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치매로 인한 화재는 보험계약상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에 해당

 

<치매로 인한 화재는 보험계약상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에 해당>

사실관계

원고는 피보험자인 아버지가 낸 화재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피고를 상대로 보험금을 청구하였다.

판단

화재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당시 피보험자가 치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보험계약상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에 해당한다.

 

 

치매로 인한 화재는 보험금 지급의 면책사유

대구지방법원 2021. 1. 14. 선고 2019가단106795 판결 [보험금]

 

원 고             최○○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용원
                     소송복대리인 변호사 백종석
피 고             주식회사 A손해보험
                     대표이사 양○○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범어, 담당변호사 박찬주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피고는 원고에게 55,321,022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피보험자를 원고의 아버지인 최△△으로 하고, 피고가 최△△이 거주하는 대구 소재 2층 단독주택(다음부터 “이 사건 주택”이라 한다)이 화재로 입은 손해를 보상하기로 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보험계약(다음부터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 보험명: (무)○○화재저축보험
◯ 계약기간: 2014. 6. 2.~2029. 6. 2.
◯ 보장내용
– 건물 화재손해: 가입금액 1억 원
– 가재도구 화재손해: 가입금액 3,000만 원

나. 이 사건 보험계약에 관한 보험약관 제3조는 “회사는 아래의 사유로 인한 손해는 보상하여 드리지 않습니다.”라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계약자, 피보험자(법인인 경우에는 그 이사 또는 법인의 업무를 집행하는 그 밖의 기관) 또는 이들의 법정대리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규정하고 있다(다음부터 ‘이 사건 면책조항’이라 한다).

다. 최△△은 2018. 3. 5. 11:10경 이 사건 주택의 안방과 작은방에 있는 이불에 휴지를 올려놓고 성냥으로 불을 붙여 그 불길이 벽을 거쳐 이 사건 주택 중 1층 전체에 번지게 하였다(다음부터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라. 최△△은 2019. 4. 4. 사망하였고, 최△△의 상속인들은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화재보험금청구권을 단독상속하기로 하는 내용의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다음에도 같음)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 주장

가.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이 사건 사고로 훼손된 이 사건 주택의 복구 수리에 소요되는 공사대금(44,555,293원)에 대하여 공사 후 가치증대분에 대한 경과년수 감가율을 반영한 24,891,557원과 잔존물 제거비용 2,489,155원을 합한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손해액 27,380,712원과 이 사건 사고로 훼손된 각 가재도구 구입비에 각 품목별 경과년수 감가율을 적용한 가재도구에 대한 손해액 27,940,310원을 합한 55,321,022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이 사건 사고는 피보험자인 최△△이 ‘상세불명의 치매’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일으킨 화재로서 일반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사고로 동일시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면책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피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사고는 최△△의 고의로 인하여 발생한 화재로서 원고 주장의 손해는 이 사건 면책조항에 정한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에 해당하고, 원고가 주장하는 최△△의 정신질환에 따른 심신미약은 면책사유의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3. 판단

가.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인 최△△이 2018. 3. 5. 11:10경 이 사건 주택에서 이불에 휴지를 올려놓고 성냥으로 불을 붙여 이 사건 주택에 화재를 발생시켰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면책조항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의 하나인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손해에 해당하는바, 이 사건의 쟁점은 과연 이 사건 사고가 최△△의 정신질환상태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이 사건 면책조항이 적용되지 않는지 여부이다.

나. 관련 법리

상법 제659조 제1항 및 제732조의2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 자살은 사망자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절단하여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행위를 의미하고,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경우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보험사고는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재해에 해당하고(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49713 판결 참조),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화재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

다. 인정 사실

1) 최△△의 정신상태에 관한 의학적 소견

가) 최△△은 2016. 1. 19. B대학교병원에 내원하여 치매검진을 받았고, 당시 처인 우○○은 의사에게 최△△의 상태에 관하여 “3년 전부터 음주 시에만 사소한 일에 화를 잘 내고 성격이 공격적이며, 평생을 배우자가 바람피운다고 의심을 해왔으며 심화되는 상태”라고 진술하였으며, 최△△은 추정적 임상에 의한 질병명 “(주)알코올성 치매 NOS, 망상성 장애, (의증)만기발병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로, 치료내용/향후 치료에 대한 소견으로 “부인에 대한 망상으로 공격적 행동을 자주 보이고, 알코올성 치매로 인해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의 저하가 심하여 일상생활의 장애가 자주 나타나는 상황이며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나) 최△△은 2018. 5. 14. C정신병원에서 병명으로 “상세불명의 치매”로, 치료내용/향후치료에 대한 소견으로 “최△△은 2018. 3. 5.~2018. 4. 19.까지 본원에서 입원치료 했었으며 기억력, 지남력 등의 인지력의 저하와 배우자에 대한 의심망상, 현실판단력이 많이 상실되어 이로 인한 공격적인 행동(집에서의 방화) 등의 증상들을 보이고 있었으며, 입원기간 중에도 시간, 사람에 대한 심한 지남력 저하와 중, 단기 기억에 대한 인지력 저하를 보이는 상태였음. 만성화되는 상기 질환의 특성상 향후 부정기간의 지속적인 관찰과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됨.”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 최△△은 2018. 5. 16. B대학교병원에서 받은 신경심리검사 결과 전반적 퇴화척도(GDS) 6단계(Severe cognitive decline)에 해당한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GDS 6단계는 중기치매 단계로 성격과 감정의 변화가 나타나고 기복이 심하며, 자주 나타날 수 있는 행동문제로 ① 망상적 행동(예: 배우자가 부정하다고 믿음, 주위에 마치 사람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거나 거울에 비친 자신과 얘기함), ② 강박적 증상 (예: 단순히 바닥을 계속 쓸어내는 행동), ③ 불안증, 초조감, 과거에 없었던 난폭한 행동, ④ 인지적 인지 상실증(목적을 두고 행동을 결정할 만큼 충분한 사고능력이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의지의 상실)이 있는 상태이다.

2) 이 법원의 D대학병원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내용

가)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감정인에게는 의사결정능력이 일반인에 비해 상당히 불완전하였을 것으로 판단됨. 하지만 재구성한 현병력상 불을 지르려는 목적 및 의도는 있었다고 판단됨.

나) C정신병원 의무기록상 방화 후 본인이 직접 119에 신고하고, 이후 경찰서에 찾아가서 “잘못했다”고 말하는 모습, 사고 당시를 구체적으로 기억(아침밥을 홀로 지어 먹으려다가 갑자기 화가 나 이불에 휴지를 올려놓고 성냥으로 불을 붙임. 겁만 주려고 했는데 번져 버림)하고 있는 점에서 사물에 대한 변별 능력이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려움. 또한 사고와 가장 가까운 날짜(2018. 4. 30.)의 GDS, K-MMSE상 각각 4단계, 19점으로, 심한 치매 단계에 해당하지 않음. 따라서 병 자체로는 심신 미약에 해당할 것으로 생각되나, 피감정인의 인지 기능이 변동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당시에는 변별력이 전혀 없다고 보기 힘듦.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6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D대학병원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위 인정 사실에 따르면, 이 사건 사고 당시 최△△은 추정적 임상에 따른 병명 “(주)알코올성 치매 NOS, 망상성 장애, (의증)만기발병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로, 부인에 대한 망상으로 공격적 행동을 자주 보이고, 알코올성 치매로 인해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의 저하가 심하여 일상생활의 장애가 자주 나타나는 상황이며 지속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하고, 의사결정능력이 일반인에 비해 상당히 불완전한 상태였다는 의학적 소견이 제시되어 있는 사정은 있으나, 한편 이 법원의 D대학병원에 대한 진료기록감정 촉탁 결과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최△△에 대한 C정신병원 의무기록상 나타나는 방화 후 최△△의 태도, 이 사건 사고와 가까운 날짜의 최△△에 대한 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최△△이 이 사건 당시에 변별력이 전혀 없다고 보기 힘들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한 점, 최△△에 대한 신경심리검사 결과 평가된 전반적 퇴화척도(GDS) 6단계는 ① 망상적 행동, ② 강박적 증상, ③ 불안증, 초조감, 과거에 없었던 난폭한 행동, ④ 인지적 인지 상실증의 행동문제가 나타나고, 최△△에게도 그러한 행동문제가 나타난 사정은 보이나, 최△△이 이 사건 주택에서 이불에 휴지를 모아 불을 붙이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그러한 정신심리상태에서 나타나는 행동문제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 당시 최△△은 고의로 화재의 결과를 발생케 하였고,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는 이 사건 면책조항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경대