 따라서 구체적인 경우에 적법절차의 원칙상 어떠한 절차가 제공되어야 할 것인지는 규율되는 사항의 성질, 문제된 기본권 내지 관계된 권리의 중요성, 사전고지나 청문 등의 절차가 보장되지 아니할 경우 개인의 기본권 등이 제한되는 위험의 정도, 절차 마련에 수반될 재정적·행정적 부담 내지 공익 희생의 규모, 불복의 기회 등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형량하여 결정하여야 하는데, 대체로 보아 기본권의 제한이 중대하면 할수록 적법절차의 요구도 비례하여 커진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3. 7. 24. 2001헌가25; 헌재 2016. 12. 29. 2015헌바280 참조).

나.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검토

  심판대상조항은 공무원범죄몰수법 제6조의 추징은 범인 외의 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등에 대하여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집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즉,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이하 ‘범인’이라고 한다)에 대한 추징판결의 집행 대상을 확대하여 제3자에 대한 별도의 재판 없이 제3자의 재산에 대한 추징의 집행을 허용하고 있다. 우선 심판대상조항의 문제점을 차례로 살펴본다.

  (1) 범인의 형사 재판에 대한 사전고지와 재판절차 참가절차 부존재 그리고 제3자 추징 집행 전에 사전고지와 청문절차 부존재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추징 집행의 대상이 된 재산의 소유자인 제3자는 범인에 대한 형사 재판에 관하여 고지 받거나 그 재판절차에 참가할 기회를 가지지 못함은 물론 제3자의 재산에 추징이 집행되는 단계에 이르러서도 사전에 이를 고지 받거나 청문절차에서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한다. 심판대상조항은 제3자가 그 정황을 알았어야 한다는 주관적 요건 및 집행대상 재산이 제3자가 취득한 불법재산 등이어야 한다는 물적 요건을 제3자를 상대로 한 추징 집행의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주관적·물적 요건의 충족 여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검사에게 맡겨져 있을 뿐 제3자에게 불이익한 추징 집행이 가해지기 전 사전고지와 청문 등을 통한 정당한 방어와 변명의 기회를 전혀 부여하지 아니하고 있다.

  추징의 집행이 미리 고지될 경우 제3자가 재산을 은닉하거나 처분하는 등 집행을 곤란하게 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의 마련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제3자의 재산에 대한 추징 집행의 경우에도 입법자가 그에 맞는 적절한 추징보전절차를 따로 마련하여, 제3자에게 추징대상 재산 및 추징의 이유 등에 대하여 사전에 고지함과 동시에 추징보전절차를 통해 해당 재산의 처분을 금지한다면, 제3자가 재산을 은닉하거나 처분하여 집행을 면탈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제3자의 재산에 대하여 추징의 집행이 가해지기 전에 사전고지나 청문 등을 보장하면서도 그와 함께 재산을 은닉하거나 처분하는 등 집행을 곤란하게 하는 것을 막는 방법이 입법자에 의해 충분히 마련될 수 있으므로 집행의 용이함이나 밀행성의 요구가 사전고지나 청문절차의 부재를 정당화하는 방패가 될 수는 없다.

  특히 공무원범죄몰수법 부칙(2013. 7. 12. 법률 제11883호) 제2조는 “제9조의2부터 제9조의4까지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당시 몰수 또는 추징의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정하고 있어 이로 인해 공무원범죄몰수법 시행 전에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이 확정되어 검사가 범인에 대해 추징판결 집행을 진행할 당시까지는 추징 집행의 대상이 아니었던 제3자가 심판대상조항의 시행으로 인해 추징 집행의 대상에 포함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추징판결 집행의 용이함이나 신속함만을 내세워 사전고지와 청문절차 없이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의 집행 대상을 확대하여 제3자에 대한 별도의 재판 없이 그 재산에 대하여 추징의 집행을 허용하고 있다.

(2) 법관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의 제한

  추징은 엄격한 의미의 형벌은 아니지만 몰수에 대신하는 처분이므로 몰수와 마찬가지로 형에 준하여 평가하여야 하고 그에 관하여도 형사소송법상 원칙들이 적용되어야 한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도4888 판결 참조).

  형법상 추징이나 다른 특별법에 의한 추징의 경우 특정인에 대한 재판을 거쳐 법관이 추징판결을 선고하면 검사가 그 판결에 따라 판결의 대상이 된 특정인을 상대로 그의 재산에 대해 추징을 집행한다. 이처럼 일반적인 추징의 경우에는 추징판결을 받은 자와 추징 집행의 대상이 된 재산의 소유자가 일치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제3자에 대한 추징은 일반적인 추징과는 다르다.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추징은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에 근거하여 제3자의 재산에 대하여 추징을 집행하는 것으로서 추징판결을 받은 자와 그 추징판결의 집행 대상인 재산의 소유자가 불일치한다.

  몰수와 마찬가지로 형에 준하여 평가되는 추징인데도 심판대상조항에 의하면 제3자는 자신의 재산에 추징 집행을 당하기 전에 ‘추징 집행이 공무원범죄몰수법의 소정 요건을 충족하여 적법한지 여부’에 대하여 법관으로부터 판단 받을 기회를 전혀 가지지 못하므로, 이러한 측면에서 심판대상조항은 제3자에 대하여 헌법 제27조 제1항 소정의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한한다.

  (3) 제3자 추징과 제3자 몰수를 다르게 규율함

  몰수는 범죄행위와 관련된 재산권을 보상 없이 박탈하여 국고에 귀속시키는 독자적인 형사제재이고, 추징은 몰수대상물의 전부나 일부가 몰수하기 불능한 때에 몰수에 갈음하여 그 가액 상당의 납부를 명하는 부수처분이지만 실질적으로 볼 때 몰수와 차이가 없고, 처분을 받는 자의 입장에서는 추징당하는 것이 몰수보다 더 큰 불이익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공무원범죄몰수법은 범인 외의 제3자가 범죄 후 그 정황을 알면서도 불법재산을 취득한 경우 제3자를 상대로 몰수하기 위해서는 범인에 대한 공소제기 시 제3자에 대하여 ‘범인에 대한 형사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그 형사사건명 및 범인의 성명, 몰수하여야 할 재산의 품명․ 수량 등, 몰수의 이유가 되는 사실의 요지, 범인에 대한 형사사건 절차에 참가신청을 할 수 있다는 취지 등’을 서면으로 고지해야 할 의무를 검사에게 부과하고 있고(제13조), 제3자에게는 제1심 재판이 있기까지 범인에 대한 형사사건 절차에 참가신청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제14조), 법원은 제3자가 참가신청을 하고 공판기일에 출석한 경우 몰수의 이유가 되는 사실의 요지 등을 고지하고 몰수에 관하여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제16조).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추징 집행의 대상이 된 재산의 소유자인 제3자에 대하여는 범인에 대한 형사 재판에 관하여 고지 받을 기회 내지 그 재판절차에 참가하여 진술할 수 있는 기회 부여와 같은 절차를 전혀 마련하고 있지 않다.

  또한 공무원범죄몰수법은 범인 외의 제3자가 범죄 후 그 정황을 알면서도 불법재산을 취득한 경우 제3자를 상대로 몰수함에 있어서 ① 법령상의 의무 이행으로서 제공된 것을 취득한 경우나 ② 채권자에게 상당한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계약을 할 당시에 그 계약에 관련된 채무 이행이 불법재산 또는 혼합재산에 의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그 계약에 관련된 채무의 이행으로 제공된 것을 취득한 경우를 제외하고 있는 반면(제5조 제1항 단서),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제3자 추징 집행에 있어서는 어떠한 예외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범인 외의 제3자가 범죄 후 그 정황을 알면서도 불법재산을 취득한 경우에 있어서 추징이 몰수에 비해 신속한 절차나 밀행성의 요구가 특별히 더 절실하거나, 추징 집행의 대상이 된 제3자의 불법성이 몰수의 경우보다 더 크다고 볼 근거를 발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범죄몰수법은 제3자에 대한 추징과 몰수에 대한 규율을 달리 정하고 있다.

  (4) 제3자의 재산권에 대한 제한

  심판대상조항은 범인 외의 제3자가 범죄 후 그 정황을 알고 불법재산을 취득하기만 하면 비록 제3자에게 범인의 몰수·추징 면탈이나 불법재산 은닉을 용이하게 하고자 하는 고의가 없는 경우에도 추징의 집행을 허용함으로써 제3자의 재산권을 제한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불법재산으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해서도 추징판결의 집행이 가능하도록 정하였으므로, 불법재산 취득 후 불법수익이 변형되거나 증식되어 형성된 재산까지도 추징 집행 대상에 포함된다. 공무원범죄몰수법상 추징의 시효는 10년으로서(제9조의4) 형법상 추징의 시효인 5년(형법 제78조 제6호)에 비해 상당히 장기간이므로 제3자는 10년 동안이나 자신이 취득한 불법재산 뿐만 아니라 이를 증식시켜 형성한 재산 전체에 대하여 추징 집행을 당할 위험성을 안고 살아야 한다.

  재산을 증식하는 과정에서 불법재산이 불법재산과 관련 없는 재산과 합쳐져 수차례 변형될 수도 있는데 추징의 대상을 불법재산에서 유래한 부분으로 한정한다고 할지라도, 10년이나 되는 장기간 동안의 재산형성과정을 추적하여 불법재산에서 유래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5) 제3자 추징 집행에 있어서 검사에게 광범위한 재량 부여

  심판대상조항은 제3자에 대한 추징 집행의 순서나 방법 등에 대해서도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검사가 임의로 그 순서와 방법을 정할 수 있다. 검사는 범인이 아닌 제3자에게 먼저 추징을 집행할 수 있고, 복수의 제3자가 범인으로부터 불법재산을 취득한 경우에는 그 제3자들 중 누구에게 먼저 추징 집행을 할 것인지도 임의로 정할 수 있다. 사회 정의의 관념이나 국민의 법 감정 및 추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형사정책적인 목적 등에 비추어 볼 때, 제3자보다는 행위의 불법성이 더 큰 범인으로부터 먼저 추징을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나, 검사는 집행의 용이성이나 신속성 등을 고려하여 누구에게 먼저 추징 집행을 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고 이는 전적으로 검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검사의 이러한 재량권 행사는 어떠한 사법적 절차에 의해서도 통제되고 있지 아니하며 제3자가 범인에게 먼저 추징할 것을 항변할 수 있는 명시적인 법적 절차도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다.

  (6) 사전고지 및 청문절차의 보장 없이 사후적 구제절차만으로는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적음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추징의 집행을 받은 제3자는 추징의 집행에 관한 검사의 처분이 부당함을 이유로 재판집행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수 있기는 하다(형사소송법 제489조). 그러나 이 절차는 통상의 재판절차와는 달리 법원이 제3자의 출석을 요구함이 없이 서면으로만 결정할 수 있어 추징의 집행을 당한 제3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충분하게 보장하지 못한다. 또한 추징의 집행이 종료된 후에는 이의신청이 허용되지 않는데다가(대법원 2001. 8. 23.자 2001모91 결정 참조), 이의신청에는 집행정지의 효력도 없어, 집행이 신속하게 종결되는 경우에는 구제에 한계가 있다.

  제3자에게 범인에 대한 형사재판에 관한 고지 및 그 재판절차에 참가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제3자의 재산에 추징이 집행되는 단계에 이르러서까지도 최소한의 사전고지 및 청문절차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절차의 공백을 메우기에 재판집행에 대한 이의신청절차는 그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7) 선의의 제3자에게 불측의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성이 내재함

  ‘범죄 후 그 정황을 알면서 불법재산을 취득한 제3자’에 대한 추징 집행의 필요성과 당위성만이 강조되고 사전고지 및 청문절차 등 적법절차의 보장 없이 제도를 운영함으로 인하여 결국 ‘범죄 후 그 정황을 알지 못한 채 불법재산을 취득한 경우에 불과하여 제3자 추징을 당할 경우가 아님에도 검사가 공무원범죄몰수법 소정의 제3자 추징 요건을 갖춘 경우라고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추징 집행을 한 경우’에는 불측의 피해를 입는 선의의 제3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범죄수익의 철저한 환수를 위해 별도의 재판 없이 제3자 재산에 대한 추징의 집행을 허용하는 이례적인 규율을 하고 있는 점, 이 규율로 인해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재산권’을 제한하면서도 제3자에 대한 불이익한 추징 집행이 가해지기 전 최소한의 절차로서 사전고지와 청문절차를 전혀 보장하고 있지 않는 점, 집행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위해 사전고지와 청문절차를 마련하지 않는 것은 공권력이 부담해야 할 공익목표 추구 비용을 추징 집행을 당하는 제3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부적절한 점, 입법자로서는 추징보전절차를 마련하여 제3자가 집행을 면탈하는 것을 사전에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점, 추징은 실질적으로 볼 때 몰수와 차이가 없고, 처분을 받는 자의 입장에서는 추징이 몰수보다 더 큰 불이익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음에도 공무원범죄몰수법상 제3자 추징은 제3자 몰수에 비해 절차적 권리보장이 현저히 부족한 점, 제3자 추징의 시효가 장기간인데다가 그 집행의 방법과 순서에 있어서 검사가 광범위한 재량을 가짐으로써 제한되는 재산권의 정도가 상당한 점, 제3자 추징으로 제한되는 기본권들의 중요성과 그 제한 정도에 비추어 볼 때 사후적 구제절차만으로는 사전고지 및 청문절차의 흠결을 보충할 수 있는 적절한 절차적 보장이라고 볼 수 없는 점, 검사가 제3자 추징 요건을 갖춘 경우라고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추징 집행을 한 경우에는 사전고지 및 청문절차의 흠결로 인해 불측의 피해를 입는 선의의 제3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상 요구되는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

 

재판장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